<빅 쇼트>(The Big Sh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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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 회사를 운영하는 마이클 버리(크리스천 베일)는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에게 주택 자금을 빌려주는 주택담보대출 상품, 즉 ‘서브프라임 모기지’ 자료를 살피던 중 곧 미국의 부동산 거품이 붕괴할 것임을 직감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상환일이 곧 집중되어 있는데 대출 이자만 근근이 내던 이들이 고액의 원금을 갚는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버리는 회사의 보유금 대부분을 미국 부동산 시장의 실패에 투자한다. 가치가 하락하는 쪽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하는 주식 용어 ‘빅 쇼트 The Big Shot’를 감행한 것이다. 버리의 고객들은 말도 안 되는 투자라며 고소 운운하지만, 이에 주목한 이도 있다. 대형은행 트레이더인 자레드 베넷(라이언 고슬링)이다. 베넷은 소수의 투자자를 선택해 대형 은행과 반대로 투자하게끔 하는 게 특기다. 펀드 매니저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이 베넷의 제안에 솔깃한다.

매사에 의심이 많은 바움은 베넷의 제안을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투자에 앞서 조사에 나선 그는 주택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이자도 갚지 못해 집을 놔두고 야반도주하는 이들이 많아졌음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는다. 바움은 이 지경에도 매일 같이 파티를 벌이는 월스트리트의 탐욕을 경멸하면서 베넷의 제안에 거액을 투자하기로 한다.

버리와 베넷과 바움이 투자한 계약은 ‘CDS Credit Default Swap’라고 한다. 쉽게 설명해 미국 주택시장이 폭락하면 그 액수만큼의 보험금을 지급 받는 계약이다. 주택시장이 결코 망할 거라 믿지 않았던 월스트리트의 대형 금융기업들은 이 계약으로 쉽게 돈을 벌었다며 흥청망청했다. 하지만 현실화가 되자 줄줄이 도산하며 수렁에 빠진 미국 경제의 원흉이 됐다.

그 와중에 버리와 베넷과 바움은 우리 돈으로 무려 20조 원의 천문학적인 액수를 벌어들였다. 그래서 <빅 쇼트>는 ‘월스트리트를 물 먹인 괴짜 천재들의 믿을 수 없는 실화’로 선전된다. 출중한 배우들에 관객의 시선을 돌리려는 홍보 목적이지 이 영화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문장은 아니다. <빅 쇼트>가 주목한 건 ‘괴짜 천재’가 아닌 금융 위기로 드러난 미국 사회의 ‘믿을 수 없는 실화’와 같은 부조리다.

<빅 쇼트>는 마크 트웨인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이 말은 월스트리트의 붕괴를 목격했다고 생각하는 관객들을 ‘착각’하게 만든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월스트리트는 정말 붕괴했나? 미국 정부는 건전한 금융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대형 금융기업의 탐욕을 바로 잡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 결과는? 10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받은 골드만삭스는 여전히 건재하다.

무엇보다 주택 시장의 폭락을 대비한 보험에 투자해 큰돈을 벌어들인 ‘괴짜 천재들’의 존재는 부조리한 미국 사회의 시스템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역으로 증명한다. 부조리는 개인들의 욕망이 모여 적정한 수위를 넘을 때 비로소 두드러진다. 그런 상황에서 <빅 쇼트>의 ‘괴짜 천재들’에게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과 배우지 말아야 할 것은 명확하다.

남들과 다른 안목으로 시스템의 맹점을 파악하는 능력은 이 세계를 지탱하는 바르고 건실한 경제를 위해 필요하다. 그렇지만 타인의 불행을 씨앗 삼아 배를 불리는 행위는 안 그래도 불안정한 경제를 좀 먹는 행위에 불과하다. 이 세계는 소수의 부자를 위해 다수가 희생당하는 지옥이 아닌 모두가 함께 사는 곳이다. 함께 하는 삶의 가치 상승이야말로 ‘빅 쇼트’와 같은 부조리를 막을 수 있다.

 

시사저널
(2016.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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