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리뷰] <탐정: 더 비기닝>(The Accidental Dete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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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더 비기닝>(이하 ‘<탐정’>)은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탐정물이다. 한국의 ‘셜록 홈즈’를 꿈꾸는 추리광 강대만(권상우)과 광역수사대의 전설로 불리는 형사 노태수의 합동 수사 작전을 담았다.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두 주인공의 조합답게 <탐정>은 무거운 느낌이 살인극이 전면에 부각되지만, 이를 풀어가는 과정은 가벼운 코미디를 지향한다.

상반된 캐릭터, 분위기가 각기 다른 장르가 충돌하는 개념은 <탐정>의 촬영부터 미술까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콘셉트였다. 예컨대, 김준 미술감독은 대만과 태수를 각각 상징하는 공간인 만화방과 경찰서를 꾸미는 데 있어 전혀 다른 이들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했다.

대만의 만화방은 원래 건물 입주 점포에서 최종적으로 반지하의 만화방으로 바뀌었다. 바깥에 나가 맘껏 수사 활동을 하고 싶지만, 생활비를 벌어야하는 가장으로 또한, 바깥에서 일을 하는 아내를 대신해 아기를 돌보아야 하는 대만의 처지를 반지하의 설정에 반영했다. 그에 맞춰 만화책에 둘러싸여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내부 분위기는 피규어와 같은 소품과 계단, 내부 밀실 등 공간을 분리시켜 환기하고자 했다.

태수의 경찰서는 대전의 대덕 경찰서에서 이뤄졌다. 세트 촬영으로 이뤄진 대만의 만화방과 다르게 실제 경찰서에서 촬영이 이뤄진 까닭에 촬영을 맡은 기세훈 촬영감독은 자연스러움을 살리고자 노력했다. 이에 더해 베테랑 형사 태수의 냉철한 분위기가 공간에 스며들도록 실루엣등을 활용해 콘트라스트가 강한 화면을 만들었다.

기세훈 촬영감독과 김성관 조명감독은 가벼움과 무거움, 두 극단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한 톤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기세훈 촬영감독은 두 남자가 ‘함께’ 풀어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가로가 긴 2.4:1의 화면비를 선택했고 김성관 조명감독은 장면의 성격과 분위기에 맞춰 조명을 설계하는 쪽으로 일관성을 가져갔다.

이의 핵심 중 하나는 ‘기동성’이다. 추리극이라는 장르의 성격상 사건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기에 긴장감을 유발하고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긴박감 넘치는 추격전은 필수요소처럼 극에 들어가기 마련이다. 이에 맞춰 기세훈 촬영감독은 A 카메라로 레드 에픽 드래곤(RED EPIC DRAGON)을 사용했다. 살인이나 피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알렉사(ALEXA) 카메라보다 강한 콘트라스트와 거친 느낌을 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핸드헬드로 긴박감을 표현하기에 용이하고 뛰어다니며 추격전을 사용할 때 쓰는 장비인 모비(MOVI)에도 잘 맞았다.

한 번에 다양한 컷을 확보할 수 있는 레드 에픽 드래곤으로 감정선이 끊기지 않게 영화 전체적으로 사용하는 가운데 레드 스칼렛(RED SCARLET) 1대와 고프로(GOPRO) 2대를 추가한 장면이 있다. 영화 중후반부, 번개가 치는(김성관 조명감독은 용접기를 가지고 번개 효과를 만들었다!) 가운데 용의자 이유노가 차를 몰고 가다 저수지에 빠지는 장면에서였다. 다만 자동차가 뛰어오를 때 충격으로 고프로를 리깅한 범퍼가 날아가는 바람에 제대로 된 소스를 건질 수 없었다. 다행히 레드 스칼렛은 잘 붙어 있어 레드 에픽 드래곤 화면과 함께 다양한 장면을 얻을 수 있었다.

자동차가 수중에 빠지는 장면과 함께 수족관에서 촬영된 또 하나의 장면은 대만과 태수가 유력한 용의자를 쫓다 지하실에 갇혀 감전사 할 뻔한 장면에서였다. 미술팀은 세트장에 수족관을 만들어 바닥에 물을 채웠다. 그리고 주변에 벽면을 설치해 눅눅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물 속에 전기가 흐르는 설정이었던 까닭에 두 배우는 와이어를 차고 형광등과 난간에 의지해 연기했고 촬영팀은 사다리에 올라 핸드헬드 촬영으로 위태로운 상황을 카메라에 담았다. 조명의 경우, 씬 전체가 어둠 속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그대로 드러나서는 곤란했다. 어항에 라이트를 설치하고 그 분위기로 긴장감을 조성하는 가운데 범인이 전원 스위치를 올렸을 때 형광등이 켜지면서 대만과 태수의 감정이 드러나도록 설계했다.

<탐정>의 하이라이트 격인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는 결말부는 사건의 출발점인 첫 번째 살인이 벌어지는 상황과는 정반대의 조건과 느낌으로 연출했다. 아파트라는 공간과 환한 아침에 희생자가 발생하는 첫 번째 살인은 일상의 느낌이 깨지지 않게 광각으로 한 프레임 안에 모든 상황을 잡으려 했고 조명의 명암은 거칠지 않게 조절했다. 그와 다르게 결말은 비가 심하게 내리는 한 밤의 골프장으로 배경을 잡았다. 교환살인으로 밝혀지는 사건 해결의 특성상, 개연성 있게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포인트였다. 기세훈 촬영감독은 이전 씬들과 달리 로우키로 조금 더 무겁게 분위기를 가져갔으며 핸드헬드 촬영으로 범인들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표현했다.

 

웹진 영화기술
vol.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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