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영화는 하나의 소우주다. 큰 변화는 없지만 미세한 변화가 감지된다. 종종 동어반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읽어낼 수 있는 거리들은 많다. 그것은 영화가 현실을 모방하고 현실이 영화를 모방하며 하나의 원을 구성토록 하는 홍상수 특유의 연출법 때문이다. <옥희의 영화>는 그런 홍상수의 연출이 극대화된 경우다. 영화과 학생 옥희(정유미)와 진구(이선균), 그리고 송 교수(문성근)의 삼각관계를 그린 <옥희의 영화>는 ‘주문을 외울 날’, ‘키스왕’, ‘폭설 후’, ‘옥희의 영화’ 4개의 단편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장편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유기적으로, 혹은 개별적인 에피소드라고 해도 될 만큼 독립적으로, 그러니까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형식을 달리하게끔 연결되어 있다. 세 명의 주인공이 각자의 관점에서 서로의 관계를 고찰하며 또한 이것이 영화 속 영화로 다시 한 번 재구성되는 것. 인물간의 역할 중첩과 차이로 이야기의 변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강원도의 힘> 또는 <생활의 발견>이, 극중 영화가 현실에 침투한다는 점에서 <극장전>이 연상되는 등 <옥희의 영화>는 홍상수 영화의 종합선물세트처럼 보일 정도다. 실제로 <옥희의 영화>의 배우들은 홍상수의 중편 <첩첩산중>에서 그대로 넘어온 경우다. <옥희의 영화>는 4개의 단편을 ‘겹치고 겹침’으로써 그 속에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관계의 복잡성은 물론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점철된 현실의 극적인 광경까지 숨겨놓는다.

GQ KOREA
2010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