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DVD 한정판


<괴물>의 한정판이 나왔다. 2006년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만큼 구성도 화려하다. 본편 외에 300분이 훌쩍 넘는 부가영상이 2장의 디스크에 빼곡히 담겨 있다. 특히 한국 영화사상 전대미문의 캐릭터인 괴물의 창조과정 및 연출 작업에 집중한 서플먼트는 과연 기대했던 바를 ‘지대로’ 충족시켜준다.


한강에 나타난 괴생물체와 사투를 벌이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괴물>에서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괴물은 영화의 시작이자 존재의의. 이를 위해 류성희 미술감독의 권유로 참여하게 된 장희철 크리처 디자이너는 괴물을 ‘디자인’하였고, 이를 토대로 <반지의 제왕><킹콩>으로 유명한 웨타 워크샵이 괴물의 ‘모델링작업’을 담당했으며, <쥬라기 공원><맨인블랙2>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캐빈 래퍼티의 총감독 하에 <해리포터와 불의 잔><슈퍼맨 리턴즈>의 오퍼너지가 ‘CG 작업‘을 맡아, 현실에는 없는 그러나 스크린 속에 살아 숨 쉬는 생물체를 창조하였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이와 같은 괴물 제작 과정이 ‘괴물 탄생’과 ‘괴물 제작’으로 나뉘어 스케치에서부터 실제 영상까지 19개의 챕터 속에 세세히 소개된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스크린 속 괴물의 영상만을 따로 모아 봉준호 감독이 직접 코멘터리를 첨부한 ‘괴물은 왜 그랬을까’  괴물의 변천과정은 물론 잡아온 사람을 왜 은신처에 모아두는지, 왜 이 시점에서 뼈를 토하는지 등 해부학적으로 분석한 이 코너를 통해 영화에서는 알 수 없었던 괴물의 심리와 행동유형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괴물>에 출연한 배우, 연출진들이 CG로 창조된 괴물과 실제상황으로 호흡을 맞출 수는 없는 법. 그 비밀은 세 번째 디스크에서 풀린다.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건 아니다. 그저 괴물의 움직임을 임의로 상정해 봉준호 감독의 지시에 따라 ‘허공에 삿대질하듯’ 배우는 연기하고, ‘맨땅에 헤딩하듯’ 촬영 팀은 카메라를 돌린 것. 웃음이 터지는 광경이지만 이들은 얼마나 힘들었던지 제작부의 가장 절망적이고 억울했던 순간이 ‘한강 한풀이’에 가감 없이 표현된다. 1,300만 관객이 본 영화는 이런 과정 끝에 탄생하게 되었다.


<괴물> 한정판이 중요하게 평가받는 건 단지 역대 흥행 1위의 작품이 출시됐다는 이유에서가 아니다. 한국영화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지만 여전히 취약한 부분이 많다. 그중 하나의 길을 개척한 <괴물>은 그런 의미에서, 연출 과정을 체계화해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이 땅에는 여전히 제2, 제3의 <괴물>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 <괴물>의 귀환이 아주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이 때문이다.


(2007. 1. 11. <스크린>)

아가사 크리스티 DVD 패키지


몇 년 전부터 국내 출판계에 추리소설 바람이 거세다. 그 선두주자 중 하나가 바로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다. 이미 두 군데 국내 출판사에서 그녀의 전집이 출간되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DVD로도 출시가 되었다.

‘아가사 크리스티 패키지(Agatha Christie Package)’라는 이름을 달고 출시된 이번 타이틀에는 모두 8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위치우드 살인사건>(82) <잊을 수 없는 죽음>(83) <카리브 해의 비밀>(83) <거울 살인 사건>(85) <13인의 만찬>(85) <3막 살인>(86) <죽은 자의 어리석음>(86) <갈색 양복의 사나이>(89)가 바로 그것.

그녀의 초기작부터 후기작까지 시대에 따라 고르게 실려 있는데 <갈색 양복의 사나이)는 1924년에 발표된 작품이며 중기 작이랄 수 있는 <위치우드 살인사건>과 <잊을 수 없는 죽음>은 각각 1939년, 1945년 작품이고 후기작인 <카리브 해의 비밀>은 1964년에 출간되었다.

특히 이번 패키지의 가장 큰 매력은, 책의 활자를 통해 머릿속으로만 이미지를 그릴 수 있었던 두 주인공, 애큘 포와로와 미스 제인 마플을 실물(?)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포와로가 등장하는 작품이 두 편(<13인의 만찬><죽은 자의 어리석음>), 마플 여사가 등장하는 작품이 세편(<카리브 해의 비밀><거울 살인 사건><3막 살인>) 실려 있는데 이를 연기한 피터 유스티노브와 헬렌 헤이즈가 각각 포와로, 마플의 전문배우로 명성을 날린 건 이미 유명하다.

모두 아카데미상 수상자일 정도로 워낙에 연기가 출중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들의 외모가 소설 속 지문, 즉 ‘달걀 모양의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여 갸우뚱한 모습을 하고 있는’ 포와로와 ‘점잖고 설득력 있는 태도를 지닌 백발의 할머니 노처녀’ 마플에 흡사할 정도로 가까웠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가사 크리스티 패키지가 본편 외에 별다른 서플먼트를 담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활자를 영상화한 영화의 힘이 크다. 물론 1920년부터 1976년까지 평생 56년간 집필 활동을 하며 66편의 장편과 20편의 단편을 생산한 아가사 크리스티의 공적에 비추어 8편은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 단 한편만이 DVD로 출시되어 있는 국내 실정상 아가사 크리스티 패키지의 출시는 그녀의 팬뿐 아니라 추리영화 팬들에게는 퍽이나 반가운 선물이 아닐 수 없다.


(2006. 12. 13. <스크린>)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Springtime Of Mimi And Cheol-Su)


8,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던 이들이 이제 사회의 주 활동계층으로 올라서면서 7080문화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음악 만해도 7080세대만을 위한 쇼프로가 기획되는 등 그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런데 유독 영화만큼은 안타깝게도 7080세대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상황에서 1980년대를 대표했던 청춘영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이하 청춘스케치)>가 DVD로 발매되었다. 

<청춘스케치>(87)는, 당대 최고의 청춘 배우였던 강수연과 박중훈이 각각 미미와 철수로 출연하고,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코미디언 최양락이 최아랑드롱 역을 맡아 코믹한 열연(?)을 펼쳤으며, 여기에 이규형 감독의 재기 넘치는 연출력이 더해져 서울극장에서만 26만 명이 관람하는 등 그해 최고의 한국영화 흥행작으로 이름을 올렸던 작품이다.

대학생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까닭에 젊음이라는 코드를 웃음으로 포장하고 이것이 너무 가볍게 보이지만 않도록 당시 이들의 연애관과 결혼관을 접목하며 시대의 공기를 잘 포착한 것이 흥행의 주된 이유였을 것이다. 또 있다. <청춘스케치>는 한국영화사(史)적으로 보았을 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작품 중 하나다. 이전까지 ‘하이틴’ 시리즈의 최훈 감독(2005년 작고)과 ‘얄개’ 시리즈로 유명한 석래명 감독(2003년 작고)이 구축한 청춘영화의 공식에 한국 영화 특유의 신파조를 더함으로써 이후 나온 청춘영화의 새로운 모범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발매된 <청춘스케치> 타이틀에 예고편과 오리지널 포스터, 그리고 스틸사진 외에 영화사적 의미에 대한 코멘터리가 누락된 건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아무리 20년 전의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이규형 감독이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마당에는 더욱이 말이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성의부족으로 몰기엔 한국 영화가 안고 있는 문제가 너무 크다. 역사라고 말하기가 망설여질 만큼 한국 영화에 대한 사료가 너무 빈약하다는 데 있다. 이에 비추어 <청춘스케치>의 DVD 발매는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한국 영화사의 누락된 행간을 복원했다는 것 외에 정보의 평등화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의미 때문이기도 하다.

무슨 소리냐고. 일반인들이 국내 고전영화 자료에 접근하는 통로는 굉장히 제한적이다. 그런데 DVD는 이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7080뿐 아니라 더 많은 이들에게서 끊임없는 요구와 수요가 이뤄질 경우, 우리는 앞으로 다양한 과거의 한국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2006. 11. 12. <스크린>)

얼티밋 수퍼맨 콜렉션 DVD


수퍼맨은 태생부터가 미국, 그 자체다. 외계에서 온 이방인이라는 인물 설정은 과거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에 입성한 이주민과 겹쳐지고, 클라크가 지구를 지키는 영웅으로 재탄생한다는 이야기는 세계 경찰국가로 거듭난 현재의 미국이 추구하는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영화는 그런 수퍼맨을 1978년부터 무려 다섯 번에 걸쳐 스크린에 재현했다. 이를 모두 한자리에 모은다면, 우리는 그 속에 담긴 미국을 좀 더 체계적으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회가 생겼다. 수퍼맨과 관련한 모든 영화를 모은 <수퍼맨> 박스세트 ‘얼티밋 수퍼맨 콜렉션(Ultimate Superman Collection)’이 발매된 것.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박스세트에는 리처드 도너, 리처드 레스터, 시드니 J 퓨리에 의해 4탄까지 영화화된 초기 <수퍼맨> 시리즈와 올 2006년 무려 19년 만에 다시 돌아온 브라이언 싱어의 <수퍼맨 리턴즈>까지, 그리고 이에 더해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감독 케빈 번즈가 연출한 ’Look Up In The Sky: The Amazing Story of Superman’이 더해져 수퍼맨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남다른 의미가 함축되어 있고, 무엇보다 많은 수의 디스크로 구성이 되어 있다 보니 ‘얼티밋 수퍼맨 콜렉션’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평소와는 다른 조금 남다른 자세가 요구된다. 모, 별 거 아니다. 가급적 시대에 맞춰 차례대로 보라는 것. 우리의 주인공이 악의 무리를 처단한다는 결과는 매한가지이지만, 시기를 달리하여 개봉한 각각의 <수퍼맨>에는 당시 미국이 처한 상황과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이들의 80년 이후를 추론하기에 적역이다.

가령, 1978년의 <수퍼맨>에는 80년대 거품경제의 주범이었던 악당 재벌이 악역으로 등장하며, 1983년 작에는 도스의 등장을 통해 컴퓨터의 발달로 야기된 프로그래밍과의 대결이 주요 스토리가 되고, 가장 졸작으로 평가받는 <수퍼맨4>에는 핵무기 반대를 기조로 내세우며 핵에 대한 불안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가장 압권은 <수퍼맨 리턴즈>. 이제 미국은 내부 문제도 모자라 외부 문제로 골치를 썩으니 수퍼맨은 메시아, 즉 세상을 구원하는 예수로 탈바꿈한다.

다시 말해, 수퍼맨은 미국의 신화인 셈. 미국처럼 역사가 일천한 나라는 영화가 이를 읽어낼 수 있는 아주 좋은 텍스트가 된다. 미국을 대표하는 코믹스가 어찌 신화의 위치에까지 오를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이 궁금하다고? ‘얼티밋 수퍼맨 콜렉션’이 그 해답이다.


(2006. 11. 16. <스크린>)

<킹덤 오브 헤븐> 디렉터스컷 DVD


DVD 알기를 돌같이 하는(?) 데이비드 린치나 우디 알렌 같은 감독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DVD는 감독들에게 엄청난 창작의 권한을 선사한 것이 사실이다. 그중 DVD를 통해 심하다싶을 정도로 자신의 작품을 완벽하게 손보고 또 영화에 대한 모든 것을 소개하려는 이가 있으니, 바로 리들리 스코트 감독이다.

<킹덤 오브 헤븐>이 ‘디렉터스컷’으로 출시되었다. 충분히 예상한 일이다. <블레이드 러너>의 경우,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계속적인 수정을 가하며 여러 번의 DVD로 출시한 건 이미 유명한 일화.

그뿐인가, 리들리 스코트의 작품만을 전담하며 DVD 프로듀싱을 맡고 있는 찰스 드 로지리카의 도움 하에 <결투자들><델마와 루이스><한니발><글래디에이터><블랙 호크 다운> 등 그의 대다수 작품이 스페셜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출시가 된 전력이 있다.


그중 십자군 전쟁을 소재로 한 영웅 이야기 <킹덤 오브 헤븐> 디렉터스컷은 리들리 스코트 DVD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하다. 본편과 서플먼트를 합쳐 도합 9시간 27분 분량의 타이틀 재원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이 난의 페이지가 벅차게 느껴질 정도.


4장의 디스크에 담겨 나온 이번 타이틀은 우선, 극장 판에 약 50분을 추가하고 영화 전체를 다시금 편집함으로써 194분 분량의 본편으로 다시금 태어났다. 전체 맥락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디테일을 늘려 극장에서 영화를 본 관객이라도 새로운 느낌이 들게끔 하였다. 하지만 이번 타이틀의 진가가 가장 잘 드러나는 대목은 2장으로 구성된 서플먼트 부분이다. 영화 제작 과정을 여섯 개의 파트로 구분하여 각각의 다큐멘터리, 동영상 자료, 사진 자료, 텍스트 자료, 스태프의 음성 해설 등 다채롭고 방대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는 것.


특히 <킹덤 오브 헤븐>의 메이킹 다큐멘터리는 ‘Interactive Production Greed’라 하여, 각 단계별 영화 공정 과정이 감독, 스텝, 배우로 나눠져 9개의 섹션으로 꼼꼼하게 소개된다. 총 1시간 23분에 달하는 상영시간 안에 영화의 아이디어가 제시된 개발 단계에서부터 프리 프로덕션 단계와 본격적인 촬영 그리고 후반 편집단계까지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하나도 빠짐없이 인터뷰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한마디로 <킹덤 오브 헤븐> 디렉터스컷은 영화 DVD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타이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6. 9. 14. <스크린>)

<라스트 데이즈>(Last Days)>


구스 반 산트가 커트 코베인의 이야기를 연출한다고 했을 때 일반적인 전기 영화를 만들 거라 생각한 이는 없었다. 예상대로 그는 <게리>, <엘리펀트>로 이어지는 ‘재구성 삼부작’의 마지막으로 <라스트 데이즈>를 완성하였다. 그런데 커트 코베인의 죽음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사실 그 진실에 대해서는 누구도 제대로 알고 있는 바가 없다. 감독은 바로 여기에 초점을 맞춘다.


<라스트 데이즈>는 블레이크(마이클 피트)라는 인물을 앞세워 커트 코베인의 마지막 날들을 시간 순으로 구성한다. 하지만 그것은 철저한 사료 고증에 따른 재구성이 아니다. 이번에 발매된 <라스트 데이즈> SE의 ‘The Making of Gus Van Sant’s Last Day’s’을 보면 이 영화가 작업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의견을 참조하여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자살과 이에 얽힌 몇 가지 행적을 뼈대로 놓아두고 커트 코베인이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라는 추측 하에 의견을 조율함으로써 파편화된 그의 마지막 날들을 다시금 맞추는 것이다.


구스 반 산트의 이런 구성은 커트 코베인과 그의 그룹 너바나가 보여줬던 즉흥적이고 자유분방하며 꾸밈이 없었던 태도를 적극 반영한 결과다. <라스트 데이즈>가 평범한 전기 영화에 머물지 않고 걸작의 대접을 받는 건 그런 인물의 성격을 구조로 체화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블레이크가 연주하는 모습을 창문 밖에서 롱테이크로 잡아 서서히 뒤로 빼는 장면은 기억할만한 순간으로 꼽을 만하다. 손에 잡힐 듯 지근거리에 있으면서도 붙잡을 수 없는 연민과 슬픔. 이 장면을 관통하고 있는 그와 같은 정서야말로 커트 코베인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 느끼는 감정일 테다. 이 장면을 얻기 위해 구스 반 산트와 촬영감독 해리스 사비데스는 무려 7번의 테이크를 돌렸다. 또 하나의 흥미 있는 서플먼트 ‘On the Set of Gus Van Sant’s Last Day’s:The Long Dolly Shot’에서는 그에 얽힌 일화를 빠짐없이 담아냄으로써 명장면이 어떻게 탄생하였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라스트 데이즈> SE는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방대한 양의 서플먼트를 보유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영화가 가지고 있는 핵심을 찌르는 알찬 구성이 그 가치를 높이고 있다. 그 외에 삭제된 장면이 수록되어 있으며 특히 블레이크 역을 맡은 마이클 피트가 <파고다>라는 밴드를 구성하여 부르는 ‘Happy Song’의 뮤직비디오는 너바나를 추억하기에 딱 좋은 클립이다.


(2006. 8. 19. <스크린>)

<헐크>의 서플먼트는 이렇게


최근 개봉한 이안의 <헐크>, 원작이 만화라는 점과 그리고 <두 얼굴의 사나이>라는 국내 제목으로 TV 방영되었다는 점에서 디비디의 발매가, 아니 그 서플먼트가 기다려지는 타이틀 중 하나이다. 그래서 필자 나름대로 <헐크>의 서플먼트를 구성해 보았다.  

일단 여느 타이틀과 마찬가지로 이안 감독의 코멘터리가 들어가는 것은 필수라 하겠다. 특히 이안의 <헐크>는 여느 슈퍼 영웅을 다룬 영화와 달리 볼거리보다 인간적인 면모에 중점을 두었고 게다가 만화라는 매체가 갖는 특성을 스크린에 실험적으로 구현했기 때문에 그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선 감독의 오디오 코멘터리만큼 확실한 건 없다.

물론 <두 얼굴의 사나이> 때와 달리 헐크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한 관계로 그 제작과정의 전모를 보여주는 것도 빼 놓아선 안되겠다. 또한 원작만화와 TV 시리즈에 등장한 <헐크>를 영화와 비교해 보여주는 것도 비교적 재미있는 시도일 테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제작사 측에서 알아서 삽입할 것이니 일반적인 얘기는 이쯤에서 멈추기로 하고.  

<두 얼굴의 사나이>를 비롯, 영화 <헐크>를 보면서 들었던 의문 하나. 왜 헐크의 청바지는 반만 찢어지는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서는 검열 때문이다 혹은 바지가 스판이다 라는 다종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의 청바지가 절대 찢어지지 않는 이유’ 라는 제목 하에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한 다큐멘터리가 첨가된다면 팬들은 물론이요 팬 아닌 이들에게도 참신하고 기발한 기획이 될 것 같다.  

필요하다면 원작자인 스탠 리가 직접 이 물음에 답해 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필자가 스탠 리에게 바라는 건 이보다는 이안의 <헐크>를 본 그의 의견이다. <엑스맨 1.5>와 <스파이더맨>의 서플먼트를 접하면서 정작 원작자인 스탠 리의 목소리가 빠져서 아쉬웠는데 이 기회에 스탠 리가 <헐크>는 물론 <엑스맨>과 <스파이더맨>까지 비교해서 자신의 감상을 말해 준다면 이 보다 더 심도 깊은 인터뷰는 없을 것이요 마케팅면에서도 <헐크> DVD의 판매률을 높일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일 것이다.

이안을 <헐크>의 감독으로 영입한 유니버셜 관계자들의 인터뷰 역시 잊어선 안되겠다. 아마도 유니버셜이 이안을 영입한 까닭은 <와호장룡>의 액션씬에 감화된 탓이었을 텐데 그들이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물을 보고 느꼈을 감정이 어땠을까, 하는 의도에서 출발한 인터뷰는 제작자를 꿈꾸는 영화학도들에게 또 다른 교육재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참, <헐크>로 재미있는 이스터 에그를 만들 수도 있다. 만약 필자에게 이 프로젝트가 맡겨진다면 옷이 홀랑 벗겨진 헐크가 자신의 찢어진 청바지를 찾으러 좌충우돌하는 시나리오로 이스터 에그를 구성하겠다. 제일 군침도는 서플먼트가 아닌가(?).

자, 여기까지가 필자가 구성한 <헐크>의 서플먼트다. 어떤가, 이 정도면 감히 지상 최대의 디비디 서플먼트가 될 것 같지 않은가. 이보다 더 훌륭할 순 없다고 본 필자, 과감히 주장할 수 있다. 그러니 <헐크>의 DVD 판권을 구입한 제작사측은 필자의 기사를 주목하도록!  


(2003. 7. 월간 <DVD21>)

<스위밍 풀> ‘무삭제’ DVD?

<스위밍 풀> ‘무삭제’ DVD가 출시된다고 한다. 개봉 당시 필름이 삭제 돼있었다는 얘기다. 누가 삭제했을까?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를 의심할 수도 있겠으나 그랬다면 이슈가 되었을텐데 그런 소식이 들려온 적은 없다. 이 영화는 1차 심의에서 18세 상영가를 받았다. 부분 삭제된 필름으로 심의를 받았던 것이다.

의문이 든다. <스위밍풀> 수입사측에서 등급을 받지 못할까봐 지레짐작, 문제가 될만한 부분을 미리 삭제하고 심의를 받은 것은 아닐까? 정말 그렇다면 문제다. 영등위가 직접적으로 필름을 자를 권한은 없지만 <죽어도 좋아>, <킬빌 Volume1> 등에서 보여준 전력을 볼 때 간접적으로 가위질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 도리가 없다.  

무엇보다 특정부분을 삭제했다고 해서 <스위밍 풀>측은 어떻게 등급통과를 자신할 수 있었을까? 왜냐하면 그동안 영등위가 심의에서 보여준 기준을 보건데 말이 기준이지 그 해석은 들쭉날쭉 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개봉 당시 과도한 폭력성을 문제삼아 12초 분량을 삭제한 끝에야 겨우 18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던 <킬빌 Volume1>이었거늘 후에 벌어진 DVD 심사에서는 무삭제 통과되었으며 또한 그 수적인 면에서는 비교할 수 없으나 사지절단이라는 잔인한 강도 면에서 결코 뒤질 것이 없었던 <천년호>의 경우는 15세 관람가라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도대체가 상황을 판별할 정확한 기준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위밍 풀> 수입사 측이 미리 필름을 삭제하고 심의를 넣은 의도가 자뭇 궁금해진다. 어쩌면 디비디 시장에서 ‘무삭제’가 가지고 있는 홍보효과 때문은 아닐까?

그 진위여부를 이 지면에서 따지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그 가능성만은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정말로 사실이라면 착잡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삭제’라는 떳떳치 못한 행위가 마케팅에 이용되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다니. 그 이유는, 제한상영관은 단 한군데도 없으면서 제한상영가라는 웃지 못할 등급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급보류와 같은 심의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영등위 관계자들이 방어용으로 흔히 써먹는 레퍼토리가 있다. ‘제한상영가도 등급이다. 우린 기준에 맞춰 등급을 부여할 뿐이다. 제한상영관이 없는 건 우리가 알 바 아니다“

악법도 법이란 얘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악법을 계속 지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올바른 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제한상영관이 단 한군데도 없는 이 땅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은 누가 봐도 악법이다. 이를 올바로 잡기 위해서는 제한상영가 등급을 없애거나 제한상영관을 세우면 된다.

그럼 이것은 누가 해야 하나? 제한상영가 등급이라는 부당한 제도에 반대하거나 피해 받는 이들이 해야한다. 그렇다면 불합리한 제도 속에서 심의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욕을 먹는 영등위 관계자들도 이 대열에 동참해야 함은 물론이다. 사실 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있다면 제도에 따라 등급을 부여한 죄 뿐이지. 다시 말해 영등위 위원들도 피해자다.

그러니 영등위 위원들이여, 당신들의 멍에를 풀기 위해서라도 제도 뒤에 숨어 안주할 것이 아니라 제한상영가 등급 폐지/제한상영관 건립 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2004. 2. 영화 월간지 <DVD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