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행위>는 액션물로 분류되지만 오히려 액션이 뒤로 밀려난 것만 같은 인상을 줄 정도로 이야기에 신경 쓴 기색이 역력하다. <폭력행위>는 표면상 자신의 부인을 강간한 이들을 찾아 복수한다는 내용이지만 영화는 액션 장면보다 주인공 플린의 고뇌하는 모습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사람을 죽이는 킬러이면서 동시에 치료하는 의사이기도 하고,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그 이면에는 죄의식에 따른 괴로움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스스로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로 비칠 정도로 플린의 이중성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는 플린의 폭력성을 잔인할 정도로 묘사하는 한편에 아름다운 부인 올리비아와의 일상을 교차하면서 이중성의 딜레마를 극대화한다. 이는 곧 플린이 겪는 분열이기도 한데 영화는 이를 극적 반전으로 삼으며 이야기의 흥미를 배가한다. 결국 이를 통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복수의 유해함이다. <폭력행위>의 부제를 붙인다면 ‘복수는 바람직한 행위가 아니다’정도가 될 듯싶다.
영화의 주제는 물론 플린의 장도리 액션과 이를 뽑는 장면은 많은 점에서 <올드보이>를 연상케 한다. 아닌 게 아니라, <폭력행위>의 감독(이자 주인공)은 한국인 일림(Il LIM)이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3살부터 무술을 배웠으며 미국에서는 무술학교를 세워 많은 영화인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리고 <폭력행위>는 일림의 장편감독 데뷔작이기도 하다. 한편 이 영화에는 <헬보이>의 론 펄먼이 배우로 참여해 반가움을 더한다.

13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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