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로봇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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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트랜스포머’ 인간이 스크린을 주름살 잡던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은 갔다. 2년 전 거대 로봇 시대를 활짝 열어 젖혔던 <트랜스포머>가 다시 한 번 스크린을 정복하기 위해 지구에 온다. 이에 맞서 작은 규모의 영화로 중무장한 인간들의 역습도 만만치 않은 전차로, 6월은 가히 ‘다윗vs골리앗’의 대결이라 할만하다.


절대강자 <트랜스포머2>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이하 <트랜스포머2>)은 6월 25일 나 홀로 개봉할 정도로 일찌감치 2009년 상반기 기대작으로 자리 잡은 터. 전편에서 만화 상에만 존재하던 로봇들이 뿅~ 실사로 구현돼 많은 팬들을 흥분의 도가니탕에 빠뜨렸던 만큼 벌써부터 로봇들의 사자후가 전 지구에 울려 퍼지누나. 

<트랜스포머2>는 오토봇과의 로봇전쟁에서 수적인 우세에도 불구, ‘다구리’ 당한 디셉티콘이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디셉티콘은 나쁜 로봇 놈들을 규합해 좋은 로봇 분들과 전쟁을 펼치니, 1편에서 12놈이었던 트랜스포머가 2편에선 40놈으로 늘어났단다. 싸우는 장소도 미국을 넘어 상하이에, 파리에, 이집트의 피라미드까지 전 세계적 규모로 확장된 바, <트랜스포머2>는 전편보다 더 많아진 로봇들이 더더 거대한 전쟁을 펼치는 더더더 똥꼬 긴박한 상황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렇게 로봇들이 감 놔라, 배 놔라 판을 치는 형국이라 샤이어 라보프와 메간 폭스 등 우리의 비정규 인간 배우들은 상대적으로 할 일이 많이 줄어들어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이 앞을 가림이다. 갈수록 설 자리를 잃는 작금의 일자리 위기를 반영하듯 <트랜스포머2>는 1편에 비해 더욱 어두워진 비전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다만 로봇들이 막간을 이용해 연료를 보충하는 동안 마이클 베이 감독께서 쭉하고 빵한 메간 폭스의 몸매를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특별히 마련해 인간 배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고. 단, 가족영화라 수위 조절이 이뤄졌다고 하니 서서쏴 관객들이여, 과도한 기대는 금물!


작은 영화의 역습

볼거리 면에선 비할 바 못 돼지만 작품성 면에선 <드래그 미 투 헬> <로나의 침묵>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이 <트랜스포머2>를 약 깻잎 1.2장 차이로 능가한다. <드래그 미 투 헬>은 <스파이더맨>의 샘 레이미가 메가폰을 잡은 등골 오싹하고 오줌 찔끔하고 모골 송연한 공포영화라는 점에서 기대가 모아진다. 벨기에 영화 <로나의 침묵>은 예술영화계의 지존무상 다르덴 형제의 작품이란 점에서,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은 <친절한 금자씨> 이후 오랜 만에 스크린으로 컴백홈한 최민식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입장료 투자가 아깝지 않은 영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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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OOK
(2009년 6월호)

충무로 춘궁기, 작은 영화로 돌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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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영화계엔 제목조차 낯선 영화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투자 위축과 수익성 저하로 한때 제작비 20~30억 원대 영화들이 합리적인 대안으로 나왔지만 시장에서 가능성을 입증하지 못하자 최근에는 10억 원대 작은 영화들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저예산’으로 지칭되는 작은 영화들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그 면면은 사뭇 달라 보인다. 충무로에 불어닥친 불황을 돌파하기 위한 대안으로, 더 많은 관객들에게 어필하려는 상업적 기획의 일환으로, 실험과 모색을 하고 있는 작은 영화의 면면은 다양하다. ‘저예산 상업영화’를 지향하며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최근의 작은 영화들의 경향과 주목해야 할 작품들을 함께 소개한다.

<허밍>(3월 13일 개봉) <동거, 동락>(3월 27일 개봉) <경축! 우리사랑>(4월 10일 개봉). 모두 제작비 10억 원 내외의 작품으로 3, 4월 개봉하는 한국영화들이다. 시기상 비수기인 탓도 있지만, 이들 외에도 예산 규모를 확 줄인 ‘작은 영화’들이 곳곳에서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다. 작은 영화 제작 붐은 사상 최악의 춘궁기를 맞은 한국영화 환경 탓이기도 하지만 갑작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비근한 예로, 2007년 하반기만 하더라도 <색화동>(3억 원) <은하해방전선>(1억 원)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3천5백만 원) 등 저예산 독립영화들이 집중적으로 개봉하기도 했다.

최근 불어닥친 작은 영화들 역시 다양성 측면에서 그런 연장선상에 놓인다. 다만 ‘저예산’ 하면 예술영화, 독립영화를 떠올리던 과거의 통념을 벗어난다는 점, 소규모 개봉만 고집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흥행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와 전략을 세운다는 점 등에서 차별화를 보인다.

불과 1~2년 사이에 충무로에 불어닥친 신규 투자의 급격한 감소는 지난해부터 제작비 20~30억 원대 영화들의 출현을 대거 불러왔다. 이런 제작비 슬림화 현상은 축소된 영화시장에 적합한 합리적인 영화 제작에 대한 기대를 모았던 것이 사실. 허나 천편일률적인 소재와 단순 예산 감소에 따른 영화의 질적 하락은 한국영화의 추락을 막지 못했다. <경축! 우리사랑>을 제작한 (주)아이비 픽쳐스의 이형승 대표는 “최근 들어 한국영화 시장이 주춤해지고 20~30억 원대 영화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한국영화의 손익분기점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제작비 규모가 20억 원 미만으로 내려가면서 10억 원 정도의 영화가 관심을 받는 추세고 독특한 소재와 주제의 영화들이 경쟁력을 시험받고 있다.”

최근 10억 원 규모의 ‘더 작은’ 영화들이 몰려오고 있는 상황은 주목할 만하다. 단순히 한국영화 불황에 대한 타개뿐 아니라 새로운 소재, 과감한 아이디어, 이야기 규모에 걸맞은 합리적인 예산 책정으로 위험요소를 최소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속을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시험대에 오른 작은 영화

19편의 영화가 개봉하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추격자>와 같은 대박영화가 등장한 1, 2월과 달리 3, 4월 개봉이 확정된 영화는 9편에 불과하다. (단편 <나도 모르게> 제외) 그 중 <마이 뉴 파트너> <숙명> <도레미파솔라시도> <비스티보이즈>를 제외한 다섯 편의 영화 <허밍> <동거, 동락> <경축! 우리사랑> <작별> <어느 날 그 길에서>는 모두 10억 원 미만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성수기를 노린 대작영화들의 빈자리를 중급 혹은 그 이하 영화들이 메우는 비수기임을 감안하고, 큰 제작비가 들지 않는 다큐멘터리 <작별>과 <어느 날 그 길에서>는 논외로 치더라도 <허밍> <동거, 동락> <경축! 우리사랑>까지, 세편의 저예산 장편영화가 1~2주 터울로 개봉하는 것이다.

<허밍>은 <연풍연가> <하면 된다>의 박대영 감독 신작으로, 사고로 오래된 연인을 떠나보낸 후 단 한 번 그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남자가 사랑을 깨닫는다는 내용의 멜로드라마다. 2006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HD영화 제작지원 프로젝트로 선정된 이 영화는 순제작비가 7억 원에 불과하다. 제작사 더드림픽쳐스의 김영심 이사는 “당시 개발 중이던 <허밍>의 시나리오가 HD영화로 제작하기에 적합한 아이템이라 고민하던 차 영진에 응모하게 됐다. 5억 원을 지원받았는데 부족한 감이 있어서 2억 원을 더 투자받았다”고 설명했다.

<동거, 동락>은 딸이 홀로 된 엄마에게 딜도를 선물할 정도로 은밀한 사생활 얘기에 거리낌 없는 친구 같은 모녀의 연애를 다룬 작품. 이 영화는 4억 원 내외의 예산에서 영화를 제작할 계획으로 2006년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가 주최한 신인감독 발굴 프로젝트 ‘감독의 꿈’ 당선작이다. 최종적으로 7억 원의 제작비가 쓰인 것으로 알려진 <동거, 동락>의 김태희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당시 소위 ‘쎈’ 이야기라 충무로 자본으로 찍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시나리오 초고대로라면 7억 원의 예산으로도 불가능했지만 이미 정해진 예산이 있었던 공모전을 통했기 때문에 예산에 맞춰 시나리오를 수정했다”고 말한다.

<단풍잎> <비가 내린다> <생산적 활동> 등으로 독립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오점균 감독의 <경축! 우리사랑>은 딸의 남자를 탐한(?) 아줌마의 로맨스다. 21살 연하남과의 로맨스를 통해 정체성을 깨닫는 아줌마의 늦사랑을 코믹하게 다룬 것. <허밍>과 함께 2006년 영진위 HD영화 제작지원 프로젝트로 선정된 <경축! 우리사랑>은 지원비 5억 원과 KTB 네트워크의 한국영화 다양성 펀드에서 조성한 자금 5억 원 중 2억 원을 충당, 순제작비 7억 원으로 완성했다.

이들처럼 개봉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개봉 대기 중이거나 제작 중인 작품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주목할 것은 독립영화 전문 제작사나 소규모 신생 영화사뿐 아니라 굴지의 메이저 영화사들도 ‘작은 영화 제작’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죽어도 해피엔딩> <용의주도 미스신> 등 20억 원대 영화를 만들었지만 연달아 고배를 마신 싸이더스FNH의 경우, 제작비를 5억 원대로 책정한 저예산 영화 일곱 편 정도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제작사 모호필름은 안면홍조에 걸린 여자를 다룬 이경미 감독의 <홍당무>를 10억 원 예산으로 제작 중에 있으며 <기담>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도로시는 소년, 소녀들의 순정시대를 다룬 <소녀시대>(가제)를 저예산으로 준비 중이다. 쇼이스트 역시 전수일 감독의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가제)을 동녘필름과 공동 제작으로 10억 원에 제작 중에 있다.

작은 영화의 상업적인 가능성을 이미 확인한 영화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후회하지 않아>의 청년필름은 이송희일 감독의 차기작 <탈주>와 <나, 계희>를 10억 원 내외로, <아내에게 애인이 있다>의 필름라인은 김태식 감독의 신작 <빌어먹을 바캉스>와 권영철 감독의 <나쁜 놈이 더 잘 잔다>를 각각 15억 원과 10억 원 정도의 예산으로 준비 중에 있다. 스폰지도 김기덕 감독의 <비몽>을 10억 원, 장률 감독의 <중경>과 <이리> 두 편을 합쳐 순제작비 7억 원에 제작 중에 있다. 이 정도면 영화사의 규모를 가릴 것 없이 작은 영화가 현 시장 상황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시험 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작은 영화, 재미를 발굴하라

한국영화 불황에 따른 돌파구,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실례로만 분석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하나같이 저예산 예술영화가 아닌 흥행을 노리고 상품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허밍>은 기존의 멜로영화와는 다른 특이한 이야기다. 다만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고 감동적이라는 점에서 상업영화와 다름없다”(김영심 이사) “<동거, 동락>은 신인감독을 공모해 장편 상업영화를 연출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RG 엔터웍스 박용수 대표) “<경축! 우리사랑>은 전체적인 드라마의 완결성이나 코믹하게 소재를 다루는 연출 특성상 상업적으로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을 했다”(배급을 맡은 스폰지 조성규 대표)

상업적 메리트를 점칠 수 있는 근거는 장르성 때문이다. 저예산이라고 하면 흔히 복잡한 인물의 내면을 파고드는 관념적인 이야기, 짙은 사회성 영화를 생각하기 일쑤지만 최근 작은 영화들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장르적인 재미를 최우선으로 둔다. 판타지적 색채를 띤 <허밍>이 멜로영화의 틀을 벗어나지 않고, <동거, 동락>이 여성 관객에게 어필하기 쉬운 모녀의 이야기를 다루며, <경축! 우리사랑>이 아줌마와 21살 연하남의 파격적인 로맨스를 코믹하게 다루는 게 좋은 예다.

애초에 장르를 표방하고 제작 중인 작품도 있다. MBC프로덕션에서 15억 원의 예산으로 준비 중인 고수경 감독의 <죽이는 여자들>은 코믹 스릴러로, 아버지가 죽기를 바라는 세 모녀의 이야기다. MBC프로덕션의 김화진 프로듀서는 “저예산에 맞는 장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장르가 저예산으로 가능하다. 특히 컴퓨터그래픽 사용도가 높지 않은 로맨스와 스릴러, 그리고 코미디는 저예산에 특히 어울리는 장르”라고 말한다.

싸이더스FNH가 신인감독을 기용해 5억 원 정도를 들여 ‘작가주의’나 ‘영화제용’ 영화가 아닌 장르영화를 제작키로 한 건 장르와 작은 영화 간의 상관관계를 잘 드러내는 예다. 장르에 집착하지 않더라도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소재로 무장한 작품들도 상당수다. “작은 영화의 매력은 저예산의 부족함을 돌파하기 위한 과감한 소재와 아이디어 충만한 이야기에 있다”는 <경축! 우리사랑> 오점균 감독의 말처럼 한창 제작 중인 작은 영화들은 기존에 보지 못했던 신선한 소재, 이야기의 재미, 장르의 쾌감을 무기로 삼으려 한다. 신인 김형주 감독의 <초감각 커플>(제작 크로스필름, 순제 1억 원)은 초능력자에 관한 이야기이고, <다섯은 너무 많아> <나의 노래는>의 안슬기 감독의 신작 <지구에서 사는 법>(제작 인디스토리, 씨알필름, 순제 1억2천만 원)은 외계인과 지구인 부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독특한 설정이 눈길을 끈다.

저예산 특유의 무거운 내용이나 형식 실험보다 이야기의 재미에 더 큰 공력을 들이는 경향은 관객의 흥미를 끌기 위해 드라마를 강화한 결과다. “색다른 소재와 파격적인 설정에 드라마를 끼워 맞춰서는 시장에서 어필하기 힘들다. 드라마를 우선 강화하고 그 속에서 색다른 시도를 해야 저예산 영화도 흥행할 수 있다”는 김영심 이사의 견해는 이를 뒷받침한다. <용서받지 못한 자> <후회하지 않아>처럼 재미있는 작은 영화들의 의미 있는 성공에 따라 다양한 영화에 대한 판단과 수요가 생긴 결과다. 습관적으로 기획되는 메이저 영화들이 관객의 외면을 받는 동안 신선한 소재의 작은 영화들의 입지가 다져지기 시작했다는 것.

“이야기를 가장 흥미 있는 방법으로 전달하는 할리우드 장르 문법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야 한다. 단지 할리우드 것이라고 틀에 박힌 이야기, 전형적인 구성이라고 깎아내릴 건 아니다. 저예산 영화들도 필요하다면 할리우드 장르를 적극 받아들여 많은 관객에게 어필해야 한다”는 오점균 감독의 말은, 그런 점에서 곱씹어볼 만하다.


시장합리화의 증거

이런 작은 영화의 변화에 스타급 배우들의 출연도 잦아지고 있다. <비몽>의 오다기리 죠와 이나영,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의 최민식, <이리>의 윤진서와 엄태웅, <초감각 커플>의 진구, <홍당무>의 공효진, 이종혁 등이 그 예다. <나쁜 놈이 더 잘 잔다>의 경우,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젊은 배우가 구두계약을 맺은 상태로 알려졌다.

불과 1~2년 전만 하더라도 상업영화와 저예산영화 사이의 배우 교류는 조연급 이하에서만 빈번했던 게 사실. 주연급 배우들의 자진 출연이 갑작스러운 현상처럼 비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좋은 작품이면 개런티에 상관없이 출연할 수 있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작은 영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던 몇몇 스타 배우들을 상기해본다면 그만큼 경쟁력을 갖췄다는 증거다. “마음에 와 닿는 시나리오로 차기작을 선택했다”고 밝힌 최민식, “독특한 소재의 시나리오가 흥미로워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는 이나영의 말은 상업영화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소재와 영화의 질적 향상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적은 예산상 충분한 마케팅 비용을 책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스타들의 출연은 막강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는 요소다. <허밍>을 제작한 더드림픽쳐스 마케팅팀 관계자에 따르면, “촬영 뒤 두 배우가 출연한 드라마가 큰 인기를 모으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물론 이들이 무대 인사를 다니는 시사회의 반응도 폭발적”이라고 스타 캐스팅의 위력을 설명한다.

메이저 영화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스탭들의 작은 영화 참여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경축! 우리사랑>의 방준석 음악감독,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의 김형석 음악감독, <홍당무>의 조상경 의상감독 등이 바로 그들. 대부분은 원래 받는 개런티에서 대폭 삭감해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형승 대표는 “기존 상업영화의 트렌드와 습관적인 제작 방식에 지친 이들이 새로움에 대한 갈증을 작은 영화에서 해갈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스타와 고액 개런티 스탭들의 작은 영화 출연을 꽁꽁 얼어붙은 제작 환경에서 찾는 견해도 있다. 한 한국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제작 영화 편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배우들이 연기할 수 있는 장과 스탭들이 참여할 수 있는 현장이 줄어들었다. 기존 개런티의 대폭 삭감을 감수하면서 시장의 변화에 맞춰 적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스폰지 조성규 대표는 그렇게 삐딱한 시선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일본은 100억 원 이상의 대작과 10억~15억 원 규모의 영화로 양분돼 있다. 한국도 20~30억 원의 영화가 한계를 드러내면서 일본의 영화시장과 비슷한 형태로 가고 있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제작 형태에 맞춰 배우 출연료도 융통성을 갖게 됐다. 예전에는 출연료가 결정되면 상한선에서 요지부동이었다. 지금은 7억 원 예산의 영화에서 배우는 5천만 원 이상 받기 힘들어졌다”고 덧붙였다. 이형승 대표는 또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저예산영화와 같은 비상업영화를 나눠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지금은 그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시장이 합리화되고 있다”고 달라진 환경에 대해 설명한다.


저예산이라 놀리지 말아요

제작비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작은 영화, 즉 ‘저예산 상업영화’들도 개봉 규모를 확대하는 시대가 되었다. 스폰지는 <경축! 우리사랑>의 배급 규모를 50개 스크린 수준으로 잡고 있으며 김기덕 감독의 <비몽> 또한 와이드 릴리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섯 개 관 수준에서 장기 상영 전략을 택했던 이전 관례와 다른 결정이지만 상업적인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것. <허밍>은 무려 174개 스크린에서 개봉한다. 3대 배급사 중 한 곳인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순제작비 7억 원 영화치고는 이례적인 일. 프린트 비용만도 2억 원을 훌쩍 넘는다고 하니 제작비 대비 배급 규모로서는 모험적인 시도인 셈이다.

하여 이들은 ‘저예산’이라는 꼬리표에 부담을 느낀다. 처음부터 이야기 규모에 맞게 합리적인 제작비를 책정하고 손익분기점에 맞게 배급 규모를 결정한 것인데 자칫 돈이 없어 예산만 줄인 영화로 대중에게 선입견을 심어줄까 봐서다. 10억 원 규모의 영화를 10억 원에 찍는 게 지극히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20~30억 원 예산으로는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던 메이저 영화들이 대거 관객의 외면을 받으면서 그 여파가 미치지는 않을까 경계하는 것이다.

관객의 호응을 얻는다고 해도 문제는 또 있다. 작은 영화 관계자들은 우스갯소리로 “잘 되도 걱정, 안 되도 걱정”이라는 표현을 종종 쓰곤 하는데 여기에는 경직된 투자시장에 대한 근심 어린 시선이 담겨 있다. 작은 영화가 잘 될 경우, 10억 원짜리 영화에만 투자가 몰리는 왜곡된 환경이 조성될까 우려되는 것.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저예산 영화는 촬영 기간도 짧고 투자회수 기간도 빨라 투자자를 모으기 쉽다. 반면 시장 반응이 좋을 경우, 20억 원 이상 되는 중급 규모의 투자가 얼어붙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 작은 영화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확실해 보인다. 메이저 영화사의 적극적인 작은 영화 제작과 대형 배급사의 공모전과 같은 형태의 지원 방식도 이런 고무적인 상황을 말해준다. 합리적인 제작과 시장 사이즈에 맞는 아이템 발굴, 최소한의 안전핀 역할로 그것을 인식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저예산 상업영화’는 이 시기 한국영화의 중요한 화두다.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위험성을 최소화하거나 혹시나 터질지 모르는 흥행의 꿈을 상상하는 즐거움이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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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2.0 379호
(2008.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