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 맥스>(Mad 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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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신인감독들은 장르 컨벤션의 변용을 통해 흥미로운 데뷔작을 발표하고는 했다. 조지 밀러의 <매드 맥스>(1979)는 서부극이 Sci-Fi적 감수성과 만나면 얼마만큼의 파괴력을 갖는지 보여주는 유례없는 사례다.

영웅이 사라진 가까운 미래, 순찰대원 맥스(멜 깁슨)는 고속도로에서 활개 치는 폭주족들을 단속하느라 여념이 없다. 하지만 경찰력이 악화된 무정부주의 상태에서 일개 순찰대원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동료 순찰대원의 죽음 이후 오히려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휴가를 떠나는 맥스는 급기야 오토바이 폭주족들에게 가족을 잃고 만다. 법과 질서 따위 개나 줘버리라지, 맥스는 가족의 복수의 위해 운전대를 잡고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대지에서의 추격, 가족을 위협하는 악당, 선의 가치를 지키려는 영웅과 악당을 퇴치한 후의 홀연한 퇴장. <매드 맥스>는 어느 모로 보나 서부극의 장르 진행을 따른다. 다만 서부개척시대가 암울한 미래로, 모뉴먼트 밸리가 고속도로로, 말과 마차가 각각 오토바이와 자동차로 도상을 달리했을 뿐. 무엇보다 조지 밀러는 미국의 이념적 거울 역할을 해왔던 서부극에 유아적인 남성의 판타지, 즉 자동차 애호와 속도광의 집착과 같은 원초적인 마초의 에너지를 불어넣음으로써 세기말의 오라(aura)를 더한다.

이와 같은 암울한 정서는 한편으로 영웅 탄생 신화를 위한 완벽한 서막 역할에 다름 아니다. 이제는 복수의 화신, 아니 ‘미친 맥스’가 된 우리의 주인공은 반쯤 넋 나간 사람처럼 폭주족들을 뒤쫓아 하나하나 잔인하게 처단한다. 지극히 본능적이고 야수적인 맥스의 복수에서 일체의 자비나 관용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고독한 영웅의 지위를 획득하기 전 반(反)영웅으로서 벌이는 개인적 원한에 대한 분풀이는 거침없는 스피드와 무자비한 폭력 묘사를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모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매드 맥스>가 영화광들 사이에서 전설적인 작품으로 회자되는 이유는 영화 자체도 물론이거니와 제작을 둘러싼 거짓말 같은 일화 때문이다. 조지 밀러는 감독이기 이전 수련의로 근무하며 틈틈이 단편영화를 만들어왔고, 병원 근무 당시 모은 돈으로 장편데뷔작 <매드 맥스>를 완성하며 할리우드에 무혈(?)입성한 입지전적 인물이기도 하다. <매드 맥스>가 할리우드에 던진 충격파가 얼마나 컸던지 이후 여러 감독들에 의해 패러디되고 오마주되며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다.

우선, 한국 팬들에게도 낯익은 <전격Z작전>(1982)은 <매드 맥스>에 등장하는 악당의 이름 ‘밤의 기사’(Knight Rider)를 드라마의 원제로 차용했는가 하면 맥스가 모는 ‘옐로우 인터셉터’(Yellow Interceptor)를 모델로 ‘키트’(KITT)를 창조했다. 그 외에 코언 형제가 <아리조나 유괴사건>(1987)에서 아기를 사이에 두고 자동차가 지나가는 장면을 인용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무엇보다 압권은 멜 깁슨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리썰 웨폰>(1987)이다. 리처드 도너 감독은 맥스의 캐릭터 배경을 그대로 가져와 멜 깁슨이 연기한 마틴 릭스 형사를 창조했다. 사고로 아내와 자식을 잃고 해변의 트레일러에서 홀로 산다는 설정이 맥스와 그대로 겹치는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매드 맥스>의 예고편이 소개될 당시 무명의 멜 깁슨 등장 부분이 모두 잘려나간 것을 생각하면 실로 엄청난 변화였다. 그렇게 <매드 맥스>와 멜 깁슨은 할리우드는 물론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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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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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멀>(Prim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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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멀>은 그리 독창적인 영화는 아니다. 산골 오지로 여행을 떠난 일군의 남녀 젊은이들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악한 기운에 휩싸여 ‘원시적인’(primal) 공포를 경험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종류의 영화는 차고 넘친다. 멀게는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1974)부터 가깝게는 <데드캠프>(2003)와 <디센트>(2007)까지, 이 장르가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이유는 다른 거 없다.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공포를 다루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프라이멀>은 12,000년 전 벌어진 핏빛 에피소드로 문을 연다. 과거의 사건이 현재에 비슷한 형태로 다시금 재현되는 상황은 공포의 발현이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암시한다. 문명과는 동떨어진 폐쇄적인 환경과 그곳에서 만나는 미지의 존재, 그리고 우왕좌왕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 등 <프라이멀>은 장르가 쌓아올린 관습을 그대로 따라간다. 물론 이런 소재의 영화는 지극히 서양적인 발상에서 출발한다. 특히나 호주처럼 개발 안 된 지역이 많은 나라일수록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자연은 그들의 무의식적인 공포를 드러내는 좋은 소재다. 다만 조쉬 리드 감독은 여기에 어떤 정치적, 사회적 함의도 포함시키지 않고 보편적인 공포를 전달하는데 집중한다. <프라이멀>은 어떤 새로운 경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장르적 쾌감만큼은 확실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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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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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10가지 조건>(10 Conditions of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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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10가지 조건>은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 중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할 것이다. 호주 출신의 제프 대니얼스가 연출한 <사랑의 10가지 조건>은 위구르족 인권운동가 레비야 카디르의 평생에 걸친 투쟁 여정을 기록한 영화다. 지난 7월 중국 해커들이 레비야 카디르를 초청한 멜버른국제영화제에 앙심을 품고 홈페이지를 공격하는 한편 지아장커를 비롯해 중국 감독들이 영화제 보이콧을 선언해 국제적인 논란이 일었던 바로 그 영화다.

레비야 카디르는 위구르의 인권 신장을 위해 평생을 바쳐 일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 후보에 지명됐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중국 감옥에서 6년 동안 수감되기도 했다. 하여 영화가 기록하는 레비야 카디르의 파란만장한 삶은 곧 위구르족의 자유를 억압하는 중국정부에 대한 투쟁의 역사에 다름 아니다.

위구르족의 독립투쟁이 세계적인 이슈로 부각한 지금 <사랑의 10가지 조건>이 의미하는 바는 심상치 않다. 레비야 카디르의 표현의 따르면, 자신의 행동은 중국으로부터의 위구로의 독립을 위해서가 아니다. 인간의 권리와 민주주의를 위해서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단순히 위구르에 한정된 이야기랄 수 없다. 이 세상에는 여전히 인권이 유린당하고 민주주의가 날개를 펴지 못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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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DOCS 데일리
(2009.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