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영화제 레드카펫을 고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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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람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관람객이 웃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리는 <허기자의 관람객 고발>의 허기잡니다. 오늘도 관람객들의 고발이 이어졌는데요.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을 관람했던 모델 이쏘라 씨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레드카펫 진행이 심각하다는 제보를 해와 추적에 나섰습니다. 먼저 이쏘라 씨의 고발내용부터 확인하시죠.


허기자님, 참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고발을 시작하죠. 초대받지 않은 정치인들이 참석해서 이번 전주영화제 레드 카펫은 바닥을 본 것 같습니다. 정치인은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하지만 국민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초대받은 게스트는 박수를 받고 초대받지 못한 정치인은 외면당합니다. 정똥영 의원님, 지금 당장 전주의 레드카펫을 떠나셔도 좋습니다. 그럼 전 런웨이에서 뵐 게용~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 전주영화제 측에 확인한 결과, 정치인들을 상대로 공식적으로 초청한 적이 없다고 하던데 정똥영 의원님, 초대받지 못했으면서 참석하는 건 뭔데? 4.29 재보선에서 당선됐다고 눈에 뵈는 게 없는 건가? 아니면 돌아갈 집이 없어서 그러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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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레드카펫 워킹 과정에서 야유와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수백 명의 관람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미친 거 아냐)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관람객 니들이 고생이 많다) 흡사 선거 유세장을 방불케 하는 퍼포먼스를 펼쳐 충격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건 그나마 좀 나은 편이었습니다. 일부 몰지각한 당선자들이 예고도 없이 불쑥 레드카펫을 찾아오는 바람에 개막작 감독을 비롯하여 영화계 인사들의 입장이 늦어지고 개막식 행사가 지연되는 등 파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판명돼 심각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제영화제만 벌어졌다하면 똥오줌 못 가리고 얼굴도장 찍기에 여념이 없는 일부 의원들의 레드카펫 증후군을 알아보기 위해 정치생활 수십 년간 검찰의 레드카펫을 들락날락하기를 수차례, 계란페인트 투척 사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중의 관심에 목말라하며 뻘소리에 여념이 없는 김뻥삼 옹을 만나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정똥영 의원의 추태를 어떻게 보십니까?”라고 묻자, “이봐, 내가 그 놈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어.”라고 답했습니다. 전 좀 더 자세한 방법을 듣기 위해 “어떻게?”라고 재차 묻자, “이봐, 계란페인트만한 게 없잖아.”라고 답해 주변을 숙연하게 만들었습니다.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레드카펫의 게스트들을 맞이하던 쏭하진 전주시장 겸 전주영화제 조직위원장이 영화인들에겐 ‘꺼져 이거뜰아’ 오리발 내밀고, 정치인들만 나타나면 ‘어서 오십쇼’ 전속사진사와 함께 버선발로 마중 나가 기념촬영을 해 물의를 빚었다면 믿어지시겠습니까? 문제점은 또 있었습니다. 문제의 쏭하진 위원장은 개막 선언 도중 예고에도 없던 이들 정치인들의 소개 시간을 마련해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관람객을 우롱해도 되는 겁니까? 영화제 개막식이 무슨 정치인들 전당대회야. 관람객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시정조치 들어가겠습니다. 전주영화제 레드카펫의 의미를 퇴색시킨 장본인들을 적으세요. 앞으로 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초대받지 못한 정치인들은 구지 참석하고 싶으면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통로로 들어오세요. 딴엔 높으신 분이라고 먼저 들어갈 생각하지 말고 조용히 줄 서서 들어오세요. 또 있습니다. 적으세요. 레드카펫으로 들어오는 경우라면 그 전에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부터 보고 배우세요. 관람객과 악수하겠다고 뮝기적거리지 말고 포즈만 취하고 바로 퇴장하세요. 그게 레드카펫의 예읩니다. 

이로써 관람객에게 한걸음 다가가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허기자의 관람객 고발’ 2주 후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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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2009.5.12)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의 제목이 진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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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영화 팬들과 함께하는 ‘허기자의 관람객 고발’ 시간입니다. 오늘부터 명랑영화관람문화 창달에 역주행하는 각종 사건․사고 및 뻘짓을 모아모아 문제점을 살펴보고 시정 조치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첫 연재부터 고발이 끊이질 않았는데요, 하루라도 <아내의 유혹>을 시청하지 않으면 눈에 가시가 돋는다는 40대 주부 씬애리 씨가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를 관람하고 고발한 내용입니다.


‘기자님, 제목이 딱 <아내의 유혹>인데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를 어떻게 안 볼 수가 있겠어요. 참새가 방앗간을 어떻게 지나가요. 근데 내용이 뭐가 이래요? 제목이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인데 왜 불륜 하는 장면이 안 나와요, 그럴 수가 있어요? 영화제목이 감히 내 뒤통수를 쳐? 두고 봐, 다 죽여버릴거야야야야.’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 극중 내용과 무관한 제목으로 개봉하는 외화가 빈번해지면서 관람객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전 영화 제목과 내용과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를 관람한 씬애리 씨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줄거리가 어떻게 됩니까?”라고 묻자 그분은 저에게 악다구니를 쓰시면서 “당신 지금 뭐하자는 거야?”라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전 좀 더 자세한 영화 내용을 알기 위해 직접 영화관으로 찾아갈…까 하다가 월급도 못 받는 처지에 영화관은 무슨… 하는 심정에 다운로드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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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는 뉴욕산 ‘땅콩영감’ 우디 알렌이 잠시 바르셀로나로 거처를 옮겨 만든 웃기고 자빠진 연애극입니다. 줄거리가 쫌 깁니다. 러브라면 뒤로 콩까지 말자 주의의 비키(레베카 홀)와 똥오줌 못 가리는 크리스티나(스칼렛 요한슨)는 뉴욕에서 온 절친으로, 바르셀로나에 놀러왔다가 완소남 후안(하비에르 바르뎀)을 만나 동시에 사랑에 빠지니, 약혼자 있는 비키는 욕망을 드러내지 못해 마음이 갑갑한 반면 크리스티나는 아예 살림까지 차리고 어제도 응응, 오늘도 응응 끈적한 사랑을 나누던 차, 살짝 맛 간 후안의 ‘전처’ 마리아(페넬로페 크루즈)가 등장해 전운이 감돌기를 잠시, 크리스티나, 후안, 마리아는 이것이 평소 꿈꿔온 완벽한 러브라며 얼씨구나 스리섬 비스 무리한 동거를 시작합니다. (헉헉)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이거 제목이 도대체 뭡니까. 내용과 제목이 맞는다고 생각하세요? 쭉쭉빵빵한 몸매가 돋보이는 크리스티나에 선택과 집중한 제목은 원제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Vicky Cristina Barcelona>의 취지를 완전히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 영화는 애정관이 서로 사맛디 아니한 두 주인공을 앞세워 실로 어처구니없는 연애담이 아닐 수 없는 이야기를 선보이며 누구의 애정관이 옳고 그르냐는 입시경쟁적인 구도일랑 안녕을 고하고 삶은 완벽할 수 없기에 고로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교훈을 전달하는데요. 그런 전차로 둘 모두 동등한 비중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에도 불구, 덜 쭉쭉하고 덜 빵빵한 비키를 차별한 제목은 명백히 몸매지상주의를 조장한 것으로 판명 났습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제목이 어떻게 내 남자의 ‘아내’인 건데. 어떻게 된 걸까요? 한때 잘나가던 바퀴벌레 커플이었던 후안과 마리아는 언제부턴가 너 죽고 나 죽자 막장으로 치달아 이혼한 사이로 등장합니다. 마리아의 공백기를 틈타 크리스티나가 후안을 날름했으니 그녀의 입장에서 마리아는 내 남자의 ‘前아내’가 되는 거죠. 現아내를 좋아한다는 전제조건 하에 불륜이 성립되는 것이거늘 <내 남자의 (現)아내도 좋아>의 뉘앙스가 강하게 풍기는 제목과 달리 내용은 불륜의 전제 조건을 전혀 충족시키지 못하니.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는 <아내의 유혹>類의 막장코스튬드라마를 예상한 씬애리 씨와 같은 관람객에게 잘못된 제목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안겨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렇게 관람객을 우롱해도 되는 겁니까?

시정조치 들어가겠습니다. 끔찍한 제목을 생각해낸 수입사 관계자는 적으세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의 제목을 <내 남자의 前아내도 좋아>로 수정하세요. 아니면 <크리스티나는 내 남자의 全아내도 좋아>, 또 아니면 <비키와 크리스티나는 바르셀로나 남자도 좋아> 또또 아니면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스캔들>로 바꾸던가. 아, 그러게 처음부터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로 갔으면 얼마나 좋아.

이로써 관람객에게 한걸음 다가가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허기자의 관람객 고발’ 다음 주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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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2009.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