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나폴리 피자 맛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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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폴리를 시드니, 리우 데 자네이루와 함께 세계 3대 미항(美港) 중 한 곳이라고 했는가. 이런 ‘구라쟁이’ 같으니. 미항을 구경하겠다고 보무도 당당히 나폴리 기차역을 나서 산타 루치아 항구로 향하는 길은 악몽에 다름 아니었다. 길을 건너겠다고 도로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정지신호 따위 개나 줘버리라며 전속력으로 달려드는 자동차들, 관광객을 상대로 각종 수작 따위나 걸어보려는 현지인들, 가까스로 도착한 항구 주변의 파리 떼처럼 들러붙는 잡상인들까지. 이 지경에 이르자 나폴리 탈출이 지상 최대의 목표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런데 웬걸, 요기나 하고 떠나자는 생각에 불쑥 들어간 피제리아(Pizzeria 우리말로 피자집)에서 나폴리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뿅~하고 사라지는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됐다. 두꺼운 도우 위에 모차렐라 치즈를 잔뜩 뿌리고 토마토와 바질 잎을 얹어 간단하게 구워낸 마르게리타(Margerita) 피자 한 조각을 먹었을 뿐인데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네, 나폴리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이탈리아는 한국과 달라서 먹고 싶은 양만큼만 조각으로 잘라 무게를 잰 후 가격을 제시한다. 그러다보니 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별 짓을 다해도 경제적 부담이 별로 없으니, 그때부터 나폴리와 같은 천국이 따로 없는 것이다. 

여느 이탈리아 도시와 비교해 나폴리의 피자 맛이 월등히 뛰어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나폴리 피자는 이탈리아에서도 최상급 평가를 받는다. 왜일까. 나폴리이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오바이트로 피자 해먹는 소리냐고. 그냥 맛이 아니라 ‘먹는’ 맛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유독 자국 음식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이탈리아인들은 맛은 당연히 좋다는 전제 하에 조리법에 민감할 정도로 반응한다. 나폴리의 피자가 바로 그렇다. 조리법과 모양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니 먹는 맛에서 타 지역을 압도하는 것이다.

일단 나폴리 피자는 빵이 두껍다. 이건 이탈리아 남부의 특징이다. 피자의 가장자리가 부풀어 올라 있으며 반죽부터가 두툼하다. 이는 토핑과 강한 치즈 맛에 가린 빵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한 나폴리 피자 달인들의 세심한 배려다. 무엇보다 나폴리 피자의 백미는 나폴리 만(灣)에 위치한 베수비오 화산(폼페이를 최후에 이르게 한 바로 그 화산!)에서 나온다. 베수비오 화산이 용암 대신 피자를 분출한다는 건 아니고 쩝. 피자를 화덕에 굽는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이탈리아에서는 특별히 베수비오 화산에서 공수한 돌을 사용해 구운 피자를 최고로 친다. 베수비오 화산 돌에는 구멍이 많은데 그 안에 열을 품었다가 피자 전체에 그 열을 골고루 전달하기 때문이란다. 그렇게 해서 익힌 피자의 뒷면에는 구울 때 생긴 구멍 자국들로 시꺼멓다. 간혹 이런 배경을 모르는 사람들은 피자를 태워먹었다고 행패… 까지는 아니지만 불만을 드러내기도 한단다. 먹어도 건강에는 전혀 이상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나폴리 피자의 브랜드처럼 각인돼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다.

어느 피제리아를 가나 입구에 긴 행렬이 늘어서있고 주문한 피자를 가지고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복권에 당첨된 것 마냥 희열이 넘쳐흐른다. 그래서 나폴리의 피제리아에는 피자와 관련한 일화가 많다. 미국의 전(前) 대통령 클린턴은 피자를 별로 안 좋아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탈리아 방문 시 나폴리에서 가장 유명한 ‘Pizzeria di Matteo’의 마르게리타 피자를 먹고는 거의 기절 직전까지 갔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 ’왜 내가 그 전까지 피자를 안 좋아했는지 모르겠다.’며 그 자리에서 두 판을 먹어치웠다는 클린턴의 일화는 지금도 나폴리 피자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전설로 통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클린턴의 푸념에 대한 ‘Pizzeria di Matteo’ 주인의 답변이다. “피자헛 따위나 먹어대니까 피자를 좋아할 리가 없지.” 실제로 이탈리아에는 피자헛이 없다. 대신 나폴리 피자가 있다. 나는 나폴리에서 탈출하려는 계획을 집어치우고 그 길로 피제리아 순례에 나섰다. 그리고 나폴리(의 피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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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사보
2010년 9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