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 최동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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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의 흥행 추이가 만만치 않다. <아바타>가 900개를 훌쩍 넘는 스크린을 선점하며 2주 연속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서도 600개관 정도 수준의 <전우치>는 개봉 3일 만에 전국 관객 100만 명을 돌파, 한국영화 중 가장 빨리 100만 명을 기록한 작품이 되었다. 올 여름 <해운대>(2009)가 4일 만에 세웠던 기록을 하루 앞당긴 것. <범죄의 재구성>(2004) <타짜>(2006)를 연출한 최동훈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 강동원, 임수정 등 젊은 층에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는 점에서 <전우치>의 흥행은 예상된 바였지만 이 정도의 파괴력을 보이는 것은 전혀 뜻밖이다.

사실 기자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된 <전우치>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호의적인 편이 아니었다. 부정적인 반응의 큰 줄기는 기존의 최동훈 감독이 보여줬던 <범죄의 재구성> <타짜>의 세계에서 너무 멀어졌다는 것이다. 인간의 원초적 욕망으로 들끓었던 은행과 화투판이 도술의 세계로 옮겨갔고 음모와 사기가 판을 쳤던 전작과 달리 <전우치>에서는 마법의 피리 ‘만파식적’을 먼저 손에 넣기 위한 시공초월의 판타지가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늘 18세 관람가 영화를 만들었던 최동훈 감독이 12세 관람가의 블록버스터영화를 만들자 모든 것이 생소해졌다.

‘그는 어떻게 전작과는 색깔이 전혀 다른 영화를 만들게 됐나.’ 최동훈 감독과의 인터뷰는 12월 23일 <전우치> 개봉 당일 제작사인 영화사 집의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무대인사가 줄줄이 잡혀있는 까닭에 정확히 1시간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최동훈 감독은 옛날이야기를 구수하게 들려주는 얘기꾼답게 대화를 이끌었다.
   

최동훈(이하 ‘최’) 딴지일보 안 들어간 지 오래 됐는데 아직도 운영하나?
허남웅 기자(이하 ‘허’) 올해부터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정권이 하도 ‘깽판’치면서 할 일이 아주 많아졌다. (웃음)

으하하하. 예전에 ‘부르르‘ 살까 말까 하다가 결국에 못 샀다.
그런 줄 알았으면 하나 가지고 올 걸 그랬다. 집에 잔뜩 가지고 있다.

으하하하. 근데 <전우치>는 봤나?
어제 전야제에 맞춰 봤다. 근데 공교롭게도 <아바타>와 만났다. (웃음)
내 아내(안수현 <너는 내 운명><그놈 목소리> 프로듀서 <박쥐> 제작 등)도 <아바타> 예매해 놨다. 절대 안 만나고 싶은 몇 사람 중 하나였는데 왜 하필 12년 동안 가만있다가 지금에. 제임스 카메론 에이~ 씨. (웃음)


신명나는 캐릭터영화

<전우치>는 조선시대의 고전소설 ‘전우치전’에서 모티브를 얻고 캐릭터만 그대로 가져왔다. 대신 배경을 현대로 옮겨 한국형 슈퍼히어로 영화로 완성했다. 하지만 전우치(강동원)는 척 보기에 정의를 수호하는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 도술로 왕을 농락하고 부녀자 보쌈에 재능(?)을 보이는 그는 천성 장난꾸러기에 가깝다. 그런 전우치가 화담(김윤석)에 의해 누명을 쓰고 족자에 봉인된 후 500년이 지난 현대에 초랭이(유해진)와 함께 풀려난다. 영문도 모르는 전우치와 초랭이는 세상을 휘젓고 다니는 요괴와 대결을 펼친다.

요약한 이야기만 보더라도 <전우치>는 기존의 최동훈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최동훈 감독에게 <전우치>와 같은 판타지는 전혀 낯선 장르가 아니다. 그는 이미 2007년에 <화산고2>의 시나리오를 쓴 적이 있다. 최동훈 감독의 말에 따르면, “<화산고2>는 <전우치>보다 더 잘 썼다고 생각한다. 더 재밌고 드라마가 꽉 짜여있”단다. 결과적으로 <화산고2>는 제작단계에서 프로젝트가 무산됐다. 하지만 최동훈 감독은 판타지를 한 번 접하고 나니 욕망이 솟았다고 한다. <전우치>는 그런 개인적 욕망의 소산이다.


원래 여배우와 형사와 관한 시나리오를 준비하다가 <전우치>로 바뀌었다.
어렸을 때 전우치를 진짜 좋아했다. <전우치전> 뿐만 아니라 <삼국유사>도 좋아했다. <삼국유사>를 영화로 찍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었고. 실제로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 작품 준비할 때 시나리오를 써보기도 했다.  

<전우치전>은 동화책으로 여러 번 나오지 않았나.
그런 종류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건 어린 애 같다는 거다. 소년 같은 거다. <타짜> 만들기 전에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 완역이 나왔다. 옛날에 읽어본 건데도 너무 재밌었다. <보물섬>도 죽인다. <보물섬>은 플롯이 너무 좋다. <삼총사>도 그렇고, 특히 첫 장면이 죽여준다. 달타냥이 아버지한테 추천장을 받아서 총사대 대장 트래비스를 만나러 간다. 술집에서 술 마시면서 바보짓을 하는데 그때 만나는 놈이 로쉬포르다. <삼총사> 내내 달타냥과 싸워야 하는 인간이다. 달타냥이 술집에서 로쉬포르를 만나고 한참 나중에 딱 부딪히는데 그때 그놈인 거야. 근데 술집에서 한 번 졌거든. 달타냥은 걔랑 싸워서 이겨야 하는 거다. 거기서 영감을 얻어 <타짜>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 고니가 악인을 만나게 해야지 생각했다. 그게 전부다 예전에 읽었던 한국전래동화, 세계어린이명작동화 전집에 있었다. <타짜>를 끝내고 나서 다시 범죄물을 써야할까 고민을 하다가 주변에서 삼부작 얘기를 하기에 웃기는 소리, 안 해. 잘 됐다, 이참에 <전우치>를 만들어야겠다, 해서 만들게 됐다.

국문과 출신인데다가 특히나 고전소설을 좋아한다고 알고 있다.
고전소설을 좋아한다. 옛날이야기들이 재밌다. 묘한 매력이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격정적이고 분노가 전면에 나선다면 한국의 고전 설화들은 점잖고 기교적이며 놀라운 세계가 있다. 고전소설을 읽으면서 <전우치>를 정말 찍고 싶었다. 아! <서유기>도 10권짜리 완역이 나왔다. <서유기>도 너무 재밌다. 사실 <서유기>는 동양에 모두 영향을 끼쳤다. <홍길동전>이나 <전우치전>이 전부다 <서유기>의 영향을 받았다. 그런 작품을 읽다보니까 <전우치> 같은 영화를 한 거지. 

안 그래도 극중 전우치가 분신술이나 둔갑술을 쓰는 걸 보면 손오공 캐릭터와 겹친다.
그렇다. 이 영화에 나오는 도술 대부분은 <서유기>에 나올 거다. 현대에 와서 술 빼먹고 그런 건 없지만 기본적인 개념은 같다. 전우치가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 같은 인간인 거지. 악동인 거고 또한 달타냥 같은 인간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전우치라는 캐릭터에 매혹을 느낀 거다.

<전우치전>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던 건 캐릭터의 매력에 빠져서인가?
<범죄의 재구성>이나 <타짜>에서 조연만 뜨니까 이번엔 주연이 빛나는 영화를 찍어보자 하는 사심이 작용했다. (웃음)

<범죄의 재구성>은 한국은행을 털어야 되는 영화, <타짜>는 10개의 시퀀스(Sequence 특정 상황의 처음부터 끝. 몇 개의 신(Scene)이 합쳐져 한 시퀀스를 이룬다. _기자 주)로 만드는 영화, 라는 확실한 전제에서 출발했다. <전우치>는 어땠나?
시나리오 쓰면서 했던 고민은, 드라마를 더 대차게 바꿔볼까? 아닌 것 같다. 전우치가 놀게 놔두자. 어쩌면 이 영화의 드라마의 핵심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는 전우치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 진짜 힘일 것 같다. 이런 영화는 없지 않나.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주인공이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전우치>는 캐릭터의 영화다?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는 신(몇 개의 쇼트(Shot)가 모여서 이룬 장면 _기자 주)이 중심인 영화다. 신들을 막 부딪치게 해서 의미를 생성하고 불필요한 것들은 가차 없이 잘라버리니까 영화가 미친 듯이 달려간다. 관객보다 더 빨리 달려간다. 근데 <전우치>는 물결치는 빠른 협곡을 지나치면 잠시 조용했다가 다시 폭포가 기다리고 있는 느낌으로 템포를 만들었다. 그런 시퀀스 위주로 영화를 구성하자, 이건 범죄극이 아니기 때문에 치밀하게 부딪히기 보다는 캐릭터가 놀게 놔두는 게 중요할 것 같았다. <전우치>야말로 캐릭터영화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강동원을 전우치 역에 캐스팅했다. 전우치는 매우 동적인 캐릭터인 것에 반해 강동원은 운동신경이 뛰어난 배우이기는 하지만 주로 정적인 역할만 해왔다.
강동원이 운동을 잘 해서 캐스팅을 한 건 아니다. 전우치를 할 만한 다른 젊은 배우들도 있다. 성격이 그런 사람들이나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배우들을 나는 안 쓴다. 피해 간다. 그런 배우들이 하면 재미가 없다. 예상치를 빗나가야 재미있다. (강)동원이 같은 경우 의외성이 있다. 고지식하고 멋있는데 엉뚱한 소년 같다. 촬영할 때 아무리 어려운 걸 찍어도 군소리가 없다.

감독님들이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의 배우네. (웃음)
그렇다. (웃음) 원래 일언반구가 없다. 하다 안 되면 (머리 쥐어뜯는 행동을 취하며) 으으으. “왜?” “잘 안돼요.” “아냐 잘 하고 있는 거야.” (웃음) 옆에서 (김)윤석 선배는 “동원아 너 진짜 잘 하고 있는 거야. 내가 아무리 연기해도 널 평생 못 이길 거야.” “그런가요?” (웃음) 아주 순진하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거짓말 전혀 안 할 타입이다.

극중 전우치의 모습 그대로다.
비슷하다. 동원이가 만든 거다. 시나리오에 있는 전우치는 시나리오 상에만 있는 거다. 강동원이 해서 캐릭터가 더 재미있어졌다.

전우치는 실존인물로 기록되어 있다. 화담은 서경덕에게서 가져온 것 같고.
원래는 그렇다.

그 외에 초랭이 같은 캐릭터들은 허구일 텐데 어떻게 창조하게 됐나?
<전우치전>에 보면 서화담에 대한 언급이 살짝 나온다. 서화담은 정말로 유명한 도사이자 유학자이기도 했다. 실제로 <서화담전>이라는 게 따로 있다. 그 책에 화담이 부리는 도술이 나온다. 화담이 애들을 가르치고 있을 때 늙은 중이 와서 뵙기를 청한다. 하지만 화담은 만나지 않고 그냥 보낸다. 근데 이 중이 무릎 꿇고 하루 종일 기다리고 있는 거야. 이를 보고 제자들은 왜 나이 드신 분께 그러냐며 ‘왜 안 만나셨습니까?’라고 묻는다. ‘쟤는 인왕산에 사는 호랑인데 누구 집 규슈를 먹으려고 한다. 혹시나 내가 혼낼까봐 미리 와서 얘기를 하려는 거다. 그러니 너희들이 그 집에 가거라. 세 개의 문에 따로 서서 반야심경을 아침까지 외우면 호랑이가 그 집에 못 들어올 것이다.’ 아침이 됐다. ‘어떻게 됐느냐?’ ‘저희는 반야심경을 열심히 외웠습니다.’ ‘호랑이가 혹시 담을 넘어오지 않았느냐.’ ‘두 번 담을 넘어오려다 다시 내려갔습니다.’ ‘너희가 반야심경 구절을 두 개 틀린 거다.’ 와~ 재밌다. 그래서 세 명의 부하를 <전우치>의 세 신선으로 끌고 오고 화담은 나쁜 인간으로 만들었다.    

<전우치>는 <전우치전>에서 모티브만 따오고 주요 캐릭터를 가져왔기 때문에 상상할 수 있는 폭이 비교적 넓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유로움이 있었다. 찍을 때는 정말 미친 듯이 고생을 했지만 컨셉 자체는 마당극 같기도 하고 주인공 때문에 영화가 과시적인 느낌이 있다. 초랭이 같은 캐릭터도 쓰려면 잘 안 된다. 고민을 하다가 ‘에이 안 되겠다. 천성 유해진으로 가야겠다.’ (웃음) (유)해진씨 상상하면서부터 잘 써지더라. 내가 해진씨한테 사람들이 안 웃어서도 좋으니까 우리끼리는 유쾌하게 하자고 얘기했다. 해진씨가 웃기려고 노력하는 타입이 아닌데 희한하게 웃겨. 세 명의 도사 캐릭터도 웃기려고 한 게 아니다. 그 캐릭터들은 되게 진지하다. 그래서 웃긴 거다. 아무튼 구조보다는 캐릭터를 만드는데 더 신경을 썼다.   

초랭이와 세 신선 때문에 영화가 전체적으로 코믹하게 기능한다.
‘내가 코미디 영화를 찍고 있단 말이지. 어쩌다 이렇게 됐지. 난 코미디를 잘 모르는데.’ 처음부터 코미디를 하겠다는 생각은 별로 안 했는데 이게 다 초랭이 때문이다. (웃음) 전우치가 하는 건 코미디가 아니다. 그들 모두 유쾌한 캐릭터지만 초랭이는 되게 비극적 인물이다. 암컷 개인데 만날 말로 변해서 애나 태우고 다니고 사람으로 만들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초랭이는 사랑받기를 원한다. 그게 초랭이의 원칙이었다. 마치 마당극의 유쾌한 주인공 같지 않나. 그래서 코미디가 된 것 같다. <전우치>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한 판 놀자주의이기 때문에 내 영화중에서 가장 코미디적이다.


액션도 전우치처럼 제멋대로

<전우치>는 극중 전우치의 성격을 적극 반영해 연출이 이뤄졌다. 오로지 자기 잘난 맛에 도술을 부리는 전우치는 안하무인격의 철부지에 가깝다. 그래서 전우치가 활개 치는 세계는 정해진 규칙이라는 것이 없다. 흔히 한국 액션을 말할 때 홍콩영화의 정교하게 짜 맞춘 합의 액션과는 차별되는 리얼함을 앞세우는 것과 달리 <전우치>의 도술은 허구적이고 만화적이다. 와이어와 CG로 그려낸 둔갑술과 분신술이 횡행하는 판타지가 지배적인 것이다. 그렇다고 <전우치>에 최동훈의 특징적인 요소라고 할 만한 것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리듬감 있는 대사가 종종 이미지를 압도하고 그에 맞는 개성적인 캐릭터들의 향연이 펼쳐지며 도술이라는 것도 결국 사기의 일종이라는 점에서 <범죄의 재구성>의 현금 탈취나 <타짜>의 불법도박과 일맥상통한다. 다만 이런 요소들이 전작에서는 하나의 리듬 속에 배치된 것과 달리 <전우치>에서는 방사형으로 뻗어가며 산만하게 존재한다.  

<전우치>의 액션은 치고 박고 싸우는 스타일이 아니라 우아하게 공중을 날아다니는 컨셉이다.
옛날에는 중국 무술영화를 정말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게 안 찍으려고 했다. 도사들이 툭탁툭탁 붙어 싸우면 체신머리가 없잖아. (웃음) ‘웬만하면 권격으로 다투지 않는다.‘가 이 영화의 컨셉이었다. 이들은 멀리 떨어져서도 싸울 수 있는 인간들이다. 느려도 좋다. 그런 컨셉들이 뭉쳐있다.

정두홍 무술감독이 불만이 많았겠다.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 같은 ‘판타지도시무협‘ 영화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생짜’ 액션을 좋아하지 않나.
<전우치> 찍으면서 죽으려고 하더라. 붙어 싸워야 된다. 난, 붙어서 싸우지 않습니다. 뒤돌려 차기? 없습니다. 와이어 하고 날아서 (손을 발모양으로 해 치고 박는 포즈를 취하며) 발이 사사삭? 없습니다. 와이어의 꽃이랄 수 있는 (손을 불꽃모양으로 만들어 회전시키는 포즈를 취하며) 파바바박? 안 합니다. (웃음) 정두홍 감독님은 갑갑해했지만 <전우치>의 액션은 이게 맞다. 조금 더 재밌거나 더 멋있는 액션을 찍고 싶은데 내가 액션영화를 처음 만들다보니까 한 번 더 해보고 싶긴 하다. 액션영화가 주는 묘한 쾌감, 판타지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어서 한 번 더 찍으면 잘 만들 것 같아.

<전우치2>를 염두에 둔 발언인가? (웃음)
<전우치>는 약간 서부영화 같기도 한데 이것도 서부영화다. 세 명의 말 탄 도사가 어느 평온한 집에 온다. 그 집에 사는 부부를 죽인다. 그리고 딱 한 놈만 살아남는데 그 집의 꼬마다. 부부가 죽은 후 꼬마가 칼을 가지고 와서 (칼 휘두르는 동작을 하며) 삭~ 도사 중 한 명이 딱 돌아보면 여기가 (한쪽 볼에 칼자국이 나는 표정을 하며) 좍~ 이놈의 꼬마를 죽일까 말까 하다가 ‘너는 도사가 되지 마라. 만약 네가 도사가 되면 내가 널 죽일 거다.’ 그리고 사라진다. 집에 홀로 남은 꼬마가 식식 거리고 있으면 어디서 개 한 마리가 졸래졸래 곁으로 온다. 이때 깨어나는 전우치. 모 하여튼 그렇게 쓰다가 뭘 또 써 그랬다. (웃음)

만약 만들게 되면 제목은 <전우치 비긴즈>가 좋겠다. (웃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가 서부영화다. <타짜>에도 서부영화의 영향력이 들어가 있을 정도다. 그러니까 범죄영화를 할 때 범죄영화를 절대 보지 않고 도박영화를 할 때는 도박영화를 절대 보지 않는다. <전우치>를 할 때는 판타지 영화를 절대 안 봤다. 방해가 되고 현실의 남루함만 보여서. (웃음)

그래서 제작비만 비교하게 되고. (웃음)
그거 아나? 우디 알렌도 제작비가 2,000만 불(우리 돈 약 300억 수준)이 넘는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게 되면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제작비부터 체크하나? (웃음)
요새 그렇게 됐다. (웃음) <전우치>가 120억인데 제작비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아주 순수한 공포가 밀려온다. <전우치> 촬영 당시 <타짜>의 조감독이 전화를 해서는 “잘 찍고 계시나요?“ ”잘 찍고 있어.“ ”현장에서 득음했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득음 과정 중이다.“ 현장에서 하도 소리를 질러 대서 나랑 촬영기사랑 정두홍 무술감독님이랑 셋이 득음을 했다. (웃음)

아무래도 액션영화가 처음이다 보니 부담감이 컸겠다.
정두홍 감독님이 계시니까 액션에 대한 부담감은 갖지 말자. (웃음) 액션은 콘티를 안 짜고 현장에서 다 만들어 촬영했다. 그래봤자 기본 콘티와 그렇게 다르지 않은데 콘티대로 정교하게 찍은 건 아니었다. <타짜>는 그렇게 촬영했다. <전우치>는 오히려 동선 먼저 짜고 그거 보고 카메라 배치하고 간 경우다.  

전우치의 제 멋대로인 성격, 그러니까 알아서 잘 놀게 액션을 연출했다는 얘기인가?
맞다. 예전 같았으면 멋있다고 생각했던 트랙, 언제나 현장에 가면 트랙부터 깔았는데 말이다. (웃음) 그런데 <전우치>는 이전 작품보다 화면 사이즈가 넓고 진격하는 인물에게 다가가는 그런 촬영은 없다. 그냥 보고만 있는 거다. 무엇보다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 그래야만 다음 영화를 찍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어떤 이유 때문인가?
<범죄의 재구성> <타짜>는 편집의 영화다. 두 작품 모두 편집상을 받았는데 촬영 마치고 편집실에서 비틀고 그걸 한 거다. 보이지 않는 CG 때문에 <전우치>도 편집은 어려웠지만 <범죄의 재구성>이나 <타짜> 정도는 아니었다. <전우치>에는 편집적 기교가 별로 없다. 나한테는 일종의 도전이기도 하고 약간의 변화이기도 했다.

전작과 비교해 크게 변화한 것이 바로 액션인데 도심 차량 액션은 <전우치>에서도 여지없이 등장한다. 이전 작품과 비교해 어떻게 다르게 찍으려 했나?
어쨌든 도시를 안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도심을 보여줘야 하니까. 자동차 액션이라고 해도 빈 도로에서 찍는 건 진짜 자동차 액션이 아니다. 자기들끼리 노는 거지. 자동차 액션은 완전히 극(極)사실주의다. 그래서 자동차 액션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타짜>는 자동차 액션을 할 만한 상황이 별로 없으니까 기차 액션으로 바꾼 거다.

<범죄의 재구성>부터 <타짜>까지, 모두 일상과 욕망이 충돌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자동차 액션만 하더라도 그 구조가 <전우치>에서는 완전히 달라졌다. 앞선 두 편이 이야기에 종속된다면 <전우치>의 자동차 액션은 시간도 길뿐더러 전면에 부각된다.
그렇다. 전우치라는 캐릭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묘한 게 캐릭터가 변하니까 영화 전체가 변하는 그런 느낌이다. 그런데 시간과 돈에 대한 문제가 커서 더 많이 판을 벌릴 수가 없었다. 120억 원이 정말 큰돈인줄 알았는데 직접 경험해보니 어마어마하게 큰돈이더라. (웃음)

그런데 변화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그렇게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전작과 비교를 하니까. 내가 그렇게 잘 찍었었나? 아닌데. 난 케이블TV에서 하는 내 영화 보면 고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못 보겠던데. (웃음)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는 평단과 관객의 반응이 모두 좋았다. <전우치>는 관객의 호응은 좋은 편이지만 평단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편이다. 이런 반응은 처음일 텐데 기분이 어떤가?
나도 욕먹었어, 뭔가 매를 맞은 느낌. 겸허하게 받아들이자. 기분이야 좀 안 좋지만. (웃음) 솔직한 얘기로는 좀 편해졌다. 내가 언제나 칭찬만 받고 살 수 없지. 일상에서 그랬던 적은 없는데 영화 하면서 그래가지고. <전우치>를 보고 일종의 배신감을 느낀 것 같다. 뭐 속고 속이는 거니까. (웃음) 영화감독은 새로운 작품을 찍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크게 신경 안 쓰려고 한다. 


보기보다 복잡한 영화

<전우치>는 겉보기와 달리 단순한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가 최동훈 감독 최초의 12세 관람가라고 해서 특유의 연출적 역량마저 연령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 전우치는 도술로 자기만족을 얻는 캐릭터다. 최동훈 감독에게는 영화가 바로 관객을 홀리는 도술이다. 이번에 최동훈 감독이 펼친 도술은 판타지 세계를 겨냥한다. 하지만 주문과 함께 피어오른 연기 속에는 <전우치>를 좀 더 풍부하게 만드는 다양한 서브플롯들이 희미하게 숨겨있다. 현실 풍자가 있고 영화 속 영화 촬영 현장을 집어넣어 ‘영화는 도술’이라는 사실을 드러내기도 하며 감독 본인이 영향 받은 감독과 영화를 과감히 가져와 자기 것으로 만드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전우치>는 100억 원이 훌쩍 넘는 작품으로써 대중친화적인 내용을 전면에 드러내지만 우회의 형식으로 최동훈 특유의 화술 태도를 그대로 가져온다. 그러니까 <전우치> 역시도 최동훈 감독의 작품인 것이다. 

극중 영화 촬영 현장을 주요한 배경으로 가져온 것이 의미심장하다.  
그렇다. 도술이 곧 영화다. 전우치가 조선에 있을 때 과부 인경(임수정)에게 바다를 보여주지 않나. 그게 CG가 아니라 그냥 커트로 넘겨버린 거다. 나중에 가면 진짜 그 바다가 있다. 전우치가 부리는 도술이라는 게 우리가 영화에서 쓰는 특수효과다. 그래서 난 본질적으로 영화가 도술이고, 환영(幻影)이라고 생각한다. 알프레드 히치콕과 노선이 똑같다.

영화적인 장치를 위해 현실의 리얼리티를 포기할 수 있다?
영화는 꿈이고 환영이다. 아무리 리얼한 드라마를 쓴다고 해봤자 그것은 내가 한 거짓말일 뿐이다. 리얼리티는 내가 빌려온 것이지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게 내 입장이다. <전우치>에는 두 가지 예언이 나온다. 어느 노파가 화담에게 “네가 피리 주인이다. 옆구리에 복사꽃만 피지 않는다면”이라고 말하는데 이 대목은 <맥베스>에서 가져왔다. 또 하나는 천관대사(백윤식)가 전우치에게 “거문고 갑을 쏴라”라고 하는데 이는 <삼국유사>에서 가져왔다. 영화는 이런 예시적인 상황이 드라마에서 실현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거다. 근데 사람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주의 깊게 보지 않는다.

극중 천관대사가 전우치에게 “마음을 비워라”라고 한 대사가 생각난다. (웃음)
‘마음을 비운다.’를 과연 어떻게 해결해야 될까. 이걸 도대체 영화에서 어떻게 보여주지. 마음을 비운다는 건 남을 위해 희생한다는 거다. 자기 자신을 한 번 버리는 그런 느낌. 그거 말고는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물이라는 이미지, 전우치가 물속에 들어갔다 나와야 변화가 이뤄진다. 영화가 레이어가 많다. 여러 이야기가 많다.

동의한다. <전우치>는 보기보다 복잡한 영화다.
아버지가 그러더라. <전우치> 함께 보고 나서 내가 “어때요?” 그러니까 “얘기가 복잡하더라.” “얘기는 다 이해 되죠?” “나는 한 번 더 봐야 할 것 같아.” “그럼 다음 영화는 단순하게 갈까요?” “아니야 절대 그러지마. 영화는 모름지기 복잡해야 돼.” 우리 아버지가 진짜 영화광이시다. (최동훈 감독의 말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닮았다고 한다. 그래서 최동훈 감독의 메일 주소는 이스트우드로 시작한다.)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이런 얘기를 하셨다. “‘쫀’ 웨인은 말이야 절대 권총을 사용하지 않아. 걔는 두들겨 맞아도 장총을 사용해.” 그런 게 정말 캐릭터다. 아버지랑 얘기하면 진짜 재밌다. (웃음) “그럼 다음 영화는 뭘 찍을까요?” “무릇 영화란 <나바론 요새> 같은 게 진짜 영화지.” 오~ 너무 재밌다. 아버지한테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전우치> 드라마의 핵심에 대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는 전우치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라고 표현했는데 코언 형제(이하 ‘코언’)의 <위대한 레보스키>(1998)가 생각나더라. <전우치>는 코언 영화의 영향력도 엿보인다.
아~ <빅 레보스키 The Big Lebowski> 이 영화 제작비가 4천 5백만 불이다. (웃음) 믿기지 않겠지만 코언 영화도 제작비가 높다. 코언 영화중에서 <빅 레보스키>를 좋아한다. <밀러스 크로싱>(1990)도 좋아한다. 거기서 가브리엘 번이 연기한 톰 리건은 아무 것도 안 한다. 

모자만 썼다 벗었다 한다. (웃음)
맞다. 가브리엘 번이 계속 모자를 챙긴다. 모자를 챙기는 걸 보면 ‘우린 장르영화야! 죽어도 갱스터영화라고!’ 얘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밀러스 크로싱>에서 받은 영향이 있다. <전우치>에서도 전우치가 계속 갓을 만지고 모자를 챙긴다. 나중에 화담한테 맞아서 물에 들어갔다가 나올 때 가장 먼저 취하는 행동이 모자를 집는 거다. 

‘<전우치>는 히어로영화야! 죽어도 슈퍼히어로영화라고!’ (웃음) 아닌 게 아니라, 슈퍼히어로영화의 재미중 하나가 바로 복장에 대한 자기반영적인 설정에서 오는 유머다. 전우치의 모자도 그렇지만 계속 옷을 바꿔 입는다.
최초의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한복을 입고 계속 돌아다닐 수 없잖나. 두 번을 바꿔 입는 건 좀 심했지만. 근데 전우치가 실은 멋쟁이다. 음악도 좋아하고 옷도 되게 좋아한다. 편집에서 최종적으로 빠지기는 했지만 옷에 무언가 묻으면 반드시 털어야 하고 옷이 찢어지면 그거에 더 열을 받는다. 다만 캐릭터가 약간 더 가벼워지는 것 같아서 뺐다. 전우치는 기본적으로 양반은 아닌 것 같지만 멋과 풍류를 아는 멋쟁이다. 이는 강동원이라는 배우를 염두에 두고 조금씩 변화를 준 거다. 전우치를 그런 인물로 하면 어떨까, 재미있겠다. 그는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다. 대신 잘난 체를 한다. 어떤 평자는 이를 두고 ‘한국적인 제임스 본드’라고 쓰기도 했는데 그걸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

전우치와 인경이 바다로 가는 결말의 장면 역시 코언 영화 중 <바톤 핑크>(1991)의 마지막과 일맥상통하다.
실제로 <바톤 핑크>의 마지막 장면을 정말정말 좋아한다. 그 장면의 의아함에 대해서 꾸준히 뭘까 생각하게 된다. 말하자면 <바톤 핑크>는 거짓말에 관한 이야기다. 시나리오 작가인 바톤 핑크가 중이염에 걸린 어떤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절대 글을 쓸 수 없는 거다. 굉장히 어려운 영화다. 난 아마 40번 정도 봤다. <바톤 핑크>의 마지막 장면에서 <전우치> 결말의 힌트를 얻은 것은 사실이다. 그 장면이 묘하게 동양적이다. 약간 장자적이고 기시감도 든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그런 요소는 보지 않는다. 얘네들이 바닷가에 놀러갔네. 예전에 거긴가? 영화 끝. (웃음)

거기서 전우치의 대사가 “예전에 왔던 곳 같은데”다. 꿈과 현실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려는 의도도 읽혔고, 무엇보다 이 영화가 시공을 초월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시대가 처한 상황은 조선이나 현대나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려 한 것 같다.
나름대로 예술영화라고 생각한다. (웃음) 실제 <범죄의 재구성>의 주제는 ‘때때로 범인은 잡히지 않는다.’라고 나는 그렇게 믿는다. <타짜>는 정마담(김혜수)이 ‘내가 고니(조승우) 저 새끼를 사랑하는 건지 욕심을 내는 건지 모르겠다.’ 총을 쐈지만 ‘안 죽었으면 좋겠다.’ 하는 감정이 곧 영화의 주제 같다.

스스로 생각하는 <전우치>의 주제는 무엇인가?
(잠시 생각하다가) <전우치>의 주제는 좀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시간이 좀 지나야 나올 것 같다. 전우치가 500년의 시간을 왔다 갔다 하면서 놀긴 했지만 그건 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것일 뿐이고 시간도, 공간도 모두 마음속에 있는 것 같다. 이게 참 어려운 주젠데. (웃음)

전우치야 말로 바통 핑크가 처한 상황과 흡사하다. (웃음)
<전우치>가 액션 <바톤 핑크>이었나. (웃음)

<전우치>가 <바톤 핑크>를 따라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물론이다. 사실 코언도 베끼기 선수들이라니까. 실제 인터뷰할 때도 그랬다. ‘우린 베낀다. 하지만 훔치진 않는다.’ 그 말도 참 무슨 의미인지. (웃음) 좋아하는 영화에서 깊은 영감을 받으면 (가슴을 가리키며) 이 안에서 안 떠나는 것 같다. 쓰다가 ‘아, <전우치>의 결말은 이게 어울려. 근데 정말 <바톤 핑크> 같다.’ 그런 거다. <바톤 핑크>‘처럼’ 결말을 했다는 게 아니라 순서가 그렇다는 거다.

근데 <바톤 핑크>는 칸영화제에서 그랑프리라도 받았지. (웃음)
그럼 우리는 시체스(Sitges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판타스틱 영화제.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포르투갈의 판타스포르토 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힌다.)에 간다. (웃음)   사진 허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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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2009.12.28)

<전우치>부터 <아바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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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영화 트로이카(<트랜스포머><해운대><국가대표>)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벌써 눈 내리고 옆구리 시린 이 계절을 책임질 겨울영화 BIG3이 납시었다. <전우치>는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걸고, <아바타>는 3D영화의 미래를 걸고, <셜록 홈즈>는 명탐정의 명예를 걸고서.


BIG1 <전우치> 한국형 슈퍼히어로무비

<범죄의 재구성>부터 <타짜>까지, 만드는 영화마다 사기친다하여 충무로의 사기꾼으로 통하는 최동훈 감독이 사기행각을 접고 한국형 히어로무비에 도전한다. 그 이름하야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의 직계 후손처럼 보이는 <전우치>(12/23 개봉) <전우치전>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이 영화는 조선시대 도술가 전우치(강동원)가 2009년 서울에 뿅~ 나타나 역시나 조선에서 현대 서울로 뿅~ 나타난 요괴를 물리치는 단순간단명료심플한 이야기다. 다만 전우치는 홍길동과 한국 고전영웅소설을 양분한 주인공이지만서도 잘난 척이 심한 좀 재수가 없는 스타일이다. 허나 천하의 F4도 명함 일 장 못 내밀 미모의 소유자 강동원이 연기한다는데 누가 모라 그래. 그래서 사람들은 전우치를 일러 안티 슈퍼히어로라고 부른다.


BIG2 <아바타> <타이타닉> 이후 11년 만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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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Back’ <타이타닉>으로 전 세계 극장가를 눈물바다에 퐁당 빠뜨렸던 제임스 카메론이 11년 만에 찾아온다. 왜 늦었냐고? 영화의 신기술을 배우느라고. 그게 모냐고? 3D입체영화. 왜 배웠냐고? 아기다리고기다리던 관객에게 새로운 영상을 보여주려고. <아바타>(12/17)는 그 결과물이다. 가까운 미래, 에너지가 고갈된 지구는 판도라 행성으로 대체 자원을 찾으러 간다. 하지만 그냥 접근하기가 어려워 판도라 행성의 나비족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하니, 그것이 바로 ’아바타‘다. 거 있잖아, 오락할 때 대신 내세우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제임스 카메론은 관객에게 단체로 입체안경을 끼우게 해 실제로 전자오락기 안에 있는 느낌을 주려한단다. 결국 그의 야심은 소싯적 우리가 롯데월드 다이나믹 시어터에서 느꼈던 이리 쿵 저리 쿵 움직이는 의자의 전율을 훌쩍 뛰어넘는 영상을 선보이는 것이다. 


BIG3 <셜록 홈즈> 주먹 쓰는 셜록 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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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에 이어 세상에서 두 번째로 많이 영화화된 명탐정 ‘셜록 홈즈’를, 베베 꼬인 스토리 만들기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가이 리치 감독이 영화화한다. 하여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버전의 탐정영화라 할 만한 <셜록 홈즈>(12/24)에는 기존 이미지와 안녕을 고한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홈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등장한다. 인상부터가 꼬장꼬장한 대머리 아저씨에서 개기름 좔좔 흐르는 꽃중년풍으로 개비된 것은 물론 차가운 머리에서 나온 추리 능력보다 욱하는 심정에서 터져 나온 주먹질이 Neo홈즈의 캐릭터를 대변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나쁜 놈으로 출연하는 블랙우드라는 놈이 세상과 맞장 뜨겠다고 나선 정신 나간 놈이니 천하의 홈즈라도 주먹이 앞설 수밖에. 다만 전 세계 산적한 셜록키언들이 부침개 뒤집듯 확 바뀐 셜록 홈즈 캐릭터에 앙심을 품고 가이 리치에게 먼저 주먹을 날릴지 모르니 주의 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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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OOK
(2009년 12월호)

Wonderful Spectacle – <타짜>의 위험한 열차



최동훈 감독의 <타짜>는 단순히 현란한 도박의 기술을 나열해 관객의 눈을 현혹하는 그런 종류의 도박영화가 아니다. 그보다는 돈 놓고 돈 먹는 도박을 통해 원초적인 인간 욕망의 허망함을 폭로하는 영화 쪽에 더 가깝다. 그 상징적인 장면이 바로, 돈을 손에 넣기 위해 기차에 매달려 안간힘을 쓰던 고니(조승우)의 눈앞에서 돈 가방이 미끄러져 떨어지는 클라이맥스 장면이다.

영화의 주제가 집약된 장면인 만큼 촬영이 쉽지는 않았다. 기차를 빌려야했고, 기차에 고니가 매달려있어야 하는 까닭에 블루 스크린 촬영이 필요했으며, 이 모든 것이 움직이는 기차에서 벌어진다는 설정 탓에 CG가 필요했다. 그런 이유로 자칫 촬영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최동훈 감독이하 촬영팀은 서울의 모처에서 먼저 테스트 촬영을 실시하였다. 이를 통해 촬영 중 발생할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었고 장면의 노하우를 익힐 수 있었다.

촬영은 광양의 태금역에서 진행되었다. 가장 먼저 철도에 기차를 세워두고 고니 역의 조승우를 와이어에 묶어 기차에 매달아 바탕장면을 촬영했다. 두 번째로, 조승우가 그랬던 것처럼 와이어를 이용해 기차에 매달린 돈 가방을 촬영한 후 기차가 달리는 장면을 찍어 앞의 두 장면과 CG로 합성, <타짜>의 명장면은 탄생할 수 있었다.


(2006. 11. 10. <스크린>)

영화는 어떻게 만화를 성공적으로 스크린에 옮길 수 있었을까?




충무로의 새로운 광맥, 만화


최근 한국영화계는 만화의 영화화가 붐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벌써 강풀의 인기만화 <아파트>(06), B급달궁의 <다세포 소녀>(06), 허영만의 <타짜>(06)가 안병기, 이재용, 최동훈 감독에 의해 영화화화 되었다. 이뿐이 아니다. 전윤수 감독의 <식객>, 김용화 감독의 <미녀는 괴로워>, 김정권 감독의 <바보>, 최양일 감독의 <수> 등 현재 충무로를 돌고 있는 수백 개의 프로젝트 중 무작위로 몇 개만 쥐어들면 만화원작의 영화가 손에 잡힐 정도다. 소재의 고갈을 겪고 있는 한국영화계에서 만화는 새로운 광맥이 된 것이다. 


하지만 원작의 인기도와 검증된 이야기 등 우수성을 인정받은 만화를 영화화한다고 해서 좋은 작품이 나오고, 흥행이 보장되는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적지 않은 수의 만화의 영화화가 있어 왔어도 작품성을 인정받고 흥행에 성공한 사례는 김성수 감독의 <비트>(97), 최동훈 감독의 <타짜>를 제외하면 손에 꼽을 정도다. 왜일까. <올드보이>로 성공적인 만화의 영화화를 이룬 박찬욱 감독의 다음 사례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이 되어줄만하다.


박찬욱 감독은 지인의 소개로 접하게 된 일본 만화 <멋지다 마사루>를 재미있게 보았다. 주변에서 이 얘기를 듣고 영화화하면 어떻겠냐고 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영화로 만들고 싶긴 한데 원작이 준 재미의 가장 큰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조잡한 그림체를 스크린에 살려낼 아이디어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영화와 만화, 두 매체 간에는 이미지를 가지고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공통분모를 제외하고는 이를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서 본질적으로 차이가 존재한다. 그래서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 연출시 원작의 설정은 살리되 디테일한 면에 있어서는 영화적 재미를 살리고 자신의 개성을 충분히 드러내는 선에서 많은 각색과 변화를 줬다.


이처럼 만화를 성공적으로 스크린에 재현하기 위해서는 영화에 맞는 화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김성수 감독과 최동훈 감독 역시 원작만화의 장점을 살리면서 영화 고유의 힘도 잃지 않았던 까닭에 <비트>와 <타짜>라는 훌륭한 만화원작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대체 이들은 어떻게 만화 원작을 영화로 ‘잘’ 만들 수 있었던 것일까. 


김성수와 최동훈에게 듣는 만화의 영화화에 관한 두세 가지 것들


최동훈 감독은 <타짜>를 영화화하겠다는 결정은 내린 후 가장 먼저 원작자 허영만을 찾아갔다. 그 자리에서 그는 원작과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려는 자신의 의도를 설명하고 허영만 화백에게 어렵지 않게 허락을 받아냈다. 허 화백이 흔쾌히 OK사인을 낸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미 자신의 작품이 다수 영화화되는 것을 보며 원작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긴 작품은 매력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성수 감독의 <비트>는 그런 허영만의 생각이 잘 드러난 거의 첫 번째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영화 초반부 30분을 제외하면 원작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띄고 있다. “만화를 읽은 독자들의 기대는 배반하되 이야기의 본질은 놓치지 말자 그런 거였죠. 만화의 그림이 갖는 추상성이 이미 독자의 머릿속에 현실적인 화면으로 재현되었을 텐데 거기에 정면으로 견주면 어떤 영화라도 초라해질 것 같았죠” 김성수 감독의 얘기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담당한 심산 작가는 당시까지 출간된 만화 <비트> 5권까지 대충 읽어본 후 다시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워낙에 방대한 양이었기 때문에 이를 모두 영화로 보여주기에는 태생적인 한계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김성수 감독은, 방황하는 10대 후반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비슷한 내용의 시나리오도 가지고 있었다. 원작에서 그리 큰 비중이 아니었던 태수(유오성)가 영화에서는 핵심인물이 되었고 환규(임창정)의 여자 친구 선아(사현진)라는 인물이 새롭게 탄생했다. 무엇보다 원작에서의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구조와 시간을 점프하며 진행되는 서술방식은 고민 끝에 더욱 강조하기로 하였다. 성장 드라마였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대신에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뮤직비디오들처럼 강렬한 음악을 배경에 깔고 이질적인 화면들을 억지로 붙이면서 전개했습니다. 주인공들이 갈팡질팡하는 젊은이들이었기에 그런 서술이 오히려 적절할 거라고 생각했죠”


그 결과, 허영만 원작의 만화 <비트>와는 다른 김성수 감독의 영화 <비트>가 탄생했다. 평단의 반응도 좋았을 뿐 아니라 1997년 당시 서울 관객 34만 명이라는 높은 흥행성적까지 기록했다. 그런 김성수 감독의 성공적인 만화의 영화화 탓이었을까. 이후 만화를 스크린에 옮긴 많은 작품이 전반부는 원작을 살리면서 후반부는 원작과는 다른 이야기로 전개해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런 흐름에 변화를 가져온 건 <타짜>의 최동훈 감독이다.


“캐릭터 드라마를 만들어가고 싶었다. 기본적으로 도박에 빠지는 사람들의 기질 같은 게 있다. 기질이란 건 선악의 전형성과 거리가 있기 때문에 캐릭터를 오히려 모호하게 만든 측면도 있다. <타짜>는 결국 그런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는 이야기다. 따라서 이야기의 흐름이 다소 중단되더라도 도박판의 이런 캐릭터들에 대한 매혹을 보여주려고 했다”


아시다시피 <타짜>는 9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재미있는 것은 서술형태가 사건이 발생하는 순서가 아닌 캐릭터가 등장하는 순서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식이다. 최동훈 감독의 얘기처럼 <타짜>는 캐릭터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허영만의 원작은 이와는 다르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대별 에피소드에 따라 막도 나뉘고 등장하는 캐릭터도 변화한다. 하지만 최동훈 감독은 이와 같은 형식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을 채택했다. 원작의 묘미를 살리면서 원작과는 또 다른 작품을 내놓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최동훈 감독은 “원작만화는 신문연재 형식이었기 때문에 영화화하기에 스케일이 방대했고 많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하나의 틀로 엮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제일 먼저 한 작업이 바로, 길고 많은 에피소드로 구성 되어 있는 원작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었다”라고 얘기한다. 그래서 영화 <타짜>는, ‘고니(조승우)가 타짜가 돼가는 과정과 그 속에서 만나는 인간 군상들’이라는 한 편의 운명론적 이야기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고니가 겪게 되는 심리적인 변화나 내적 성장은 대부분 정마담(김혜수)의 개입으로 비롯된다. 때문에 감독은 정마담의 역할을 원작에 비해 더욱 키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정마담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영화는 캐릭터 드라마로 재탄생하였고 그런 최동훈 감독의 전략은 멋지게 적중, 올 추석시즌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영화로 등극하였다.


만화는 만화, 영화는 영화


흔히 사람들은 영화를 도둑질의 예술이라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영화는 TV, 소설, 미술, 음악, 게임 등 가리지 않는 습성을 과시하며 훔쳐올 수 있는(?) 모든 것을 스크린에 가져왔다. 물론 무작정 훔치고 베낀 것은 아니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문법을 통해 TV를, 소설을, 미술을, 음악을, 게임을 재구성하였다.


게임과 함께 가장 촉망받는 21세기의 대중예술인 만화도 영화의 레이더망을 피해갈 수는 없다. 단, 만화의 영화화 역시 영화만의 특징을 가지고 스크린에 옮길 필요가 있다. 이는 앞에서 보여준 김성수 감독과 최동훈 감독의 <비트><타짜> 사례만 보더라도 알 수가 있다. 그래서 이들은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으로 이렇게 얘기한다.


“허영만 선생과 박하 선생(스토리 작가)의 만화가 너무 유명하다는 게 마음에 짐이 됐습니다. 그걸 잊어버리려고 노력했는데 잘 안되더군요. 왜냐하면, 너무 재밌거든요. 허영만 만화가! 하지만 만화의 영화화가 오히려 자극이 되기도 했습니다. (중략) 만화의 상상력보다 영화적 상상력이 뒤처질 거라고 겁먹지 말아야겠죠” (김성수 감독)


“영화가 완성된 후 원작만화와의 비교는 피해갈 수 없는 수순이라 생각한다. 원작만화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라면 그 기대감에 대한 부담감은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것은 연출자가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 하는 것이며 그것을 인정한 후에는 원작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재미있게 해나갈 것인가에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동훈 감독)


만화는 만화, 영화는 영화. 만화의 영화화를 이미 경험한 선배 감독들의 조언(?)이자, 이들만의 특급 노하우다.


(2006. 10. 8. <스크린>)

<범죄의 재구성>(The Big Swindle)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이라 할 만한 <범죄의 재구성>은 1996년 구미에서 실제 발생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쥔공 최창혁(박신양 분)과 김선생(백윤식 분)이 주축이 된 독수리 5인조 사기단이 함께 짱구를 굴려 한국은행에서 50억을 삥땅치는 과정을 그린 범죄사기극이다.

그리고 당 영화는 제목답게 이야기를 단순히 시간 순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첫머리에 사기단의 범죄가 실패한 듯한 삘을 풍기는 장면을 제시한 후, 차반장(천호진 분)에 의해 검거된 얼매(이문식 분)와 김선생의 측근인 인경(염정아 분)의 진술에 맞춰 거사가 실패(?)하게 된 과정까지를 재구성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범죄의 재구성>이 이러한 전략을 취하며 보는 이의 의문을 만빵으로 증폭시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삥땅 친 50억에 만족하지 않고 혼자 몽창 다 꿀꺽하기 위해 서로를 속여먹는 창혁과 김선생처럼 영화 역시 관객과 머리싸움을 벌이기 위함이다.

그래서 당 영화는 전언했듯 과거와 현재를 오락가락하며 여러 인물의 시점에서 사건을 재구성하는 것은 물론이요, 1인 2역, 화면분할 등의 다양한 트릭을 동원할 뿐 아니라 장면 컷 역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빠르게 가져감으로써 관객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이렇듯 사기 친 돈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박 터지는 머리싸움을 벌인다는 당 영화의 이야기는 범죄영화 장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뻔하다는 느낌 없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건 바로 이와 같은 영리한 구성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다. 사실 당 영화 속 우리의 쥔공들이 한국은행을 상대로 벌이는 사기행각 과정에서의 수법은 눈을 뿅가게 할 만큼 거창하거나 첨단의 장비가 동원되는 그런 류의 화려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꽤나 그럴싸하게 보이는 이유는 사기계에서 금방 건져 회친 듯 싱싱한 캐릭터 묘사가 기본안주로다 탄탄히 깔려있는 덕택이다.

감독은 이를 위해 직접 리얼 사기꾼을 만나 그 세계를 현미경 바라보듯 절라게 세밀히 관찰했다고 하는데 “청진기 대 보니까 시추에이션이 딱 나와”, “똥구멍 대보면 답 나오지”와 같은 업자필 물씬 풍겨나는 대사는 바로 이런 노력 끝에 얻어진 결과물로 캐릭터에 깊이를 부여할 뿐 아니라 이야기에 사실감을 불어넣는 등 재미를 따따블로 증폭시키고 있다.

하지만 비유띄 벗뜨!

추리극으로써의 이야기만 놓고 보았을 때 당 영화가 관객에게 거는 머리싸움은 그렇게 눈치가 빠르지 않은 잉간이라도 인물의 설정만 보면 그 속임수를 능히 간파할 수 있을 만큼 그 고리가 정교한 편은 아니다.

다시 말해, 비교적 치밀하게 쌓아올린 단서에 비해 사건의 비밀이 밝혀지는 반전 포인트는 상당히 평범하다는 얘기로 그로 인해 전반부동안 증폭된 관객의 의문은 박카스 한큐에 들이키듯 속 시원하게 풀리지는 못하고 있다.

이처럼 <범죄의 재구성>은 반전이 약한지라 결말부가 힘을 받지 못하는 대신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이 장르에 익숙한 공식을 충실히 그려내고 있는데 그 결과,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흠잡을 것도 없는 무난하게 잘 만든 영화가 되었다.

덧붙여,
범죄세계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혼란을 일으키는 팜므파탈 인경. 표독한 여성이라는 기존의 편견을 깨고 맹한 팜므파탈로 등장하여 역할 깨기의 재미를 주는 ‘구로동 샤론스톤’ 인경은 그러나 남자만 디글거리는 당 영화에서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줄 알았더니 단순히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여성 캐릭으로 등장, 아쉬움을 주고 있다. 그래도 빤스만 입고 추는 뇌쇄적 댄스 고거 하나만은 꽤나 인상적이었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