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좀비> 새로운 장르적 감수성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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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좀비>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다. 이미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비롯해 2관왕의 영예를 안으며 화제를 모았던 이 영화가 드디어 개봉을 확정했다. 좀체 한국에서 시도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좀비물인데다가 2000만 원대의 초저예산으로 제작됐지만 <이웃집 좀비>가 2010년의 한국영화계에 던지는 의미 하나만큼은 블록버스터 급이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주목하라고 말하고 싶다.


좀비종합선물세트

<이웃집 좀비>는 여섯 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영화다. 첫 번째는 <틈 사이>. 피규어 마니아가 혼자 있는 방에서 좀비로 변해가는 과정을 무성영화처럼 묘사한다. 두 번째는 <도망가자>. 좀비로 변해가는 남자에 대한 사랑을 놓지 못하는 여자의 코믹한 러브스토리다. 세 번째는 <뼈를 깎는 사랑>. 좀비로 변한 엄마를 위해 살을 도려내고 피를 뽑아내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드라마다. 네 번째는 <백신의 시대>. 백신을 개발한 과학자가 이를 뺏으러 온 괴한과 사투를 벌이는 히어로물이자 액션영화다. 다섯 번째는 <그 이후… 미안해요>. 좀비 바이러스 제거 이후의 세상이 배경으로, 좀비였던 남자가 인간으로 돌아온 후 겪는 차별을 다룬다. 그리고 여섯 번째 <폐인 킬러>. 마감에 쫓기는 남자(혹은 좀비)의 강박에 대한 짧은 이야기이자 영화의 크레디트이다.

나는 이 영화의 줄거리를 소개하기에 앞서 여섯 개의 ‘단편‘이 아니라 여섯 개의 ’에피소드‘라고 표현했다. 이것은 <이웃집 좀비>를 설명하는 아주 중요한 단서다. <이웃집 좀비>는 좀비를 주제로 한 여섯 개의 각기 다른 단편을 모은 작품이 아니다. 좀비라는 공통 소재 외에도 여섯 개의 개별적인 이야기를 하나로 관통하는 일정한 흐름을 갖는다. 이미 간략한 줄거리를 보고 눈치를 채신 분도 있겠지만 <이웃집 좀비>는 ‘좀비 바이러스의 발생에서부터 제거 이후’를 시간 순으로 따른다. 떨어뜨려 놓아도 단독 작품으로 무방하지만 여섯 개의 토막(Episode)난 이야기들이 연대기 속에서 하나의 영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것은 이 영화가 4명의 공동 각본, 연출이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이웃집 좀비>는 오영두, 장윤정 부부, 류훈, 홍영근 4인으로 이뤄진 영화제작집단 ‘키노망고스틴’의, 에 의한, 을 위한 작품이다. <틈 사이>와 <도망가자>는 오영두 각본과 연출, <뼈를 깎는 사랑>과 <폐인 킬러>는 홍영근 각본과 연출, <백신의 시대>는 류훈 각본과 연출, <그 이후… 미안해요>는 장윤정 각본과 연출이고 촬영 장소는 <백신의 시대>만 제외하면 오영두, 장윤정 부부의 살림집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홍영근은 연기를, 류훈과 오영두는 촬영을, 장윤정은 특수 분장을 겸업(?)하며 2000만 원대의 제작비를 가지고 각 에피소드 당 최대 3일의 촬영 기간을 넘기지 않으면서 그럴싸한 좀비영화를 완성했다.

특히 좀비물은 창작자의 취향을 심하게 타기 마련인데 <이웃집 좀비> 역시 예외는 아니다. <틈 사이>가 고함 소리 외에 대사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 무성영화의 구조를 띤다면 <도망가자>는 사랑 고백 도중 난데없이 튀어나오는 눈알처럼 B급영화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뼈를 깎는 사랑>은 제목 그대로 고어의 진수를 보여준다. (시사 도중 몇몇 사람이 잔인한 장면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또한 <백신의 시대>와 <그 이후… 미안해요>는 각각 액션과 사회고발의 성격을 섞어 기존 좀비물의 베이스 위에 또 하나의 재미를 얹혀놓는다. 이처럼 <이웃집 좀비>는 좀비물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각기 다른 색깔과 장르적 성격을 뚜렷이 드러낸다. 


<그 이후… 미안해요>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

조지 로메로가 <살아난 시체들의 밤>(1968)으로 현대 좀비영화의 대중화를 연 이후 좀비물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눈에 띄는 진화의 과정을 거쳤다. 조지 로메로가 <살아난 시체들의 밤>으로 미국 사회의 병폐를 은유한 이래 좀비는 학습 능력을 갖추기도 하고(<시체들의 낮>(1985)) 뛰는 것에도 익숙해졌으며(<28일 후>(2003)) 전 세계로 퍼져 로컬 좀비물이 쏟아져 나오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최근 좀비물의 경향은 과거와는 또 다르다. 이전의 좀비물이 주로 장르의 재미 측면에서 발전을 거듭해왔다면 근래 등장하는 작품들은 좀비를 현실 깊숙이 개입시킨다. 다큐멘터리 기법을 도입한 <REC>(2007)를 기점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감이 극에 달한 이때 좀비물은 시대를 반영한 풍자로, 집단의 무의식에 스며든 공포의 발현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이웃집 좀비>의 출발도 바이러스다. 신종플루의 기세가 한풀 꺾인 이후 찾아온 ‘좀비 바이러스’의 출현에서 출발하는 이 영화는 결국 이 모든 사태의 이면에 도사린 거대 제약회사의 음모와 비리를 전제로 한다. 물론 <이웃집 좀비>는 이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는다. 다만 신종플루와 관련한 제약회사의 음모론이 실제로 의심받는 상황에서 ‘생활형 좀비물’로 각광받는 <이웃집 좀비>의 현실감을 극적으로 높이는 장치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장르적 재미에 충실한 가운데 사회적 메시지가 짙은 <그 이후… 미안해요>가 유독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웃집 좀비>는 실제 오영두, 장윤정 부부의 옥수동 집에서 촬영됐다. 한정된 장소를 가지고 매 에피소드마다 다른 공간인양 영화적 속임수를 쓰는데 여기를 벗어나는 에피소드는 <백신의 시대>와 <그 이후… 미안해요>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백신의 시대>는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다른 장소에서 촬영됐고 <그 이후… 미안해요>는 집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심리적인 스케일을 외부로까지 확장한다. 이 에피소드는 한 남자가 정체불명의 여자에게 쫓기는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좀비였다가 인간으로 돌아와 소수자로 전락한 이들의 힘겨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다. 그런 점에서 <그 이후… 미안해요>는 <이웃집 좀비>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영화처럼 보인다.

사실 <이웃집 좀비>는 ‘좀비’보다 ‘이웃집’에 무게중심이 기울어진 영화다. 그 때문에 좀비의 활약상(?)을 기대한 이들에게 다소 심심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소박함이야말로 이 영화가 발산하는 매력의 정수다. <이웃집 좀비>의 좀비들은 단순히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공권력이라는 무시무시한 총구 앞에서 보호해야할 내 애인(<도망가자>)이자 우리 부모(<뼈를 깎는 사랑>)이고 지켜내야 할 백신(<백신의 시대>)이다. 그것은 한편으론 막강해진 국가권력 앞에서 항의해야할 목소리를 잃고 시위해야할 수족을 잃은 서민들의 삶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우리 이웃집에 소수자가 살아도 박해하지 않고 이에 대한 편견에 대해 그것이 편견이라고 말할 줄 아는 태도가 이 영화에서 목격된다.

<이웃집 좀비>는 한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좀비물은 아니다. 하지만 이전 한국의 좀비물들은 그 시도 자체가 영화의 의미와 등치될 만큼 이벤트성이 강했을 뿐더러 세계적인 조류에서 멀리 떨어진 좀비물에 다름 아니었다. <이웃집 좀비>는 다르다. 최근의 경향을 그대로 따르면서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의 눈매마저 날카롭게 세운다는 점에서 새로운 감수성의 출현이라고 불러도 마땅한 것이다.


저예산의 한계를 극복한 장르 문법

<이웃집 좀비>가 보여주는 새로운 감수성의 기본 바탕이 되는 것은 장르성이다. <이웃집 좀비>는 저예산 독립영화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저예산의 한계를 장르 문법에 기반을 둔 이야기의 힘으로 극복하고 있다. 이는 최근의 독립영화에서 두드러지는 경향이기도 하다. 지난 한해 개봉했던 독립영화를 보더라도, 김태곤 감독의 <독>은 행복한 가족의 이면에 숨겨진 비밀을 공포로, 안슬기 감독의 <지구에서 사는 법>은 권태기 부부의 이야기를 외계인 남편과 지구인 부인이라는 SF적 설정으로, 여명준 감독의 <도시락>은 결투가 허용된 가상의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남자의 대결을 액션물로 풀어가며 두드러진 장르적 경향을 보여줬다.

개인적으로 2009년 독립영화가 거둔 가장 큰 성과는 <워낭소리>와 <똥파리>의 전국적인 흥행보다 장르에 방점을 둔 독립영화의 출현이라고 보는 쪽이다. 장르영화는 감독과 관객 간에 화술과 스타일에서 어떤 규칙을 전제하는 까닭에 관객의 흥미를 쉽게 끌어내기 용이하다. <이웃집 좀비>처럼 장르적 범위 안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용인하는 방식은 좀비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 영화가 관객의 거부감을 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여 장르영화는 굳이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제작이 가능할 뿐 아니라 장르 규칙에 대한 강제성이 크지도 않아 이를 비트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이야기로 기능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저예산에 맞는 장르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장르가 저예산으로 가능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웃집 좀비>가 이미 증명한 바, 이름난 배우의 섭외, 컴퓨터그래픽의 사용, 거액의 제작비 없이도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용이하고 볼거리를 강화할 수 있기에 장르만큼 적합한 용기는 없는 셈이다. 다시 말해, 색다른 소재와 파격적인 설정에 드라마를 끼워 맞추는 대신 이야기에 장르성을 강화하고 그 속에서 색다른 시도를 해야 독립영화도 좀 더 지속적으로 관객의 관심을 끌기가 쉬워질 것이다. 

<이웃집 좀비>에서 특히 두드러진 장르적 움직임은 독립영화계의 변화한 인식을 가늠케 한다. 주류 영화계와는 차별된 소재와 이야기를 다루는 것에는 예전과 변함이 없지만 이를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대중친화적인 사고의 폭이 유례없이 넓어진 게 사실이다. <생산적 활동> <경축! 우리사랑> 등으로 독립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오점균 감독은 이런 얘기를 했다. “이야기를 가장 흥미 있는 방법으로 전달하는 할리우드 장르 문법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야 한다. 단지 할리우드 것이라고 틀에 박힌 이야기, 전형적인 구성이라고 깎아내릴 건 아니다. 저예산영화들도 필요하다면 할리우드 장르를 적극 받아들여 관객에게 어필해야 한다.” 일상 생활 속에 침투한 생계형 좀비라는 장르적 설정으로 무장한 <이웃집 좀비>가 2월 18일 관객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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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2010.2.15)

좀비문학상을 환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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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7월 ‘한국 문화에도 좀비 바람은 불어오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모 출판사가 좀비소설이자 종말소설인 <세계대전Z>의 한국 편을 기획 중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결론부터 말해 <세계대전Z>의 한국 편은 성사되지 못했다. 저자인 맥스 브룩스와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아 최종 답변을 얻지 못한 까닭에 <세계대전Z>라는 제목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대신 해당 출판사는 또 하나의 좀비소설이자 종말소설인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의 출간에 맞춰 ‘ZA 문학공모전’이라는 이름의 좀비문학상을 개최했다.

ZA는 Zombie Apocalypse의 약자로 ‘좀비 묵시록’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ZA 문학공모전의 홈페이지(http://www.minumsa.com/zombi/)에 올라온 글을 인용하자면, ‘바이러스나 기타 질병으로 인해 인격을 상실한 인류가 급속히 증가하는 세기말적 세계관. 흔히 ’좀비‘라고 불리는 괴바이러스의 감염자들을 등장시킨 다양한 작품들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데, 영화는 <레지던트 이블> <새벽의 저주> <28일 후> <R.E.C> 등이, 게임으로는 <Left4Dead> <바이오 해저드(레지던트 이블)> <좀비 아포칼립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소설로는 <세계대전Z>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이 미국 Amazon.com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원류격인 <나는 전설이다>, 변형된 스타일인 스티븐 킹의 <셀> 등도 국내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하였다.’라고 되어있다.

2009년 11월 30일부터 2010년 2월 15일까지 두 달 간 진행되는 ZA 문학공모전의 특기할만한 점은 바로 응모 개요이다. 소설의 배경에 대해서는 당연히 ‘좀비로 뒤덮인 종말 직전의 세계’라고 적시하였지만 형식에 있어서는 특별히 ‘일기와 페이크 다큐 등 자유로운 상상 글’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는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과 <세계대전Z>를 염두에 둔 조건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ZA는 문학에서는 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1954) 이후로, 영화에서는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 이후로 꾸준히 사랑받는 장르로 정착했지만 최근처럼 급격한 형식의 변화를 꾀한 사례는 없었다. 장르가 시대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까닭인데 다만 문학과 영화가 좀비물의 진화를 취한 방식에는 각각의 차이가 존재한다. 문학이 걸프전과 이라크전을 거치면서 주요한 이슈로 부상한 생화학무기의 공포를 진화의 동력으로 삼았다면 영화는, 특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9.11 이후 단순히 쾌락만을 겨냥하지 않고 체험의 수준으로 재현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먼저 좀비문학의 진화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맥스 브룩스의 <세계대전Z>는 획기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코너를 통해 이미 자세하게 언급했듯 좀비의 발생부터 전 세계적인 창궐, 그리고 좀비로 인해 파괴된 문명사회의 재건까지를 전통적인 서사 방식이 아닌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함으로써 좀비문학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라 할만하다. J. L. 본의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은 일기 형식을 채택해 <세계대전Z>가 일군 페이크 다큐 방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저자인 J. L. 본은 현역 해군 장교이자,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인물로 그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좀비에 저항하는 주인공의 생존방식의 생생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이 <세계대전Z>와 함께 ZA의 대표 작품으로 꼽히는 이유는 바로 이와 같은 현실성에 있다.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의 일기체와 <세계대전Z>의 인터뷰체는 독자들로 하여금 좀비와의 전쟁이 마치 현실인 듯 착각에 빠뜨리는 효과적인 장치로 기능한다. 실제로 J. L. 본은 이라크 참전 중에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을 집필한 것으로 알려진다. ‘군 복무 도중 세상의 종말이 도래했을 때 군인인 자신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는 의문에서부터 시작된 작품인 것. 다시 말해, 저자가 직접 전장에서 느꼈던 공포가 이 책에는 그대로 담겨있다. 예컨대, 극중 좀비의 창궐로 통제 불능의 사회가 된 미국 정부는 주요 도시에 핵탄두를 투하해 위기를 벗어나려하지만 오히려 주인공 나는 미국 정부의 무분별한 핵의 남용 가능성과 그것이 미칠 악영향에 더욱 공포를 느끼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는 <세계대전Z>에도 중요하게 언급되는 공포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의 국내 출간을 즈음하여 기획된 ZA 문학공모전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실제를 연상시키는 형식을 도입해 좀비의 리얼리티를 강화하는 건 좀비문학의 최근 추세다. 이제 곧 한국에서도 세계적 경향을 반영한 첨단의 좀비문학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공모 초기라 많은 작품이 올라오지도 않았거니와 (응모된 작품은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이나 <세계대전Z>와 같은 형식을 도입한 작품도 아직 없지만 좀비를 주제로 한 문학공모전이 시작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국내에서는 획기적인 시도라 할 만한 것이다.

안 그래도 국내의 많은 영화 제작자들이 ZA 문학공모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장르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제작자를 만날 때마다 그들은 하나같이 ZA 문학공모전을 아냐고 물어볼 정도다. 장르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좋은 이야기 발굴에 혈안이 된 충무로에게 이는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다. 흔히들 한국 영화계에서 좀비영화가 안 만들어지는 이유에 대해 돈이 되지 않는 소재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완벽한 설명이 되지는 못한다. 좀비물이 타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은 예산으로나마 만들고 싶어 하는 제작자와 감독은 적지 않다. 문제는 그들의 욕망을 충족시켜줄만한 이야기가 없다는 것.

실제로 내가 아는 모 감독은 <클로버필드>처럼 캠코더로 촬영한 좀비물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는 이것이야말로 시대의 징후를 포착하는 동시에 오락성과 예술성을 절묘하게 결합한  획기적인 대중영화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좀비물은 지금 국내를 휩쓸고 있는 신종플루를 은유할만한 가장 시의적절한 소재이고 좀비 그 자체로 오락적인 볼거리이며 다큐멘터리 방식을 도입하면 예산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작가주의적인 공포물로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할리우드는 일찍이 이 같은 경향에 주목했다. 9.11 이후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는 쾌락만을 겨냥하지 않는다. 영화에서나 벌어질법한 일이 현실이 된 이후로 할리우드의 영화적 전략은 시대의, 사회의 징후를 포착해 관객으로 하여금 이를 체험하게 만드는데 초점을 맞춘다. 지금 할리우드는 장르물을 다루되 현실성(reality)에 대한 자각을 결코 놓지 않으면서 대중영화의 새로운 경지를 발전시키고 있다. <클로버필드>가 괴수물에서, <퍼블릭 에너미>가 갱스터물에서, <디스트릭트9>이 Sci-Fi물에서 장르물의 진화를 이끌었다면 좀비물에서는 <R.E.C>와 조지 로메로의 <시체들의 일기 Diary of Dead>가 바로 그렇다.

모 감독이 꿈꾸는 좀비물 역시 이런 종류다. 다만 그의 고민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시나리오로 발전시켜줄만한 이야기가 없다는 데 있다. ZA 문학공모전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모 감독은 공모전이 시작된 11월 30일부터 매일 해당 사이트를 접속한다고 한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좀비물을 좋아하는 까닭에 공모전에 올라오는 작품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와 동시에 한국에서 좀비문학의 작가를 꿈꾸는 이가 이렇게 많았다니 동지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머지않은 시기에 한국산 첨단의 좀비물을 소설로, 영화로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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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스트
(2009.12.7)

한국문화에도 좀비 바람은 불어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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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에서 흥미롭게 목격한 경향 중의 하나가 바로 ‘국경을 초월한 좀비물’이었다. 별도의 섹션으로 프로그램된 것은 아니었지만 ‘세계좀비기행’(?)으로 특별전을 마련했어도 좋았을 만큼 다양한 국적의 좀비영화들로 가득했다. 철학자가 좀비가 되는 체코의 <못 말리는 좀비들>, 나치 잔당들이 좀비로 되살아난 노르웨이의 <데드 스노우>, 조지 로메로의 <시체들의 새벽>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얻은 켄 포리가 출연한 세르비아의 <좀비 습격>, 감염된 영어를 들으면 좀비로 변하는 캐나다의 <폰티풀>, 그리고 사무라이 좀비와 여고생의 대결이라는 희대의 설정이 돋보이는 일본의 <야마가타 스크림>까지, 동서양을 넘나드는 살아난 시체들의 눈부신 활약에 부천영화제 측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더랬다.(대부분의 작품이 매진을 기록했다고!)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두드러지고 있는 좀비 열풍은 유난한 것이 아니다. 뱀파이어물의 유행과 더불어 좀비물은 시대를 반영한 풍자로, 집단의 무의식에 스며든 공포의 발현으로 각광받고 있다. 올 초 멕시코에서 촉발된 돼지독감의 경우에서 확인된 바, 세계는 전염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좀비는 그런 전염의 세상을 은유하는 도구로 손색이 없다.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좀비물의 인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기인한다. 그렇다면 의문 하나. 한국 역시 신종 플루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터,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되는 감염자의 소식에도 불구하고 왜 국내에서는 좀비와 관련한 문화를 찾아볼 수 없을까. 무슨 소리! 한국에도 소리 소문 없이 좀비문화가 퍼지고 있다.

위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올 부천영화제에서 가장 호응이 좋았던 좀비영화는 다름 아닌 한국의 <이웃집 좀비>이었다. 6개의 단편이 서로 연결된 <이웃집 좀비>는 좀비 바이러스라는 소재 하에 일상생활 속에 침투한 생계형(?) 좀비를 앞세워 심사위원 특별상을 비롯해 2관왕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물론 <이웃집 좀비>가 한국영화사에 처음 등장한 좀비는 아니다. (한국 최초의 좀비영화는 강범구 감독의 <괴시>(1980)로 알려진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통해 좀비의 삶을 들여다보는 그레이스 리 감독의 <아메리칸 좀비>는 하반기 개봉을 기다리고 있고 입산이 금지된 산에 들어간 친구들 중 한 명이 좀비가 되어 나머지 일행과 사투를 벌이는 ‘어느 날 갑자기’ 시리즈의 <죽음의 숲>은 2006년 개봉한 적이 있으며 류승완 감독은 통일신라를 배경으로 퇴마무사와 좀비의 대결을 다룬 <야차>라는 작품을 준비하기도 했었다.

다만 안타깝게도 언급한 영화들은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 데는 2%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오히려 문학 쪽에서 흥미 있는 소식이 들려온다. 두드러진 것은 아니지만 국내 문학계 역시 찾아보면 꽤 많은 좀비 관련 작품이 발견된다. 죽은 아빠가 좀비로 되살아나 어린 자매를 괴롭히는 듀나의 <너네 아빠 어딨니?>를 비롯해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인 대학로에서 난동을 벌이는 좀비의 소동을 코믹하게 묘사한 구현의 <대학로 좀비 습격사건>, 하늘에서 붉은 비가 떨어지자 동물들이 좀비로 변하는 김준영의 <붉은 비> 등등, 이에 더해 <악기들의 도서관> <펭귄뉴스>로 유명한 김중혁은 좀비를 소재로 한 작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은 출판사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클럽’에서 기획 중인 <세계 대전 Z>의 한국 편이다.

<세계 대전 Z>는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로 좀비문학계의 혜성처럼 등장한 맥스 브룩스의 작품이다. 특히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좀비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좀비문학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라 할만하다. 좀비의 발생부터 전 세계적인 창궐, 그리고 좀비로 인해 파괴된 문명사회의 재건까지를 전통적인 서사 방식이 아닌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한 것. 유엔 전후위원회에서 파견된 조사관이 좀비전쟁, 즉 ‘세계 대전 Z’에서 살아남은 각 국의 생존자를 만나 생생한 증언을 듣고 보고서 형식으로 작성한 소설의 화법은 영화로 치차면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다만 한국의 독자로써 아쉬웠던 점은 중국에서 미국까지, 전 세계 생존자의 목소리를 담은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서 한국에 할애된 것은 불과 6페이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세계 대전 Z>의 한국 편은 그런 갈증을 풀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계 대전 Z>의 한국 편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원저작자인 맥스 브룩스의 허가가 필요한데 지난해부터 답변이 없다는 것이 밀리언셀러클럽 측의 설명이다. 연락 두절인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아무래도 할리우드에서 진행 중에 있는 <세계 대전 Z>의 영화화의 난항 이유가 아닐까 짐작된다. 많이 알려졌듯, <세계 대전 Z>는 이 책을 감명 깊게 읽은 브래드 피트가 판권을 구입해 <퀀텀 오브 솔러스>의 마크 포스터 감독을 기용, 영화화 중에 있다. 문제는 인터뷰 형식의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옮기기 쉽지 않았던지 각본가가 교체되는 등 제작이 지연되고 있는 것. 그에 따라, 원작자인 맥스 브룩스 역시 두문불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되는 것이다. 밀리언셀러클럽의 관계자는 맥스 브룩스 측으로부터 계속 답변이 없을 경우, 인터뷰 형식은 살리되 원작의 설정과 세계관은 달리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적으로 맥스 브룩스의 작품을 재미있게 읽었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출간이 된다면 영화화가 이뤄질 것인지, 이뤄진다면 어느 감독에 의해 어떤 형태의 좀비영화가 될 것인지 무척이나 궁금해 <세계 대전 Z>의 한국 편이 유독 기다려진다. 아직까지 한국 문화시장에서 국내 장르소설이 영화와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낸 경우가 없을 뿐 아니라 좀비를 소재로 한 기획의 참신함과 프로젝트의 중량감만큼이나 결과물이 더욱 궁금해지는 것이다. 소설과 영화의 결합은 장르의 외연을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국의 좀비문화는 서서히 그 세를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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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스트
(2009.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