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검은 역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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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 이어) 최근 한국과 일본 정부 사이에는 (동해 표기를 포함해) 독도문제로 시끄럽습니다. 3인의 자민당 의원이 울릉도에 가겠다며 국내에 들어왔다가 몇 시간 쇼를 벌이다가 돌아간 해프닝도 있었고요. 일본 정부가 ‘국방백서’에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인정하는 문구를 넣기도 했고요. 그런데 일본 정부가 진짜 역사를 은폐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대체 역사로 내부 결속을 다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전 세계를 상대로 내부의 균열 없이 무모한 침략전쟁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천황은 신’이라는 거짓 역사를 국민에게 주입하며 세뇌시킨 탓이 큽니다. 그렇게 거짓으로 역사를 꾸미는 짓은 일본 정치인들, 특히 우파들에게는 필수적인 리더십이 됐고 그 유산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무고한 일본인들은 그들의 진짜 역사를 모른 채로 매트릭스와 같은 가상의 역사 속에서 거짓 정체성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시노다 마사히로 감독은 천황의 인간 선언 이후 일본인들은 그들 자신의 종교전쟁을 벌이는 중이라고 냉소하더군요.

마사히로 감독은 일본 대지진이 일본 역사에서 유례없는 대사건이었다고 합니다. 지진이 발생했고 쓰나미가 밀려왔으며 원자력까지 유출되는 일은 처음이라는 거죠. 근데 이건 자연 재해이기 때문에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사건이었겠죠. 다만 막을 수 있는 사고를 막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대지진이 일본인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답니다. 막을 수 있는 사고란 바로 ‘인재 人災’입니다. 마시히로 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재해에 대응하는 정치인들의 무능력 때문에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거랍니다. 안 그래도 3월 대지진 이후 간 나오토 내각의 무능함은 극에 달한 상태입니다. 기타큐슈에서 만난 모든 일본인들은 “지금 정부에게 바라는 건 없다. 우리가 더 열심히 노력해서 이 사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얘기하더군요. 정부의 장악력이 완전히 무너진 틈을 타 자민당 위원들은 울릉도 쇼와 같은 정치 공세를 펴고 있고 우익의 보수적인 행보는 더욱 노골화되었으며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는커녕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마사히로 감독은 역사를 지배계층의 입맛에 맞게 왜곡하고 국민들의 안위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상황에서 재해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은 인재를 막는 것이라고 말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무능한 정치인을 몰아내자는 것이죠. 다시 말해, 거짓 역사에 맞서 진짜 역사를 써야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마사히로의 강연을 들으면서 처음에는 이 사람이 왜 마쓰모토 세이초를 위한 강연에 나섰는지 의아했습니다. 세이초와 친분도 없고 작업도 없었던 데다가 강연 역시 세이초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근데 듣고 보니 세이초의 세계관에 입각해 강연을 한 것이더군요. 바로 진짜 역사에 대한 사명감 말입니다. 마쓰모토 세이초도 그렇고 마사히로 감독도 정치인들은 아닙니다. 소설계에서, 영화계에서 획을 그은 인물들이지만 우리와 같은 보통 국민들일 뿐이죠. 그렇습니다. 진짜 역사는 시정잡배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 보통의 국민이 쓰는 것입니다. 그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연재해는 어쩔 수 없어도 인재는 우리가 움직이면 막을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