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의 초현실적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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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영화 관람을 방해할만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인셉션>을 보고 나오면서 ‘크리스토퍼 놀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피터 트래비스, 로저 이버트 등 해외 유명 평자들의 평가처럼 절대적인 걸작이라거나 우리 시대의 클래식이라고까지 생각한 것은 아니다. (극중 생각의 조작이란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대사를 남발하고 무리하게 장면을 늘이는 등의 무리수가 종종 눈에 띈다.) 다만 기존의 재료를 가지고 영화라는 매체의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해 새로운 ‘무엇’으로 뒤바꿔놓는 그의 연출력에는 특별한 것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인셉션>은 타인의 꿈속에 잠입해 생각을 심거나 혹은 훔쳐오는 이들의 활약을 담았다. 데뷔작 <미행>(1998) 이후 놀란 최초의 오리지널 시나리오인 <인셉션>의 이야기는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새롭지 않다. 꿈의 세계에 접속해 생각을 읽는다거나 조작한다는 내용은 이미 타셈 싱의 <더 셀>(2000),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 미셸 공드리의 <이터널 선샤인>(2004) 등이나 소설 쪽에서는 로저 젤라즈니와 윌리엄 깁슨이 각각 <드림 마스터>와 <뉴로맨서>에서 다뤘던 것이다. 팀원 각자의 장기를 살린 치밀한 계획을 통해 임무를 완수한다는 설정은 <오션스 일레븐>(2001) 시리즈와 닮았다. 심지어 <인셉션>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제3자를 끌어들인 후 상황을 ‘조작해’ 뒤집어씌우는 <미행>의 이야기를 꿈의 구조로 번안한 것에 가깝다. (두 작품의 주인공 이름이 코브인 것과 그들의 극중 역할이 도둑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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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형식 속에 쌓아올려 새롭게 만들기를 즐겼다. 시간과 공간을 교란한 편집으로 비선형적 서술을 선보였던 <미행>,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의 처지를 관객에게 이입시키기 위해 7개의 에피소드를 10분씩 시간 역순으로 진행한 <메멘토>(2000), 허구의 코믹스에 사실주의를 접목한 <배트맨 비긴즈>(2005)와 <다크 나이트>(2008)까지, 놀란의 연출은 설계자의 그것과 무척이나 닮았다. <인셉션>도 내용이 아니라 형식과 구조로 승부를 보는 영화다. 꿈속을 탐구하는 영화답게, 그것도 꿈속의 꿈, 더 나아가 꿈속의 꿈속의 꿈으로 확장하며 아예 다중의 꿈을 통해 영화적인 미로를 설계해버린다.

극중 미로의 구조는 주인공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꿈을 통해 드러나는 강박관념, 불안감, 무의식 등 심리적인 상태로 구획 지어진다. 자칫 관객들에게 어렵게 다가갈 수 있는 소재이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인셉션>은 꿈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더 중요한 영화다. ‘꿈의 미로’라고 했을 때 우리는 흔히 장자, 프로이트, 니체 등을 이정표삼아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꿈의 시각화를 감안했을 때 <인셉션>은 개념정리와 해설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극중에서 충분히 설명되기도 한다.) 놀란이 참조했음이 명확해 보이는 두 명의 화가 M.C. 에셔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속 익숙한 구도가 <인셉션>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또 하나의 힌트다. 이는 이 영화의 지향점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입구와 출구가 동일한 미로

놀란 감독이 <인셉션>으로 설계한 미로는 들어가는 입구와 나오는 출구가 동일한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형태다. 코브가 경찰에 쫓기는 수배자 신분인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그로인해 집을 떠나 사랑하는 아들과 딸을 만날 수 없는 코브는 기업 총수 사이토(와타나베 켄)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합병을 위해 라이벌 기업의 후계자 피셔(킬리언 머피)의 생각을 개조해달라는 것. ‘생각 추출자’ 코브는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수배 혐의를 풀어줄 것을 조건으로 건다. 다시 말해, <인셉션>은 집 떠난 코브가 누명이라는 ‘이상한 고리’를 풀어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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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누명을 소재로 한 영화는 오인 받은 주인공의 꼬인 사연을 풀기 위해 알리바이, 증거, 과학적인 수사 등과 같은 이성적인 개념을 동원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인셉션>은 이성의 영역을 무너뜨려 꿈이라는 가상 세계 속으로 침투한다. 물론 현실의 시간이 꿈속에서는 12분의 1의 단위로 흘러간다는 등의 꿈과 관련한 나름의 과학적인 현상을 접목하기도 한다. 다만 어쨌든 인간의 심리는 과학이나 이성으로 그리 쉽게 증명되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런 탓에 수학적인 연출로 정평이나 난 크리스토퍼 놀란이 꿈의 ‘설계’를 통해 코브의 심리를 드러낸다는 설정은 확실히 이율배반적으로 비친다. 

이런 이율배반의 미학이 가능한 세계는 예술이 유일하다. 특히 에셔는 공간의 구획을 무화함으로써 현실과 가상의 벽을 무너뜨린 화가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들은 수학적인 계산에 따라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균등하게 구획이 분할되고, 경계가 존재하지 않아 여러 세계가 공존하며, 그럼으로써 그림 속 세계는 무한대로 확장한다. 이는 놀란이 <인셉션>에서 보여주는 꿈의 개념과 조응한다. 극중 꿈과 현실의 경계는 희미하고, 현실에서 꿈으로, 꿈에서 꿈으로, 다시 꿈의 꿈에서 꿈으로 무한히 증식하며, 그럼으로써 늘어나는 세계를 신(scene)별로 교차(혹은 분할)하는 연출을 통해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실제로 <인셉션>에는 에셔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장면들이 종종 튀어나온다. 일례로, 에셔가 즐겨 그렸던 거울에 비춘 상은 설계자로 영입된 아리아드네(엘렌 페이지)가 처음으로 꿈의 세계를 경험할 때 활용된다. 거대한 거울로 현실과 가상의 테두리를 지워 세계를 확장하는 장면에서 제시되는 것. 코브의 오랜 친구 아서(조셉 고든 레빗)가 (역시 꿈속에서!) 그들의 임무를 방해하는 추격자를 따돌리기 위해 계단의 구조를 조작, 끊어지지 않는 선처럼 만드는 것이 또한 그렇다. 이처럼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이상한 고리는 화가 에셔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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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은 앞서 언급했듯이 뫼비우스의 띠를 이야기의 구조로 삼는다. 그러다보니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직선을 이루지 않고 원을 그려 서술의 궤도가 돌고 돈다. 현실이 꿈이 되고, 꿈이 현실이 되고, 출발점이 귀환점이 되고, 다시 귀환점이 출발점이 되는 등의 상반되는 두 가지 가능성의 공존 혹은 순환. 하여 <인셉션>의 결말은 어느 쪽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무한대의 길이 열리는데 이 영화를 보고 느끼게 되는 모호함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그래서 <인셉션>을 지배하는 영화적 정서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초현실주의’가 될 텐데 초현실주의의 대표적인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역시 이 영화에서 중요하게 인용된다.

초현실적인 꿈의 세계

꿈의 세계는 현실을 초월한다. 이성과 상식을 넘어선 세계다. 초현실적인 세계의 묘사에 관한한 할리우드는 단연 독보적이다. 그들이 가상의 천지창조를 밥 먹듯이 이뤄내는 배경에는 CG의 힘이 절대적으로 작용한다. 하여 티가 난다. 허황한 맛이 없지 않다. 놀란은 좀 다르다. 그는 CG보다 여전히 특수효과를 신봉하는 고전주의적 연출가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묘사한 꿈속은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다. 한 눈에 보면 현실인데 현실에서 통용되는 물리력이 갑자기 무너지는 순간, 그제야 꿈이라는 실체가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인셉션>의 꿈의 세계는 개별적이지 않고 현실과 깊은 연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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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인 360°도 회전하는 호텔 복도에서의 액션 시퀀스는 단적인 예다. 아서의 꿈속에서 벌어지는 상황인데 복도가 회전을 하는 이유는 잠을 자는 현실의 피셔의 육체에 충격이 가해져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촬영은 세트로 지은 복도를 전기모터를 이용해 회전시켰다고 한다.) 이처럼 꿈과 현실의 연관성을 이용해 놀란이 창조한 꿈의 풍경은 발상의 전환을 꾀하는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파리 시내가 반으로 접혀 하늘을 가리고 도시에서나 볼법한 첨단의 건물들이 파도치는 해변에 즐비하며 ‘킥’(kick)이라 하여 현실에서 잠든 신체에 추락을 가하거나 특정음악을 들려주면 꿈속은 무중력 상태로 돌변해 잠을 깨게 된다. 

이질적인 요소의 하나 됨, 즉 인식의 경계를 허물어 기이함을 부여하는 기법을 들어 미술계에서는 ‘데페이즈망’(Depaysement)이라고 부른다. 르네 마그리트는 데페이즈망의 대가다. 에셔 그림의 주제가 <인셉션>의 구조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면 마그리트의 그림은 극중 꿈속 장면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활용된다. 영화의 첫 장면, 파도치는 해변 위에 쓰러져있는 코브의 이미지는 <집학적 발명>이, 이동하는 차속에서 복면을 쓰고 잠이 든 인물들은 <연인들>이, LA 시가지 도로 한가운데 별안간 출몰하는 기차 장면은 <피레네 산맥의 성체>가, 그리고 코브의 ‘림보’(원초적인 무의식의 세계) 속 허물어진 빌딩 사이에서 홀로 제 모습인 집은 <빛의 제국>이 연상되는 것이다.

이 장면들의 공통된 특징은 ‘낯섦’이다. 낯선 광경은 이목을 끌기 마련이다. 놀란은 굳이 알록달록한 이미지를 동원하지 않고도 일상을 낯설게 함으로써 꿈의 효과와 더불어 그 정체에 대해 보는 이를 궁금하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마그리트가 궁극적으로 의도한 그 자신의 예술적 장기다. 이를 위해 마그리트가 동원한 방법을 들어 위에 언급한 <인셉션>의 장면들이 의도한 바를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 해변 위에 쓰러진 코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복면을 쓴 이들은 혹시 죽은 것이 아닐까? 도로 위에 나타난 기차는 코브 이하 팀원들 앞으로 닥칠 파괴의 전조인가? 폐해 속 집은 불안정한 코브의 심리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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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와 에셔 모두 초현실주의를 지향하지만 마그리트는 철학적이고, 에셔는 수학적이고 논리적이라는 점에서 주제를 다루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그중 크리스토퍼 놀란이 마그리트 그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뽑아낸 장면의 또 하나의 공통점이라면 하나같이 불길하거나 암울한 기운을 뽐낸다. 그것은 현실의 물리력이 파괴됨으로 인해서 꿈이라는 공간을 상기시키기 때문일 터. 극중 꿈을 침투 당하는 당사자 코브(아리아네드는 코브가 가진 불안한 심리의 정체를 풀기 위해 코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그의 꿈에 수시로 잠입한다.)와 피셔의 현실이 어려움에 처할수록 이들의 꿈의 내용은 더욱더 초현실적으로 변모한다.

현실이 더 초라해지고 끔찍해질수록 그에 맞춰 꿈도 합을 맞추니, 꿈속에 현실이 ‘실재’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게다. 그렇다면 현실은 현실의 세계뿐 아니라 꿈에도 속하는, 일종의 ‘증강현실’이 된다. 이렇게 꿈과 현실이, 가상과 실제의 경계가 애매해지면서 무한으로 확장해가는 것이 지금 우리의 진짜 세계다. <인셉션>은 꿈의 침투라는 오래된 설정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은유한다. 그러니까 놀란 감독은 <인셉션>을 통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지금 여러분이 발을 딛고 있는 세계는 꿈인가? 현실인가? 실제인가? 가상인가? <인셉션>은 여기에 대해 답하지 않는다. 답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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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스트
(2010.8.1)

<인셉션>(Ince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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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 쇼(이하 ‘야후’)
 <메멘토>, <다크나이트> 등을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이번에 <인셉션>이라는 영화를 선보였습니다. 어떤 내용을 담은 영화인지 소개 부탁 드릴께요.
허남웅(이하 ‘허’) ‘인셉션’은 타인의 꿈속에 들어가 생각을 주입하는 작전을 말하는데요. 이 영화는 다른 사람의 꿈속에 들어가 생각을 훔쳐오는 조직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극중 주인공 코브를 연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바로 이 조직의 리더 격인 인물인데요, 한 기업 총수로부터 라이벌 기업 후계자의 정보를 빼내오라는 제안을 받고 팀 동료들과 함께 후계자의 꿈속에 침투합니다.

야후 한 마디로 정리를 하자면 ‘꿈을 해킹한다’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꿈과 현실, 의식과 무의식에 대한 이야기. 어떻게 보면 단순하면서도 쉽지 않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이전 영화인 <메멘토>도 쉬운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거든요? 어떠한 방법으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나요?
사실 관객들에게 어렵게 다가갈 수 있는 소재인데요, 그렇다고 이 소재가 딱히 새롭지도 않은 게 말씀하신 것처럼 ‘꿈을 해킹한다’는 설정은 다른 작품에서도 사용된 적이 있거든요. 단적인 예로, 타셈 싱 감독의 <더 셀>은 연쇄살인마의 무의식 세계로 들어가 납치당한 여자의 소재를 찾기 위해 단서를 구하고요, 그 외에도 <매트릭스>나 <아바타>나 <이터널 선샤인>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등이 있겠고요. 그러니까 제 말은 은근히 익숙한 소재가 이 ‘꿈’과 관련한 영화이고요. 무엇보다 이 영화는 강탈영화처럼 구성이 되어있어요. 마치 은행에서 돈을 훔치듯이 꿈속에서 생각을 훔치는 영화인데 팀원 각자의 장기를 살린 치밀한 계획을 통해 임무를 완수한다는 설정은 <오션스 일레븐>나 <이탈리안 잡> 같은 영화와 닮아있다는 점에서 관객들이 즐기기에는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야후 이 영화의 주인공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국내에서도 아주 잘 알려진 배우이며, 많은 사랑을 받는 배우 중 하나인데요, 1990년 중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그저 잘 생긴 꽃미남 배우였습니다. 그러다가 확실히 배우라는 느낌이 났던 영화는 바로 작년에 개봉한 ‘셔터 아일랜드’가 아닌가 싶은데요, 이번 영화 <인셉션>에서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디카프리오를 캐스팅하기 위해 엄청 공을 들였다고 하는데요. <인셉션> 만들기 몇 년 전부터 디카프리오에게 의견을 물어봤는데 번번히 거절을 했데요. 그래도 지금과 같은 완성본의 시나리오를 보여주니까 그제야 수락했다고 하네요. 사실 <인셉션>도 그렇고 <셔터 아일랜드>도 결국엔 주인공의 분열증을 탐구하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 분야 연기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해도 될 텐데요. 놀란 감독이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나 디카프리오에게서 덜 자란 어른의 모습을 보는 듯해요. 실제로 <갱스 오브 뉴욕>부터 계속해서 마틴 스콜세지 영화에 출연하는 디카프리오는 두 개의 세계에서 방황하는 연기를 하고 있거든요. <셔터 아일랜드>만 봐도 정상인과 정신병자 사이를 오가는 연기를 보여주잖아요. <인셉션>도 그렇거든요, 꿈과 현실에서 방황하는 연기를 펼치는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꽃미남 배우가 아니라 그냥 배우로 평가받는 것은 그만이 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는 연기를 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야후 만약 한국영화에서 비슷한 ‘인셉션’ 분위기가 나오는 영화가 개봉한다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역할에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배우는 누가 있을까요?
누가 있을까요, 이런 분열증적 연기에 능한 배우가. 일단 <올드 보이>의 최민식이 생각이 나는데요, 아버지와 애인의 입장에서 분열하는 연기를 보여줬는데, 너무 나이가 많아 보이죠. 그럼 젊은 배우들 중에서는 최근 <이끼>에 나온 박해일도 어울릴 것 같습니다. 저는 박해일 배우를 볼 때마다 묘한 이중성이 느껴지는데요. <살인의 추억>이 그랬잖아요. 앳된 용모를 지녔지만 연쇄살인도 저질렀을 것만 같은 악마적인 기운도 희미하게 느껴지고 말이죠. 나이대도 디카프리오와 비슷하니, 디카프리오보다 세 살이 어린 걸로 아는데, <인셉션>과 같은 영화에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야후 영화 러닝타임이 142분이라고 들었어요. 굉장히 러닝타임이 긴 영화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는 힘은 어디에 있나요?
개인적으로 꿈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장면들이 흥미로웠거든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웬만해서는 CG를 쓰지 않는 감독인데요. 대신 특수효과를 신봉하는 감독입니다, <다크 나이트>에서도 트럭이 뒤집어지는 장면을 실제로 촬영했다고 하잖아요. <인셉션>에서는 꿈속에서 벌어지는 초현실적인 장면들이 많이 나와요. 근데 대부분 실제 촬영인 게 360도로 돌아가는 호텔 복도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액션 같은 경우, 현실에서는 잠을 자는 이들에게 충격이 가해졌기 때문이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단순히 상상력에 의지한 게 아니라 현실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에 흥미가 동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야후 제일 명장면으로 꼽을 수 있는 장면이 있다면?
뒤로 갈수록 <인셉션>은 꿈속 뿐만 아니라, 꿈속의 꿈, 꿈속의 꿈속의 꿈, 심지어 무의식의 세계까지 들어가는데요, 말로 하면 참 어려워보여도 놀란 감독은 장소와 의상 등을 달리해서 구별할 수 있도록 해놓거든요. 근데 이게 사실 보면 꿈을 통해 드러나는 강박관념, 불안감, 무의식 등 심리적인 상태로 구획 지어놓은 것이거든요. 그래서 놀란 감독을 보면 영화감독이라기보다는 ‘설계자’라는 생각이 드는데 바로 그런 연출력을 해낼 수 있다는 게 놀라운 것 같아요. 

야후 반면 흥미롭지 못 했거나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다면?
피터 트래비스, 로저 이버트 등 해외 유명 평자들의 평가처럼 절대적인 걸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게 극중 꿈의 침투, 생각의 조작이란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대사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영화 속 규칙을 관객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 심지어 개념을 만들어내기까지 하고요. 그러다 보니까 무리하게 장면이 길어지고 잡아먹는 등의 무리수가 종종 눈에 띕니다. 더군다나 꿈과 현실의 모호함이 이 영화를 지배하는 정서이데 이는 여러 가지 해석의 곁가지를 뻗겠지만 결말이 확실하게 딱 떨어지지 아니라는 점에서도 지금의 관객들에게는 약점으로 다가갈 만합니다. 

야후 압도적인 스케일과 CG 등이 볼거리로 꼽혔는데요, 사실 다른 영화들도 개봉 전에는 이러한 홍보문구들로 관객몰이를 하다가 막상 뚜껑을 열어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많이 있거든요? <인셉션>은 어떤가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영화의 시각적인 효과는 압도적이죠. 파리 시내가 반으로 접히는 장면도 그렇고 LA 시가지에 불쑥 기차가 튀어나오는 장면들도 굉장히 생소한 볼거리라 눈을 떼기 힘들거든요. 게다가 이런 장면들을 대부분 실제 촬영을 했다고 하니까 더 놀라운 거죠.

야후 영화 뿐만 아니라 “극”의 형태를 지닌 것들에는 들을 거리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관객들의 눈 뿐만 아니라 귀까지도 사로잡은 많은 영화음악들이 사랑 받고 있는데요, 가끔씩은 정말 저희 같은 사람들이 생각해도 영 안 어울리는 영화음악들을 접할 때가 있어요. 정말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이번 영화 <인셉션>의 OST들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이 영화의 음악은 한스 짐머가 맡았는데요, 그래도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남는 음악은 <라비앙 로즈> 주제곡일 거예요. 이 영화에는 마리온 코티아르도 출연을 하거든요, 그럴 때마다 <라비앙 로즈>에서 에디트 피아프의 샹송이 흐르는데, 한편으로 일종의 조크이기도 하면서 이 주제곡은 Non, je ne regrette rien라는 곡으로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라는 의미를 갖는데 극중 마리온 코티아르의 행동과 관련해 연관을 갖는 복선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야후 영화 개봉 전 시사회를 통해서 먼저 영화를 보셨다고 들었습니다. 시사회가 끝난 후 함께 시사회에 참석하신 분들은 어떤 평가들을 내리셨나요?   
대체적으로 놀라워하는 분위기였고요, 영화가 끝났을 때는 이것이 꿈인가 현실인가 애매하게 처리했기 때문에 결말의 해석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도 있었습니다.

야후 실제로 다른 사람의 꿈에 들어가 5분이라도 자신의 목적을 주입시킬 수 있다고 가정을 한다면 칼럼리스트님은 누구에게 어떤 정보를 가지고 다른 사람 무의식 속에 들어가실 건가요?
모 당연히 지금 같은 사회 분위기라면 당연히 나랏님의 머릿속 아니겠어요. 저 같은 빈자들을 위한 정책도 펼쳐주시고 4대강 사업도 그만 멈춰주시고 무엇보다 잠 좀 푹 주무시라고 생각을 주입하고 싶습니다. 

야후 <인셉션>이란 영화에 평점과 한 줄 평을 남겨주신다면 어떻게 말씀하실 수 있으세요? 
전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다 라는 평으로 별점을 대신하고 싶고요, 한줄 평으로 이 영화를 평가한다면, ‘기억과 마술, 슈퍼히어로에 이머 꿈마저도 설계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은 욕심쟁이 우후훗!’으로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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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