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Return)


사용자 삽입 이미지한국의 장르영화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신세다. 매년 여름이면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공포영화는 몇 년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스릴러영화는 제작되는 편수가 많지 않아 성과를 언급하기에는 민망할 지경이다. 다행히 올해 초 개봉한 <극락도 살인사건>이 괜찮은 흥행을 기록했지만 그 역시 정통 스릴러라고 하기엔 다소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규만 감독의 <리턴>은 그런 와중에 오랜만에 찾아온 한국 스릴러영화다. 소재 자체도 구미를 당긴다. ‘수술 중 각성’, 즉 ‘전신마취를 한 환자가 수술 도중 의식이 깨어나 모든 통증을 느끼지만 정작 몸은 움직일 수 없는 상태’를 다룬다. 상상만 해도 끔찍할 정도니(?) 독특한 소재로 손색이 없을 뿐 아니라 스릴러의 소재로도 꽤 그럴듯해 보인다.

당연히 영화의 무대가 되는 곳은 병원이다. <하얀거탑>의 ‘장준혁’으로 열연을 펼쳤던 김명민이 유능한 외과 전문의 류재우로 등장하는 까닭에 <리턴>은 자칫 <하얀거탑>의 영화 버전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같은 배우의 동일한 배역, 그리고 극중 배경을 공유하고 있지만 두 작품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하얀거탑>이 장준혁 개인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면 <리턴>은 류재우는 물론 그의 동료 장석호, 오치훈, 강욱환 네 명의 균형을 극의 버팀목으로 삼는다. 또한 캐릭터적인 측면에서 류재우는 장준혁과 달리 따뜻한 가슴의 소유자일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도 차이라면 차이. 이야기 구성 측면에서도 <리턴>은 복수를 위해 저지른 연쇄살인사건이 플롯을 이끌어가는 핵심요소로 작용한다. 방영은 <하얀거탑>이 빨랐지만 촬영은 <리턴>이 먼저 이뤄졌다는 사실 역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굳이 비교하자면 <리턴>은 미국 드라마 <하우스>와 닮았다. 미스터리한 의학사건을 전문적인 분석을 통해 풀어가는 것처럼 <리턴> 역시 의학적 현상을 가지고 두뇌싸움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소재를 취하는 데 있어 1982년에 벌어졌던 사건을 2007년에 끌어들여 마치 거대한 운명론적 관점을 펼쳐보이듯 이야기를 풀어간다. 수술 중 각성을 겪은 한 소년이 이상증세를 보이다 사라진 뒤 25년 만에 나타나 그의 수술과 관련 있는 의사와 주변 인물에게 복수극을 펼치는 것. 그래서 <리턴>은 과거에 벌어졌던 수술 중 각성과 관련한 사연의 묘사와 살인범이 누구인지에 초점을 맞춰 극을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비교적 탄탄한 드라마와 나름대로 논리적인 추리기법을 도입해 한국 스릴러영화로는 근래 보기 드문 만듦새를 갖춘다. 소재주의에 머물고 마는 과거 스릴러영화와 병원을 무대로 사랑이야기를 펼쳐 보이기 일쑤였던 그간의 메디컬영화들과 비교해 보건데 소재 발굴 측면에서나 깔끔한 연출력 면에서는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리턴>은 소재 자체가 품고 있는 특수성을 깊이 파고들지는 못한다. 많은 이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게 대중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탓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단순한 구성을 통해 친절하리만치 자세한 설명을 제시하고 주요 등장인물 역시 최소화해 관객이 범인을 추리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진행, 가장 안전한 방식의 이야기 구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스릴러영화는 불친절하다 싶을 정도로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하며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이 백미인데, <리턴>의 경우 그 재미는 떨어지는 편이다. 수술 중 각성과 같은 특별한 소재를 현상으로 다루지 못하고 사연으로 소개하는 수준에서 마무리하는 건 이 영화가 가진 한계를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관객이 고통을 간접 체험해 극에 몰입할 수 있게끔 만드는 연출이 필요했지만 <리턴>은 이해를 돕는 데 치중한 나머지 소재가 가진 가능성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 이는 수술 중 각성을 너무 거대한 이야기 속에, 그리고 최소한의 인원으로 풀어가는 효과적이지 못한 연출에서 기인한다. 가령,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하나 이상의 혐의를 두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세심한 디테일이 필요한 주요 인물들의 혐의는 간단한 트릭으로 마무리 짓는 것에 반해 주변 인물들의 계략은 복잡하게 구성하는 등 이를 풀어가는 추리 효과는 인물간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다. 묘사는 풍부하되 그 속의 디테일은 한쪽으로 치우쳐 고르지 못하고 장면에 대한 설명은 친절하되 차고 넘쳐 예상 가능한 내용 전개가 펼쳐진다. 구조상의 불균형이 눈에 띄는 것이다.

<리턴>은 오랜만에 등장한 정통 스릴러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일정 정도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반갑게 다가온다. 하지만 여전히 가능성을 확인한 정도에서 머문 수준이라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로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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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2.0 347호
(2007.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