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연재를 시작하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유럽여행을 다녀온 지 올해로 벌써 4년째. 잊힐 법도 한데 당시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2005년 2월 3일부터 2005년 7월 28일까지, 6개월 동안 유럽에서 한 일을 날짜 별로 기억할 정도다. 내 평생을 통틀어 매일 매일을 사건의 연속으로 살아가는 날이 과연 며칠이나 될까. 유럽여행이 그랬다.

처음 계획을 짤 땐 영국에서 1년간 지낼 생각을 했다. 친구가 런던에 있었고 부족한 영어를 배우기에도 용이할 것 같았다. 사실 나의 통장잔고로는 비행기를 탄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그래도 외국에 나갈 거라고 떵떵 떠들고 다녔다. 당시 근무하던 모 인터넷 신문사는 2년 넘도록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이를 두고 주변에서 하도 놀려대던(?) 터였다. “집에 돈이 많은가봐. 돈 안주는 회사를 2년 넘게 다니고.” “헌혈도 한 번 해보지 그래. 가진 거 전부 줘도 아까워하지 않을 것 같은데” 등등. 우씨, 오기심의 발로였을까. 거짓말을 해서라도 개인적으로는 회사 재정 문제로 영향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과시하고 싶었다. (왜 그랬는지 몰라)

속으로 맘 졸이고 있던 어느 날, 나의 영국행 소문을 들은 여행팀의 편집장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유럽 가이드북을 기획했는데 내가 맡으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앗싸! 제안을 덥석 물었다. 안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다. 여행경비 굳었겠다, 가이드북도 낼 수 있으니 일석이조. 다만 이번 여행이 업무라는 생각은 버리기로 했다. 인생의 3분의 1을 도는 반환점의 시기에서 (그때 내 나이 서른둘) 인생 리셋까지는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인생을 차분히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안 그래도, 내 상황은 최악이었다. 월급은 안 나오지, 회사는 문 닫기 일보직전이지, 애인과는 헤어졌지, 집에는 빚쟁이들 찾아오기 일쑤지.

모든 걸 버린다는 생각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6개월 동안 내 인생의 서랍장에는 새로운 재료들로 채워지게 됐다. 그 기간 동안 내가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여행의 진짜 목적은 자랑이다. 모든 여행자들은 자신의 여행담을 늘어놓기 좋아한다. 시중에 출간된 수많은 여행 수필 서적들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이 작업을 미뤄왔다. 당시의 기억과 경험은 매일매일 적어두었던 네 권의 일기 속에 모두 기록돼있다.

오늘부터 매주 ‘유럽여행기’를 연재한다. 영국 런던에서부터 프랑스 파리까지, 유럽 11개국 52개 도시를 순회하며 겪었던 경험담을 공개한다. 덧붙여, 단순한 후일담이 되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객관성을 부여하려는 목적으로 주제와 관련한 책 한 권씩을 소개한다. 혹시나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쪼록 재미있게 읽어주삼. ^^;  사진 허남웅 | 디자인 허남준



<론리 플래닛 스토리> 토니 휠러, 모린 휠러 지음 | 안그라픽스

사용자 삽입 이미지아시아 여행을 하며 주머니에 남은 건 단돈 27센트. 27센트밖에 없는 배낭여행자 둘이 어떻게 세계적인 기업 ‘론리 플래닛’을 세웠을까. <론리 플래닛 스토리>는 론리 플래닛을 세운 휠러 부부 이야기다. 이들은 아무 것도 없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책을 만들었다. 여행이란 결국 그런 것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엇, 내가 여행 책을 낸다는 건 아니고. 이 책에는 두 부부가 만나 처음 여행을 시작한 후 론리 플래닛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기까지의 모험담이 여행기를 빙자해 파란만장하게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