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通天帝國之狄仁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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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홍콩영화를 소개해주신다고요.

<황비홍>으로 유명한 서극 감독과 말이 필요 없죠, 20년 넘게 홍콩을 대표하고 있는 배우 유덕화가 출연하는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이하 ‘<적인걸>’)입니다.

‘적인걸’은 무슨 의미인가요? 사람 이름인가요?
적인걸은 중국 당나라 시절에 실존했던 명판관이자 천재수사관으로 중국의 셜록홈즈라 불리며 세계적 명성을 떨친 인물이라고 하는데요. 대륙 역사상 최초의 여황제를 노리는 측천무후의 즉위식을 앞둔 어느 날, 그녀의 심복들이 차례로 불에 타 죽는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하늘의 분노라며 백성들의 공포가 커지고 황실은 점점 혼란에 빠집니다. 급기야 측천무후는 최후의 수단으로, 누명을 쓴 채 변방으로 좌천당한 적인걸을 불러들이고요, 타죽은 시체에서 남은 한줌의 재를 가지고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합니다.

주인공 적인걸도 그렇고, 측천무후도, 그러니까 실존인물이 등장하는 영화네요?
등장인물로만 보자면 그렇습니다. 줄거리만 봐도 실제 일어났을 법한 사건은 아니고요. 극중 액션 장면을 보면 공중으로 날아다니고 그러거든요. (웃음) 무엇보다 서극이 묘사하는 적인걸은 실제 모습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극중 적인걸은 유덕화가 연기하는 까닭에 굉장히 외모가 출중한 인물로 묘사가 되는데 실제로는 뚱뚱한데다가 그리 잘 생긴 편은 아니라고 하니까요. 오락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역사의 일부를 가져와 그 나머지를 상상력으로 다시 창조한 일종의 팩션이라고 보면 됩니다.

어떤 점에서 <적인걸>은 오락성이 뛰어난가요?
요즘은 한 장르가 아닌, 여러 장르를 섞는 것이 유행인데요. <적인걸> 역시 그렇습니다. 일단은 역사물이지만 말씀 드린 대로 경공술이 등장하는 무협이기도 하고요. 적인걸의 추리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탐정물이기도 하죠. 무엇보다 관객을 사로잡는 것은 중국영화 특유의 거대한 스케일로 구현되는 CG입니다. 황제의 즉위식이 벌어지는 궁궐 주변에 63빌딩을 능가하는 거대한 불상이 마치 영화의 중심축처럼 떡하니 박혀 눈을 현혹하고요. 불에 타 죽는 모습도 CG로 처리되며 볼거리에 굉장히 신경 쓴 모습이 역력합니다.

감독이 서극이라고 하셨죠. 원래부터 이런 종류의 영화를 만들어왔던 감독인가요?
서극은 ‘아시아의 스필버그’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볼거리에 신경을 많은 쓰는 감독인데요. <황비홍> <동방불패> 같은 경우, 볼거리로써의 무협 연출에 능했죠. <순류역류> 같은 경우, 앞선 영화와 달리 현대물인데 좁은 홍콩 거리에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에 굉장한 장기를 보였고요. <적인걸>에서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장르의 혼합 및 CG를 통해서 또 다른 오락영화의 경지에 도전합니다.

근데 너무 볼거리만 신경 쓰면 이야기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잘 지적해주셨는데요. 사실 서극의 영화는 종종 볼거리를 강조하는 까닭에 이야기가 다소 헐거워지는 경우가 있어요. <적인걸>도 마찬가지인데요. 사실 탐정이라고 하면 사소한 단서를 통해 추리하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요. <적인걸>은 머리를 쓰는 탐정이라기보다는 추리하는 과정에서 뭔가 사건이 터져 그를 쫓아가는 형식으로 진행이 되요. 누군가가 방해한다든가, 액션이 펼쳐진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더군다나 극중 드러난 사건의 실체를 교란시키기 위해 음모론을 난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역시 이야기를 산만하게 만드는 편이고요.

볼거리가 <적인걸>의 강점이라는 얘기처럼 들리네요.
근데 제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최고 볼거리는 유덕화이었습니다. 우스갯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유덕화가 올해 한국 나이로 치면 1961년생이니까, 올해로 쉰이거든요. 50세요. 근데 오히려 유덕화를 CG로 처리한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얼굴 피부가 너무 좋아요. 그 비결이 무엇인지 묻고 싶을 정도에요. (웃음)

유덕화 외에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가 <적인걸>에 등장하나요?
한국에서는 프랑스영화 <연인>에 출연했던 배우로 유명하죠. 당시 소녀 역으로 출연했던 제인 마치와의 18금 사랑으로 화제를 모았던 양가휘가 극중 적인걸의 오래된 동료로 등장해 오랜만에 한국 팬들과 만나고요. 양조위의 연인, 아니 이제는 결혼을 했으니까 부인이죠. <아비정전> <2046> <무간도 2,3>에도 출연했던 유가령이 측천무후로 출연하고 있습니다. 출연하지는 않지만요, 홍금보가 무술감독을 맡아 참여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간단하게 총평을 해주신다면요?
제가 워낙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그런 쪽으로 기대를 해서였는지 다소 실망한 편이었습니다. 전 오히려 극중 측천무후가 벌이는 일들이 정당하지 않은 것들이 있는데 국가의 대운을 위해서 정당성을 부여하는 측면이 있거든요. 저는 그걸 옹호하는 게 아니라 최근의 일부 중화권 영화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서 그것이 흥미로웠고요. 다만 <적인걸>은 이야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볼거리 위주로 본다면 크게 실망스럽지는 않을 거예요. 현란한 CG와 무엇보다 오랜만에 무협액션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을 여는 아침 최현정입니다사용자 삽입 이미지
MBC FM4U(6:00~7:00)

배우가 아닌, 제작자로 한국을 찾은 유덕화


유덕화가 이번에 한국을 찾은 것은 영화 홍보 때문이 아니다. 제11회 부산 국제영화제의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 상’을 수상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신인감독과 연기자 발굴에 힘써온 그의 공로를 치하하기 위한 것. 그래서 이번엔 배우가 아닌 제작자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그에게서 현재 홍콩영화가 처한 문제점을 돌파하기 위한 ‘제작자’ 유덕화에 대해서 들었다.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 상을 수상한 것을 축하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은 것이 너무너무 기쁘다. 무엇보다 부산 국제영화제가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 상이라는 부문을 만든 것에 대해서 큰 감동을 받았다. 우리가 새로운 영화인들을 발굴하지 않는다면 영화 전체에 대한 미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지금껏 많은 신인감독과 배우들을 발굴해 키워왔고 앞으로도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메이드 인 홍콩>도 그렇고 11회 부산 국제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된 <크레이지 스톤>까지 제작자 유덕화는 아시아 독립영화에 많은 애정을 쏟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예술영화와 상업영화를 딱히 갈라서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장르의 영화든지 그것을 보는 사람들을 위해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어떤 감독들은 예술성과 상업성을 무시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고집해서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만약에 영화계의 상황이 좋다면 그런 작품들이 운 좋게 계속해서 만들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위험한 경우는 영화시장이 축소되었을 때 그런 작품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 그래서 관객 위주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영화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을 한다.


안 그래도 오래전부터 홍콩 영화계는 침체기다. 이런 상황이 제작자로 나서게 된 계기였나?
특별히 홍콩 영화가 침체되어 있어 다시 살리고자 하는 마음에 제작자로 나선 것은 아니다. 영화산업은 부침이 잦아서 잘 될 때도 있고 좀 안 될 때도 있고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노력은 잘 될 때던지 상황이 좋지 않을 때든 언제든지 누군가는 꼭 해야 되는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인들 자신이 미래를 위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지 어떤 상황이 닥쳐와도 문제없이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방문은 제작자로 온 것이기도 하지만 현재 <삼국지-용의 부활>을 찍고 있다. 그 지치지 않는 열정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가?
어렸을 때부터 세계 각국의 영화를 찾아서 많이 봤을 정도로 천성적으로 너무너무 사랑한다. 게다가 운이 좋아서 내가 사랑하는 영화가 일이 되었다는 게 그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한 가지, 나에게 힘을 주는 게 있다면 변함없는 관객들의 사랑, 이것이 지금껏 20년 동안 이 길을 걸어오게 한 큰 힘이 돼주었다.


맞다. 부산 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팬들, 특히 젊은 팬들이 많다.
사실 나도 궁금하다. 그런 젊은 친구들이 어떻게 나를 알고 나를 좋아할까, 정말로 내 영화를 보고 나를 좋아하는 걸까 내가 생각해도 참 신기한 현상이다. 실례지만 기자 나이가 몇 살인가? 내 영화를 본 적이 있나?

서른 세 살이다. 당신이 데뷔한 <지존무상>부터 <아비정전>, <천장지구> 최근 가장 히트를 한 <무간도>까지 많은 작품을 보았다. 그런데 지금 아주 젊은 사람들이 배우 유덕화를 좋아하는 건 <무간도>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지금 젊은 팬과 기자가 학생일 때 같은 점이 있다면 <아비정전>도 양조위, 유덕화 주연,  <무간도>도 양조위, 유덕화 주연이라는 거다. 이걸 다른 측면에서 보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십년이 다시 지나 나를 사랑해준다면 그것처럼 고마운 것도 없지만 다시 보면 새로운 스타가 나오지 않았다는 얘기도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들을 육성하는 일에 더 힘을 쏟는 거다. 


사실 요즘에 홍콩의 새로운 감독을 보는 것도 힘들어졌다.
맞다. <아비정전>이랑 <무간도>를 비교해 보았을 때 재미있는 것 중 하나가, <무간도>의 연출을 맡았던 유위강 감독이 <아비정전>의 두가풍 촬영감독의 촬영보조였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 현재의 홍콩 영화계의 상황에서는 이 계보를 이어갈 감독과 배우들의 출연이 많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당신에게서 홍콩영화계가 처한 절실함이 느껴진다.
홍콩영화계의 문제점 중 하나가 또 뭐냐 하면,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신인으로 시작해서 유명한 배우가 될 때까지 유지를 해나가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시장이 작기 때문에 흥행을 고려하게 될 때 매번 나나 양조위, 주성치, 장학우 등 검증된 배우들만 찾는 경우가 빈번하다. 내가 신인감독들을 길러내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신인감독들의 작품을 통해서 신인배우들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2006. 10. 13. <스크린> Photo by 임아원)

<무간도>(無間道)


1.

無間道. 보도자료에서 말하길, 열반경 제19권은 무간지옥에 대해 ‘불교에서 썰하는 18층 지옥 중 가장 낮은 층의 지옥’이라 정의 내리고 있다 전한다. 그니까 한마디로 ‘절라 조뙌 상황’이 바로 <무간도>라는 얘기되겠다. 그렇다면 당 영화에서는 이 지옥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을까?

지금 홍콩은 삼합회로 혼란스럽고 짭새들은 이들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형국이다. 이 상황에서 삼합회의 조직원 유건명(유덕화 분)은 경찰 내부에 잠입하여 유능한 짭새로 인정받고 있고, 삼합회에 숨어든 짭새 스파이 진영인(양조위 분)은 보스 한침(증지위 분)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적의 내부에 몇 년간 숨어들어 생활한다고 생각해봐라. 아무리 유능하고, 신뢰를 받고 있다해도 걸리면 끝장인데 얼마나 살 떨리겠냐. 근데 어찌저찌해서 이 둘의 존재가 상대방에게 동시에 발각되고야 마니, 절라 후달리지 아니 할 수 없는 분위기다.

그렇다. <무간도>는 이 두 쥔공, 유건명과 진영인의 절라 조뙌 상황을 그리고 있는 영화 되겠다.

당 영화와 같이 내부에 잠입한 첩자를 소재로 삼은 언더커버(undercover) 영화들은 그런 비밀스런 설정이 주는 긴장감 덕택으로 관객의 구미를 당기고 재미를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당 영화는 이들 영화와 같은 설정에서 한 똥꼬 더 나아가 양쪽 진영에 각각 숨어든 첩자를 대립시킴으로 해서 꼴림을 두 배로 유도하고 있다. 겁나게 흥미를 끄는 구도라 아니 할 수 없음이다.

그래서 <무간도>의 각본은 당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차별성을 최대한 살릴 요량으로 서로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한 쫓고 쫓기는 상황을 적극 활용한다.

특히 극중 영화관에서 진영인이 유건명을 몰래 뒤쫓다가 갑자기 터진 핸드폰 벨소리로 사면초가에 놓이는 설정이라던지, 유건명이 황국장(황추생 분)의 핸드폰을 이용, 진영인에게 접근해 가는 장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긴장감은 실로 똥꼬에 땀을 차게 할 정도로 당 영화의 백미라 하겠다.


2.

게다가 당 영화의 이야기가 더욱 재미를 주는 건, 각본을 공동으로 맡은 맥조휘와 장문강이 <무간도>를 마치 추리소설처럼 미스터리하게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관계로 당 영화의 서두에서 제시되는 등장인물덜의 별 시덥지 않은 행동이나 하찮은 물건들이 종국에 가서는 결정적인 단서로 작용할 뿐 아니라 영화는 끝까정 두 쥔공간의 관계를 알 수 없게끔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당 영화를 보면 액숑장면이 별로 없다. 그나마 가장 큰 액숑장면이라 할 수 있는 거리 총격전 씬같은 경우도 몇 십 초 밖에는 보여주지 않을뿐더러 이런 류의 영화가 주는 역동적인 느낌도 거의 받을 수가 없다.

이 말은 곧 당 영화가 단순한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오락영화가 아님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하겠다.

아시다시피 당 영화는 유건명과 진영인의 대립이 전체의 분위기를 좌지보지하고 있음이다. 그럼 이 둘은 왜 대립하는가? 물론 살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 살기 위함이란 곧 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말과 동일하다. 그런데 오랫동안 첩자 노릇을 해오다 보니 자기가 좋은 분인지 나쁜 쉐이인지 헤깔릴 때가 많다.

보스인 한침이 유건명에게 유반장이라고 부르자 놀라는 건 이 때문이다. 정체성에 혼란이 온 거다. 그러니 이 두 명의 쥔공, 심적으로 절라 고민 때림이다.

첩자를 다룬 영화가 대개 소재가 갖는 말초적인 점만 이용, 액숑에 그치거나 스릴만을 강조하는데 반해 정체성의 문제까정 건드려 쥔공의 심리를 이처럼 자연스럽게 녹인 점은 당 영화의 시나리오가 갖는 또 하나의 우수성이라 할 만하다.

그렇기 때문에 당 영화에서 유건명, 진영인의 역할을 맡은 배우의 연기는 절라 중요하다. 내적인 고민을 외면으로 드러내야 하자너.

쥔공 역을 맡은 배우는 양조위와 유덕화다. 양조위야 원래 세계가 인정한 연기파이지만 당 영화에서 유덕화의 연기도 이에 못지 않았음이다. 특히 아내에게 자신의 정체가 발각된 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 그를 보라. 왜 그가 20여 년 동안 홍콩영화계의 주연으로 군림하고 있는지 대충 감이 올 것이다. 안 옴 말구…

당 영화의 감독은 이들의 캐스팅 배경에 대해 양조위와 유덕화가 아니었다면 제작비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마빡 하나만을 들이밀고 있는 스타급 배우였다면 영화가 어떻게 되었을까? 마치 <비싼무>, <별루>의 신횬준처럼 말이다.

유위강이 겉으로는 우스개처럼 말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배우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연기력을 중요시한 속내가 숨어 있는 것이다.


3.

그러나 아무리 이야기가 훌륭하고 배우덜의 연기가 뛰어나도 이를 담는 화면이 형편없으면 영화는 조또 아닌 게 되기 십상이다. 시나리오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촬영과 이야기의 구도를 잘 살려낼 수 있는 미쟝센이 서로 상호작용을 해야 좋은 작품이 탄생하는 법이니까.

당 영화의 촬영은 감독인 유위강과 크리스토퍼 도일이 맡아, 극중 유건명과 진영인의 암울한 처지를 그대로 화면에 반영하여 어둠이 강조된 검은 필름 즉, 필름 느와르의 촬영술을 고스란히 차용하고 있음이다.

그래서 당 영화에는 지옥에 빠져있는 두 쥔공의 상황을 포착하기 위해 낮은 조도를 이용한 밤거리/극장/버스 안/엘리베이터 등 좁아터진 공간에서의 촬영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유건명, 진영인의 절망적인 심정을 외양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깊은 그림자를 강조한 촬영술을 구사하고 있으며, 여백이 강조된 넓은 공간에 쥔공이 서 있다거나 동료들에게서 떨어져 혼자 외따로 있는 등 버림받은 듯한 인상을 주는 구도가 많다.

그런 전차로 당 영화는 유기적으로 잘 연결된 세 요소(이야기/연기/촬영)가 위기에 빠진 두 쥔공이라는 중심 틀에 맞춰 별 무리 없이 조화를 이루며 통일성을 확보, 제목이 주는 지옥스런 느낌을 잘 살려내고 있다 하겠다.


4.

허나 그렇다고 해서 당 영화에 단점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다. 당 영화는 유건명과 진영인의 어릴 적 장면을 영화의 시작과 끝에 놓고, 이야기를 베베 꼼으로써 끝까정 두 쥔공 간의 관계를 관객에게 오리무중하도록 만들고 있다.

그럼으로 해서 당 영화는 반전을 숨기고 있다. 근데 한 번만 꼬아놓았어도 관객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을 텐데, <식스센스>처럼 다시 봐야 이해가 되는 그런 차원의 스토리가 아님에도 한 번을 더 꼬아 영화의 이해에 혼란을 준 건 어찌됐던 좀 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홍콩 영화계도 반전에 대한 압박이 꽤나 심한가부다.

게다가 많은 재래식 언론덜이 ‘홍콩 느와르가 다시 똥꼬를 열기 시작했다!’는 삘루다가 당 영화를 홍보하고 있는 까닭에 <무간도>를 보려는 예비 관객덜에게 괜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하겠다.

무슨 말인고 하니, 홍콩 느와르는 시절이 하 수상하던 때, 희망이 없어 보이는 인물들의 초상을 어두운 화면에 담는다는 점에서 필름 느와르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쥔공이 돈과 욕망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 의(義)와 협(俠) 등 인간관계에 매달린다는 점에선 차별화 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동양적 감성이 먹혔던 이유 중의 하나는 홍콩 반환을 앞둔 시점에서 홍콩 느와르가 홍콩민들의 불안한 시대적인 감성을 반영하고 있던 탓이었다.

근데 시대는 바뀌었다. 홍콩은 중국의 한 도시로 편입되었고, 사람들의 감성도 변하였다. 물론 시대를 반영하는 영화도 달라졌다. 그러니 당 영화도 홍콩 반환 이전 시절과 달리 홍콩 느와르의 특징을 그대로 답습할 리 없다.

그 결정적인 증거로 당해 영화 <무간도>의 쥔공들은 절대 의리, 우정, 협 이런 카인드 오부의 감정에 자신을 내던지지 않는다. 오로지 개인의 안위에 따른 욕망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그 결과 당 영화 어두운 인간들을 어두운 화면에 담은 전체적인 모양새에 있어선 홍콩 느와르의 냄새를 풍기나 이를 이루는 요소들 – 쥔공들의 감정 표현이 개인에 우선하고 별루 폭력적이지 않다 – 은 전혀 홍콩 느와르스럽지 못함이다.

만약 오우삼 감독의 홍콩 느와르 스타일을 기대하고 당 영화를 볼작시엔 심히 조뙈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당 영화의 관람에 앞서 고려하시라.


5.

롱롱타임동안 침체를 거듭하던 홍콩 영화계에서 오랜만에 자국민의 호응을 듬뿍 얻고 있는 당해 영화 <무간도>가 울 영화계에 주는 교훈은 자명하다.

남의 나라에서 크게 성공한 영화 수입하면 대박난다,는 수입사의 입장은 차치하고라도 시나리오가 말이 되고, 촬영이 이를 뒷받침하며, 배우의 연기가 연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기본 명제에 충실 할 경우, 관객이 알아서 찾아든다는 사실.

근데 이를 묵과하고 이야기에 상관없이 오로지 돈만 때려 박는 볼거리에만 치중하거나, 어찌됐든 우끼는 영화에만 주력하며, 계속해서 조폭 붕알만 만지고 있다간 홍콩 영화계 꼴 안 나리라는 보장은 엄따.

부디 한국 영화계는 <무간도>가 재미있다는 그 사실만을 볼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된 그 연유, 그 과정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그럼 이상!!


<딴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