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멘>(The Omen)





1.

오컬트(occult:비밀스러운, 불가사의한) 영화는 일반적인 공포영화와는 달리 종교라는 배경 속에서 특정집단이 주는 일종의 초자연적 경외감과 인간의 가녀린 심성을 자극하는 악마주의를 소재로 삼고 있다. 그래서 개봉전부터 영화 내외적인 즉각 반응은 물론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짭짤한 수입까지 올리는 실익을 취하고는 하였다. 그런 까닭에 헐리웃은 종교적인 사건을 다룬 오컬트 영화를 꾸준히 제작해왔다. 1968년에 만들어진 로만 폴란스키의 <악마의 씨 Rosemary’s Baby>와 윌리엄 프리드킨의 <엑소시스트 The Exorcist>는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이 계열의 대표작이다. 지금 소개할 <오멘> 또한 가장 성공한 오컬트 영화 중의 하나이다.


<오멘>은 영화와 소설이 모두 1976년 같은 해에 발표가 되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소설 역시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미국에서만 발행 1년 만에 800만 부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성서의 인용을 통한 이야기의 설득력은 독자를 두려움에 빠뜨렸고 그만큼 데이비드 셀쳐의 소설은 사실에 근거한 것처럼 보여져 더욱 인기를 모았다.


이미 영화 <오멘>과 관련된 여러 사실들이 20년 간의 시간 속에 수많은 매체를 통해 노출이 되었으니 이 지면에서는 소설 <오멘>과의 비교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영화를 본 관객 중 상당수가 의아하게 여기는 부분은 뜬금 없이 쏘온(그레고리 펙 분)에게 접근하여 다미엔(하비 스테픈 분)의 실체를 폭로하는 브렌난 신부(패트릭 트루톤 분)의 정체이다. 소설에서는 태손이란 이름으로 등장하는 브렌난 신부는 스필레토(쏘온에게 아이의 입양을 주선한 신부)의 인도를 받아 악마교를 숭배한 인물로 쏘온의 실제 아이를 탄생과 동시에 돌로 머리를 짓이겨 살해한 장본인이다. 그는 이 일에 죄책감을 느끼고 자신의 죄를 사하기 위해 스필레토(마틴 벤슨 분)의 감시를 피해 하느님께 귀의하며 쏘온을 찾아 사건의 전말을 알리고 악마의 부흥을 막으려고 애쓴다.


브렌넨 신부가 쏘온에게 찾아가라고 말한 버겐하겐이란 존재도 그 중요성에 비해 영화에서는 굉장히 축소되어 있다. 단지 악마를 없애는 방법만을 아는 인물로 단순하게 그려진 영화와는 달리 소설에 의하면 버겐하겐의 조상은 사탄의 악령을 처음 발견한 이로 이를 퇴치한 사람이다. 쏘온이 지하도시에서 만난 버겐하겐은 악마를 제거하는 방법을 유일하게 아는 버겐하겐 가(家)의 마지막 자손으로 악마의 출현을 알고 있지만 힘을 쓰지 못한 채 동굴에 숨어 죽음을 기다리는 인물로 묘사된다.



2.

<오멘>은 전체적인 공포분위기를 구현하는데는 성공하였지만 인물의 내면을 포착하는 데는 적잖아 미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쏘온의 부인인 캐시(리 레믹 분)가 다미엔의 기이한 행동을 목격하면서 겪게되는 심각한 정신착란증세라든지 아들의 유모인 베일록 부인(빌리 와이틀로 분)과 다미엔을 사이에 둔 팽팽한 대립의 긴장감, 다미엔의 실체를 알아가며 겪는 남편과의 갈등 등에 대해서는 소설에 비해 간결히 처리되거나 아예 표현이 되지 않고 있다.

이렇듯 리차드 도너 감독은 이야기의 중요한 몇 가지 사실을 누락시켜가며 <오멘>을 가능한 가장 날씬하게 연출하였다. 그래서 소설 <오멘>을 읽은 독자(혹은 관객)들은 영화가 소설의 방대한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매우 숨 차 하는 듯한 인상을 쉽게 간파한다. 다시 말해 1시간 50분에 달하는 시간 안에 이야기를 집어넣으려다 보니 <오멘>은 설명이 불친절한 영화가 되어 버렸다.


이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간단하다. 리차드 도너는 철저한 상업영화 감독이기 때문이다. <슈퍼맨 Superman>과 <구니스 The Goonies> 그리고 <리셀 웨폰 Lethal Weapon> 시리즈의 감독이 바로 그였음을 상기하였을 때, <오멘> 역시 영화의 질적인 면보다 빠른 전개를 축으로 관객의 구미에 맞는 볼거리를 통한 연출력에 승부를 걸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도너는 인물보다 사건을 충실하게 재현하는데 연출의 초점을 맞춤으로서 <오멘>을 말 그대로 군살 없이 매끈하게 잘 빠진 상업영화로 만들었다.


3.

리차드 도너가 상업영화 감독으로써 재능이 있음을 잘 드러내는 부분은, 유일하게 소설과는 다르게 약간의 변화를 준, 죽음을 예언하는 사진 속의 표시이다. 소설 속에는 이 모양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한 반점인데 반해 영화에서는 선으로 대체되어 있다. 이는 죽음의 실제 모습을 사진 속 선의 방향과 일치시킨 상징으로,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예언을 통해 관객의 불안을 더욱 극적으로 증폭시키려는 일종의 영화적 표현이다. 바로 이 점이 리차드 도너가 유능한 상업감독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예이다.

하지만 <오멘>은 앞에서도 밝혔듯이 철저한 관객위주라는 치명적인(?) 한계로 인해 선배 격인 <악마의 씨>나 <엑소시스트>에 비해 ‘깊이’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그것은 필시 이야기의 몸집을 줄이다 생긴 설명의 부족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가령 <엑소시스트>는 레건(린다 블레어 분)이 악령에 씌우기 전까지의 과정을 1시간 이상 할애함으로써 불길한 기운을 최대한 조성하며, <악마의 씨>는 로즈마리(미아 패로우 분)가 새집으로 이사를 온 후, 악마의 씨앗을 잉태하는 순간에서부터 악마를 낳기까지의 과정을 지루할(?)정도로 세심하게 설명한다. 반면 <오멘>은 이야기를 급하게 마무리하려는 조급함(?)이 돋보인다. 이는 <악마의 씨>와 <엑소시스트>가 아직도 유효한 생명력을 과시하며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데 반해 <오멘>이 푸대접을 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하지만 2006년 6월 6일 리메이크 되어 개봉했다).



사족. 악마를 소재로 삼은 영화가 종종 실제 촬영현장에서 악마의 저주(?)로 보이는 듯한 사고로 화제를 모으듯 <오멘>도 그러한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 하였다. 촬영 중 작가인 데이비드 셀처의 비행기는 갑작스런 번개로 인해 파괴가 되었고, 감독인 리차드 도너가 묶고 있던 호텔은 IRA의 테러공격으로 인해 폭발사고가 일어나는 등 일련의 굵직굵직한 사고들이 발생함으로 해서 관계자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이에 스튜디오는 원 제목이었던 <적 그리스도의 모반 The Antichrist to the Birthmark>에 원인이 있다고 판단하여 제목을 지금의 <오멘>으로 변경하였다. 하지만 변화를 준 이후에도 원인 모를 차 사고가 촬영 중 발생하는 등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


(2001. 11. 2. <무비클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