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츠부르크는 <사운드 오브 뮤직>을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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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부르크는 빈에 이은 오스트리아의 제2의 도시다. 모차르트의 고향으로 유명했지만 1965년 개봉해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뮤지컬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시로 더욱 명성을 얻었더랬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7남매의 아버지이자 대령인 폰 트랩(크리스토퍼 플러머)과 아이들을 돌보는 가정교사 마리아(줄리 앤드류스)의 사랑을 그린 작품. 극중 잘츠부르크의 초록빛 풍광을 배경삼아 주인공들이 부르는 ‘에델바이스’와 ‘도레미 송’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먹었던지 인구 15만의 소도시에 매년 3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 정도다.

잘츠부르크의 극성스러운 <사운드 오브 뮤직> 사랑을 느낀 건 숙소로 정한 어느 유스 호스텔에서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에델바이스’의 전주곡이 은은하게 귓가를 간질이고 이곡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도레미 송’이 그 뒤를 잇는 식이다. 이 두 곡이 쉬지 않고 반복되는 것을 보니 모르긴 몰라도 이 유스 호스텔에 하루만 묵으면 영화를 보지 못한 이라도 ‘에델바이스’와 ‘도레미 송’을 자신도 모르게 입으로 흥얼거릴 정도인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TV가 놓인 곳에서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으니, 그것 참.

무언의 압박으로 다가온 탓일까. 이곳에서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를 하지 않으면 잘츠부르크 시민들에게 몇 대 맞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한 생각에 하루 일정을 계획에도 없던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에 바치기로 전격 결정했다. 투어의 동선을 확인할 겸 유스 호스텔 프런트에 도움을 요청하니 아니나 달라, ‘Sound of Music Tour’라고 적힌 전단지 10여 종을 내어놓는다. 버스를 타고 영화 속에 등장했던 주요 장소를 둘러보는 것인데 차안에서 ’에델바이스‘ ’도레미 송‘에 맞춰 박수를 치며 따라 부른다는 스태프의 친절한 설명을 듣는 순간, 투어에 대한 생각이 싹 가시고 말았다. (그 놈의 <사운드 오브 뮤직>이 뭔지!)

대신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장소만 이동하기로 결정하니, 그 범위는 미라벨 정원과 논 베르크 수도원으로만 좁혀진다. 사실 영화 속 배경은 잘츠부르크뿐만 아니라 근교도시에까지 퍼져있어 전문투어의 도움 없이 개인적으로 돌아다니기에는 큰 어려움이 있다. 한 예로, 폰 트랩 가문의 저택은 프론부르그 성과 레온폴스크룬 궁 두 군데서 이뤄졌다. 그중 프론부르그 성은 잘츠부르크에서 1시간 넘는 거리에 위치한 아이겐이라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 버스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쉽게 갈 수 없는 것이다.

모 아쉽거나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투어를 포기함으로써 ‘에델바이스’와 ‘도레미 송’의 악몽에서는 벗어난 것 아닌가. 그렇다고 ‘내 인생의 영화’ 정도로 생각하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옥과 같은 장소를 포기할 수는 없는 법. 특히 미라벨 정원은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다. 가장 유명한 장면이랄 수 있는, 마리아와 7남매가 ‘도레미 송’을 부르는 장면은 여러 장소에서 촬영돼 편집된 것이지만 피날레를 장식하는 건 잘 정돈된 정원과 다채로운 색의 꽃들이 만발한 미라벨 정원이다. 그뿐인가. 이곳의 조그마한 유리 궁전에서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폰 트랩과 마리아가 환상적인 첫 키스와 함께 결혼 약속을 하지 않던가.

미라벨 정원의 유리 궁전 앞에 다다라 이 장면을 생각하고 있으니 갑자기 영화 속 감동의 순간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초췌한 몰골로 외롭게 여행하고 있는 내 모습이 떠올라 울컥 눈물이 앞을 가린다. 어딘가에서 위로라도 받지 않으면 너무 외로운 나머지 미처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급히 숙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내 입에서는 거짓말처럼 ‘에델바이스’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유스 호스텔에 도착하면 아리따운 여자 친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지겹도록 귀에 들어와 박혀 이제는 오래된 친구처럼 느껴지는 ‘에델바이스’와 ‘도레미 송’이 나를 반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잘츠부르크는 정말 이상한 방식으로 <사운드 오브 뮤직>을 사랑하게 만든다. 그 놈의 <사운드 오브 뮤직>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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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