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노; 연애조작단>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의 영화는 무엇인가요?
바람 솔솔 부는 가을, 싱숭생숭한 남녀들을 위한 영화, 김현석 감독의 <시라노; 연애조작단>입니다.

어떤 영화인지 먼저 소개해주시죠.
시라노 에이전시라고 하는데요. 이름만 들어보면 마치 첩보조직단 같죠. 사실은 연애조작단입니다. 연애에 서툰 사람의 사랑을 대신 이뤄지도록 힘써주는 4인 1조 팀인데요. 의뢰가 들어오면 외모부터 가다듬어주고 이성에게 접근하는 스킬을 연마시켜주며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는 ‘오션스11‘ 팀처럼 각본을 만들어 끝내는 사랑이 이뤄지도록 만들어줍니다. 성공률이 무려 99% 이룰 정도인데요. 어느 날 상용(최다니엘)이라는 남자로부터 의뢰를 받는데 의뢰인이 사랑을 원하는 희중(이민정)이라는 여자가 하필이면 시라노 에이전시 대표인 병훈(엄태웅)의 옛 여자 친구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들 셋 간에 엎치락뒤치락 소동이 벌어진다는 내용입니다.

일종의 사랑 대행업이라고 할 수 있네요. 그럼 시라노 에이전시 팀원들은 사랑에 도가 튼 인물들이겠네요?
줄거리에서도 언급했지만 병훈은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옛사랑 앞에서 오락가락하니까요, 이론에는 강하지만 실전에는 약한, 중이 제 머리카락 못 깎는다고 하나요. 실제로 극중 시라노 팀원들은 모두 솔로입니다. 이론에 강한 것은 사실이죠. 그런 맥락에서 의뢰인을 향해 “여자란, 질투를 느끼는 사람의 남자를 빼앗고 싶은 본성이 있죠.”라고 말하는 거나 “남자들은 여자의 과거 남자에게 콤플렉스를 느끼죠.”하는 대사들에서는 남녀의 심리를 잘 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왜 에이전시 이름이 ‘시라노’인가요?
아시는 분도 계실 텐데요.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이 쓴 희곡 중에 <시라노 드 벨쥬락>이라는 작품이 있거든요. 극중 주인공 시라노가 연애편지를 대신 써주는 상황이 있어요. 근데 이 희곡이 제라르 드빠르디유가 출연한 영화 <시라노>(1990)로 만들어졌어요. 한국에서도 개봉을 했던 작품인데요. 이 영화를 보고 감명을 받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만든 김현석 감독인데요. 제라르 드빠르디유가 출연한 <시라노>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데요. 처음엔 <대행업>이라는 제목으로 시나리오를 썼는데 그것이 16년이 지난 지금 <시라노; 연애조작단>이 된 것입니다.

김현석 감독은 주로 어떤 작품을 만들었나요?
김현석 감독은 야구를 굉장히 좋아하는 걸로 유명한데요. 그래서 데뷔작도 <YMCA 야구단>(2002)이었고 선동렬 스카우트 이야기를 다룬 <스카우트>(2007)도 만들었습니다. 근데 김현석 감독이 연애영화를 만드는데도 재능이 있거든요. <광식이 동생 광태>(2006) 아시죠? 연애에 젬병이인 형 광식이와 연애고수인 동생 광태가 나와서 정반대되는 연애의 풍경을 그렸던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광식이 동생 광태>의 광식이가 찾아가 볼만한 곳입니다.

최근 좀 잔혹한 한국영화들이 많았어요. 근데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오랜만에 보는 로맨틱코미디 영화라는 점에서 반갑네요.
그렇죠. 한국의 로맨틱코미디 영화를 보는 건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아요. 올 초에 개봉했던, 중년남자 안성기가 친구의 딸 이하니와 사연 많은 연애를 나눈 <페어 러브> 이후 오랜만인 것 같은데요. 정말로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로맨틱과 코미디를 모두 만족시켜주는 영화입니다. 특히 연애에 미숙한 이들의 사랑을 이어주기 위한 시라노 에이전시 팀의 활약은 정말 배꼽을 잡는데요. 그중에서 <방자전>의 변학도 역을 맡아 혀 ‘딻은’ 연기로 많은 웃음을 줬던 배우 송새벽이 연애에 미숙한 의뢰인으로 등장하는데 이번에도 굉장한 유모를 선사합니다. 근데 이 분은 권혁재 감독의 <해결사>에서도 비슷한 연기를 보여주는데 이러다가 밑천 다 떨어지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송새벽 외에 <시라노; 연애조작단>에는 어떤 배우들이 출연하나요?
아마도 남성관객과 여성관객을 모두 만족시킬만한 캐스팅이라고 할 만한데요. 시라노 에이전시의 병훈 역에는 엄태웅이 맡았고요,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이지만 연애에는 숙맥인 의뢰인 상용 역은 최다니엘이 맡았습니다. 요즘 여자들의 최고의 로망 아니겠습니까. 근데 안경을 껴야 로망인데 안경 낀 모습은 그렇게 많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여자 관객들이 좀 아쉬울 수 있겠어요. 그리고 극중 최다니엘이 사랑하는, 그리고 엄태웅도 사랑하는 여자 희중 역할은 이민정이 맡았는데요. 오~ 역시나 굉장한 미모를 자랑하시더라고요.

그럼 극중에서 엄태웅과 최다니엘과 이민정은 삼각관계를 벌이는 거군요. 결국 누가 이민정과 연결이 되나요?
그건 알려드릴 수 없고요. 그랬다가는 스포일러 밝혔다고 해서 폭풍 불만 댓글에 제가 시달릴지도 몰라요. 다만 상용과 병훈의 배경에서 상반된 사랑의 차이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흥미로운데요. 사랑에 서툴러 남의 도움을 받는 상용은 공부와 일에는 능숙하지만 인간관계에는 좀 서툰 그런 모습을 보이고요. 전직 연극배우 출신의 병훈은 돈은 그렇게 많이 벌지 못하고 옛 사랑을 잊지 못하는 모습들이 극명히 나눠지고 있습니다. 이걸 20대와 30대의 차이라고 해도 될까요. 하지만 결국 사랑은 신뢰가 중요하다는 점을 이 두 사람은 아니 희중까지 세 사람이죠, 이들 모두가 깨닫게 됩니다.


세상을 여는 아침사용자 삽입 이미지
MBC FM4U(6:00~7:00)

<차우>(Chaw)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차우>란 영화가 참으로 별나다. 블록버스터인줄 알았더니 B급영화이고, 공포물인줄 알았더니 코미디였던 것이다. 영화의 감독이 바로 <시실리2km>를 연출했던 신정원임을 상기할 때 이와 같은 결과는 일견 당연해 보인다. 다만 줄거리만 보면 <차우>는 괴수물의 공식을 철저히 따르는 모범적인 장르영화다.  

식인 멧돼지 ‘차우’가 출몰하는 지역은 작은 농촌마을 삼매리. 사람들이 하나둘 잡혀 먹이면서 마을엔 공포의 기운이 감돌지만 도시민을 상대로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지역유지들은 돈을 벌기위해 이를 모른 체한다. 그 와중에 사람들은 죽어나가고 결국 서울에서 좌천된 김순경(엄태웅)과 사건 해결을 위해 급파된 신형사(박혁권), 현역 최고의 포수 만배(윤제문)와 전설적인 포수 일만(장항선), 그리고 동물학자 수련(정유미)은 우여곡절 끝에 팀을 구성해 차우 사냥에 나선다.

<차우>는 표면상 차우와 인간의 사투로 보이지만 신정원 감독은 그와 같은 관객의 예상을 보기 좋게 배반한다. 식인 멧돼지의 실체는 영화의 중반이 한참 지나서야 공개되고 CG로 구현된 그 모습 또한 조악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차우>에는 괴수의 출현이 야기하는 경이로운 공포감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기상천외한 캐릭터를 앞세워 무질서한 세계를 조장하면서 B급영화의 면모를 과시한다. 그 안에는 <죠스> <레이더스> <쥬라기 공원> 등 주로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에서 가져온 패러디가 있고, 기존의 이미지를 비튼 배우의 우스꽝스러운 변신이 있으며, 일반적인 틀과 리듬을 벗어난 기괴한 웃음이 있다. 이는 보이지 않는 식인 멧돼지를 두고 설왕설래를 거듭하는 인간들의 웃지 못 할 소동에서 빚어진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차우>의 소동을 야기하는 것은 삼매리 구성원들 간의 갖가지 충돌이다. 지역유지들은 오로지 돈만 생각하며 경찰의 안전경고 따위 강 건너 불구경 보듯 하고, 서울에서 내려온 외지인 김순경은 삼매리 내지인들의 환영을 받지 못하며, 마을잔치 무대에 선 록그룹 공연에 삼매리 어른들은 전혀 호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또한 한국사회가 내포하고 있는 갖가지 병폐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개발논리 앞에 자연은 무방비상태고 지역갈등은 여전하며 세대 간의 벽은 높기만 한 것이다.

안 그래도 신정원 감독은 전작 <시실리2km>에서 그런 한국사회를 풍자한 적이 있다. 다시 말해, 식인 멧돼지 차우는 한국사회의 충돌이 빚은 피조물이다. 극중 인물들에게 차우는 자화상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뒤죽박죽(?)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애초부터 차우를 잡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미션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치환하려는 상황에서 <차우>는 웃음을 유발한다. 차우의 존재를 알리려할수록 사회의 갈등은 더 커지고, 차우를 쫓을수록 피해는 늘어나며, 차우를 잡는다고 해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차우를 잡으려고 하는 걸까? 극중 인물들은 그걸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 또한 그것을 잘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사회는 왜 이 지경일까?) 그래서 <차우>는 괴수물이라기보다는 한편의 소동극에 가깝다.

나는 이 지점이야말로 <차우>의 장점이자 동시에 한계라고 생각한다. 신정원 감독은 여러 인터뷰 자리에서 CG부분에 대해 예산과 기간 부족을 감안한 최선의 결과물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씨네21 713호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애초 내가 생각한 것만큼 장면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만약 차우가 사람을 물고하는 장면까지 다 만들려 했다면 아마 지금까지 찍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신정원 감독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지원 하에서 가장 합당한 작품을 구상했을 것이고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다름 아닌 블록버스터 급의 B급괴수물이라는 점이 내겐 흥미로운 것이다. 

<차우>의 홍보는 오로지 블록버스터 괴수물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B급의 이미지는 어디를 찾아봐도 없다. 아마도 <괴물>이 밟았던 1300만 관객동원의 후광을 얻으려는 전략일 것이다. 하지만 60억의 소동극과 120억의 괴수물 간의 간격만큼이나 <차우>는 <괴물>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다. 여기에는 한국영화계의 대박에 대한 환상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영화계의 대박에 대한 욕구가 <차우>와 같은 형태로 구현될 때 나타나는 당황스러운 반응들은 정확히 이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QOOK블로그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9.7.21)

<핸드폰>(Handphone)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한민 감독의 데뷔작 <극락도 살인사건>이 오로지 장르법칙으로 이뤄진 영화였다면 <핸드폰>은 현실을 차용해 장르의 외피를 씌운 경우다. 사건은 여배우 정사 장면이 담긴 핸드폰을 잃어버린 연예기획사 대표 오승민과 이를 주운 쇼핑마트 직원 정이규 간의 쫓고 쫓기는 대결로 묘사된다. 다만 영화는 승민과 이규의 추격전 주변으로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소통부재의 풍경을 겹쳐놓는다. 다짜고짜 욕부터 던지는 전화 상대방,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는 고객, 대화를 찾아볼 수 없는 부부 등 핸드폰으로 상징되는 소통부재의 에피소드는 영화의 긴장감을 고조하는데 주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고작 손바닥만 한 핸드폰으로 촉발된 사건은 결국 “우리 얘기 좀 해요”라는 압축적인 대사로 수렴된다. 여기에는 꽉 막힌 소통의 벽이 야기한 사회 구성원 간의 물고물리는 관계도가 있다. (감독을 포함해 카메오 출연이 빈번한 것은 단순한 눈요깃감이 아니다!) 그래서 <핸드폰>의 인물구도는 단순하게 선인과 악인의 이분법으로 나누어지지 않는다. 대신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이웃들이 서로에게 행사하는 언어폭력을 통해 정신적으로 무너지면서 결국엔 파국으로 치닫는 한국사회 특유의 관계의 미학이 존재한다. 사건이 모두 해결되고도 찜찜한 기분이 드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3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카탈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