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아이들> 사카모토 준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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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숭숭한 요즘이다. 선진국 진입이라는 뜬구름 잡는 목표 하에 오로지 경제발전에만 올인, 치안이 뒷전으로 밀려난 증거가 사회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최근의 김길태 사건을 비롯해 특히 아이들과 학생들을 노린 폭력이 늘어나면서 우리 사회는 갈수록 사람살기 힘든 곳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럴 때 영화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경제 발전의 이면에 감춰진 그림자, 즉 인간성의 근간을 뿌리부터 흔드는 사회를 고발하고 공론화하는 것이 영화의 또 하나의 역할이라 할만하다.

<어둠의 아이들 闇の子供たち>(2008)이라는 영화가 있다. 일본의 사카모토 준지 감독이 만든 작품으로, 산채로 아이의 장기가 매매되고 아동매춘이 벌어지는 등 타이의 충격적인 아동 인신매매 실태를 고발한다. 얼마나 충격적인지 극중 배경이 된 타이의 방콕국제영화제는 이 영화의 상영을 전격 취소했고 2008년 메가박스 일본영화제의 경우, 프로그래머를 맡았던 일본 문화청 문화부장 겸 영화평론가인 데라와키 켄이 상영목록에 넣으려고 했지만 일본 정부 측의 만류로 무산된 일이 있었을 정도다. 그런 전력에도 불구하고 <어둠의 아이들>이 국내에 수입되어 3월 2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일본을 제외하고 해외에서는 첫 상영이기 때문인지 감독이 직접 3박 4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사카모토 준지 감독과의 인터뷰는 3월 11일 이화여대에 위치한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이뤄졌다. (이 인터뷰 기사는 3월 10일 언론시사회 후 열렸던 기자회견의 내용을 더해 작성했다.) 이 자리에 데라와키 켄이 동석해 인터뷰 전 잠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2년 전 메가박스 일본영화제에서 한국 관객에게 보여주지 못한 것이 굉장히 억울했다.”며 “지금까지 베스트로 꼽을 만한 일본영화가 드디어 나왔다.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첫 번째 일본영화로 꼽고 싶다.”고 <어둠의 아이들>을 극찬했다.

아, 근데 사카모토 준지 감독이 누군지 모르겠다고? 그는 일본에서도 드물게 <망국의 이지스>(2007), <의리없는 전쟁>(2000), <멍텅구리:상처입은 천사>(1998) 등 굉장히 남성적인 필치의 스케일 큰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음, 쉬운 힌트 하나를 주자면 그는 김대중 납치사건을 다룬 <KT>(2002)의 감독이다. 자연스럽게 인터뷰의 시작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인상과 생각을 물으면서 시작했다.


허남웅 기자(이하 ‘허’) 지난 해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KT>를 만든 연출자로서 감회가 남달랐겠다.  
사카모토 준지(이하 ‘준지’)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 한국 영화계가 그분으로 인해 많이 변화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무엇보다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해주신 분이기도 하다. 그전까지 한국과 일본은 인접한 국가면서 굉장한 거리감이 있었던 게 사실인데 그 높았던 장벽을 낮춘, 한일 문화교류에 있어서 공로자라고 생각한다. 

<KT>를 만들 생각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준지 한일월드컵이 열린 해에 <KT>를 만들었는데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월드컵을 공동으로 개최한다고 양국 사이에 놓인 과거의 많은 문제들에 대해 일본인들이 한국인들에게 간단히 악수를 청할 수 있을까. 역사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역사를 바로 보는 단계 없이 인사를 하고 친하게 지내자고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많은 소재들이 있었을 텐데 왜 김대중 납치사건이었나?
준지 어둠 속에 쌓였던 문제였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명령하고 KCIA(한국중앙정보부)가 수행했다고, 그리고 일본 자위대가 어느 정도 연관이 됐을 거라고 추측으로만 얘기할 뿐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이 사건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렇게 베일에 가려있는 사건을 자세히 알리고 싶었다.

이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직접 얘기를 나눈 적이 있나?
준지 <KT>를 보고 영화 속 상황이 맞다, 정확하게 묘사했다는 언급을 하셨다고 일본 신문을 통해 확인한 적이 있다.


<어둠의 아이들>은 어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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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아이들>은 양석일(<피와 뼈><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니혼신문의 타이 주재 기자 난부(에구치 요스케)는 일본의 한 아이가 타이에서 불법 장기 이식 수술을 받는다는 정보를 접하고 취재에 나선다. 그 과정에서 난부가 알아낸 사실에 따르면, 장기 이식을 위해 인신매매로 끌려온 아이들은 수술 전까지 아동매춘으로 학대당한 후, 살아있는 상태에서 장기제공자가 된다는 것. 도무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충격적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 난부는 방콕 사회복지센터 자원봉사자 케이코(미야자키 아오이)와 프리랜서 사진작가 요다(쓰마부키 사토시)의 도움을 받아 사건 현장에 잠입한다.

다루기 힘든 소재를 어떻게 영화화하게 됐나?
준지 원작소설을 영화화하지 않겠냐는 프로듀서의 제의가 있었다. 원작을 읽고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영화로 만든다면 정말 힘든 작업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책에서 묘사되는 일들이 과연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걸까 궁금증이 생겼다. 내 나름대로 조사도 하고 관련된 사람들의 얘기도 들었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 작품의 제의를 거절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강한 의무감을 느끼면서 영화를 만들었다.

타이가 배경이지만 극중 사건에는 일본인도 관여하고 있다.
준지 영화감독으로써 외국에서 영화를 한 번 찍어보고 싶었다. ‘과연 일본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걸까?’에 대한 흥미였다. <어둠의 아이들> 관련해 자료조사를 하던 중 타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동 관련 문제에 많은 일본인들이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영화를 보면, 일본인이 타이로 원정을 가 아동 성매매를 벌이고, 후에 그 아이의 장기가 일본 아이에게 이식되는 악순환이 고리가 형성된다. 
준지 극중 커다란 여행 가방 안에 여자 아이가 옷을 입은 채 들어가 있는 장면의 묘사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일본의 삼십대 남성이 인터넷 사이트에 실제로 올린 영상이었다. 이를 그대로 영화에서 묘사했다. 하지만 영화에서보다 인터넷 영상은 더 험한 상황이었다. 알몸이 된 채 트렁크 속에 갇혀있었는데 나는 여자 아이의 옷을 다 벗기지 못했다. 아마도 문제의 인터넷 영상을 접하고 나를 포함한 주변의 영화 관계자, 스탭들이 원작을 영화화해야겠다는 뜻을 함께 하게 됐다.

직접 타이에서 실태 조사를 했다면 원작소설에 없는 내용이 극중에 포함된 것이 있나?
준지 양석일의 원작은 이미 십년 전에 발표된 작품이다. 지금은 타이 내에서도 아동 관련 성매매 처벌이 굉장히 강화되어서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오히려 주변국인 라오스나 캄보디아, 미얀마에 있는 소수민족의 아이들을 사가지고 와서 매매춘을 한다. 그곳에서 이 아이들은 물건이나 상품 취급 받기 일쑤다. 나는 이 아이들도 한 명 한 명 다 이름이 있는 생명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극중에서 아이들의 대사는 없지만 이름을 부르는 경우가 있는 것은 그래서다. 원작에는 대사가 있었지만 영화에서는 아이들의 대사가 없다. 다만 마음을 담아 이름을 부르고 싶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다수 출연하는 영화이지만 내용이 성매매, 장기매매와 관련한 만큼 촬영에 있어서 고려해야할 사안이 많았을 것 같다.
준지 촬영이 임하기 전 이미 각오가 다져진 상태였고 그 뒤부터 담담하게 촬영을 소화했다. 가장 신경이 쓰였던 건 아역배우였다. 이 영화를 만드는 의미에 대해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준지 촬영 때마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줬다. 영화가 만들어지는 의미, 즉 어른들이 <어둠의 아이들>을 보고 아동 매춘 행위를 그만 둬야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의도한 영화라는 사실과 영화가 개봉하면 어떤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 반복적으로 들려줬다. 이에 대해 아이들과 충분히 이야기하고 알겠다고 할 때까지 조명을 켜지도 촬영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극중 어른과 아이가 함께 나오는 성매매 장면이 있지만 철저히 따로따로 촬영했고 아이들이 현장에서 어른들의 벗은 몸을 보지 못하도록 했다. 내가 얼마나 아이들에게 똑같은 말을 반복했던지 이 영화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8살 아이가 “감독님 너무 집요해요, 빨리 촬영해요.”라고 불만을 터뜨렸을 정도였다. (웃음)

아역 배우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캐스팅했나?
준지 오디션을 했다. 매춘이라는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는 아이들을 캐스팅했다. 다르게 말하면, 나이는 어리지만 프로배우로써 어른에게 몸을 파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자각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프로 배우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한 건가? 일반인 중에서 캐스팅된 아이들은 없나?
준지 극단에서만 연기를 했지 영화 출연 경험이 없는 아이는 있었다. 하지만 한 번도 카메라 앞에 서보지 않은 아이들은 처음부터 배제하고 시작했다. 사실 이런 소재의 영화를 일본의 아이들과 촬영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둠의 아이들>에 캐스팅된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영화 속 실태를 잘 알고 있었다. 타이의 밤거리에서 또래의 아이들이 구걸을 한다든지 자신과 전혀 다른 처지의 삶을 강요당한다든지 하는 모습을 일상적으로 목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아이들도 그렇고 한국의 아이들도 그런 문제에 대해서 전혀 이해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촬영하는 카메라의 윤리학이라고 할까, 무얼 가장 주의했나?
준지 타이에서 활동하는 NGO 분이 시나리오를 본 후 영화를 만들 때 이 한 가지만은 반드시 주의해달라고 당부해주신 게 있다. 안일하게 동정심을 유발할 만한 아이들의 슬픈 표정은 찍지 말아 달라, 슬픈 아이의 표정을 보고 기뻐하는 것은 유아 성애자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나도 그에 대해 공감을 했다. 그래서 단지 슬픈 표정을 짓는 아이의 표정이 아니라 슬프지만 분노가 서린 눈빛의 표정을 찍도록 유의했다.  


촬영장에서는 무슨 일이?

이런 음지 시장의 시스템이라는 것이 모두 그렇듯 극중 불법 아동 장기매매와 아동매춘의 배경에는 거대 폭력 조직이 개입되어 있다. 여기에는 말 그대로의 폭력 조직뿐 아니라 그들의 비호 속에 불법을 공유하는 공권력과 무엇보다 비도덕적 행위에 대해 양심의 가책과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보통’ 어른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얽히고설킨 난마처럼 사회의 거의 모든 계층이 개입된 사회적 범죄에 대한 가해자들의 폭력을 앞세운 협박은 상상을 초월한다. 사카모토 준지 감독 이하 <어둠의 아이들>과 관련한 스태프와 영화인들은 온갖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촬영에 임했다. 지옥 같은 현실에서 사회를 바로 잡으려는 일은 위험을 전제하기 마련이다. 그런 만큼 <어둠의 아이들>과 같은 사회 고발 영화에 대해서 우리는 적극적으로 반응해줄 필요가 있다. 그럴 때 사회에는 비로소 희망이 생긴다.  

아무래도 타이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작품인 만큼 현지 촬영이 순조롭게 이뤄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준지 촬영에 들어가기 전 기자발표 없이, 언론에 어떠한 공개도 하지 않은 채 타이에 들어가서 크랭크인했다. 자료조사를 하다보니까 같은 소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려 했던 독일의 감독과 프로듀서가 협박 받은 일이 있더라. 타이에서 촬영 준비를 하다가 밤에 숙소로 권총을 든 괴한이 들어와 내일 당장 귀국해라, 영화를 중단하지 않으면 죽이겠다, 당신들의 시체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라고 협박당한 경위를 자료에서 봤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프로듀서는 각오가 돼있었지만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주변 스탭이나 배우를 지켜야 했기 때문에 철저 함구는 아니었지만 정보 공개 없이 조용히 촬영했다. 

타이 현지의 촬영 허가는 어떻게 얻었나?
준지 외국의 촬영 팀이 타이에서 영화 촬영을 할 때는 먼저 타이 관광청에 시나리오를 건네야 한다. 이전에 할리우드 영화 <람보>가 타이에서 촬영을 준비하다가 람보가 살고 있는 장소로 타이가 적합하지 않다고 해서 진행하지 못한 적이 있다. <어둠의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타이 관광청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절을 받았다. 그래서 타이가 아닌 곳에서 타이처럼 보이게 하는 설정으로 영화를 촬영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타이 내에 있는 현지 프로덕션과 의논을 한 결과, 타이의 제작사가 만드는 영화이고, 우리 스탭들이 외국인 노동자로 고용돼서 작업한다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렇게 해서 허가를 받은 후 촬영에 들어갔다.  

위험부담이 많은 프로젝트였을 텐데 현지 프로덕션이 <어둠의 아이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이유는 무엇이었나?
준지 보통 타이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주로 타이의 수려한 풍광이나 리조트를 다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데 능한 코디네이터와 함께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한 프로덕션은 저널리스트가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어둠의 아이들>과 같은 영화를 찍을 때 그 분들은 어떤 위험이 있을까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대처하는 방법이라든지 피하는 법을 잘 알고 있다. 그런 부분들이 영화를 찍는 데 굉장한 도움이 됐다. 저녁 촬영이 있는 경우에는 사복을 입은 경찰들이 우리를 보호해줬다. 

그렇더라도 타이 관광청이나 정부에서는 이를 모를 리 없었을 텐데 정치적인 압력은 없었나?
준지 타이 정부는 자국 내에서 아동 학대라든가 아동 인신매매가 벌어지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동 인권 보호와 관련, 인신매매와 성폭력을 감시하는 조직이 있다. 해당 조직의 장관도 <어둠의 아이들>의 대본을 읽었다. 타이에서의 촬영을 허가하지 않은 것은 관광청이지 타이 정부가 아니다. 인권 관련한 정부의 부처라든가 이 영화의 뜻에 동참을 해줬던 많은 타이인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영화를 촬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가장 먼저 보아야 할 타이 국민들은 아직까지 이 영화를 보지 못하고 있다. 
준지 당시 방콕영화제로부터 <어둠의 아이들>을 꼭 상영하고 싶다며 초청을 받았다. 하지만 상영 직전에 전격적으로 취소가 됐다. 영화제에서 말하는 상영 취소 이유는 다름 아닌 스폰서가 타이 관광청이었기 때문이다. 그 일이 벌어지고 난 후 나와 프로듀서는 자비로 타이를 방문해 외국인 기자클럽에서 영화 상영을 갖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타이영화제에서 내 영화의 상영이 취소된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이 아니라 이런 현실이 안타깝다는 요지로 의사를 전달했다. 그 자리에 방콕영화제의 집행위원장과 부집행위원장이 참석해서 “우리 힘이 못 미쳐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사실 타이에서 꼭 상영하고 싶은데 아직까지 요원한 것이 사실이다.

언제쯤 돼야 타이에서 <어둠의 아이들>을 상영할 수 있을까?
준지 당분간 힘들 것 같다. 기자회견은 비공식적인 행사라 상영이 가능했지만 그 외 타이 내에서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상영이 될 수 없는 처지다. 우리와 함께 한 타이의 현지 프로덕션이 영화 상영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타이 국내 정세가 대립 구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영화 한 편에 시간을 충분히 할애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드디어 한국에서 <어둠의 아이들>의 개봉이 확정됐지만 한국에서도 상영을 못한 전례가 있다. 그 외에도 상영이 힘들었던 사례가 있나?
준지 일본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메가박스 일본영화제의 경우는 외교 문제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국제영화제의 경우, 우리도 출품을 의뢰하는데 영화가 무겁다는 이유로 여러 영화제에서 거절을 당한 적이 ‘조금’ 있다. (웃음)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는 과도한 업무와 노력한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약이 오른 현대인들을 웃음과 눈물로 위무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회의 상처에 쓴 약이 되는 역할로 관객을 충격에 빠뜨리거나 뒤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어둠의 아이들>은 명백히 후자의 영화다. 이럴 때 우리는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된다. 영화라는 매체가 현실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순진한 생각이다. 물론 바꾸지 못할 것이다. 사카모토 준지 감독 역시 <어둠의 아이들>로 불법 장기이식과 아동성매매가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다만 음지에서 횡행하는 독버섯 같은 현실을 양지로 끌어올려 빛을 쬐게 함으로써 사회적인 여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현실의 시계 바늘은 가장 어두운 새벽에서 해가 뜨는 아침의 시(時)를 향해 초침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현실은 그렇게 변화하는 법이다. <어둠의 아이들>은 그 증거다.

일본에서의 흥행 성적은 어땠나?
준지 첫 주 도쿄 개봉 당시에는 2개관에서 상영을 했는데 조금씩 확대되어 나중에는 최종적으로 130개관에서 상영했다. 이 영화를 과연 누가 볼까 우리도 반신반의했지만 좋은 의미에서 우리의 기대를 배신하는 결과가 나와 무척이나 놀랐다. 인터넷에서는 당연히 비난을 받았다. 반일(反日)영화다, 일본과 일본인을 나쁘게 그린 자학사관과 가은 나쁜 영화라는 비난을 우익 측으로부터 받았다.  

일본에서는 영화 공개 후 굉장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고 들었다.
준지 이 영화가 일본에서 얼마만큼 영향력이 있었고 파급력이 있었는지는 개인적으로 잘 모르겠다. 다만 15세 미만의 장기 매매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의사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그들의 바램대로 올해 7월부터 법률이 개정되어 실시될 예정이다. 물론 <어둠의 아이들> 때문에 법률이 개정된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자평한다.

그 얘기를 듣고 보니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준지 나는 기본적으로 영화로 무엇이든지 해도 된다는 주의(ism)다. 영화에서 힌트를 얻어 범죄가 일어날 수도 있는 등 영화는 도덕이나 정의의 반대편에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둠의 아이들>을 만드는데 있어 굉장한 고민을 했다. 극영화란 무엇인가? 극영화가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있을까? 그리고 영화감독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계속해서 답을 구했다. 그리고 극영화에 대한 힘, 그리고 그 반대에 있는 무력감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는데 그때 내가 흔들리면 이 영화가 진행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둠의 아이들>의 주제가 주는 무겁고 진지한 테마에 흔들려 내가 견지하고 있는 영화에 대한 태도는 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했다.

사실 <어둠의 아이들>는 다큐멘터리로 다뤄도 좋았을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얘기를 듣고 보니 극영화로 연출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준지 난 극영화 감독이기 때문에 극영화로 다룬 거다. 갑자기 영화에 대한 태도가 바뀔 수는 없었다. 다만 이 영화를 꼭 다큐멘터리로 다뤄야만 좋은 소재인가, 극영화가 다큐멘터리보다 내용이나 의미를 전달하는데 부족한가, 하는 의문은 들었다. 예를 들면, 에이즈에 걸린 아이가 매춘에 이용될 수 없다고 하여 쓰레기봉지에 버려진 후 스스로 탈출해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은 다큐멘터리로는 도저히 그릴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한국에서도 어린 여학생을 성폭행 한 후 살해한 사건이 벌어져 나라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었다. 하지만 한국의 성숙하지 못한 주요 언론은 이 사건을 단순히 가해자 개인의 문제로 끌고 가는 형국이다. 사실 <어둠의 아이들>의 마지막 장면은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모든 어른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준지 유아성애자라는 하나의 성적인 취향만으로는 범죄가 될 수 없다. 다만 그런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가해자가 되는 순간이 있다. <어둠의 아이들> 속 일본인처럼 자국에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다가 타국에 가면 죄의식이 희박해지면서 아이들에게 몹쓸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들은 이런 일을 통해 자신이 불쌍한 아이들, 가난한 아이들을 원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그들이 가해자가 되기 전에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게 필요하다. 선천적으로 유아성애의 성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 중에 스스로 이런 증세를 자각하고 극복하기 위해, 죄를 짓지 않기 위해 NGO에서 활동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선을 넘지 않도록 주변에서 변태라는 틀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며칠 전 한국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알고 있다. 그 역시 전과자로 여러 차례 똑같은 범죄를 반복해왔다. 그것이 죄라는 것을 그 사람이 인식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불법 장기매매와 아동 인신매매 실태를 고발한 감독의 입장에서 <어둠의 아이들>은 영화 개봉을 끝으로 책임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 가지고 가야할 책임감이 아닐까 한다. 
준지 한 관객으로부터 영화에 대한 평을 받은 적이 있는데 마지막 문구가 나를 짓눌렀다. ‘당신은 이 영화를 만든 책임을 평생 동안 지지 않으면 안 될 겁니다.’라는 문구였다. 나는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 것이고 어느 한 장르에 국한하지 않을 것이다. 되도록 많은 장르의, 그리고 또 다른 미지의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어둠의 아이들>을 만들었다고 이런 영화만 만들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런 제약에 묶여 있으면 자유로운 창작을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다룬 소재는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문제다. 내가 다른 영화를 만든다고 해도 어느 나라에서는 어린이들이 학대를 받고 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은 나에게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직 영화를 만들 힘이 충분히 남아있기 때문에 장래에 <어둠의 아이들>의 그 후 시간을 다룰 수 있는 날이 왔으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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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201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