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여친 남친> 양야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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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야체 감독의 <여친 남친>은 부산영화제 기간 동안 ‘대만의 <건축학 개론>’으로 불리며 큰 관심을 모았다. 2012년 현재 시점에서 시작한 영화가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경유하고 그 과정에서 애정 관계가 엇갈린 바오메이(계륜미), 량(장효전), 아론(봉소악) 2남1녀들의 현재와 과거를 보여주는 까닭이다. 허우샤오시엔, 에드워드 양, 차이밍량으로 대표되던 대만영화계는 양야체 감독과 같은 젊은 연출자의 출연으로 대중영화의 역량을 하루가 다르게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다만 청춘영화 일색으로 흘러가고 있어 고민이라는 양야체 감독은 그런 고민의 결과로 <여친 남친>을 발표하게 됐다.

최근 한국에서는 90년대로 돌아가 그 당시를 회상하는 작품들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여친 남친> 역시 1985년과 1990년, 1997년으로 챕터를 분할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산에서도 많은 관객들이 이 작품을 찾고 있다.
대만은 사실 청춘영화 일색이다. 많은 작품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화를 만들기 때문이다. 다만 <여친 남친>은 청춘에만 국한하지 않고 극 중 주인공들의 중년 모습까지 담아냈다. 너무 많은 영화들이 청춘에만 몰두하다 보면 언젠가 관객들은 지치게 될 것이다. 좀 더 다른 영화, 깊이 있는 영화가 필요했기 때문에 <여친 남친>을 만들었다.

여자 친구와 남자 친구를 줄인 한국 제목 <여친 남친>도 그렇고 영문 제목 역시 <GF*BF>다. 대만 제목 <女朋友男朋友>도 일종의 줄인 말로 알고 있다. 제목만 봐서는 인터넷 문화에 능숙한 지금의 젊은 관객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대만 제목도 줄인 말이다. 사실 더 줄일 수도 있었는데 ‘여친 남친’ 정도까지만 했다. 당연히 그런 의도가 다분했다. 청춘 영화인 것처럼 제목을 지어야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 그럼으로써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80년대와 90년대 당시를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대만이 민주화되어가는 과정과 맞물려 주인공들의 애정 관계를 묘사한다.
지금의 대만은 열정과 희망이 넘치던 80,90년대와 달리 침체된 분위기다. 당시의 에너지 충만했던 시대 분위기를 알리기 위해 특정 시기를 선택하게 됐다. 개인적인 철학도 작용했다. 아버지께서 사주를 보는 역술인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아주 어릴 때부터 사람들의 감정 문제나 인간관계에 대해서 많은 것을 접할 수 있었다. 사람들의 감정과 관계라는 건 긴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진정성이 생긴다. 그런 이유 때문에라도 <여친 남친>의 극 중 시간대를 넓게 잡았다.

어릴 때 아버지를 보며 목격한 사연을 영화에 반영하기도 했나?
개인적인 경험담은 넣지 않았다. 사실 내 생활은 지루해서 재미를 줄만한 사연 같은 게 아예 없다. (웃음) 바오메이와 량 캐릭터는 나와 함께 대학 생활을 보냈던 친구들을 모델로 삼았다. 그런데 량이 게이 캐릭터라서 배우 장효전이 이 역할을 맡으려고 하지 않았다. 장효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의견 차이를 좁혀 갔고 그렇게 토론을 하면서 나누게 된 내용을 시나리오에 반영했다.  

<여친 남친>의 시나리오는 배우들과 함께 만들어 간 것인가?
특별히 시간대를 나눈 이유는 시간의 변화를 명확히 나눴을 때 그에 맞춰 변해가는 주인공들의 모습과 성격을 더 정확히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배우들과 극 중 성격이 정서적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연기로 표현하면 좋을지 서로 토론하며 이야기도 만들어갔다. 하지만 조건부처럼 정해진 결말을 변화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그럼 배우들에게 어떤 식으로 연기를 지시했나?
해당 장면에서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려줬다. 아론이 바오메이에게 구애하는 장면을 보자. 그 때 나는 아론을 연기한 봉소악에게 이 여자가 너를 사랑해야 한다, 관객까지도 너를 사랑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럼 어떤 방법이 좋을까, 라고 장면의 결말을 설명한 후 질문을 던졌다. 토론하다 보니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는 춤을 추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럼 어떤 춤을 춰야 할까. 너무 잘 추면 멋있게만 보여서 식상할 수 있으니 좀 어리바리하게 보이는 것이 영화가 보여주는 콘셉트와 어울릴 것 같았다. 봉소악에게는 좀 더 이해를 넓히기 위해 너는 동물이고 교배를 하기 위해 춤을 춘다고 지시했다. 그리고 촬영에 들어가자 계륜미가 봉소악이 춘 춤에 너무 감동을 받은 나머지 눈물을 흘렸을 정도로 사실적인 연기가 되었다.

연기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력이 좋은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 중요했겠다.
계륜미, 장효전, 봉소악은 처음 영화를 생각할 때부터 머릿속에 떠오른 배우들이었다. 이들 모두 30대 초반인데 17살 때부터 서로 알고 지낸 사이였다. <남색대문>(2002)을 연출할 당시 젊은 배우들을 많이 캐스팅했는데 그때 알게 되어 친하게 지냈다. 많은 배우 오디션을 했지만 최종적으로 처음 머리에 떠오른 이들을 캐스팅할 만큼 신뢰가 있었다.

배우들 모두 1980년대 초반 생이라 1985년의 사회적 분위기나 정서를 알 수는 없었을 텐데?
당시를 이해하는 건 배우들이 익히고 해결해야 할 개인적인 숙제였다. 관여를 많이 하지 않았다. 다만 80년대와 90년대에 들을 수 있었던 음악을 CD로 구워 들려줬다. 음악은 글이나 영상에 비해 더 깊이 시대를 반영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 음악들이 극 중 영화음악으로도 활용됐나?
등장하는 음악도 있었지만 CD에 담긴 수가 거의 200곡에 가까웠다. (웃음) 밖에서 술 한 잔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그 많은 곡을 주입시켰다.

설정만 놓고 보면 프랑수아 트뤼포의 <쥘 앤 짐>(1961)이 연상된다. 다만 <여친 남친>은 이성애와 동성애가 모두 담겨 있어 좀 더 복합적인 감정 표현이 이뤄지더라. 
동성애를 넣음으로 해서 뭔가 특별한 의도를 두려는 목적은 없었다. 동성애는 사랑하는 표현 방식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다만 동성애라고 하면 상식적으로 자식이 있을 수는 없지만 영화에서는 자식이 있는 걸로 설정해 반전을 주려고 했다. 그런 입체적인 접근이 복합적인 감정 구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아론은 바오메이를 사랑하고, 바오메이는 량을 사랑하지만 량이 바오메이를 외면하자 결국 바오메이는 아론을 받아들인다. 결국 <여친 남친>은 결과의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두 가지 선택 사이에서 고민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 바오메이가 아론의 생일 선물로 운동화를 선물하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몰라 빨간 운동화와 파란 운동화 각각 한 짝씩 한 켤레로 만들어 선물한다. 영화의 성격을 드러내는 재밌는 장면이었다.
그걸 염두에 두고 넣은 설정은 아닌데 얘기를 듣고 보니 그럴싸하다. (웃음) 중국에는 ‘양란'(兩亂)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오른쪽으로 가도 문제, 왼쪽으로 가도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그를 염두에 두고 만든 에피소드였다.

심지어 고등학교 시절의 바오메이가 선도부 선생님으로부터 가운데 머리가 밀린 아론을 위해 긴 머리 한쪽만 짧게 미는 장면도 그렇게 생각했다. 두 남자 사이에 갈등하는 바오메이의 심정을 표현한 장면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웃음)
바오메이가 머리를 깎는다는 설정을 봉소악은 모르고 있었다. 계륜미과 함께 아론이 바오메이를 사랑하게 만들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논의를 하다가 머리를 깎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계륜미는 별 다른 망설임 없이 머리를 깎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한국에서 계륜미의 인기가 높다. 그러다보니 그녀가 출연한 영화가 종종 개봉한다. 굉장히 여성스러운 역할이 많은데 <여친 남친>에서는 색다른 면모를 과시한다.
홍콩이나 대만에서 계륜미는 온순하고 청순한 이미지가 강한 배우다. 오랫동안 그녀를 보아왔지만 그는 연약한 가운데서도 영악한 면이 있고 심지어 반항적인 기질도 있다. 기존 이미지와 다르게 거친 면이 있다. <여친 남친>의 바오메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차기작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작품이 있나?
시나리오를 아직 쓰지는 않았지만 이미 구상은 끝난 상태다. 정치 풍자에 가까운 작품인데 때론 합법적인, 때론 불법적인 돈을 중간에서 받아 챙기는 입장에 있는 사람의 얘기다. 대만에서는 전혀 시도하지 않았던 작품인데 이를 통해 대만 사회의 현실을 날카롭게 들여다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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