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의 로렌스>(Lawrence of Arabia)


사용자 삽입 이미지흔히 영화의 스펙터클을 논할 때 70mm 스크린의 정수로 언급되는 작품이 바로 <아라비아의 로렌스>다. (70mm로 촬영된 영화역사상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안 그래도, 이 작품은 사막 지평선 위의 점이 서서히 인간으로 변해가는 광경을 구체화하고 싶었던 데이비드 린의 바람이 발단이었다. 세계1차 대전 중 영국군으로 활약했던 토머스 에드워드 로렌스의 자서전 <지혜의 일곱 기둥 Seven Pillars of Wisdom>을 접하자 든 생각이었던 것.

각본을 쓴 로버트 볼트는 로렌스의 자서전을 기본으로 삼되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각색했다. 로렌스의 자서전은 영웅적인 면이 과장됐다 하여 진정성이 의심되기도 했는데 그런 점에서 탁월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다만 린은 그런 뒷이야기보다 자연 앞에 무력한, 즉 인간이 가진 능력의 유한성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더 컸다. 직접적인 대사보다 시각의 황홀경으로 이야기 전달에 탁월한 능력을 보인 것도 광활한 사막 위에서 심리적 혼란을 겪는 인간의 모습이 그만큼 강렬했기 때문이다.

얼핏 플롯 자체도 단순해 보인다. 터키와 맞선 영국군이 아랍부족을 끌어들여 전쟁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해 로렌스를 이용한다는 것이 이야기의 전부라면 전부다. 여기에 복합적인 층위를 선사하는 건 피터 오툴이 연기한 로렌스다. 극중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지만 로렌스의 동성애를 암시하는 장치가 곳곳에서 발견되니, 이야기에 입체감을 불어넣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쟁영웅답지 않은 왜소한 체구와 유난히 돋보이는 하얀 피부, 그리고 로렌스를 고문하여 동성애를 자극하는 터키 경찰서장과의 에피소드 등등. 그 자신이 소수자였던 만큼 영국군과 거리를 유지하며 아랍인과 아랍문화에 동화되어 그들의 권익을 지키는데 앞장서는 모습은 편견에 맞선 삶의 개척자로 로렌스를 위치시킨다. 그래서 로렌스는 버릇처럼 “정해진 운명은 없다”고 자신의 신념을 드러낸다. 결국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운명을 개척하려했던 한 인간의 대서사시를 그린 작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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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린 회고전
카탈로그
(2009.4.28~5.17)

<콰이강의 다리>(The Bridge on the River Kwai)


사용자 삽입 이미지프랑스 소설 <Le pont de la rivière Kwai>을 영화화한 <콰이강의 다리>는 데이비드 린의 필모그래프에서 분기점 같은 작품이다. <밀회> <올리버 트위스트> 등 소박한 규모의 이야기를 만들었던 린은 <콰이강의 다리> 이후 <아라비아의 로렌스> <닥터 지바고> 등 대작영화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린 개인사, 이국을 무대로 한 대자연의 스펙터클 등 <콰이강의 다리>에는 이후 린의 영화에서 보이는 원형적인 특징이 다수 목격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중 스펙터클 중심의 영화가 빠질 수 있는 단순한 이야기의 함정을 돌파하기 위해 인물에 입체감을 더하는 린의 솜씨는 곱씹어볼만하다. 

영화는 2차 대전 당시 버마의 포로수용소를 무대로 영국군 니콜슨 대령과 일본군 사이토 소장, 미국군 소령 쉬어스 세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들에겐 전쟁에 임하는 거대한 명분도 승패에 대한 집착도 없다. 오로지 개인의 영달과 안위에만 관심 있을 뿐. 이를 ‘전쟁에 임하는 그들 각자의 강박적 태도’라고 명할 수 있을 것 같다. 포로 처지에도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겠다는 일념 하 일본군 지휘 아래 다리를 건설하는 니콜슨의 헌신도, 니콜슨이 자신보다 뛰어난 교량건설자라는 점 때문에 남 몰래 눈물을 곱씹는 사이토의 좌절도, 포로수용소에서 탈출했다 다리 폭파를 위해 다시 돌아오는 쉬어스의 결심도, 극중 군의관의 대사를 빌리자면 모두 “미친 짓”으로 수렴된다.

<콰이강의 다리>는 세 주인공의 강박적인 행동이 불러온 비극을 통해 인간성의 극단을 탐구한다. 특히 전쟁이 아닌 철저히 개인에 초점을 맞춘 전쟁영화라는 점에서 거대한 이미지를 넘어서는 미시적 관점의 신선함이 돋보인다. 린의 소박한 영화를 좋아했던 이들은 대작이란 이유로 <콰이강의 다리>를 비난하기도 했지만 심리적 접근을 통해 긴장감을 자아내는 솜씨는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변한 게 없었다. 그래서 스티븐 스필버그는 데이비드 린의 영화를 일러 ‘심리적 스펙터클’(psychologically spectacle)이라고 명명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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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린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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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4.28~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