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주시 안닐라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사우나>는 신화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이다. (데뷔작 <제이드 워리어>(2006)는 핀란드와 중국의 신화를 차용했다!) 1595년을 배경으로 전쟁에 참여했던 형제의 이야기를 통해 죄와 용서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그렇다. 러시아와 핀란드 간의 25년 전쟁이 끝난 후 고향으로 귀환하던 중 형제는 한 소녀를 살해한다. 그러나 소녀는 귀신으로 부활해 형제 곁을 맴돌며 이들의 죄의식을 자극한다. 그러던 중 사우나를 발견한 형제는 죄를 씻는 의식을 거행하지만 일은 순조롭게 풀리지 않는다.
흔히 ‘사우나’는 육체를 정화하는 곳이지만 안닐라 감독은 정신을 정화하는 장소로 이곳을 묘사한다. 바꿔 말해, 정신은 육체처럼 쉽게 정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사우나>는 죄의식을 통해 고통 받는 형제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이들이 소녀의 원혼으로부터 공포를 느끼는 장소가 환하게 뻥 뚫린 장소라는 점은 흥미롭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공간이 협소해지며 결국 사방이 은폐된 사우나에서 막을 내리는 구조는 폐쇄공포를 통해 불안정한 심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잔재주를 배제한 채 선 굵은 연출을 선보이는 안닐라 감독은 구원이란 주제에 공포를 접목해 충격적인 결말을 이끌어낸다.

13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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