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발>(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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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의 <페스티발>은 보통 사람들의 다종 다기한 변태성을 대놓고 전시하며 취향의 다양함을 옹호한다. 음지에서 횡행하던 SM, 란제리 마니아, 교복 페티시와 같은 성적 취향과 바이브레이터, 섹스 인형, 가죽채찍 등과 같은 성적 도구들을 코미디라는 안전장치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도록 빛을 쬐게 하는 것이다. 의도는 명확하다. 커밍아웃을 다룬 전작 <천하장사 마돈나>(2006)의 빛나는 공식을 되살려 안으로는 소위 ‘정상’이라고 부르는 것의 폭력성과 허구를 고발하고 밖으로는 타인의 취향에 대한 존중을 설파함으로써 편견 없는 사회에 대한 이상을 드러낸다. 하여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겠다며 풍기문란을 단속하는 보수적이고 마초적인 경찰에 맞서 우리 이웃들이 펼쳐 보이는 변태 행각은 과연 정상성이 무엇이고, 정치적인 올바름이 무엇인지를 어렵지 않게 가늠토록 한다. 다만 제목처럼 ‘축제’ 분위기를 띄울 수 있도록 더 막나가도 좋았으련만, 너무 교훈적인 결말을 유도한 건 아닌지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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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2010년 12월호
 

<예의없는 것들>(No Mercy For The Rude)


‘벙어리’ 킬라(신하균)의 소원은 어릴 적 고아원에서 헤어졌던 첫사랑을 만나 멋진 한마디를 전하는 것. 이 때문에 그는 혀 수술을 결심하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세상의 모든 쓰레기들을 청소하여 돈을 모으겠다고 결심한다.

박철희 감독이 연출한 <예의없는 것들>의 설정을 보면 B급 영화 냄새가 다분하다. B급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감독의 색깔이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것. 자신만의 상상력을 총동원하고 여기에 남의 상상력까지 빌려와 자신의 것으로 재가공함으로써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이 장르의 묘미다.

하지만 <예의없는 것들>에는 이 영화 특유의 색깔이 없다. 박철희 감독은 그런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개성 만점의 캐릭터와 어긋난 유머 그리고 기괴한 정서에 재능을 보인 선배 감독들의 영화를 취식만 할 뿐 소화해내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는 B급 영화의 특유의 쾌감을 완성할 수 없다. 시쳇말로 평행선을 그릴 뿐 그런 요소들이 감독이 고안한 이야기에 녹아들어가고 있지 않은 건 그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치밀하지 못한 이야기에 이어지는 반전효과의 노림수는 전체적인 만듦새에 있어서도 의심을 갖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예의없는 것>은 여런 면에서 자신의 색깔이 확립되지 않은 감독의 의욕 앞선 미완성 작품이다.


(2006. 8. 16. <스크린>)

<지구를 지켜라!>(Save the Green Planet!)


병구(신하균 분)는 한국사회에 암약하고 있는 조까튼 병폐를 겪으며 살아온 비극적인 인물이다. 그에 반해 강만식 사장(백윤식 분)은 돈과 권력을 위해서라면 뭐든 가리지 않는 씨바스런 넘이다.

그러니 병구에게 강사장 같은 쉐이는 지구 파괴의 음모나 꾸미는 외계인과 다를 바 엄따.

그래서 그는 개기월식이 일어나기 며칠 전 지구 파괴를 꿈꾸고 있다 판단되는 강사장을 납치, 말로 표현하기 힘든 잔인처절극악한 고문에 들어가는데…

그렇다. 당 영화는 제목에도 나와있듯 위기에 빠진 지구를 지키려는 청년 병구의 이야기다.

어떤가, 외계인이라는 에쑤에푸적 상상력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현실 비판이라는 두 개의 틀을 조합하여 만든 이야기가? 이처럼 당 영화가 돋보이는 것은 무거운 주제를 독특한 설정과 결합하여 기발하게 설명해 낸 상상력 때문이다.

이 뿐이 아니다. 당 영화는 이야기를 풀어 가는 방식에 있어서도 재기 발랄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중 하나는 당 영화가 특정 장르로 못 박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장르 – 에쑤에푸, 사회비판물, 멜로, 스플래터 호러, 스릴러 등등등 – 로 잡탕밥 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많은 요소덜은 부라자 겉 핥기 식의 단순 흉내내기의 일환이 아니라 각 장르의 특성을 잘 살린 촬영과 편집으로 절묘하게 당 영화 속 상황상황에 맞게 배치가 되어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창조적인 변형은 다른 영화들을 인용함에 있어서도 역시 잘 드러나고 있다.

이미 감독이 많은 매체와의 이너뷰에서 밝혔듯 <지구를 지켜라!>에는 무수히 많은 다른 영화덜이 오마쥬, 패러디 되고 있다. 본 우원 니덜이 원하면 똥꼬 주름살도 세줄 수 있다만 알잖어, 공사다망…

중요한 건 이런 인용덜이 <재밌는 영화>처럼 단순히 다시 보여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 영화의 성격에 맞게 재창조되고 있다는 거다.

또한 당 영화는 유머를 말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독특한 전략을 취한다. 상황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무표정하게 우끼는 능청을 말하려는 것인데 강사장의 발등을 이태리 타월로 대따 벗겨 병구와 순이가 그 상처 위에 파스를 칠하는 부분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그렇다고 당 영화가 완벽한 작품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지구를 지켜라!>는 새로움을 능가하는 기발함에도 불구하고 단점이 있는 영화다.

특히 현실비판이 본격화되는 부분부터 당 영화는 무거운 문제 의식이 상상력을 짓누르기 시작하는데 이는 b급 정신으로 유지해오던 이야기에 정반대되는 스타일의 문체가 낑궈지자 나온 부작용으로 볼 수가 있다.

그래서 영화 중반을 지나면 이야기가 질질 끌리는 인상을 주기도 하고 그로 인해 의도적인 유치함은 유치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결과를 초래하며 산만한 느낌까정도 준다.

게다가 당 영화에는 악취미적인 잔혹 묘사가 다수 들어있어 이를 몬참는 관객에겐 불쾌감을 줄 염려가 있으며 또한 많은 영화를 인용한 덕에 이를 알지 못하면 재미가 반감될 것이 뻔하고, b급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유치함에 화가 날 가능성도 큰 영화다.

그러니 당 영화의 관람을 고려하고 있는 독자라면 이 점에 상당히 유념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런 전차로 본 특위는 당 영화를 베스트 주녀에 봉한다.


<딴지일보>

<화성으로 간 사나이>(A Man Who Went To Mars)


2년 전, 시공초월러부로망판타지연애물 <동감>으로 잔잔한 인기몰이에 성공했던 장본인 김정권 감독과 시나리오를 쓴 장진이 당해 영화 <화성으로 간 사나이>를 위해 다시 뭉쳤다!

여기에 얼굴마담 김희선이 가세했다는 사실만으로 당 영화가 나아갈 길은 이미 정해졌다. 위의 포스터가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에 박혀있는 ‘화성’이라는 행성이름 땜시롱, 외계인으로부터 조빠지게 지구를 지켰던 신하균이 출연하고 있다는 점 땜에 당 영화를 에쑤에푸로 오인하고 있는 독자덜이 꽤 있던데 아니다. 당 영화 멜로다.

그렇다면 멜로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행성 화성이 당 영화에서 어떤 용도로 쓰이고 있는지 궁금하지? 다음 줄거리를 보면 알 수 있다.

화성으로 간다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둔 소희(김희선 분)의 아버지. 그래서 한동안은 아버지가 있는 화성으로 편지를 보냈던 그뇨. 그리고 그뇨를 위해 대신 화성 소인이 찍힌 답장을 전달하며 남모를 사모의 감정을 보였던 승재(신하균 분). 하지만 소희는 그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고 결국 승재도 화성으로…

일단 화성에 얽힌 소희의 아픈 기억을 승재와의 비극적인 러부질에 결부시켜 여타 멜로와의 차별점을 그은 아이디어는 돋보인다. 하지만 요까지. 당 영화는 윗썰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살 붙이기가 안일하고 진부해 터진 관계로 전체적으로 지루하며 구태의연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런 대표적인 부분은 어린 시절 승재와 소희의 애뜻한 사랑을 표현하려 아동러부스토리의 고전 <소나기>를 너무나 쉽게 차용한 설정과 TV드라마에서 허구헌 날 목격되는 남녀의 얼키설키 다각관계를 별다른 차별점없이 스크린에 그대로 복습하는 등 기존에 있던 이야기들을 끌어와 짜깁기한 모양새에서 단적으로 느껴짐이다.

이렇게 아이디어만 있지 그 이상가는 노력이 없어 2시간을 힘겹게 때우고 있는 상황. 나름대로 극적인 맛을 제공하겠다며 승재마저 화성으로 보내는 결말을 보여준다만 역시 아이디어만 앞서다보니 명확한 설명보다는 말도 안 되는 생략과 어설픈 은유로 일관, ‘영화에서의 물타기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하나의 답안을 제시하며 마무리하는 추태를 보여준다.

혹시 이 부분에서 개봉도 안 한 영화의 결말을 밝히는 행동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독자덜 있을텐데 당 영화를 보게 된다면 오히려 본 특위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결국 당 영화는 어긋나 버리는 운명 모 그런 카인드를 통해 눈물샘을 자극하려 한 모양인데 별로 애뜻하지도 그렇다고 또 존나게 안타깝지도 않은 결말을 보면서 그나마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을 곰곰이 되짚어보니,

1. 김희선의 곱디고운 자태 질릴 때꺼정 쳐다보기,
2. 신하균의 순수하다 못해 바보스러워 보이는 미소 원 없이 음미하기,
3. 그림엽서의 동영상화를 위해 정성 들여 준비한 이쁜 화면 줄창 감상하기,

이 정도쯤 될 듯하다.

그러니 괜히 이름값에 혹해 <화성으로 간 사나이>를 보려는 자 당 보고서를 통해 다시 한 번 관람여부를 체크해 볼 것을 권하며, 별다른 정보를 입수 못했거나 관람계획이 없었던 독자덜은 평소 하던 대로 걍 쌩 까시면 되시겄다.


<딴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