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소금>은 <시월애>(2000) 이후 이현승 감독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장편 연출작이다. 한국 최고 배우 송강호, 떠오르는 신예 신세경과 천정명, 그리고 윤여정, 오달수, 김뢰하 등과 같은 베테랑 연기자를 대거 캐스팅한 사실에 비춰 화려한 귀환을 바라는 이현승 감독의 야심이 어렵지 않게 읽힌다.
두헌(송강호)은 조직을 은퇴하고 제2의 삶을 살고자 일상의 평범한 감각을 익히는 중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학원에서 요리를 배우는 일인데 그곳에서 사격 선수 출신의 세빈(신세경)을 만나 친구처럼 가깝게 지낸다. 하지만 세빈은 허물없이 가깝다가도 마음을 감추는 등 두헌에게는 신비로운 여자로 다가온다. 이는 그녀가 조직의 명을 받고 두헌을 감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한 탓. 두헌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보스의 후계자로 거론되면서 조직 내 분열이 일어난 까닭이다. 세빈은 의도적으로 두헌과 거리를 두며 지근거리에서 그를 감시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사적인 감정은 임무와는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이현승 감독의 전작을 돌이켜 보면 <푸른소금>이 다루는 조직의 이야기는 다소 의외로 다가온다. <시월애>를 비롯해 <네온 속으로 노을지다>(1995) <그대 안의 블루>(1992)를 통해 멜로적 감수성에 능한 연출을 보여줬던 그가 다룰 만한 배경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푸른소금>은 감독의 전작에서 크게 벗어난 영화는 아니다. 장르적으로 범죄물에 가깝지만 두헌과 세빈 사이에 조성되는 남다른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는 멜로가 맞닿아있다. 편지를 매개로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시월애>)을 다루고, 카피라이터라는 첨단의 직업을 통해 인스턴트 사랑(<네온 속으로 노을 지다>)을 묘사했던 것처럼 <푸른소금>에서도 폭력 조직을 끌어와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남녀의 엇나간 관계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고독과 외로움은 이현승표 멜로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정서다. 영화의 제목이 <푸른소금>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대 안의 블루>에서부터 ‘파란색‘은 인간 관계의 단절을 상징하는 이현승 영화 세계의 중요한 색채였다. 그는 이렇게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감각적인 영상을 끌어들이기를 즐겼다. <시월애>의 해변가의 집 ‘일 마레‘가 대표적인데 다만 <푸른소금>에서는 인공적인 세트 촬영에 의존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배경에 이야기를 녹인다는 것이 제작사 측의 설명이다. 이는 극중 인물에 온전히 집중함으로써 캐릭터 영화로 끌고 가겠다는 감독의 의도를 잘 드러낸다.
아닌 게 아니라, <푸른소금>의 가장 눈에 띄는 관람 포인트는 바로 송강호–신세경의 조합이라 할만하다. 송강호는 예의 그 엉뚱함 속의 카리스마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재활용하는 쪽에 가깝지만 떠오르는 신예 신세경의 경우, 청순과 섹시를 버리고 신비와 반항의 컨셉으로 완전한 변신을 감행한다. 이현승의 영화에서 남녀 주인공은 개별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극중에서 조화를 이루는 커플로써 시너지 효과를 내곤 했다. 다시 말해, <푸른 소금>은 오랜만에 연출자로 복귀한 이현승 감독의 새로운 면모 속에서 익숙함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인 것이다.
(korean cinema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