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터> 위르실라 메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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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시스터>는 훔친 스키 장비를 팔아 삶을 이어가는 남매의 이야기다. 척박한 현실이 이야기의 기초를 이루지만 위르실라 메이에 감독은 “북구의 전설처럼 동화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며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시스터>는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낮은 지역의 공장에서 뿜어져 나온 연기가 위로 올라가며 스키리조트를 뒤덮고 있는 구름과 결합하는 광경을 보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사회의 전형적인 이미지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런 대조적인 환경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럼 공간을 먼저 설정한 후 극 중 남매의 이야기를 생각한 건가?
그곳이 아니면 전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사연이 바탕이 됐지만 이야기도 동시에 구상했다. 나 역시 극 중 시몬처럼 스위스 국경 지역에 위치한 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시절의 한 소년이 생각났다. 당시 스키강사가 말하길, 저 아이는 도둑이니 물건을 조심하라고 했다. 그것이 지금 이 영화의 시나리오의 바탕이 됐다.

대조적인 환경을 묘사하기 위해 촬영감독 아녜스 고다르와는 어떤 콘셉트를 정했나?
너무 극단적이거나 드라마틱하게 비교하지 않으려고 했다. 스키리조트의 경우, 그림엽서 같은 배경은 자제했고 남매가 사는 아랫동네는 너무 불행하게만 묘사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동화 같은 이미지의 블루 톤을 전체적으로 깔았다.

시몬 역의 케이시 모텟 클라인과는 <홈>(2008)에 이어 <시스터>에서도 다시 한 번 같이 한다. 
케이시 모텟 클라인은 <홈>에서 연기자로 데뷔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내가 연기라는 것을 알려준 셈인데, 그 친구 역시도 <홈>을 통해 배우에 대한 개념을 형성했다. 나이답지 않은 연기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적으로는 계속해서 영화와 연기를 가르치고 싶어 <시스터>에 캐스팅하게 됐다.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할 생각이다.

시몬에게 훔친 스키를 공급받는 청년 역의 마틴 콤스톤 캐스팅이 흥미로웠다. 그는 켄 로치의 <스위트 식스틴>(2001)에서 시몬과 처한 환경이 비슷한 역할을 연기했다. 혹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캐스팅한 건가?
그렇지는 않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배우들을 머릿속에 생각하고 마틴 콤스톤을 캐스팅한 순간, 그가 <스위트 식스틴>에서 시몬과 비슷한 역할을 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실제로 아랫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스키장이 가까워도 돈이 없어 평생을 못 가는 경우가 많다. 스키장에 오는 사람들은 전 세계의 돈 많은 사람들인데 <시스터>의 다국적 캐스팅은 그런 현실을 반영한 거다.

<시스터>는 흔히 스위스에 대해 자연 풍광이 빼어나고 잘 사는 나라라는 일반의 생각을 완전히 비껴간다. 
스위스는 사회보장 제도가 잘 되어 있다. 사실 영화 속 남매도 원하기만 하면 사회보장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현실에 대한 분노를 그런 식으로 표출한다. 이와 같은 설정을 통해 스위스 현실의 이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 속에 이들 남매를 보호해주는 어른의 존재가 부재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인가?
<시스터>는 굉장히 현실적인 배경을 담고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허구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동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가 동화처럼 보이기를 원해 어른의 존재는 최대한 배제했다.

사진 권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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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회 전주국제영화제 데일리
NO.5

<시스터>(L’enfant d’en ha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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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실라 메이에의 두 번째 장편 <시스터>는 데뷔작 <홈>(2008)에서 보여줬던 그녀의 재능이 여전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평범한 이들의 잔잔해 보이는 사연, 면도칼 긋듯 갑자기 닥치는 사건, 그럼으로써 현실의 문제를 환기시키는 연출 방식은 <시스터>에서도 유효하다.

<시스터>는 세상을 너무 빨리 알아버린 12살 소년 시몽(케이시 모텟 클라인)의 사연을 다룬다. 알프스의 스키장 부근에 살며 훔친 스키 장비를 팔아 생활비를 마련, 누나 루이(레아 세이두)와 함께 힘들게 살아가는 것. 감독의 전작 <홈>에서도 집 근처에 생긴 고속도로 때문에 고통 받던 가족이 주변 도움 없이 스스로 살아갔던 것처럼 <시스터>의 남매에게도 도움의 손길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사회는 힘없도 돈 없는 이들이 어떻게든 헤쳐 나가야 하는 정글 같은 곳이다. 시몽이 처한 상황은 더욱 최악이어서 부모의 존재는 온 데 간 데 없고 대체 보호자가 되어주어야 할 누나 역시도 이상할 정도로 동생에게 냉담하다. 고립된 시몽의 처지를 반영하듯, <시스터>의 카메라는 인물에게 가깝게 접근하는 대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도움 부재의 무기력한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한다.

다르덴 형제의 <자전거 탄 소년>(2011)과 유사하다는 혐의를 받는 <시스터>는 바로 이 점에서 궤를 달리한다. 다르덴 형제였다면 카메라를 시몽과 루이에 밀착해 현실의 엄혹함을 드러냈겠지만 위르실라 메이에는 서로가 좀 더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게끔 지켜보는 쪽을 택한다. 그래서 이 영화의 목적은 인심 메마른 사회를 고발하는 데 있지 않다. 시몽이 전면에 나서지만 제목이 <시스터>인 이유인데, 사실 누나 루이도 극 중간 드러나는 사연에 따르면 버림받은 처지일 따름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건조함에도 불구, 일말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건 이런 설정에 따른 주인공들의 연대감 때문이다.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시몽과 루이 각자가 믿을 건 하나밖에 없는 혈육뿐이다. 이들이 서로를 부정해도 끝내 상대방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을 숨기지 못하는 결말을 접하면 <시스터>가 왜 성장영화로 기능하는지 이해가 된다.

<시스터>의 위르실라 메이에는 국내 팬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잘 알려진 배우들의 출연으로 흥미를 끈다. 루이를 연기한 레아 세이두는 <미션 임파서블4: 고스트 프로토콜>(2011)에서 이단 헌트에 맞선 적국의 비밀 요원으로 낯이 익고, 시몽이 엄마 품을 대신하고 싶어 했던 얀센 부인 역에는 <X파일>의 스컬리 요원, 질리언 앤더슨이 출연해 반가움을 더한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건 시몽의 미묘한 심리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한 1988년생의 케이시 모텟 클라인이다. <홈>에도 출연했던 이 소년은 <시스터>에서 당당히 주연을 맡아 나이답지 않은 연기력을 과시한다.

13회 전주영화제 공식 데일리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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