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의 동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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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를 다룬 작품들이 홈즈와 왓슨의 동성애를 부추겨온 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 됐다. BBC드라마 <셜록> 또한 마찬가지인데 좀 다르다면 홈즈와 왓슨의 동성애에 더해 시즌2의 3부 ‘라이헨바흐 폭포’에서는 홈즈와 모리아티의 관계 역시 그런 맥락에서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중요한 대사. 연구원 미치가 홈즈에게 왓슨이 옆에 없으면 슬퍼 보인다고 건넨 말은 일차적으로 흠즈와 왓슨의 관계를 겨냥한 것이지만 비틀어 생각하면 홈즈와 모리아티의 관계에 어떤 혐의를 제공한다.

홈즈는 범죄가 발생하지 않으면 존재 증명을 할 수 없는 인물이다. (탐정의 운명이란 게 그렇게 얄궃다!) 그래서 홈즈에게 모리아티는 범죄자이면서 동시에 구미를 당길 수밖에 없는 존재다. 반대로 모리아티에게도 ‘범죄의 왕’이라는 자신의 악명을 더욱 분연히 떨치기 위해서라도 홈즈에게 구애(?)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즉, 이 둘은 함께 있으면 티격태격이지만 떨어지면 금방 보고 싶은 애인과 같은 관계랄까. 런던탑, 런던국립은형, 교도소 세 군데의 보안 시스템을 무력화해 관심을 끈 모리아티가 감옥에 갇혔다 풀려난 후 홈즈를 만나 남기는 말은 ‘I O U’, 바로 사랑해다. (모리아티가 한 입 베어문 사과에 남긴 문장인데 애플의 로고 배경을 아는 사람들은 이것이 동성애와 깊은 연관이 있음을 간파할 수 있다.)

게임의 시작. 연애는 일종의 게임이다. 상대방의 발언, 행동 하나에 의미를 부여해 서로를 알아가는 놀이인 것이다. 모리아티의 도발로 시작된 홈즈와의 관계는 그렇게 연인의 사랑을 연상시킨다. 그렇다면 이 게임의 최종 단계는 어떤 형태일까. 사랑하는 사람끼리 서로 한 몸이 되어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숨을 거두는 것이 사랑의 열락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이라고 한다. 흥미롭게도 <셜록>에서 홈즈와 모리아티는 성 바솔로뮤 병원 옥상에 함께 올라 비슷한 시간대에 서로 운명을 달리한다. (원작소설에서는 홈즈가 모리아티를 껴안고 라이헨바흐 폭포 아래로 뛰어내린다.)

<셜록>은 홈즈와 왓슨, 홈즈와 모리아티 간의 쫓고 쫓기는 추격의 삼각관계를 동성애 메타포로 풀어넣으며 현대적인 각색의 정점을 세운다. (모리아티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셜록이 옥상 난간에서 뛰어내리기 전 왓슨에게 전화를 걸어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슬퍼하는 장면은 이 얼마나 노골적인가!) ‘셜록 홈즈’의 모든 현대물들이 홈즈와 왓슨의 관계에 경쟁적으로 동성애를 덧씌운 것을 감안하면 <셜록>의 ‘라이헨바흐 폭포’는 획기적이다. 그만큼 코난 도일의 원작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기에 가능한 각색인 것이다. 아직도 <셜록>이 탐정물로만 보이시는가? 위의 사진만 해도 사랑을 나누는 연인 사이 같지 않나. 

<셜록>의 벽지 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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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 베이커가 221b의 홈즈(베네딕트 컴버배치)의 거실 벽지는 기하학 문양의 일정한 패턴 무늬를 이루고 있다. 그것은 사건을 추리하는 데 있어 공식을 대입해 일정한 패턴을 찾는 홈즈의 수사 기법에 착안한 미장센이라 할만하다. 아닌 게 아니라, 홈즈는 마치 수학 문제를 풀듯(“왓슨, 이렇게 하나하나씩 가능성을 제거해가는 방식을 소거법이라고 하네”), 과학 현상을 증명하듯(“이상해, 현미경으로 살펴도 설탕 입자가 보이지 않아”) 사건의 중심부에 진입한다.

그런 홈즈의 성향을 드러낼 목적으로 극 중 자주 출현하는 자막들 또한 패턴을 이루어 주변 가구나 기구들의 고유한 문양을 해치지 않게 제시된다. 홈즈와 왓슨이 아이폰이나 블랙베리나 맥북과 같은 첨단의 전자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 개인적으로 더 눈이 갔던 것은 홈즈의 일정한 패턴 무늬 거실 벽지 구석 쪽에 걸려 있는 해골 그림이었다. (이 그림은 영국 출신의 화가 데미언 허스트가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박아 넣은 ‘신의 사랑을 위해’라는 작품을 연상시키는데 그만큼 홈즈가 미술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해골이 의미하는 것은 당연히 죽음이다. 홈즈의 사건은 대부분 살인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시즌2의 1부 ‘벨그레이비어 스캔들’은 살인보다 아이린 애들러의 생사와 관련한 비밀을 풀어간다는 점에서 다소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 그러니까, 홈즈는 살인 사건 주변에 흩어진 증거라는 파편을 모아 패턴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탐정이다. 그런 홈즈의 거실을 장식하고 있는 패턴 무늬 벽지와 해골 그림. <셜록>의 연출진은 이와 같은 재미있는 미장센을 통해 셜록 홈즈의 성격과 수사 성향을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