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얀>(Vin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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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출신의 파브리세 두 웰츠 감독은 정체 모를 숲속을 헤매는 가수의 이야기를 담은 공포영화 <칼베이어 Calvaire>(2004)로 장편 데뷔했다. 4년 만의 신작 <빈얀> 또한 어딘가를 헤매는 자의 이야기다. 벨마 부부는 쓰나미로 아들을 잃은 후 사는 것이 버겁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로 아들의 생존 소식을 접한 후 구출에 나선다. 허나 태국과 버마의 국경지대 정글로 들어선 이들 벨마 부부는 아들을 찾기는커녕 초현실적인 경험을 겪으면서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빈얀>은 자식 잃은 부모의 지옥 같은 심정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목적은 아이를 찾는 데 있지 않고 그 과정에서 보이는 벨마 부부의 심리적 불안감의 묘사에 있다. 주된 배경으로 정글을 택한 건 이 때문이다. 낯선 곳에서 겪게 되는 혼란스러운 광경이 아이를 찾겠다는 처절한 부모애와 맞물려 비극의 전조를 풍기는 것이다. 하여 미로 같은 정글에서의 폐쇄된 공간 미장센, 생명을 상징하는 물이 핏빛으로 물들어가는 오프닝과 엔딩의 이미지는 <빈얀>의 백미다. 벨마 부인 역으로 등장하는 엠마누엘 베아르는 서서히 미쳐가는 연기로 찬탄의 경지를 보여준다. 흡사 아들 찾기 버전의 <지옥의 묵시록>이라 할만한 <빈얀>에서 그녀는 마틴 쉰에 버금가는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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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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