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켜라!>(Save the Green Planet!)


병구(신하균 분)는 한국사회에 암약하고 있는 조까튼 병폐를 겪으며 살아온 비극적인 인물이다. 그에 반해 강만식 사장(백윤식 분)은 돈과 권력을 위해서라면 뭐든 가리지 않는 씨바스런 넘이다.

그러니 병구에게 강사장 같은 쉐이는 지구 파괴의 음모나 꾸미는 외계인과 다를 바 엄따.

그래서 그는 개기월식이 일어나기 며칠 전 지구 파괴를 꿈꾸고 있다 판단되는 강사장을 납치, 말로 표현하기 힘든 잔인처절극악한 고문에 들어가는데…

그렇다. 당 영화는 제목에도 나와있듯 위기에 빠진 지구를 지키려는 청년 병구의 이야기다.

어떤가, 외계인이라는 에쑤에푸적 상상력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현실 비판이라는 두 개의 틀을 조합하여 만든 이야기가? 이처럼 당 영화가 돋보이는 것은 무거운 주제를 독특한 설정과 결합하여 기발하게 설명해 낸 상상력 때문이다.

이 뿐이 아니다. 당 영화는 이야기를 풀어 가는 방식에 있어서도 재기 발랄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중 하나는 당 영화가 특정 장르로 못 박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장르 – 에쑤에푸, 사회비판물, 멜로, 스플래터 호러, 스릴러 등등등 – 로 잡탕밥 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많은 요소덜은 부라자 겉 핥기 식의 단순 흉내내기의 일환이 아니라 각 장르의 특성을 잘 살린 촬영과 편집으로 절묘하게 당 영화 속 상황상황에 맞게 배치가 되어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창조적인 변형은 다른 영화들을 인용함에 있어서도 역시 잘 드러나고 있다.

이미 감독이 많은 매체와의 이너뷰에서 밝혔듯 <지구를 지켜라!>에는 무수히 많은 다른 영화덜이 오마쥬, 패러디 되고 있다. 본 우원 니덜이 원하면 똥꼬 주름살도 세줄 수 있다만 알잖어, 공사다망…

중요한 건 이런 인용덜이 <재밌는 영화>처럼 단순히 다시 보여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 영화의 성격에 맞게 재창조되고 있다는 거다.

또한 당 영화는 유머를 말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독특한 전략을 취한다. 상황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무표정하게 우끼는 능청을 말하려는 것인데 강사장의 발등을 이태리 타월로 대따 벗겨 병구와 순이가 그 상처 위에 파스를 칠하는 부분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그렇다고 당 영화가 완벽한 작품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지구를 지켜라!>는 새로움을 능가하는 기발함에도 불구하고 단점이 있는 영화다.

특히 현실비판이 본격화되는 부분부터 당 영화는 무거운 문제 의식이 상상력을 짓누르기 시작하는데 이는 b급 정신으로 유지해오던 이야기에 정반대되는 스타일의 문체가 낑궈지자 나온 부작용으로 볼 수가 있다.

그래서 영화 중반을 지나면 이야기가 질질 끌리는 인상을 주기도 하고 그로 인해 의도적인 유치함은 유치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결과를 초래하며 산만한 느낌까정도 준다.

게다가 당 영화에는 악취미적인 잔혹 묘사가 다수 들어있어 이를 몬참는 관객에겐 불쾌감을 줄 염려가 있으며 또한 많은 영화를 인용한 덕에 이를 알지 못하면 재미가 반감될 것이 뻔하고, b급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유치함에 화가 날 가능성도 큰 영화다.

그러니 당 영화의 관람을 고려하고 있는 독자라면 이 점에 상당히 유념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런 전차로 본 특위는 당 영화를 베스트 주녀에 봉한다.


<딴지일보>

<범죄의 재구성>(The Big Swindle)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이라 할 만한 <범죄의 재구성>은 1996년 구미에서 실제 발생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쥔공 최창혁(박신양 분)과 김선생(백윤식 분)이 주축이 된 독수리 5인조 사기단이 함께 짱구를 굴려 한국은행에서 50억을 삥땅치는 과정을 그린 범죄사기극이다.

그리고 당 영화는 제목답게 이야기를 단순히 시간 순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첫머리에 사기단의 범죄가 실패한 듯한 삘을 풍기는 장면을 제시한 후, 차반장(천호진 분)에 의해 검거된 얼매(이문식 분)와 김선생의 측근인 인경(염정아 분)의 진술에 맞춰 거사가 실패(?)하게 된 과정까지를 재구성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범죄의 재구성>이 이러한 전략을 취하며 보는 이의 의문을 만빵으로 증폭시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삥땅 친 50억에 만족하지 않고 혼자 몽창 다 꿀꺽하기 위해 서로를 속여먹는 창혁과 김선생처럼 영화 역시 관객과 머리싸움을 벌이기 위함이다.

그래서 당 영화는 전언했듯 과거와 현재를 오락가락하며 여러 인물의 시점에서 사건을 재구성하는 것은 물론이요, 1인 2역, 화면분할 등의 다양한 트릭을 동원할 뿐 아니라 장면 컷 역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빠르게 가져감으로써 관객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이렇듯 사기 친 돈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박 터지는 머리싸움을 벌인다는 당 영화의 이야기는 범죄영화 장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뻔하다는 느낌 없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건 바로 이와 같은 영리한 구성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다. 사실 당 영화 속 우리의 쥔공들이 한국은행을 상대로 벌이는 사기행각 과정에서의 수법은 눈을 뿅가게 할 만큼 거창하거나 첨단의 장비가 동원되는 그런 류의 화려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꽤나 그럴싸하게 보이는 이유는 사기계에서 금방 건져 회친 듯 싱싱한 캐릭터 묘사가 기본안주로다 탄탄히 깔려있는 덕택이다.

감독은 이를 위해 직접 리얼 사기꾼을 만나 그 세계를 현미경 바라보듯 절라게 세밀히 관찰했다고 하는데 “청진기 대 보니까 시추에이션이 딱 나와”, “똥구멍 대보면 답 나오지”와 같은 업자필 물씬 풍겨나는 대사는 바로 이런 노력 끝에 얻어진 결과물로 캐릭터에 깊이를 부여할 뿐 아니라 이야기에 사실감을 불어넣는 등 재미를 따따블로 증폭시키고 있다.

하지만 비유띄 벗뜨!

추리극으로써의 이야기만 놓고 보았을 때 당 영화가 관객에게 거는 머리싸움은 그렇게 눈치가 빠르지 않은 잉간이라도 인물의 설정만 보면 그 속임수를 능히 간파할 수 있을 만큼 그 고리가 정교한 편은 아니다.

다시 말해, 비교적 치밀하게 쌓아올린 단서에 비해 사건의 비밀이 밝혀지는 반전 포인트는 상당히 평범하다는 얘기로 그로 인해 전반부동안 증폭된 관객의 의문은 박카스 한큐에 들이키듯 속 시원하게 풀리지는 못하고 있다.

이처럼 <범죄의 재구성>은 반전이 약한지라 결말부가 힘을 받지 못하는 대신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이 장르에 익숙한 공식을 충실히 그려내고 있는데 그 결과,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흠잡을 것도 없는 무난하게 잘 만든 영화가 되었다.

덧붙여,
범죄세계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혼란을 일으키는 팜므파탈 인경. 표독한 여성이라는 기존의 편견을 깨고 맹한 팜므파탈로 등장하여 역할 깨기의 재미를 주는 ‘구로동 샤론스톤’ 인경은 그러나 남자만 디글거리는 당 영화에서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줄 알았더니 단순히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여성 캐릭으로 등장, 아쉬움을 주고 있다. 그래도 빤스만 입고 추는 뇌쇄적 댄스 고거 하나만은 꽤나 인상적이었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