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Handph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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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민 감독의 데뷔작 <극락도 살인사건>이 오로지 장르법칙으로 이뤄진 영화였다면 <핸드폰>은 현실을 차용해 장르의 외피를 씌운 경우다. 사건은 여배우 정사 장면이 담긴 핸드폰을 잃어버린 연예기획사 대표 오승민과 이를 주운 쇼핑마트 직원 정이규 간의 쫓고 쫓기는 대결로 묘사된다. 다만 영화는 승민과 이규의 추격전 주변으로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소통부재의 풍경을 겹쳐놓는다. 다짜고짜 욕부터 던지는 전화 상대방,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는 고객, 대화를 찾아볼 수 없는 부부 등 핸드폰으로 상징되는 소통부재의 에피소드는 영화의 긴장감을 고조하는데 주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고작 손바닥만 한 핸드폰으로 촉발된 사건은 결국 “우리 얘기 좀 해요”라는 압축적인 대사로 수렴된다. 여기에는 꽉 막힌 소통의 벽이 야기한 사회 구성원 간의 물고물리는 관계도가 있다. (감독을 포함해 카메오 출연이 빈번한 것은 단순한 눈요깃감이 아니다!) 그래서 <핸드폰>의 인물구도는 단순하게 선인과 악인의 이분법으로 나누어지지 않는다. 대신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이웃들이 서로에게 행사하는 언어폭력을 통해 정신적으로 무너지면서 결국엔 파국으로 치닫는 한국사회 특유의 관계의 미학이 존재한다. 사건이 모두 해결되고도 찜찜한 기분이 드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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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카탈로그

<뷰티풀 선데이>(Beautiful Sunday)


강력반 소속 강형사(박용우)는 대형 마약조직을 검거한 유능한 인재다. 식물인간이 된 아내의 치료비를 위해 뒤로는 마약조직과 결탁해 검은 돈을 착복, 내사과의 추궁을 받는다. 한편 고시생 민우(남궁민)에게는 짝사랑하는 여인 수연(민지혜)이 있다. 불미스러운 일로 고시촌을 떠나게 된 민우는 몇 년 후 수연과 재회하고 결혼까지 한다. 그런데 별 연관 없어 보이는 강형사와 민우가 대치하니 한쪽은 총을 겨누고 있고, 한쪽은 무방비 상태다. 오히려 위험을 당하는 쪽이 “한 시간 안에 날 죽이게 될 거야”라며 의기양양하다. 괴상해 보이기만 하는 두 남자 사이에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뷰티풀 선데이>는 신인 진광교 감독의 데뷔작이다. 감독은 “죄의식과 속죄의 문제를 다룬 이야기”라고 영화를 설명한다. 제목 역시, ‘사랑이 용서받는다’라는 영화의 컨셉과 상통하는 ‘뷰티풀 선데이’. 이런 종류의 이야기라면 <미스틱 리버><21그램> 등 그리 낯설지 않다. 그래서 <뷰티풀 선데이>는 이야기를 새롭게 하기보다는 장르적 특성과 구조를 적극 활용, 차별화를 노린다. 죄의식과 관련된 테마는 멜로드라마로, 속죄를 그린 이야기는 스릴러로 접근해 장르를 활용하는 것이다.

영화는 이에 그치지 않고 여기에 강형사와 민우의 에피소드를 평행구조로 진행함으로써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내용은 형식 속에서 전달될 때 의미를 획득하는 법. 대부분의 한국형 스릴러들이 ‘무엇’을 말할 것인가에만 집중했다면 <뷰티풀 선데이>의 경우, ‘어떻게’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장르와 구조의 쾌감을 극대화한다. 열연을 펼친 두 주연배우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박용우의 연기는 <뷰티풀 선데이>의 가장 큰 볼거리 중 하나다. 영화 내내 감정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표정과 8kg 체중감량을 통해 만든 ‘깡’만 남은 몸으로 피폐한 강형사 캐릭터를 인상 깊게 소화해냈다.

하지만 완전히 성공했다고 박수를 쳐주기엔 찜찜한 구석도 많다. 평행으로 진행되는 강형사와 민우의 관계를 연결하기 위해 곳곳에 뿌려놓은 단서들이 뚜렷한 연관성을 갖기에는 탄탄하지 않은 까닭. 무엇보다 사랑이 어긋나게 된 특정 행동에 대한 두 주인공의 속죄가 영화의 의도와 달리 자기중심적 변명으로 비치는 등 연민을 자아내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허술한 복선에 대한 부족한 설명을 보충하는 동시에, 두 주인공의 동정심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변론이 길어지다 보니 결말부가 장황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선한 장르적 시도로 출발한 <뷰티풀 선데이>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힘이 붙지 않는다. 반전의 묘미를 노린 히든카드의 실효성도 그리 컸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FILM2.0 328호
(2007. 4. 3)

<달콤, 살벌한 연인>(My Scary Girl)


삼십 평생 러부질 한 번 못해본 서서쏴가 있다. 황대우(박용우 분). 게다가 별자리, 혈액형같은 거 믿는 앉아쏴에 혐오감 느낄 정도로 고지식하기가 우주를 찌른다. 이런 그가 어찌저찌해서 연애를 하게 된다. 상대女는 머리, 얼굴, 몸매까정 삼박자를 고루 갖춘 퀸카 오브 더 퀸카 이미나(최강희 분). 오매 좋네 지화자 좋구나~

근데 요즘 로맨스 영화라면 이를 최대한 아기자기하고 알콩달콩스럽고 깔끔상큼달콤쌉싸름하게 데코레이숑함으로써 안전빵 전략을 취하는 게 대세다. 하지만 당 영화는 한똥꼬 더 나간다. 그녀가 럴수럴수이럴수가! 살인을 밥 먹듯 저지르는 살인마였던 거시였던 거시기다.

그래서 당 영화는 삼십까지 한 번 못해본 꼰대 대우가 러부하는 과정에서 벌이는 우왕좌왕스러운 로맨스와 미나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벌어지는 등짝 싸늘한 스릴러가 짬뽕밥되어 극이 진행된다. 때문에 제목도 그냥 <달콤한 연인>이 아닌 <달콤, 살벌한 연인>. 원래 이런 류의 로맨틱 코믹 스릴러 영화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 <그래서 난 도끼부인과 결혼했다>가 할아버지격이긴하지만서도 국내산으로는 거의 첨보는 시도라는 점에서 일단 점수 먹고 들어간다 하겠다.

그중에서도 당 영화는 박용우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로맨틱 코미디가 돋보인다. 이는 대우라는 캐릭터 묘사에 현실적인 모습이 잘 반영된 탓. 가령, 겉으론 러부는 유치한 거라고 무게를 잡다가도 뒤로는 빨간책 보다 나이 서른에 몽정하고 그러는 모습, 연애경험 없는 서서쏴라면 꽤나 공감할 만한 설정이다. 본 우원이 그렇다는 건… 절대로 아니다 모. 여튼 그런 애가 처음 연애질하면서, “이게 모에요?” “혀에요. 왜요, 싫어요?” “아니아니 너무 좋아” 이러코롬 헤벌레~ 풀어지는 모습. 우끼겠어, 안 우끼겠어? 우끼겠지.  

이처럼 당 영화는 전혀 현실적인 스토리가 아닌데도 현실적인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특징. 해서 러부질 영화라면 뷰티풀하고 엘레강스하게 끝냈을 결말도 <달콤, 살벌한 연인>은 걍 해피엔딩하게만 끝내지 않는다. 만약 니 애인이 사람 슥슥 썰고도 눈빛 하나 변하지 않는다면 별 고민 없이 사귈 수 있겠냐. 이런 대우의 고민을 잘 살리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미나 파트는 대우 쪽에 비해 완성도가 극히 떨어지는 안타까운 결과를 연출하고 있다. 대우 파트와 달리 현실성이 떨어져서 그렇다는 게 아니다. 사실 미나가 ‘탁’하고 써니 ‘억’하고 두 동강 나는 비현실적인 모습, 그 강도가 쎄지면 쎄질수록 그 재미는 한층 더해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영화는 코믹과 스릴러를 섞어찌개 하는데 있어 균형을 맞추기보다는 스릴러로 좀더 밀어붙여도 될 장면에서마저도 코믹에만 존나게 방점을 찍는다. 그렇다고 그게 우끼고 자빠라지면 또 몰라. 예를 들어, 미나의 정체를 눈치 까고 그녀를 찾아간 대우가 그 더운 날에 검도 방패를 껴입고 있는 설정, 별로 코믹하지도 않고 대우의 무서움이 절절히 묻어나오지도 않으니 이거 도대체 모하자는 플레인가.

당 영화의 감독 손재곤. 지난 부천영화제에서 히치콕의 영화를 창조적으로 짜깁기한 디지털 영화 <너무 많이 본 사나이>로 코미디는 물론이요, 똥꼬 서늘한 스릴러 연출을 보여준 경력의 소유자. 근데 당 영화가 입봉작이라 흥행을 염두에 둔 건가, 왜 잘 하는 스릴러를 그렇게 옆집 아줌마 보듯 했는지 몰라.

하여 당 영화 로맨틱과 코미디는 훌륭하지만 스릴러는 별루 안 훌륭한 관계루다 뿌라스마이너스 주판알 튕겨본 결과, 완성도면에서 뽕나게 뛰어나지는 않지만 요즘 우껴주겠다고 나온 영화 중 가장 재밌다는 판단 하에 베스트 주니어에 봉해지게 되었다. 그럼 이상!



(2006. 4. 3. <딴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