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 방문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 기타큐슈 여행의 목적은 당연히!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 방문이었습니다. 기타큐슈 시내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은 저로서는 전혀 예상 밖이었습니다. 도쿄에 위치한 에도가와 란포 생가를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에도가와 란포 생가는 원형 그대로의 모습으로 도쿄 시내 대학가 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은 ‘박물관’답게 전혀 다른 모습이더라고요. 현재 세이초 기념관이 위치하고 있는 장소는 마쓰모토 세이초와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곳입니다. 단순히 세이초가 태어난 고장이라는 의미만 가질 뿐이죠. 이곳에 부지를 마련한 이는 전 기타큐슈 시장 스헤요시 고이치였습니다. 20년 넘게 시장 업무를 해오다가 2년 전에 은퇴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분을 향한 기타큐슈 시민들의 그리움은 대단하더군요. 그 뒤를 이어 선출된 현 시장이 너무 무능해서랍니다. 자연에 대한 존중도 없고 문화 마인드도 엄청 떨어진다네요. 이 두 가지는 스헤요시 고이치가 시장 재임 중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이었습니다. 그 중 한 가지 사업이 바로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 건립이었던 거죠.
 
정말이지,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을 둘러보면 세이초가 남긴 유산을 잘 보존하고 많은 이들에게 알리겠다는 의지가 절로 읽힙니다. 단적으로, 세이초가 소설가로 전업한 이후 도쿄에서 살았던 집을 그대로 옮겨 전시해놓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기념관 지하 1,2층을 꽉 채우는 규모인데 저는 원형 그대로 재현한 것인 줄로만 알아더랬습니다. 설마 2층집 규모의 집을 그대로 가져다놓았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도쿄에서 기타큐슈까지 신칸센으로 5시간 30분이나 걸린다는데, 정말 일본인들의 꼼꼼함은 혀를 내두를 만합니다. 사실 말이 가정집이지 거실과 부엌, 침실을 제외하면 도서관이나 다름없습니다. 정말 온갖 종류의 책들이 집안을 꽉 채우고 있을 정도입니다. 아시아의 역사를 알기 위해 자주 여행을 떠났던 세이초는 베트남과 캄보디아와 같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져온 유적을 따로 모아 작은 전시관도 집안에 마련해 놓았더군요. 정교한 조각들이 대부분을 이루는데 미술에 문외한인 제가 보아도 아름다운 것을 보니 세이초의 감식안이 정말 뛰어나 보이더군요.

왜 아니겠습니까. 마쓰모토 세이초는 소설가로 활동하기 전 아사이신문사에서 일러스트 작가로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세이초는 미술에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답니다. 사실 국내에는 마쓰모토 세이초가 신문사에서 기자로 활동했다고 소개가 되고 있는데 실제로는 기사에 삽입되는 일러스트를 그렸다고 하네요. 그런 경력이 밑바탕 된 까닭인지 세이초의 작품을 보면 미술적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두드러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점과 선> <공백의 디자인>이라는 제목도 그렇고요,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에 수록된 <산>의 본문 중 ‘산’을 묘사한 부분을 보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의 입구를 보면 거대한 그림이 한 점 전시되어 있습니다. 검은 바탕에 붉은 머리를 한 사람의 형상이 가운데 박혀 있는데요, 제목이 <사자>(사진)입니다. 구로다 세타로라는 작가의 그림이라고 합니다. 혹시 이 작가의 이름이 낯익은 분이 계시나요? 일본에서 출간된 마쓰모토 세이초 소설의 커버를 대부분 담당한 이라고 합니다. 구로다 세타로가 마쓰모토 세이초를 모델로 한 그림이 바로 <사자>인데, 안 그래도 세이초의 모습을 보면 그 머리 스타일 때문에 사자를 연상시키지 않습니까.

입구에서부터 출구까지,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은 세이초에 대한 존경을 골격삼아 그에 대한 애정으로 살을 구축한 말 그대로 세이초의 모든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궁극의 공간입니다. 세이초에 대해 뼛속 깊숙이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기타큐슈의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 같은 곳을 조성하기란 쉽지 않죠. 이곳의 관장 후지이 야스에는 살아생전 마쓰모토 세이초가 소설 작업을 할 때 광범위하게 자료 조사를 도왔던 인물입니다. (인터뷰를 하면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 혹시 관심 있는 매체 분들 안 계신가요?) 소설가와 어시스턴트로 연을 맺은 후 후지이 야스에와 세이초의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죠. 후지이 야스에 관장은 “세이초가 죽은 후에도 저는 세이초 기념관의 관장으로 그를 계속 보좌하고 있어요” 우스개처럼 얘기하더군요. 그런 후지이 야스에의 이력 때문에 그녀는 일본에서 명사로 통한다고 합니다. 비록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지만 마쓰모토 세이초는 얼마나 마음이 든든할까요. 저에게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은 기념관 이상의 기념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