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크라우츠 감독은 늘 여정을 다룬다. 소재가 유괴이던(<Trade>) 학창시절의 경쟁이던(<Sommersturm>) 그 이면에는 집 떠난 자의 귀환의 감성이 담겨 있다. 특히 청소년을 주인공 삼는다는 점에서 성장영화로 기능하는 것이다. <크라밧>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주인공 크라밧이 마법사를 만나 능력을 키워 평화를 가져오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키워준 스승을 내쳐야 하는 제자 크라밧의 심리적 갈등이 주를 이루는데 영화는 흡사 <반지의 제왕>의 무대에서 펼쳐지는 <스타워즈> 이야기를 방불케 한다. 다만 크라밧의 성장과정에 집중한 영화는 흑마술의 볼거리와 결합함으로써 동화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특징이다. CG의 사용이 실재감보다 환상을 부풀리는데 집중돼있을 뿐 아니라 극중 내레이션을 빌어 “세상의 모든 것은 가치가 있다”는 교훈을 이끄는 구조가 동화의 요소를 강조한다.
주인공 크라밧의 정신적 스승으로 등장하는 톤다 역의 다니엘 브륄(<굿바이 레닌><에쥬케이터>)은 “감독의 연출 능력을 신뢰했기에 시나리오를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한 첫 번째 영화”라고 <크라밧>을 지지했다. 볼거리 면에선 다소 심심한 감이 없지 않지만 브륄의 말처럼 탄탄한 연출력과 밀도 높은 이야기가 돋보인다.

13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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