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발>(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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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의 <페스티발>은 보통 사람들의 다종 다기한 변태성을 대놓고 전시하며 취향의 다양함을 옹호한다. 음지에서 횡행하던 SM, 란제리 마니아, 교복 페티시와 같은 성적 취향과 바이브레이터, 섹스 인형, 가죽채찍 등과 같은 성적 도구들을 코미디라는 안전장치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도록 빛을 쬐게 하는 것이다. 의도는 명확하다. 커밍아웃을 다룬 전작 <천하장사 마돈나>(2006)의 빛나는 공식을 되살려 안으로는 소위 ‘정상’이라고 부르는 것의 폭력성과 허구를 고발하고 밖으로는 타인의 취향에 대한 존중을 설파함으로써 편견 없는 사회에 대한 이상을 드러낸다. 하여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겠다며 풍기문란을 단속하는 보수적이고 마초적인 경찰에 맞서 우리 이웃들이 펼쳐 보이는 변태 행각은 과연 정상성이 무엇이고, 정치적인 올바름이 무엇인지를 어렵지 않게 가늠토록 한다. 다만 제목처럼 ‘축제’ 분위기를 띄울 수 있도록 더 막나가도 좋았으련만, 너무 교훈적인 결말을 유도한 건 아닌지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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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2010년 12월호
 

<방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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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영화의 관람을 방해할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최현정(이하 ‘최’) 제목만 보고, 혹은 주연 배우나 감독 이름만 보고는 알 수 없는 것이 영화이기도 하고요. 개봉 전이라, 혹은 독립영화라, 또는 흥행작이 아니라 잘 알지 못하는 영화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잘 알지 못하지만 보고 싶고, 알고 싶은 영화에 대해서 슬쩍 알려드리는 시간입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오늘 소개해주실 개봉영화는 무엇인가요?
허남웅(이하 ‘허’) 김대우 감독의 <방자전>입니다.


김대우 감독이라고 하면, <음란서생>을 만들었던 분 아니신가요?
예, 맞습니다. <음란서생>의 연출자이기도 하고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각본가로도 굉장히 유명한 분이시죠. <방자전>은 김대우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고 9번째 각본이라고 하네요. 

<방자전>의 ‘방자’라고 하면 ‘춘향전’에서 이몽룡의 몸종 아닌가요?
예, 맞습니다. 그러니까 <방자전>은 ‘춘향전’에서 조연급에 해당하는, 사실 말이 조연이지 거의 단역에 불과한데요, 그 방자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입니다.

음, 흥미로운데요. 방자를 주인공으로 한 춘향전이라. 그럼 원작인 <춘향전>의 이야기가 많이 바뀌었겠네요.
예,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한데요. 방자가 주인공으로 승격하면서 이야기 역시 몽룡과 춘향의 사랑 이야기에서 방자와 춘향, 그리고 몽룡의 삼각관계로 바뀌었습니다. 좀 더 줄거리를 설명하자면요. 방자가 몽룡을 따라서 청풍각이라는 기생집을 가게 되는데요. 그곳에서 기생의 딸 춘향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한 눈에 반합니다. 근데 방짜 뿐만 아니라 몽룡도 춘향에게 완전히 넋을 잃고 마는데요. 그래서 방자는 그저 마음으로만 춘향을 품으려고 했다가 그녀 앞에서 자신을 비굴하게 만드는 몽룡 때문에 마음을 고쳐먹게 됩니다. 춘향이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게 되는 거죠.

방자의 춘향을 향한 마음은 몽룡에 대한 적개심인가요, 정말 춘향을 사랑한 건가요?
그 둘 다인 것 같습니다. 영화는 초반에 몽룡과 방자가 춘향을 가운데 두고 서로 그녀의 마음을 뺏어오는 과정을 보여주는데요. 이 과정은 어찌 보면 연애 과정에 대한 사극버전의 ‘남녀탐구생활’ 같은 느낌을 주면서 굉장히 유머러스하게 펼쳐지거든요. 가령, 방자는 춘향의 마음을 얻기 위해 으슥한 곳으로 불러내어 그녀의 어깨만 쳐다보면서 뭔가 야릿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의 비법을 보여주고요. 춘향의 경우는 지체 높은 몽룡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잠자리를 가질 듯 말 듯 상대방의 애간장을 태우는 방식으로 리드를 해나가는 식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방자전>은 한편으로 높은 수위의 베드신으로도 꽤 화제를 모으고 있잖아요. 어느 정도인가요?
김대우 감독은 전작 <음란서생>에서도 그 제목처럼 청소년관람불가의 영화를 만들었는데요. <방자전>은 그 영화에 비해 수위가 더 높아졌습니다. 아마도 귀가 쫑긋하는 청취자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웃음) 사실 한국의 구전문학이라는 것이 대개 그렇듯이 <춘향전> 역시도 굉장히 걸쭉한 장면들이 많은데요, 영화 역시도 그런 부분을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진행이 됩니다. 아마 그런 점 때문에 남녀 주인공을 맡은 배우 김주혁과 조여정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요. 특히 조여정 씨의 경우, 영화보다는 드라마로 더 알려진 배우인데, 아마 <방자전>을 계기로 영화에서 굉장히 각인되지 않을까, 그럴 정도로 과감한 연기를 펼쳤는데요. 그래서 앞으로 영화 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김주혁 씨가 방자를 맡고, 류승범 씨가 이몽룡 역할을 맡은 것도 흥미롭더라고요. 원래 이미지대로라면 김주혁 씨가 이몽룡을 맡고, 류승범 씨가 방자 역할을 맡아야 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요.
그럼 류승범 씨가 화내지 않을까요? (웃음) 농담이고요. 실제로 <방자전>의 예고편이 나왔을 때도 김주혁 씨가 방자 역할이라는 사실 때문에 극장에서 웃음이 흘러나오기도 했는데요. 사실 <방자전>은 모든 면에서 원전인 <춘향전>을 뒤집는 작품이잖아요. 아마 그런 점에서 역할도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는 캐스팅을 한 것으로 보이고요. 무엇보다 <방자전>을 보면 이몽룡이 굉장히 뭐랄까, 졸부 캐릭터처럼 나와요. 거의 모 돈이면 다 될 것처럼 구는 천박한 면도 가지고 있고 춘향의 마음이 방자로 기우는 걸 보고 괜히 방자를 괴롭히는 ‘찌질한’ 면도 가지고 있거든요.  

그러고보니까, 아까 <방자전> 줄거리를 들으면서 든 생각이 춘향이도 몽룡을 사랑한다기보다 신분 상승용으로 이용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아마도 방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점과 함께 원작의 <춘향전>과 <방자전>이 가장 다른 부분 중 하나인데요. 사실 <춘향전>이 영화화된 건 굉장히 많잖아요. 신상옥 감독님은 <성춘향>을 만드셨고, 임권택 감독님은 <춘향뎐>을 만들기도 했고요. 그러니까 <춘향전>은 시대에 따라 해석이 분분한 것 같아요. 김대우 감독님 입장에서는 2010년의 <춘향전>이라면 이들의 사랑도 계산적인 부분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그 이상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했다가는 관람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이쯤에서 멈추기로 하고요. (웃음)

아, 그럼 방자의 춘향을 향한 사랑도 진실하지가 않은 건가요?
이 부분도 말씀드리기가 좀. 근데 방자가 춘향이를 사랑한 것은 맞습니다. 그렇다고 춘향이가 방자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고요.

그러니까, 영화를 보시라는 말씀인 거네요? 보고 확인하라는 말씀이죠. (웃음)
꼭 보셔야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고요. 그렇다고 또 보지 말라고 하는 얘기도 아니고요. 죄송합니다. 농담이고요. (웃음) <방자전>은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오늘 말씀드리는 것이니까요, 시간이 되시는 분은 보셔도 후회 없으실 것 같습니다.


세상을 여는 아침 최현정입니다사용자 삽입 이미지
FM4U (6:00~7:00)

<사생결단>(Bloody Tie)


보소, 내 오늘 괘안은 영화 하나 소개해준다 안카나. <사생결단>. 시커먼 사내마덜이 억쑤로 마이들 나온다캐서 시커먼 영화, 즉 느와르인기라. 제목 쥑이재.

감독은 최호라고 전에 <바이 준>, <후아유>맹키로 말캉말캉한 영화만 디립따 찍었던 넘인기라. 갸가 싸나이 영화 맹근다고 할찍에 걱정 마이 해따 아이가. 근디 맹글어놓은 품새 보니 보통이 아이다. 내용도 허벌 쌀벌하대이. 뽕에 대한 영화라 안하드나. 문디 자슥아, 마약.

장소는 부산. 악질 짜바리 도 경장(황정민 분)이가 환락가 뒷골목에서 뽕 중간 거래책 이상도(류승범 분)를 잡는기라. 근디 두너마가 드러븐 거래를 한대이. 상도가 최고 거래책 장철(이도경 분)이 정보를 살짜쿵 꼬발러주면 도경장이가 뽕장사를 눈감아준다 안카나. 한마디로 추악한 너마들의 추악한 얘기인기라.

그렇다고 <사생결단>이 부산에 퍼져있는 뽕에 대한 실태를 가감 없이 고발하는 그런 르뽀 영화는 절때 아이다. 줄거리 보매 쪼매 눈치 깟겠지만서도 당 영화는 뽕 돌아 댕기는 그 흐름을 통해서리 인간말종들의 배신의 미학을 보여준다카지 않나.

뽕 땜시롱 가족끼리 속여뿔고, 뽕 땜시롱 조직 오야부터 꼬바리까지 할 것 없이 배신 때려뿔고, 뽕 땜시롱 실적 올리려 동료 짜바리까지 모함해뿔고. 이거이 완전 배.. 배신이야 배신!

근데 니 아나. 이건 단순히 그쪽 뽕세계 얘기만은 아닌기라. 앞대갈에 볼작시면 ‘당 영화는 IMF 직후 벌어진 사건사고에 기초한 픽션’이라카는데 굳이 IMF 이후 얘기라고 짱박을 필요 모 있노. 바로 배신이 판치는 지금 우리네 사는 꼬라지를 빗대고 있는기다.

하긴 우리 사는 거이 다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 아이가. 악연은 끝이 엄따. 회전목마처럼 빙글빙글 순환한다 안카나. 본능이 앞서는 동물의 세계인기라. 그런 너마들이 개폼이 모꼬 또 의리는 몬 필요가 있겠노.

그래서 당 영화의 쥔공들은 개뿔 멋진 거 하나 엄따. 가오 잡느라 시간 끌지도 않코 싸나이의 우정 이딴 거 쓸따리없이 키우지도 않는대이. 내사 마 이게 참 맘에 들다카지 않나. 다른 느와르 영화들이 사내마덜 미화할라꼬 을매나 지지부진해쌌노. 당 영화 그런 우를 절때 범하지 않는기라. 하모 동물은 그냥 동물 아니겠노.

이 아이디어는 원래 후카사쿠 긴지 감독의 <의리없는 전쟁>에서 가져왔다카더라. 1973년에 나온 작품인데 내는 잘 몰겠꼬. 그것 말고도 들고 찍는 장면(업자용어로 핸드헬드)이라든지 다큐멘터리로 데코레이숑한 화면 그리고 그 분위기맹키로 다 그너마 영화랑 70년대 유행했던 짜바리 영화에서 영향 받은 거라 안하드나. 영화 시작할 때 바라, 완전 <수사반장>이재.

중요한 건 최호 이너마가 이 모든 걸 시나리오 속에 오롯이 잘 풀었다는 거 아이겠노. 그뿐 아이다. 이거 쓸라꼬 실제 뽕쟁이 만나 불면서까지 6개월 동안 취재를 했다 안카나. 그런 정성덕분에 마약이 제조되고 거래되는 과정, 환락가로써 또 다른 부산의 모습을 잡아낸 점 등등 여러 모에서 발로 쓴 이야기란 느낌이 억쑤로 들어뿐다. 당 영화의 재미는 바로 여기서 기인하는 거래이.

그러니 내 어찌 침 튀가며 칭찬 안할 수 있겠노. 당 영화, 하나부터 열까지 책잡힐 게 별로 없는 영화인기라. 미국에 필름 느와르가 있다꼬? 홍콩엔 홍콩 느와르가 있다꼬? 한국엔 사생결단 느와르가 있다.

그래서 내사 마 당 영화를 베스트에 봉한다 안카나.
단디 <사생결단> 보러 갈 준비 안하고 모해쌌노.


(2006. 4. 26. <딴지일보>)

<아라한 장풍대작전>(Arahan Jangpung Daejakjeon)


<피도 눈물도 없이>에 이은 류승완 감독의 메이저 입성 두 번째 영화 <아라한-장풍대작전>이 우리 곁에 찾아왔다.

이름하여 도시무협액션이라고 붙여진 당 영화, 평범한 짭새였던 상환(류승범 분)이 자운(안성기 분) 이하 七仙도인들의 수련을 받고 ‘마라치’가 되어 ‘아라치’ 의진(윤소이 분)과 합체, 나쁜넘 흑운(정두홍 분)을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당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장르명에서 드러나듯 축구와 쿵후를 결합한 <소림축구>처럼  2004년 서울이라는 현대 배경 속에 무협을 접목하여 만화책 속에서나 가능한 황당한 상상력을 스크린에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당 영화 속 주인공들은 고층빌딩을 강호 삼아 공중부양을 하고 경공술을 뽐내며 장풍을 쏘아대는 등 도시무협을 펼치는데 아뿔싸! 이와 같은 현대와 무협이라는 짬뽕이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는 형세다.

왜일까? 두 요소사이의 이질적인 간극을 메꾸어 줄 수 있는 류승완 감독의 장기인 ‘지 멋대로 스피릿’이 당 영화에서 부재하기 때문이다.

사실 류승완 영화의 백미는 기존의 영화 재료를 자양분 삼아 그것을 단순히 흉내내는 것이 아닌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가운데 지 멋대로 자기화 시켜 쌈마이화 한 점에 있다.

그런데 <아라한-장풍대작전>에는, 우리 눈에 익숙한 짱깨영화를 호러, 다큐멘터리 등 장르 뒤섞기 속에 버무려넣었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새로운 형식미도, 오로지 6~70년대 국산 액숀영화들을 재료 삼아 <킬빌>보다 먼저 컴플레이션 영화를 만들었던 <다찌마와리>에서의 기깔난 상상력도 없다.

대신 ‘지 멋대로 스피릿’이 들어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소림축구>에서 이미 써먹은 아이디어와 <매트릭스>의 전매특허인 촬영기술, 그리고 <반지의 제왕>에서의 절대반지 사수하기류의 이야기 등 따라하기에 급급한 모습만 있을 뿐이다.  

물론 당 영화, 한가닥했던 왕년의 액숀배우를 등장시켜 6~70년대 액숀영화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고, 류승완 영화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똥꼬박진한 액숀을 시원스레 구사하고는 있지만 그 뿐, 이를 새롭게 구성하거나 류승완만의 상상력으로 재해석하는 등의 ‘지 멋대로 스피릿’은 어디다 엿 바꿔 먹었는지 온데간데없다.  

그나마 류승범의 코믹연기가 당 영화를 재미없음의 나락에서 간신히 건져내고는 있지만 앞썰에서 밝혔듯 우리가 류승완 감독에게 바라는 건 이와 같은 코미디가 아니지 않나.  

상상력으로 먹고사는 본 공사,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다찌마와리>에서 보여줬던 류승완의 상상력에 뿅가 한국의 타란티노가 되기를 바랬거늘 메이저에 입성한 이후 <피도 눈물도 없이>도 그렇고 당 영화 <아라한-장풍대작전>까지, 타란티노가 아니라 헐리웃으로 가 방황하고 있는 로버트 로드리게스가 연상돼 그에게 실망을 금치 않을 수가 없음이다.

그런 전차로 하루 빨리 류승완 감독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다찌마와리> 시절로 복귀하기를 바라며, 당 영화를 워스트 주녀에 봉하는 바이다.  


<딴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