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남다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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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는 인디밴드 메이트가 그 자신들을 직접 연기하는 음악영화다. 정준일(보컬, 키보드), 임헌일(보컬, 기타), 이현재(드럼) 3인조로 이뤄진 메이트는 2009년 <원스>로 유명한 스웰 시즌(글렌 한사드, 마르게타 이르글로바)의 내한 공연 당시 공연장 로비에서 버스킹을 펼치던 중 글렌 한사드의 눈에 띄어 극적으로 데뷔한 밴드다. 남다정 감독은 여기에 허구를 가미하지 않는 대신 메이트의 실제 사연을 그대로 담아내며 사실주의적인 음악영화 <메이트>를 완성했다.



<플레이>를 상영하는 극장의 관객층을 보니 절대적으로 젊은 여자 일색이더라.
 
20대의 여성분들이 굉장히 좋아한다. 워낙에 메이트 팬 연령층이 20대에 집중되어 있다. 다만 의외로 메이트의 팬이 아닌 분들이 많이 오신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음악이 좋아서 팬 층이 다양해진 것 같다.    


제안을 받고 <플레이>를 연출하게 됐다고 들었다. 
영화사 쪽에서 메이트 밴드를 다룬 음악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다. 밴드들의 후보가 있었던 게 아니라 메이트와 함께 해보는 게 어떨까 하는 제안이었다. 음악영화의 섬세함을 생각해서 내가 여성 감독이라는 점을 좋게 보셨던 것 같다. 메이트 멤버와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부분도 고려됐다. 나의 데뷔작이기도 하고 메이트의 데뷔기이기도 한 지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화를 수락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우연처럼 제안을 받기 일주일 전에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보다가 메이트를 알게 됐다. TV로 시청하는 건데도 라이브를 보는 것 같았다. 어떻게 이런 밴드가 다 있지, 이러면서 찾아봤다. 그 과정에서 스웰 시즌의 한국 공연 무대에서 버스킹을 하다가 글렌 한사드의 눈에 띄어 큰 무대에 서게 됐다는 사실을 접했다. 처음엔 그 사실을 염두에 두고 극적인 사건이 될 수 있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만났다. 그때 당시에는 <플레이>를 다큐멘터리로 할지, 메이트를 직접 캐스팅하게 될지 결정된 게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데 메이트를 만나보니 흥미롭더라. 요즘 뜨고 있는 홍대의 음악 하는 친구들과는 느낌이 달랐다. 홍대 정신 이런 게 없는 밴드이었다. 록을 한다고 하면 강한 남자를 생각하게 되는데 이들은 굉장히 여성적이었다. 그런 질문들을 하시더라. 밴드를 다루는 음악인데 왜 술 마시고 담배 피는 장면이 없냐고. (웃음) 거친 결을 가지고 있는 애들이 아니다. 셋이서 성격이 너무 다르다. 음악적 베이스도 너무 다르고. 근데 이 셋이 모여서 하나의 음악을 하는 걸 보면 오히려 다름으로 해서 오는 시너지가 있다. 그런 점에서 궁금해졌다. 요즘 젊은 친구들하고는 다른데 그게 뭘까. 그렇게 영화화에 흥미를 느꼈던 거다.        


무명의 밴드가 역경을 딛고 세상에 알려진다는 점에서 <플레이>는 일종의 성장영화다. 남다정 감독 역시 데뷔작 <플레이>를 만들기 전에는 시나리오가 여러 번 떨어지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극중 메이트에 감정이입하기가 좀 더 수월하지 않았나?
<플레이>에 나오는 메이트 멤버 셋 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뭔가 목표가 있다. 꿈이 없어서 방황하는 게 아니라 꿈은 확실한데 현실이 그들을 알아주지 못한다. 그런 시기가 나와 비슷했다. 나도 대학 졸업하고 3~4년 정도 별 거 없이 지냈다. 시나리오 쓰고 별의별 아르바이트 다 하면서 영화 그만 둬야 하나 그런 생각도 했었다. 2년 정도 가지고 있던 시나리오가 잘 안되던 차에 <플레이> 영화화 제안을 받았다. 내 또래의 이야기를 데뷔작으로 하고 싶었는데 마침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한국영화에서 청춘영화는 굉장히 드문 장르가 됐다. 그런 점에서 <플레이>는 장점을 갖는다.
그뿐 아니라 한국에서 청춘영화 했을 때 딱히 떠오르는 작품이 별로 없다. 음악영화는 특히 그렇고. 그래서 자부심을 갖고 <플레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메이트 친구들 역시 우리가 새로운 음악영화를 만들어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영화에 임했다. 게다가 비연기자인 그들이 자기 자신들을 연기하지만 연주는 끝내주게 하니까. 연기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음악으로 살려 갈 수 있겠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꼈다.


아무래도 뮤지션들이 처음 하는 연기이다 보니까 어색할 수밖에 없다. <플레이>는 그런 부분을 음악이 메워주는 연출을 보여준다. 다만 관객의 입장에서 이를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에 따라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나뉜다.     
동의한다. 하지만 ‘발연기’ 그런 얘기 나오면 좀 그렇긴 하다. 사실 이 영화에서 뛰어난 연기를 하는 사람들은 없다. 오히려 신인 연기자를 캐스팅해서 균형을 맞추려 했던 의도가 있었다. 메이트 멤버들이 연기를 못하는 지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긴장감 있게 보여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몇몇 연주하는 장면들은 콘티 없이 즉흥적으로 만든 부분들이 있다. 그런 건 굉장히 ‘다큐멘터리’적이다. 이 부분에서 너무 연기를 하면 인위적이니까 그런 경계에 있었던 것 같다.  


음악영화이지만 인위적인 뮤지컬 장면은 배제하고 음악이 자연스럽게 현실에 개입한다는 점에서 <플레이>는 사실주의 영화다. 못하는 연기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도 이 영화가 가진 의도일 수 있다. 메이트 멤버들을 연기자로 캐스팅한 이유인가?
연기로 연주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게 너무나 명확했다. 얼굴 따로 손 따로 촬영하고 편집하는 게 아니라 진짜 음악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극적인 사건보다는 음악이 감정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했다. 사건보다는 연주하는 메이트 멤버들을 봤을 때 오는 감동이 더 중요했던 거다.


메이트 멤버들은 선뜻 캐스팅 제안에 동의하던가? 
아니다. 음악에 대한 고집이 많은 친구들이라서 그런지 동료 뮤지션들에게 부끄러워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많더라. 그래서 우리는 이 영화를 극적인 사건들의 구성이 아니라 진짜 음악 하는 사람들이 봐도 사실적일 수 있는 영화로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처음에 메이트 친구들이 그런 얘기를 했다. 우리들은 고등학교 때도 반에서 주목받지 못했을 만큼 너무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들인데 어떤 얘기가 나오겠냐고. “감독님 데뷔작으로 괜찮겠어요?” (웃음) 근데 사람은 다 파고들다 보면 재밌는 구석이 있다. 메이트 본인들은 평범하다고 해도 내가 볼 때는 전혀 평범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 관객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웃음) 감독님 역시도 여성인데 혹시 밴드에 대한 로망이 있었나? 
나는 사실 음악을 가려서 듣는 편이다. 아주 솔직히 말하면, 공연도 아주 많이 보러 가지 않는다. 메이트와 다니면서 달라진 건 그들이 음악을 많이 추천해줘서 음악을 듣는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밴드 음악을 많이 추천해줬다. (정)준일이의 경우, 1990년대 가요에서 출발을 해서인지 그런 장르를 좋아하고, 기타하는 (임)헌일이는 영국 밴드 위주의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현재는 재즈드러머 출신이니까 재즈를 많이 듣는다.


이들과 1년 넘게 함께 호흡하며 만든 이야기다. 감독이 드러내고 싶은 부분과 멤버들이 감추고 싶은 부분 간에 생기는 신경전도 있었을 듯하다.      
물론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예민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처음 나온 시나리오는 극화된 부분이 있었다. 오히려 그 시나리오를 보고는 서로가 되게 솔직해진 거다. 이 친구들도 자기가 연기를 해야 되는 건데 본인들이 아닌 것 같으니까 경험하지 않은 것들을 토대로 촬영에 임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부담스러워 했다. 나도 그때쯤 돼서는 그 친구들을 파악하게 됐다. 셋의 솔직한 갈등 상황들을 보여주기 시작하더라. 그래서 첫 번째 시나리오를 다 지우고 다시 시작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더 빨리 나왔다. 메이트 본인들이 옛날에 만들었던 음악도 많이 들려줬고 그들의 사연을 일기처럼 써서 주기도 했다.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연기 조율에 대한 원칙은 어떻게 정했나?
시나리오를 쓰면서 노트북을 놓고, 이런 상황인데 너는 어떻게 말할 것 같아, 말투까지 같이 정했다. 카메라에 신경 쓰지 않아야 했기 때문에 촬영 들어가기 한 달 전부터 익숙해지는 연습을 되게 많이 했다. 확실히 무대에 서는 애들이라서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카메라에 대한 거부감은 없더라. 다만 대사 전달력, 기본적인 발성이 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보시는 분들 중에는 오글거린다는 얘기를 하시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메이트 멤버들의 모습이 그대로 나온 것 같다.


아무래도 이들의 진가는 글렌 한사드에게 눈에 띄는 버스킹 장면에 있다. 확실히 극적인 요소가 강하다. 
그 장면 찍을 때는 다들 울컥울컥 했다. 실제 그 장소에 가서 실제 그 옷을 입고 촬영을 했다. 왜냐면, 극중 글렌 한사드가 나온 장면은 메이트가 발탁되던 그때 실제 촬영된 거니까 그에 맞추려는 의도였다. 우리 영화 처음으로 나오는 메이트와 관객들이 서로 호흡하며 연주하는 장면이다. 이게 촬영 일정상 거의 마지막에 해당된다. 모두가 지쳐있을 때인데 나도 그렇고, 메이트도 그렇고, 스태프도 영화를 만들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라이브를 하는 듯한 느낌이어서 눈시울이 붉어지더라.


감독님도 그렇고 메이트도 1년 넘게 함께 호흡하다보니 생기는 공감대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다. 그리고 이들도 본업이 연기가 아니기 때문에 연주에 대한 갈망이 촬영 내내 있었다. 실제로 거기 와있었던 관객들, 연기해줬던 분들 중에 팬들도 있었다. 그분들도 공연을 보는 것처럼 빠져들더라.


글렌 한사드의 실제 촬영 장면이 나온다. 허가를 받았나?
극중에 나오는 글렌 한사드 장면은 실제 버스킹 때 누군가가 촬영했던 소스였다. 글렌 한사드에게는 내가 직접 메일을 썼다. 글렌 한사드가 정확하게 메이트를 기억하더라. 근데 메이트라는 이름은 영화와 달리 실제로 글렌 한사드가 만들어준 건 아니다. 아무튼, 사용해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정말 쿨하게 ‘네가 원하는 아무 거나 다 써도 된다’고 허락해줬다. 멋있더라. 메이트에게 안부 전해달라고, 너무 축하한다고, 기대된다며 나중에 꼭 보고 싶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그럼 글렌 한사드도 직접 <플레이>를 보았나?
영화를 완성하고 최근에 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은 안 오더라. (웃음)


사진 허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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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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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뮤지컬이라고 부르던 장르는 극 중 현실에 노래와 춤이라는 환상이 인위적으로 끼어드는 형태였다. 반면 최근의 뮤지컬 영화는 음악이 시작되면 등장인물들이 주인공 주변으로 모였다가 음악이 끝난 후 각자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식의 클리셰를 철저히 배제하는 추세다. 몇 년 전 국내에서 푹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아일랜드의 음악 영화 <원스>(2006)가 대표적이었다. 한국에도 <원스>와 같은 영화가 등장했다. 바로 남다정 감독의 <플레이>다. <원스>처럼 실제 뮤지션이 등장해 연기를 하고, 뮤지션이 되기까지의 고단한 현실이 있으며, 음악과 사랑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춘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음악이 중심에 선다는 점에서 그렇다.

준일(정준일)은 대중에 너무 영합하는 대신 자기만의 음악을 하겠다며 음반사를 뛰쳐나온다. 우울한 기분에 들어간 한 카페에서 기타치고 노래 부르는 헌일(임헌일)의 음악성에 반한 준일은 그에게 밴드를 제안한다. 평소에 준일과 알고 지내던 드러머 현재(이현재)가 합류하면서 이들은 모던록 밴드를 결성한다. 자신들의 음악을 한다는 이유로 희망에 넘치지만 현실은 이들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때론 사랑에 갈등하고, 때론 그들의 음악을 알아주지 않는 대중에 속상해하지만 극적으로 기회가 찾아온다.

대부분의 극 중 인물이 실명으로 등장하는 <플레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라면 (당연히!) 정준일과 임헌일과 이현재다. 3인조 인디밴드 ‘메이트’의 멤버인 이들은 첫 번째 영화 출연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모나지 않는 연기를 선보인다. 그것은 이들이 자전적인 이야기를 펼치기 때문인데 이는 영화를 연출한 남다정 감독의 다분히 의도적인 전략이기도 하다. 실제 뮤지션의 사연을 토대로 하고 있다 보니 청중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합주실로 개조한 방안에서 연주 연습을 하고, 거리를 걸으며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등의 자연스러운 행위로써 ‘뮤지컬’이 현실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다. 여기에 뮤지션의 고뇌와 맺어질 수 없는 사랑과 넉넉하지 못한 가정 형편의 배경 같은 음악 영화의 클리셰가 적절히 가미되면 고전적인 뮤지컬에 사실주의를 접목한 최신의 음악 영화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너무 <원스>를 따라하는 거 아니냐고. 실제로 극 중에는 메이트가 <원스>에 출연했던 글렌 한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로 구성된 밴드 ‘스웰 시즌’의 내한 공연 포스터를 바라보는 장면이 등장할 정도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사실 메이트는 내한 공연 차 한국에 왔던 글렌 한사드의 눈에 들어 (그 순간을 찍은 실제 비디오 영상이 영화에 등장한다.) 데뷔한 독특한 이력의 밴드로 유명하다. 2009년 스웰 시즌 내한 공연 중 밴드 이름도 없던 이들이 공연장 로비에서 버스킹(busking,  길거리 연주)을 선보이던 중 글렌 한사드를 매료시켰다. 글렌 한사드는 이들에게 본 공연의 깜짝 게스트 출연을 제의했고 ‘친구'(mate)라고 소개받은 이들은 스웰 시즌의 무대에서 데뷔 공연을 펼치게 됐다.

다시 말해, <플레이>는 <원스>가 없었다면 존재할 수가 없는 영화다. 그런 배경을 인지하지 못하고 영화를 보게 되면 <원스>와의 유사함이 재미를 반감시킬지도 모르겠다. 전문 연기자가 아닌 까닭에 메이트가 말 그대로 ‘연기’처럼 구사하는 연기도 종종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 하지만 글렌 한사드와 메이트의 인연이 실제임이 밝혀지는 마지막 장면에서의 공연의 감동은 몇몇 영화의 단점을 덮고도 남는다. 그것이 바로 음악이 가진 힘일 테다. 그리고 그것이 음악이 전면에 나서는 최근 음악 영화의 매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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