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들>(The Actres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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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 남자와 여자, 그리고 여배우들이다.’ <여배우들>의 본편이 상영되기 전 자막으로 제시되는 문구는 이 영화의 성격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러니까 <여배우들>은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제3의 그것, 바로 여배우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작품인 것이다.

2008년 12월 24일 모 사진 스튜디오에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이 집결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6인’이라는 표제 하에 패션지 VOGUE의 2009년 1월호 표지의 사진 촬영과 인터뷰를 위해 모인 것. 하지만 자칭 타칭 자존심 강한 6인의 여배우가 한자리에 모이자 촬영이 순조롭지 못하다. 윤여정은 다른 동년배 배우의 대타로 이 자리에 낀 것 같아, 이미숙은 사진 촬영 자체가 성격상 견디기 힘들어, 고현정은 스타 티를 노골적으로 풍기는 최지우가 맘에 들지 않아, 최지우는 툭하면 시비를 걸고 들어오는 고현정이 얄미워서, 김민희는 전날까지 이어진 해외 촬영으로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 김옥빈은 선배들의 눈치를 보느라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것이다.

<여배우들>의 이재용 감독은 무대 위의 여배우들이 아닌 무대 뒤편의 여배우들, 풍문으로는 떠돌지만 그 실체에 대해서는 베일에 가려진 여배우들의 진솔한 속내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5대의 카메라가 분주한 촬영 현장을 이리저리 뛰어가며 잡아낸 <여배우들>의 영상은 흡사 <클로버필드>에 육박하는 어지러움을 선사할 정도다. 다르다면, <클로버필드>가 파괴현장의 중심에 관객이 직접 서있는 느낌을 이미지적으로 제공한다면 <여배우들>은 여배우들의 심정에 관객들이 최대한 몰입하게끔 감정적으로 밀착하게 기능한다.

<여배우들>이 펼치는 지극히 사적이고 비밀스러운 대화 내용을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그들의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된다. 물론 윤여정의 이혼 사유와 같은 ‘이제는 말할 수 있다’유의 가십성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십이 넘은 나이에도 평생을 여자로 살고 싶다는 이미숙의 고백은, 마땅한 작품이 없어 미래가 불투명한 김민희의 고민은 여배우라는 선입견을 깨뜨리기에 좋을 만큼 인간적인 측면에서 감정적인 동화를 선사한다. 특히 기가 세다고 소문난 이미숙과 고현정이 이혼 이후 여배우 삶에 대한 심정을 토로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여배우들>의 제작 의도를 가장 잘 드러낸 대목이라 할만하다.

다만 이것이 온전히 실제 상황이라고 혼동해서는 곤란하다. 다큐멘터리 형식을 도입했고 배우들의 즉흥 연기가 가미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영화의 각본에는 여섯 명 배우의 이름이 모두 크레딧에 올라있다!) <여배우들>은 최소한의 설정만 가지고 배우가 그 자신을 연기하는 엄연한 픽션이다. 예컨대, 극중 VOGUE의 촬영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며 고현정과 최지우의 갈등은 각본에 이미 설정된 것들이다. 극의 흐름만 하더라도 무대의 앞과 뒤를 나누어 계산한 티가 역력하다. 전반부가 패션지 화보에 대한 다큐멘터리라면 후반부는 사회자가 없는 토크쇼를 보는 것 같은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이다.

하여 <여배우가>가 관객에게 어필(?)하는 현기증은 감각의 현기증이라기보다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구분하기 힘든 이성적인 현기증에 가깝다. 아무리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6인이 진실을 드러낸다고 하지만 거기에는 어느 정도의 설정이 끼어들었음을 자명하다. 고현정과 최지우의 갈등이 창밖의 눈 내리는 광경으로 조성된 판타지적인 분위기로 갑작스럽게 해소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여배우라는 존재 자체가 그렇다. 스크린을 통해 비치는 여배우들의 화려한 면모는 그렇게 비현실적일 수 없지만 스크린을 떠난 그들의 모습에는 현실의 아우라가 짙게 깔려있다. 다시 말해, <여배우들>이 보여주는 여배우는 현실과 픽션을 넘나드는 경계인에 가깝다. 이 영화가 어지럽게 느껴진다면 여배우들이 그만큼 현기증 나는 존재라는 뜻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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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5)

빅 매치! <박쥐> vs <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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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계신 <아레나> 독자 여러분, 해외에 계신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상반기 충무로를 달굴 문제적 두 무비, <박쥐>(4/30 개봉)와 <마더>(5/28)의 미리 보는 명승부전을 중계방송 해드리겠습니다. 본격적인 대결에 앞서 간략하게 선수소개 있겠습니다.

선수소개  먼저 홍코너 박찬욱의 <박쥐>로 말할 것 같으면, 어머나 세상에! 한국영화계에선 유례가 없는 흡혈귀 무비에요. 항간엔 제목을 거꾸로 읽으면 ‘쥐박’이 된다고 하여 상위 1%를 위해 서민‘s Life를 절단 내고 있는 現정부를 향한 복수무비일 것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더랬는데, 오해입니다. 당 영화는 천주교 신부께옵서 수혈을 잘못 받아 배트맨 아니 뱀파이어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에 맞서는 청코너 봉준호의 <마더>는 ‘괴물’이 주인공이었던 전작과 달리 인간, 그것도 모자(母子)가 주인공 듀오로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군요. 살인사건에 휘말린 아들의 누명을 풀기위해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나타나는 마더의 고군분투기를 다뤘다고 합니다. 마더 테레사도 울고 갈, 지는 모르겠지만 주최 측에 따르면 심금을 울리고, 오금이 저리고, 심지어 손발까지 오그라드는 영화가 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아~ 말씀드린 순간, 1 Round 공이 울렸습니다.

1 Round  <박쥐>는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로 복수 삼부작을 완성한 박찬욱 감독의 또 하나의 삼부작이라 할 만합니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와 제작자로 참여한 <미쓰 홍당무>, 그리고 <박쥐>까지. 로봇과 채소, 조류를 제목으로 붙인 걸 보아 ‘비인간 삼부작’에 대한 야망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데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미쓰 홍당무>의 연달은 흥행실패로 비인간적인 관객에게 배신감을 느낀 박 감독이 ‘이래도 정말 안 볼래!’ 밀어붙이는 심정으로 작정하고 만든 작품인 거 같아요. 다시 한 번 비인간 주인공 흡혈귀를 앞세워 모든 걸 쏟아 부은 작품인 거죠. 정말이냐고요? 아님 말고. 그에 반해 <마더>는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로 영화 제목 국산화를 선도해온 봉준호 감독이 영문제목으로 유턴한 경우에요. 국내 영화제목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한 이번 사태에 대해 혹자는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고 싶은 봉 감독이 자신의 심정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분석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마더>를 비롯하여 <박쥐>까지 두 편 모두 칸 영화제 경쟁부문 가능성이 높아 동반진출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2 Round  흡혈귀 vs 모자, 흡사 무(모)한 도전 시즌1의 인간 vs 소의 줄다리기를 연상시키는 이번 대결에서 <박쥐>와 <마더>가 내세우는 핵심 소재는 각각 불륜과 모성애입니다. <박쥐>가 높은 수위의 응응응 장면 때문에 여배우 캐스팅에 난항을 겪은 일화는 유명하죠. 흡혈귀로 분한 송강호가 절친의 여자 김옥빈과 사랑을 나누는 <박쥐>의 부제를 단다면, 송강호에겐 ‘불륜은 나의 것’, 김옥빈에겐 ‘흡혈귀지만 괜찮아’일 정도로 <색, 계>의 그것을 넘어설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해요. <마더>에는 <박쥐>처럼 관객의 대뇌피질에 피가 되고 살이 될 응응응 장면은 없어요. 혹시 이런 거 기대하고 <마더> 보러 간다면?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아, 좋지 않은 짓이에요. 대신 영화는 모자 관계에 초점을 맞춰 사골국물처럼 순수한 모성애의 결정체를 탐구합니다. 원빈처럼 티 없이 맑은 우리 아가가 누명을 썼는데 어느 마더인들 미치지 않겠어요. <남극일기>의 도달 불능점처럼 모성애의 마지막 남은 골수까지 쪽 파먹을 거라고 기염을 토합니다.

3 Round  근데 <마더>는 모성이 등장하는 첫 번째 봉준호 영화에요. <괴물>만 하더라도 엄마 없는 하늘 아래 펼쳐지는 아빠 이야기였더랬어요. 봉준호 영화에 약방에 감초처럼 변희봉이 안 나오면 배, 배, 배신이었는데 김혜자가 등장하는 건 그래서예요. 그 결과, <마더>는 <괴물>과 스타일이 많이 다를 뿐이고, 그래서 <마더>가 더욱 기대될 뿐이고. 반면 <박쥐>는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 전작의 빛나는 공식을 이어 받아 안으로 자기 색깔 확립하고 밖으로 관객 공영에 이바지하려는 기세가 등등합니다. 특히 박찬욱 영화에서 늘 리피트 되는 ‘도덕적 딜레마’, 즉 당 영화에서는 하나님을 섬기는 흡혈귀로 형상화되니, 기존 뱀파이어 무비와 안녕을 고하고 New 뱀파이어 무비를 창조하려는 박 감독을 이길 자 그 누가 있겠습니까. <마더>? 그 결과가 궁금하시다고요? 결과는 <박쥐>와 <마더>가 개봉한 이후에 공개됩니다. 이상 <아레나>에서 알려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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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NA
2009년 5월호

꽃 피는 봄이 오면 한국영화 온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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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봄이 오면 한국영화 온다고 말했지 노래하는 국산무비 관계자들의 예언처럼, <워낭소리>의 깜짝 대박에 제대로 필 받은 한국영화계는 4월 2일 개봉하는 <그림자 살인>을 필두로 <우리 집에 왜 왔니> <똥파리> <7급 공무원> <김씨표류기> <박쥐> <인사동 스캔들>까지, 춘 사월에만 대거 일곱 편의 영화를 선보이며 관객의 호주머니 공략에 나선다.


<박쥐>는 흡혈귀 영화


그중 많은 이들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문제적 무비는 다름 아닌 박찬욱 감독의 <박쥐>(4/30 개봉) 항간엔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로 복수 삼부작을 완성한 그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 이어 신작 <박쥐>까지, 로봇과 조류를 제목으로 붙인 걸 보아 ‘비인간 삼부작’에 대한 야망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잇따랐더랬다.

당 영화는 잘 알려졌듯 ’흡혈귀 무비‘다. 만인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천주교 신부님께옵서 어찌저찌해설랑 수혈을 잘못 받아 흡혈귀가 된다는 스토리. 그렇다고 미제산 뱀파이어 무비처럼 ’우두둑우두둑 발라당 쩍‘ 소리 내며 호들갑스럽게 흡혈귀로 변신한다든가, 부수고, 까고, 조시는 등의 과도한 액션을 전시하는 것도 아님이다. <박쥐>의 포인트는 다름 아닌 하나님을 섬겨야 하는 흡혈귀 신부의 대구빡 터지는 도덕적 딜레마에 있으니, 박찬욱 감독은 이를 두고 러브스토리라고 말한다.

아닌 게 아니라, 당 영화는 제작초기부터 주인공 송강호와 김옥빈의 수위 높은 응응씬으로 높은 관심을 모았더랬다. 특히 야리야리한 댄스로 뭇남성들의 애간장을 녹였던 김옥빈의 훌러덩 장면은 당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치사량에 가깝게 올리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아무튼, 기존 흡혈귀 무비의 장르적 규칙에 빠빠이를 고하면서 스리슬쩍 한발 걸치고 있는 모양새는 본 기자가 <박쥐>를 4월의 필견무비로 추천하는 이유다.  


이 영화도 주목!

<그림자 살인> <똥파리>(4/16) <김씨표류기>(4/30)도 최소 입장료 대비 본전치기가 가능한 작품들이다. <그림자 살인>은 ‘훈남 of 훈남’ 황정민과 ’국민남동생‘ 고지가 멀지 않은 류덕환이 콤비를 이뤄 맹활약 펼치는 조선시대 추리극이라는 점에서, <똥파리>는 대사의 반이 전문용어(일명 ’욕‘)일 정도로 독립영화 특유의 날 느낌이 충만하다는 점에서, <김씨표류기>는 밤섬을 배경으로 히키코모리’s way를 걷는 주인공 두 남녀의 기발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준(準)필견무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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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OOK TV
 2009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