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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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메이커>는 <퍼펙트 게임>(2012)처럼 TV 스포츠뉴스의 하이라이트를 옮겨놓은 것처럼 뻔하다. 동료 마라토너의 1등을 위해 그의 곁에서 레이스를 돕는 ‘페이스 메이커’ 주만호(김명민)가 자신의 임무를 망각(?)하고 급기야 동료와 승부를 겨룬다는 인간승리의 영화다. 어딘가 좀 모자라 보이는 주만호(그는 <신석기 블루스>(2004)의 이성재가 연기한 신석기처럼 ‘뻐드렁니’로 등장한다.)의 외모, 거액의 사채로 어려움을 겪는 생계 곤란의 상태, 그리고 갑작스러운 국가대표 합류로 찾아오는 인생역전의 기회까지, 오프닝만 보아도 결말이 쉬이 짐작되는 것이다.

이건 한국의 스포츠영화가 갖는 고질적인 한계다. <페이스 메이커>는 등장인물들을 엘리트와 비엘리트로 이분화하고 주만호의 인간승리를 신화화하기 위해 전자를 비호감으로, 후자를 호감으로 묘사하는 의도적인 일반화의 오류를 서슴지 않는다. 여기에는 한국사회의 엘리트를 바라보는 일반의 시각이 노골적으로 전시되어 있다. 예컨대,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이 기대되는 민윤기(최태준)는 잘생긴 외모와 정상급 실력을 갖췄지만 안하무인격의 인간성을 드러내며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내린다.
그와 달리 주만호는 동료의 업적을 위해 자신의 성적 따위 연연해하지 않고 동생의 출세에 방해가 되는 스스로의 존재에 부끄러움을 느끼며 관객의 호감을 사는 것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이는 한국사회의 직접적인 축소판이랄 수 있는 한국 스포츠 계를 이끌어가는 근간이다. 국가를 위해서라면 일개 선수의 희생이 당연시 되고 은메달, 동메달의 수십, 수백 개의 가치가 금메달 한 개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변의 의식은 개인과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사회의 경직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그런 풍토를 반영해야 하는 한국의 스포츠영화가 흥미를 끌 리 만무하다. 한국의 스포츠영화가 웬만해서 흥행에 재미를 못 보는 이유는 한국 스포츠계의 경직성을 그대로 이식하기 때문이다. (유일한 예외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인데 은메달의 가치가 조명되었다는 점에서 한국 스포츠영화의 전형성을 완전히 비껴간다)  

<페이스 메이커>는 그 실패의 전형을 그대로 답습한다. 감정을 쥐어짜는 최근 한국영화의 하향 평준화된 연출력은 차치하고 도무지 극 중에 집중할 구석이 없다. 영화가 (그나마) 공들여 묘사하는 인물이라고는 (당연히) 인간승리의 주역인 주만호 정도다. 그 과정에서 금메달 지상주의라는 상징적 기호를 뒤집어쓴 민윤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1등과 엘리트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비호감으로 전락하고야 만다. 그리고 주만호마저도 민윤기의, 잘 나가는 동생의 행위에 따라 반응이 결정되니 주인공 개인의 매력에 대해서는 뽐내볼 기회를 얻지 못한다. 심지어 주만호의 인간승리의 대가로 미녀 새라고 불리는 조카뻘의 장대높이뛰기 선수 유지원(고아라)의 사랑까지 얻게 되니, <페이스 메이커>는 급기야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국가적, 집단적, 남성적 폭력의 시선의 3종 경기가 되고야 만다. 한국의 스포츠영화가 왜 시시한지 이 영화에는 모두 담겨있는 것이다.

김명민, 트랜스포머의 욕망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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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에게 오랜만에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그가 출연한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하 ‘<조선명탐정>’)이 설 연휴 동안 가볍게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경쟁 작품들을 압도적으로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늘 영화에서 죽을 쓰기 일쑤였던 그간의 전력을 감안한다면 김명민에게 <조선명탐정>은 개인적으로 의미가 깊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김명민이 연기한 조선의 명탐정이 정조의 명을 받아 고위 관리들의 공납비리를 은밀히 수사한다는 <조선명탐정>은 확실히 관객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로 가득한 작품이라 할만하다. TV드라마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사극을 스크린으로 끌어들인 점, 이를 현대적으로 변용해 무거운 이야기를 코믹하게 치장한 점, 여기에 화려한 조선 저잣거리의 재현은 물론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다는 점에서 가족관객이 집중되는 설 대목의 영화로는 제격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또 하나, 언제나 신사적이고 믿음직스러웠으며 진중했던 김명민이 <조선명탐정>을 통해 필모그래프 최초로 코믹한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의 기대감을 부풀린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흥행요소로 작용했다.

김명민은 영화에 출연할 때면 늘 변신을 제일 덕목으로 삼아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내 사랑 내 곁에>(2009)에서는 루게릭병 환자를 맡아 거의 20kg을 감량하며 아크로바틱한 연기의 정수를 보여줬고 <파괴된 사나이>(2010)에서는 유괴당한 딸의 복수를 위해 납치범에 당한대로 되갚아주는 잔혹한 아버지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다만 영화 속에서 그의 변신이 관객들에게 지지를 받은 건 아니었다. 잔인한 말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김명민은 소위 말하는 ‘박스오피스 포이즌’(Boxoffice Poison), 즉 출연료에 준하는 흥행성적을 내지 못하는 대표적인 배우 축에 속했다.

그는 지금까지 영화 데뷔작 <소름>(2002)부터 <거울 속으로>(2003) <리턴>(2007) <무방비 도시>(2007) <내 사랑 내 곁에> <파괴된 사나이> <조선명탐정>까지, 총 7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그중 <거울 속으로>를 제외하면 모두 캐스팅 롤을 맡았지만 명성에 준하는 흥행성적을 올린 경우는 <조선명탐정>이 유일하다. 그 전까지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내 사랑 내 곁에>는 2009년 개봉 당시 추석 특수를 노렸지만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도 불구, 200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맘마미아>(2008) <타짜>(2006) <가문의 위기>(2005) 등 예년 추석개봉작들이 최소 4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을 감안하면 <내 사랑 내 곁에>를 흥행작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다시 말해, 영화 속에서 김명민의 변신은 웬만해선 관객의 마음을 혹한 적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이다. 그런 사실에 비춰 <조선명탐정>의 쾌속 흥행 질주는 김명민의 변신에 대한 관객의 인정을 보증하는 지표로 보일 정도다.

개인적으로, <조선명탐정>에서 김명민이 보여준 연기는 흥행 성적이 과히 좋지 못했던 전작들보다 퇴행했다고 평가하는 쪽이다. 그의 재능이 낭비된 대표적인 사례라고나 할까. 김명민이 이번 영화에서 연기한 탐정은 까불까불한 면도 있고 실수도 범하는데다가 인간적인 모습이 강조된 까닭에 바늘로 찌르면 피 한 방울 날 것 같지 않은 기존 캐릭터와 비교해 일견 신선해 보인다. 다만 <조선명탐정>에서의 연기는 캐릭터를 흉내 내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바람에 이는 나뭇잎처럼 섬세했던 그의 몸짓은 동작만 커진 슬랩스틱 연기를 보는 듯 했고 테너의 음색처럼 믿음직스러웠던 그의 대사치기는 어느새 농담 따먹기 수준으로 변모해있었다. 코믹한 연기가 자연스럽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것이다. 그것은 김명민이 적역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한 방증이다.

그의 연기 패턴은 온전히 캐릭터에 자신을 투신할 때 좋은 결과를 얻었다. 김명민은 캐릭터를 자기화하기보다 그 자신이 캐릭터에 동화되는 방식으로 연기를 해왔다. 하여 그가 가지고 있는 어떤 재능이 캐릭터와 교감될 때 김명민의 연기는 무시무시한 잠재력을 폭발시키곤 했다. <불멸의 이순신>(2004)과 <하얀거탑>(2007)과 <베토벤 바이러스>(2008)가 그랬다. 아닌 게 아니라, 김명민이 대중에게 크게 각인된 역할은 주로 리더를 연기한 경우였다. 이순신(<불멸의 이순신>)은 죽는 순간, 자신의 죽음을 부하에게 알리지 말 것을 권유하며 세를 결집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소유자고, 장준혁(<하얀거탑>)은 목표한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루고야마는 야망가였으며, 강마에(<베토벤 바이러스>)는 괴짜 기질을 지녔으되 최고를 지향하고 그에 걸맞은 실력을 갖춘 말 그대로 엘리트이었다. 

이는 김명민이라는 배우가 관객에게 어필하는 욕망이 구체화된 결과다. 목표를 놓치지 않는 날카로운 시선과 허튼소리는 용납하지 않는 똑 부러진 말투, 이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흐트러지지 않는 옷차림까지. 현실의 모든 이들이 꿈꾸고 바라지만 결코 이룰 수 없어 그저 마음속에서나 품고 마는 이상화된 인물이 바로 김명민이 연기한 이순신이요, 장준혁이며, 강마에였던 것이다. 거짓과 술수가 판치는 이 시대에 김명민이 TV드라마에서 보여준 캐릭터와 연기는 시청자에게 가장 어필하는 요소이었다. 그것이야 말로 지금의 김명민을 배우로 서게 한 성공요소에 다름 아니었다.

무엇보다 김명민의 성공작이 (<조선명탐정>을 제외하고) TV드라마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성공한 경력의 대부분을 TV를 통해 쌓아온 것도 있거니와 무엇보다 드라마는 김명민의 현실 이미지를 교묘하게 드라마 속에 드러내는데 주저하지를 않았다. 실제의 김명민이 드라마에서처럼 완벽한 인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는 매사에 대충 일처리를 하는 경우가 없다. 촬영 현장에선 그런 원칙을 더 철저히 지키는 것으로 유명한데 <불멸의 이순신> 촬영 당시에는 그런 그를 동료들이 부담스러워했을 정도다. 촬영의 90% 분량을 차지하는 주인공 이순신 역의 김명민이 NG를 내지 않으니 분량이 많지 않은 동료 배우 입장에서 NG를 내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배우 김명민을 돌아보건대 그는 NG 없는 정도를 걸어온 듯하다. 달콤한 성공을 경험하든 씁쓸한 실패를 경험하든 단 한 번도 연기 외의 길을 생각하지 않고 계단을 오르듯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왔다. 물 흐르듯 자신을 맡기고 때가 되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그렇게 TV드라마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김명민의 면모를 꿰뚫어보고 노골적일 정도로 그의 이미지를 이상적으로 포장하는데 주력했다. 그러니까 변신은 어떤 면에서 김명민에게 가장 불필요한 조건이기도 하다. 드라마의 성공을 영화에서 계속 이어가지 못하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 기인한다. 많은 한국의 배우들이 그렇듯 김명민에게도 변신에 대한 일종의 강박증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광고가 주 수입원인 TV와 달리 영화는 관객의 입장료를 수익의 원천으로 삼기 때문에 배우 된 입장에서 TV 속 캐릭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영화에서만큼 김명민은 TV드라마 속 완벽한 캐릭터의 포스를 철저히 배제해왔다.

<파괴된 사나이>와 <내 사랑 내 곁에>는 앞서 설명한 그대로이고 <무방비 도시>의 광역수사대 베테랑 형사 조대영 역시도 소매치기 대모를 어머니로 둔 탓에 수사의 차질을 빚는 비극적 인물이었다. 눈에 띄는 한계를 지닌 인간의 모습을 강조함으로써 스크린 속 차별화된 모습을 선보였던 그였지만 김명민의 영화 선택은 늘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조선명탐정> 역시도 그런 차별화된 전략의 일환인데 비록 흥행성적은 좋다고 하지만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변신에 대한 조급증이 느껴져 안타까울 따름이다. 김명민에게는 그만이 해낼 수 있는 캐릭터와 연기의 경지란 게 있다. <조선명탐정>의 주인공 역할은 굳이 김명민이 아니더라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는 많다. 그의 팬들이, 관객들이 김명민에게 원하는 연기는 따로 있다. 그것이 비록 <불멸의 이순신>의, <하얀거탑>의, <베토벤 바이러스>의 재판이라고 해도 김명민이 그간 해온 캐릭터를 보건데 그 속에서 차별화된 연기를 뽑아낼 역량은 충분하다.

어느 배우나 마찬가지겠지만, 김명민에게는 새로운 역에 도전하고 싶고 어려운 역할을 건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 <하얀거탑>의 장준혁처럼 위로 올라가고 싶은 욕망이 강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변신이란 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머릿속으로 계산한 것처럼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 또한 아니다. 그 자신이 무명이라는 숙성기간을 거쳐 속이 꽉 찬 과일 같은 배우의 위치에 오른 것처럼 머리 굴리지 않고 흐르는 시간에 몸을 맡길 줄 아는 여유를 갖는 것 역시 좋은 배우가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다. 우리가 원하는 건 트랜스포머와 같은 현란한 변신에 있지 않다. 조급해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캐릭터의 역량을 밀어붙일 줄 아는 김명민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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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NA
2011년 3월호

<내 사랑 내 곁에> vs <불꽃처럼 나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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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영화팬 여러분, 그리고 QOOK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추석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영화vs영화, <내 사랑 내 곁에>(9/24 개봉)와 <불꽃처럼 나비처럼>(9/30)의 미리 보는 명승부전을 중계방송 해드리겠습니다. 대결에 앞서 간략한 선수소개 있겠습니다.


선수소개 
홍코너 박진표 감독, 김명민, 하지원 주연의 <내 사랑 내 곁에>로 말할 것 같으면, 손수건 지참 없이 볼 수 없는, 아~ 눈물이 마구 앞을 가리는 영화에요. 날이 가면 갈수록 정신은 말똥말똥한대 몸뚱이는 시간 지난 말똥마냥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루게릭병 환자 종우(김명민)와 ‘내 사랑 내 곁에’를 몸소 실천하기 위해 우리 그이 종우 곁을 떠나지 않는 지수(하지원)의 감동휴먼스토리인 거예요. 이에 맞서는 청코너 김용균 감독, 조승우, 수애 주연의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제목만 보고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알리> 같은 스포츠영화로 생각하면 큰일 날 일이에요. 야설록의 동명소설을 원작삼은 이 영화는 명성황후(수애)와 그녀의 호위무사 무명(조승우)의 불꽃처럼 뜨겁지만 나비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얼음장처럼 가슴 시린 멜로드라마니까요. 아~ 말씀드린 순간, 1라운드 공이 울렸습니다.


1ROUND 
두 영화가 관객들의 관심을 모아모아 기대작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로봇의 전유물로 인식돼온 삼단변신계에 주연배우들이 과감히 투신했기 때문이에요. 김명민은 강마에 특유의 심술 가득한 볼 살이 푹 꺼진 루게릭병 환자로, 조승우는 <고고70>의 기타 대신 검을 든 자객으로 화려한 변신술을 선보이는 거예요. 맡은 배역을 위해 10kg 감량에 성공한 김명민이나 군 입대 전 총을 든 군바리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껴보기 위해서… 든 아니든 여튼 호위무사로 분한 조승우나 연기를 위해 자신을 버린 이들의 대결은 <프레디vs제이슨>도 무서워서 울고 갈, <에일리언vs프레데터>로 지구를 떠날 만큼 세기적인 대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2ROUND 
그렇다고 두 영화의 볼거리가 오로지 배우에게 있다고 이 해설자 강력히 강력히 주장하는 건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아~ 오해에요. 감독이 누군데요, 바로 <너는 내 운명>의 박진표와 <와니와 준하>의 김용균이에요. <내 사랑 내 곁에>와 <불꽃처럼 나비처럼> 그런 감독들의 전작의 감성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작품인 거예요. <내 사랑 내 곁에>의 경우, 종우의 힘겨운 투병기도 눈물샘을 자극하지만 지수의 순애보도 <너는 내 운명>만큼이나 감동을 자아내요.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또 어떤데요. 조선 최초로 전깃불을 밝히고, 초콜릿의 달콤함과 와인 향에 매료되었다는 명성황후의 일화는 <와니와 준하>에 보여줬던 순정만화적 감성을 그대로 살리고 있어요. 이처럼 박빙을 보이고 있는 <내 사랑 내 곁에>와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추석 승자가 과연 어떤 작품이 될지 귀두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상 중계방송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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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OOK
2009년 9월호

김명민은 ‘리더’일 때 거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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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MBC스페셜 <김명민은 거기 없었다>를 보고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어 <프리미어> 35호(통권 163호)에 기고했던 글을 재구성했다.

김명민은 2007년 <하얀거탑> <리턴> 두 편의 의학물에 출연했다. <하얀거탑>의 인기에 힘입어 그 이미지를 다시 한 번 활용하기위해 <리턴>에 출연한 인상이 짙지만 실은 <리턴>의 출연이 <하얀거탑>보다 먼저 이뤄졌다. 이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그에게 목숨을 담보할 만큼 믿음을 요하는 직업이 어울린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사례니까.

아닌 게 아니라, 김명민이 대중에게 크게 각인된 역할은 주로 리더를 연기한 경우였다. <불멸의 이순신>이 그랬고, <하얀거탑>과 <리턴>이 그랬으며 국내 최고 엘리트 형사로 구성된 광역수사대의 베테랑 형사 역으로 출연한 <무방비도시>가 그랬다. 그리고 2008년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가 있었다. 이는 김명민이라는 배우가 관객에게 어필하는 욕망이 구체화된 결과다. 목표를 놓치지 않는 날카로운 시선과 허튼소리는 용납하지 않는 똑 부러진 말투, 이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흐트러지지 않는 옷차림까지. 

거짓과 술수가 판치는 이 시대에 김명민의 태도야말로 관객에게, 시청자에게 가장 어필하는 요소다. 그것이야 말로 김명민을 ‘거기’에 있게 한 성공요소다.

<리턴>(Return)


사용자 삽입 이미지한국의 장르영화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신세다. 매년 여름이면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공포영화는 몇 년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스릴러영화는 제작되는 편수가 많지 않아 성과를 언급하기에는 민망할 지경이다. 다행히 올해 초 개봉한 <극락도 살인사건>이 괜찮은 흥행을 기록했지만 그 역시 정통 스릴러라고 하기엔 다소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규만 감독의 <리턴>은 그런 와중에 오랜만에 찾아온 한국 스릴러영화다. 소재 자체도 구미를 당긴다. ‘수술 중 각성’, 즉 ‘전신마취를 한 환자가 수술 도중 의식이 깨어나 모든 통증을 느끼지만 정작 몸은 움직일 수 없는 상태’를 다룬다. 상상만 해도 끔찍할 정도니(?) 독특한 소재로 손색이 없을 뿐 아니라 스릴러의 소재로도 꽤 그럴듯해 보인다.

당연히 영화의 무대가 되는 곳은 병원이다. <하얀거탑>의 ‘장준혁’으로 열연을 펼쳤던 김명민이 유능한 외과 전문의 류재우로 등장하는 까닭에 <리턴>은 자칫 <하얀거탑>의 영화 버전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같은 배우의 동일한 배역, 그리고 극중 배경을 공유하고 있지만 두 작품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하얀거탑>이 장준혁 개인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면 <리턴>은 류재우는 물론 그의 동료 장석호, 오치훈, 강욱환 네 명의 균형을 극의 버팀목으로 삼는다. 또한 캐릭터적인 측면에서 류재우는 장준혁과 달리 따뜻한 가슴의 소유자일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도 차이라면 차이. 이야기 구성 측면에서도 <리턴>은 복수를 위해 저지른 연쇄살인사건이 플롯을 이끌어가는 핵심요소로 작용한다. 방영은 <하얀거탑>이 빨랐지만 촬영은 <리턴>이 먼저 이뤄졌다는 사실 역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굳이 비교하자면 <리턴>은 미국 드라마 <하우스>와 닮았다. 미스터리한 의학사건을 전문적인 분석을 통해 풀어가는 것처럼 <리턴> 역시 의학적 현상을 가지고 두뇌싸움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소재를 취하는 데 있어 1982년에 벌어졌던 사건을 2007년에 끌어들여 마치 거대한 운명론적 관점을 펼쳐보이듯 이야기를 풀어간다. 수술 중 각성을 겪은 한 소년이 이상증세를 보이다 사라진 뒤 25년 만에 나타나 그의 수술과 관련 있는 의사와 주변 인물에게 복수극을 펼치는 것. 그래서 <리턴>은 과거에 벌어졌던 수술 중 각성과 관련한 사연의 묘사와 살인범이 누구인지에 초점을 맞춰 극을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비교적 탄탄한 드라마와 나름대로 논리적인 추리기법을 도입해 한국 스릴러영화로는 근래 보기 드문 만듦새를 갖춘다. 소재주의에 머물고 마는 과거 스릴러영화와 병원을 무대로 사랑이야기를 펼쳐 보이기 일쑤였던 그간의 메디컬영화들과 비교해 보건데 소재 발굴 측면에서나 깔끔한 연출력 면에서는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리턴>은 소재 자체가 품고 있는 특수성을 깊이 파고들지는 못한다. 많은 이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게 대중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탓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단순한 구성을 통해 친절하리만치 자세한 설명을 제시하고 주요 등장인물 역시 최소화해 관객이 범인을 추리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진행, 가장 안전한 방식의 이야기 구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스릴러영화는 불친절하다 싶을 정도로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하며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이 백미인데, <리턴>의 경우 그 재미는 떨어지는 편이다. 수술 중 각성과 같은 특별한 소재를 현상으로 다루지 못하고 사연으로 소개하는 수준에서 마무리하는 건 이 영화가 가진 한계를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관객이 고통을 간접 체험해 극에 몰입할 수 있게끔 만드는 연출이 필요했지만 <리턴>은 이해를 돕는 데 치중한 나머지 소재가 가진 가능성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 이는 수술 중 각성을 너무 거대한 이야기 속에, 그리고 최소한의 인원으로 풀어가는 효과적이지 못한 연출에서 기인한다. 가령,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하나 이상의 혐의를 두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세심한 디테일이 필요한 주요 인물들의 혐의는 간단한 트릭으로 마무리 짓는 것에 반해 주변 인물들의 계략은 복잡하게 구성하는 등 이를 풀어가는 추리 효과는 인물간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다. 묘사는 풍부하되 그 속의 디테일은 한쪽으로 치우쳐 고르지 못하고 장면에 대한 설명은 친절하되 차고 넘쳐 예상 가능한 내용 전개가 펼쳐진다. 구조상의 불균형이 눈에 띄는 것이다.

<리턴>은 오랜만에 등장한 정통 스릴러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일정 정도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반갑게 다가온다. 하지만 여전히 가능성을 확인한 정도에서 머문 수준이라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로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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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2.0 347호
(2007. 8. 6)

<거울 속으로>(Into The Mirror)


한 여자가 거울을 보던 중 모가지에 걸려 있던 이름표가 떨어지자 이를 주으려던 찰나, 고개를 들어보니 뚜둥~ 거울 속의 그녀가 그녀를 노려보는 그 장면…

당해 영화 <거울 속으로>는 이 예고편 하나만으로도 이미 관객에게 올 여름 간판 내려가기 전 꼭 극장에서 봐야할 영화 목록에 올려놓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사료된다. 그 정도로 예고편이 강렬했다 이 소리지.

그러나, 본 특위가 전체를 파악해 본 결과 당 영화는 이 예고편에서 별루 나아간 것이 없는, 밍숭맹숭하기가 설탕 덜 들어간 미숫가루와 같은 작품이 되고 말았으니…

<거울 속으로>는 재개장을 준비중인 어느 백화점에서 벌어진 거울과 관련된 살인사건을 두고 은퇴한 경찰 우영민(유지태 분)과 현직 경찰 하현수(김명민 분)가 그 배후에 대해 파헤쳐 들어가는 공포극 더하기 형사극인 영화다.

일단 당 영화가 거울이 가지고 있는 대칭의 속성을 이용, ‘거울에 비친 내가 나인지, 내가 아닌지’라는 자아분열적 설정을 가지고 공포를 구성한 점은 꽤나 참신했으며 히껍 놀랄만한 것이었다. 단, 영화 초반 예고편의 그 살해 장면이 나올 때까정만…

왜냐, 당 영화는 그 후에 등장하는 거울살인 장면에서도 장소와 사람만 바꿨지 처음의 그 수법을 고스란히 써먹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관객들 간땡이가 붜터져설랑 웬만큼 놀래켜선 기겁도 안 하는데 똑같은 장면 계속 보여준다고 생각해바라 무섭겠냐, 안 무섭겠냐… 사실 본 특위 같은 경우 첫 거울 살인 장면도 예고편을 봐선지 그리 크게 감흥도 없더라 모.

매력적인 소재를 잘 활용 몬하는 건 이야기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당 영화는 우영민의 전력이 드러나고 하현수와의 갈등이 전면에 나서면서부터 뻔한 이야기로 흘러가 흥미가 반감되기 시작하는데 이는 형사극이라는 장르에서 익숙하게 굳어진 설정과 진행을 대거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은퇴한 형사가 재야에 묻혀 조용히 살아보려 했더니만 의문의 사건이 연달아 터지고 어떻게 알았는지 그 곳에 당시 동료형사가 나타나 염장을 지르지만 사건 해결을 위해 합심한다… 모 그런거뜰 말이다.

이렇게 ‘거울’을 소재로 한 신비스러운 이야기 한 축과 ‘형사극’이라는 또 하나의 축이 자연스럽게 결합하지 못한 채 서로 겉돌고 마니 소재의 참신성과 기발함에도 불구, 결국 당 영화는 똥꼬 조이는 긴장감이라든지 앞으로 어떻게 전개 될 것인가 하는 기대감마저 충족시키지 몬하고 결국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필만 풍기며 희말이없이 주저앉고 만다.

거기다 주연배우와 엑스트라덜이 집단적으로 펼치는 어설픈 연기에 국어책에서나 봤음직한 문어체의 대사들이 남발되면 정말이지 그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음이다.

하여간 참으로 안타까운 영화가 아닐 수 없다. 당 영화를 보다보면 ‘거울’과 관련한 신비한 이야기며, 심리학적인 분석, 그림 등 정말로 감독이 조사를 허벌 했다는 것이 존나 많은 부분에서 목격되며 촬영도 그렇고 인물설정도 거울스런 분위기를 잡으려 꽤나 노력한 흔적이 역력한데 그럼 모하냐 우리가 그런 애쓴 흔적 볼려구 입장료 내는게 아닌데…

그런 전차로 본 특위는 당해 영화 <거울 속으로>를 워스트 주니어에 봉한다.


<딴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