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속으로>(71-Into the Fire)

사용자 삽입 이미지
최현정(이하 ‘최’)
어느 사이트에서요, 상반기 상영 영화 중 다운로드와 다시보기 서비스로 누리꾼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영화를 조사했는데 1위가 우리 영화 <전우치>였다고 해요.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과연 얼마나 많은 관객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을지 기대해보면서, 허남웅씨와 함께 합니다. 이번 주 영화는 뭔가요?
허남웅(이하 ‘허’)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포화속으로>(6/16 개봉)입니다. 근데 그 전에 <베스트 키드> 관련해서 제가 지난 주 소개가 미진한 부분이 있어 짧게 보충해드리자면요, <베스트 키드>가 1984년에 발표됐던 <베스트 키드>의 리메이크라고 하네요. 그래서 제목 역시 그대로 따라간 거고요. 제가 ‘잘 알지도 못 하면서’ 떠든 꼴이 됐습니다.

<포화속으로>는 개봉 전에 좀 안 좋았던 일로 언론의 관심을 모으지 않았나요?
미국 시사 당시에 극중 한반도 지도를 보여주면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 물의를 빚었는데요. 이 때문에 비난을 좀 받았었죠. 한국에서의 언론시사회 당시에 <포화속으로>를 연출한 이재한 감독이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바로 동해로 수정해 표기를 했거든요. 애초에 좀 더 잘 살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 때문에 <포화속으로>가 갖는 가치가 사라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포화속으로> 굉장히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영화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예, 맞습니다. 차승원, 권상우, 김승우, 그리고 빅뱅의 탑까지, 정말 캐스팅만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인데요. 한국전쟁 당시 1950년 8월 10일과 8월 11일, 이틀 간 벌어졌던 포항전투 중에서도 포항여중을 지키는 71명의 학도병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전쟁영화입니다.

차승원과 권상우, 김승우와 탑이 모두 학도병으로 등장하는 것은 아니겠죠?
그렇죠. 아무래도 배우 차승원과 김승우는 이미 아이까지 있는 사람들이라서 학도병으로 등장하는 것은 아니고요. 극중 학도병으로 등장하는 것은 탑과 권상우입니다. 탑은 유일하게 전쟁터에서 싸워본 경험이 있는 학도병 중대장으로 그려지는데요. 그렇다고 전쟁이 익숙한 인물이라는 얘기는 아니고요. 탑이 연기한 오장범은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요. 사실 <포화속으로>는 당시 포항 전투에 참여했던 학도병이 남긴 실제 편지에서 시작됩니다. 어머니께 편지를 남기면서 꼭 살아 돌아간다는 내용이었는데요. 편지를 쓴 다음 날 붙이지도 못한 상태에서 북한군 766부대와 싸우다 18살의 나이에 죽었다고 하네요.


그럼 탑이 이 영화의 주인공인가요?
실질적인 주인공인 셈이죠. 개인적으로 <포화속으로>는 탑의 영화라고 생각하는 쪽인데요. 빅뱅 탑의 팬들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웃음) 탑은 연기 데뷔작이었던 <아이리스>에서 생각보다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포화속으로>도 보면 차승원, 권상우, 김승우 같은 대선배 연기자에게 주눅 들지 않으면서 굉장히 열심히 연기하는 모습이 보여요. 근데 한편으로는 차승원, 권상우, 김승우가 연기한 인물들이 굉장히 전형적이라서 더 돋보이는 경우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 말은 <포화속으로>가 우리가 흔히 전쟁영화라고 할 때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룬다는 말씀이신가요?
정말 예리하신 지적인데요. 일단 캐릭터적인 면에서 차승원이 연기한 박무랑 대장은 인간미라고는 코딱지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전쟁병기로 등장하고요. 김승우가 연기한 강석대 대위는 탑이 연기한 오장범을 아버지처럼 돌봐주는 인물이며, 권상우가 연기한 갑조는 소년원 출신으로 복수심에 불타 오로지 ‘복수는 나의 것’을 외치며 행동하는 인물입니다. 이런 캐릭터 구성처럼 <포화속으로>는 굉장히 익숙한 전개 방식을 보여줍니다. 일단 첫 장면에서 굉장히 스펙터클한 전쟁 장면을 보여준 후 전쟁의 비극을 강조하기 위해 천진난만한 학도병들의 모습과 북한군도 알고 보니 인간이었다 하는 식의 거의 ‘쌍팔년도식’ 의식을 보여주고요, 마지막엔 또 한 번의 전쟁을 통해 비극적인 상황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올해가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인 만큼 전쟁의 비극성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이 아닐까요?
아무래도 무시할 수는 없겠죠.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인 올해 <포화속으로> 말고도 굉장히 많은 한국전쟁 소재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거든요. <의형제>의 장훈 감독이 만드는 <고지전>도 있고,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만드는 2002년 벌어졌던 연평해전 소재의 <아름다운 우리>를 비롯해서 영화와 TV드라마를 포함하면 열 편 넘는 전쟁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말 많은 전쟁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허남웅씨는 이런 흐름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저는 부정적인데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전쟁에 대한 어떤 성찰이나 재평가 없이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전쟁을 스펙터클로 소비하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들이 줄을 잇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오히려 이번에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받았던 <허트 로커>가 전쟁에 대한 환멸과 자기반성을 드러내면서 전쟁영웅을 미화하고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는 영화들을 만드는 것에서 앞으로 나아갔거든요.

이제 우리에게도 전쟁을 볼거리나 감동이 아닌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영화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예, 그렇습니다. 그런 점에서 <포화속으로>는 저에게는 다소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포화속으로>도 나름 작금의 정치적 상황과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한쪽 편에 서지 않고 일종의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측면도 있지만 이런 주제는 이미 <공동경비구역JSA>나 <태극기 휘날리며> 때 말했던 것이거든요. 시대적으로 뒤떨어진 부분이 감지된다는 점에서 그렇게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는 거죠.

그럼 <포화속으로> 관람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영화를 감상해야 할까요?
<포화속으로>는 올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올 예정인 한국 전쟁영화의 포문을 연다는 점에서 경향을 점쳐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고요. 근데 사실 이건 전문가들의 영화를 보는 관점에 가깝고요. 제가 <포화속으로>를 보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역시나 탑이었습니다. 뭐, 빅뱅의 팬이라면 기본적으로 이 영화를 보실 것 같은데요. 굳이 빅뱅 팬이 아니더라도 탑은 배우로서의 소질이 굉장히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리스>에서보다 한층 나아진 그의 연기는 <포화속으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을 여는 아침 최현정입니다사용자 삽입 이미지
MBC FM4U(6:00~7:00)

<청춘만화>(Almost Love)

 
청춘만화. 그리고 권상우와 김하늘. 벌써 그 제목과 출연진에서부터 영화의 성격이 어떨지 필이 팍 꽂힌다. 로맨틱 코미디. 게다가 감독은 <연애소설>의 이한.

선남선녀가 알콩달콩 사이좋게 지내다가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오해가 생기고, 그 와중에 낑궈드는 예상치 몬한 사건. 그래서 코찔찔 눈물찔끔으로 마무리되는 과정. 그리고 이러한 스토리를 아주 사랑스럽고, 매우 아름답고, 마구 깔끔하고, 몹시 상큼하게 포장한 연출.

당 영화는 <연애소설>과 비교해 토씨하나 틀리지 않을 만큼 전개가 똑같다. 변한 것이 있다면 쥔공이 차태현, 이은주, 손예진에서 권상우, 김하늘로 바뀌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가 전작보다 그 재미가 28.50397% 떨어진다는 것.

재미가 떨어지는 이유는? 순전히 당 영화가 쥔공의 갈등의 실마리가 되는 부분을 4천만이 다 아는 사건사고류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그게 뭐냐고? 본 우원 워낙 입이 무거워서 그게 교통사고라고는 말 못한다. 절대!

그러니까 지환(권상우 분)과 달래(김하늘 분)는 초딩시절부터 잘 알고 지내온 불알친… 아니 음 이 경우엔 모라 그래야 하나. 아무튼 그런 사인데 대학에 들어와서도 그러고 노니 서로에게 몬가 이상야릇한 감정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거다. 그런데 그 결실이 맺어지게 되는 원인이 바로 위에 밝힌 그거라는 거다.

왜와이뭐땀시 실패한 로맨틱 코미디의 갈등이 해결되는 부분은 허구헌 날 그거 아니면 불치병인가. 그럼 본 우원도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생겼을 때 그거나 불치병 걸리면 그 사랑이 맺어지는 건가?

오히려 더 안타까운 것은, 지환과 달래는 서로 각자의 애인이 있는 데 이 설정을 살려 심리 묘사에 더욱 치중을 했더라면 쫌 더 괜찮은 영화가 될 수 있었다는데 있다. 왜? 달래의 남친 영훈(이상우 분)은 지환과도 굉장히 친한 사인지라 달래를 중간에 둔 두 남자의 그 미묘한 감정이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두 남자 사이의 심리적인 부분이 슬쩍슬쩍 언급되는 전반부는 그런 호기심이 자극되어 비교적 볼만하긴 하다. 거기다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명랑만화스러운 연출, 특히 노래방에서 깜찍발랄하게 댄스를 추는 장면처럼 지환가 달래가 엉켜 엮어내는 아기자기한 상황들은 졸라까지는 아니더라도 풋풋한 웃음을 주긴 한다.

근데 그럼 모하나, 중반만 넘어가면 영화는 이런 부분은 전부 생까고 엄하게 이야기를 진행하고 마는데. 물론 그거 이후에 이야기만 잘 풀어 가면 되지 않겠는냐 할 수도 있겠지만 기대는 금물. 발랄하게 가다가 갑자기 영화 <야수>의 분위기로 돌변, 안 그래도 답답한 마음에 꿀꿀함까지 더해지게 되니 상황 끝, 입장료 걱정 시작이다.

그래서 당 영화는 권상우와 김하늘의 열렬 팬이 아니라면 그렇게 재미를 주는 영화가 아니라는 판단 하에 워스트에 봉한다.


(2006. 3. 15. <딴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