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7 프로젝트>(577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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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입이 문제였다. 하정우는 2010년 연말 모 시상식에서 주연상 획득 시 국토대장정에 나서겠다고 공약을 하는 바람에 서울의 예술의 전당에서 해남의 땅끝마을까지 무려 577km에 이르는 대장정에 나서게 됐다. 여기에 <러브 픽션>에서 함께 했던 공효진과 하정우와 연을 맺고 있는 동료들이 합류하면서 거대(?) 프로젝트가 되었으니, <577 프로젝트>는 그 22일간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즉흥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이니만큼 이 영화에는 정해진 시나리오라는 게 없다. 말 그대로 리얼 다큐멘터리인 셈인데, 하여 스타라는 껍질을 벗어젖힌 하정우와 공효진의 ‘민낯’을 볼 수 있다는 건 큰 매력이다. 그뿐이 아니다. 사실 <577 프로젝트>의 가장 큰 재미는 출연진 각자의 사정이 마치 ‘인간극장’을 연상시킬 만큼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데 있다. 스타의 말 한마디로 출발한 영화지만 하정우, 공효진을 제외한 대원들은 모두 무명의 연기자들이다. (그중 김성균은 먼저 촬영한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가 흥행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진 경우다.) 이들에게 국토대장정은 단순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기 위한 중요한 시험대다.

배우로 활동하고 싶지만 찾아주는 영화가 없어 백수 상태거나 이 영화를 통해 이름을 알리고 싶은 이들의 사연은 대장정의 날짜가 거듭되고 체력이 소진될수록 인간승리의 영역으로 옮겨가면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감동의 진폭이 더 큰 이유는 무료한 여정에 웃음을 주려고 하정우가 계획한 장난이 예상과 달리 파장이 커지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까닭이다. 가볍게 시작된 프로젝트라서 단순히 웃고 즐기는 대장정일줄 알았더니 여기에는 우리 인생사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이 여정이 얼마나 만족스러웠던지 하정우는 이 프로젝트가 끝난 후 다시 한 번 국토대장정에 나서겠다고 또 하나의 공약을 남발(?)했다. 조만간 우리는 <577 프로젝트>의 후속편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movieweek
NO. 544

공효진,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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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정말 영화배우로서 바쁘고 뜻 깊은 한 해였어요.”

공효진의 말처럼 그녀에게 2008년은 배우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연초부터 부지영 감독의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를 시작으로 이경미 감독의 <미쓰 홍당무>,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까지 세 편의 영화에 차례로 출연하며 온전히 영화배우로만 활동했다. 그중 <미쓰 홍당무>는 그녀 필모그래피에서 혼자 극을 책임진 실질적인 첫 주연 영화였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공효진이 아니면 과연 누가 소화했을까 싶은 양미숙 역으로 그녀 생애 최고의 연기를 펼쳐 보였다는 것.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였기에 “죽을 때까지 이렇게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 걱정이 들 정도예요”라고 만족감을 드러내는 공효진은 “영화배우로서 굉장히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라는 심정도 덧붙인다.

한편으로는 상실감도 있다. 영화계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만큼 만족스럽지 못한 흥행 수치에 양미숙을 대중들이 외면한 것 같아 섭섭한 마음도 드는 것이다. “못난 여자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나. 미숙이 표현대로라면 이쁜 캐릭터들은 다 묻어버려야 돼요. 하하하.” 여전히 미숙이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을 정도로 <미쓰 홍당무>는 공효진에게 좋은 추억을 남긴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그녀에게 남긴 과제 또한 만만치 않다. 언제까지 미숙이로만 남아 있을 수는 없는 법. 다음 출연작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활달하고 발랄한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는 바람에는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는 그녀의 의지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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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2.0 417호
(2008.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