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奇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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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이하 ‘<기적>’)의 영어 제목은 ‘Miracle’이 아니라 ‘I Wish’다. 이 차이는 이 영화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기적>이 일본 대지진과는 하등 상관없이 제작된 작품이라고 밝혔다. (실제로는 쿠슈 철도청의 제안을 받은 영화다.) 하지만 1년 내내 화산재가 끊이지 않는 쿠슈의 작은 마을을 주요 배경으로 삼고 있다는 점, 부모의 이혼으로 떨어져 사는 형제가 화산 폭발로 함께 살기를 희망한다는 내용 자체가 어쩔 수 없이 일본대지진과 연결 짓게 만드는 것이다. 다만 고레에다의 영화는 균열된 가족의 현상을 직시하면서도 작은 틈이지만 미래의 화해 가능성을 열어 놓으며 ‘기적’에 대해 갈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기적>도 마찬가지다. 꼬집고 싶을 만큼 귀여운 아이들이 기적이 일어나건 말건 그 가능성을 무조건 신뢰하며 달리고 또 달린다. 그렇게 살다 보면 제목처럼 기적은 언젠가 진짜로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것은 지금 이 시대의 일본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유효한 단 하나의 ‘희망 wish’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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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2012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