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윅-리로드>(John Wick: Chapter 2)

<존 윅-리로드>(이하 ‘<존 윅 2>’)의 티저포스터를 보자. 주인공 존 윅(키아누 리브스)을 가운데 두고 수십 정의 총이 앞뒤 좌우를 빼곡히 포위한 상태다. 하늘로 뿅! 솟아나는 슈퍼히어로가 아닌 한 아무리 유능한 킬러라도 이 상황에서 살아날 방도는 없어 보인다. 만약 살아난다면? 에이 세상에 이런 거짓말이 어딨어, 이거 완전히 영화잖아!

런웨이에 선 킬러처럼

맞다, <존 윅 2>는 영화다. 판타지를 충족하는 매체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 킬러와 액션의 말도 안 되는 매력을 극대화한다. 존 윅이라는 인물 자체가 그렇다. 그는 단순한 킬러가 아니다. ‘레전드’ 킬러다. 연필 한 자루로 3명을 처리했다는 거짓말 같은 얘기가 전설처럼 업계에 떠돈다.

그도 옛날얘기다. 존 윅은 현재 은퇴 상태다. 그렇다고 해도 워낙 출중한 실력을 갖춘 킬러이니 그를 불러내려는 이들이 많다. 그중 한 명이 뉴욕 내 이탈리아 마피아를 이끄는 산티노 디 안토니오(리카르도 스카마르치오)다. 디 안토니오는 사실 2인자다. 그의 누이가 1인자로 현재 이탈리아 로마에서 활동하고 있다.

디 안토니오는 존 윅이 위험에 빠졌을 때 도움을 준 적이 있다. 이를 들먹이며 존 윅에게 누이를 제거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럴 경우에만 존 윅의 은퇴를 인정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은혜를 갚지 않은 대가로 죽음을 맞보게 해주겠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존 윅은 이를 받아들이고 로마로 향한다.

아니, 무슨 전설로 불리는 킬러가 협박 한 번 받았다고 저렇게 쉽게 넘어가나. 전설의 킬러가 맞긴 맞는 거야? 존 윅이 협박을 받아들인 건 디 안토니오니가 무서워서가 아니다. 그들 업계에 존재하는 룰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 룰은 내가 업계라고 표현한 ‘국제 암살자 연합’을 지탱하는 규칙이다. 그래서 본부도 있다. ‘콘티넨탈 호텔’이다.

콘티넨탈 호텔은 임무를 맡은 킬러가 방문하면 의료 및 세탁 서비스는 물론 다양한 무기까지 제공한다. 이를 받기 위해서는 돈을 내야 하는데 ‘골드 코인’으로 불리는 비밀 화폐로 통용한다. 뉴욕에 본점을 두고 있는 콘티넨탈 호텔은 세계 각지에 체인점을 마련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 킬러가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에 도착한 존 윅은 우선 콘티넨탈의 로마 지점을 찾아 양복 두 벌을 맞춤하고 무기 소믈리에(킬러의 성향을 파악해 무기를 추천하는 직업이란다!)를 찾아 원하는 무기를 받는다. 그리고 자신의 방에서 양복을 입고 액세서리 착용하듯 몸에 무기까지 걸치니, 존 윅은 킬러이기 이전 모델처럼 보인다.

그게 이 영화가 킬러를 대하는 시선이다. ‘톰 포드’, ‘폴 스미스’와 같은 명품 양복을 착용하고 화려한 뉴욕과 고대 유적이 즐비한 로마 거리를 배경 삼아 총질을 해대는 존 윅은 패션쇼장의 런웨이를 활보하는 모델 그 자체다. 킬러가 사람이나 죽이면 되지, 스타일이 뭐가 그리 중허다고? 내가 얘기하지 않았나, <존 윅 2>는 킬러에 대한 판타지를 극대화하는 작품이라고.

존 윅도 키아누 리브스처럼

존 윅이 예사롭지 않은 킬러라는 건 전편 <존 윅>(2014)에서 증명된 바다. 당시에도 존 윅은 은퇴한 킬러였다. 사연이 있다. 아내가 투병 생활 중 숨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퇴한 존 윅은 아내가 남긴 강아지와 단둘이 살아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괴한이 집안에 닥쳐 존 윅이 아끼는 자동차를 훔쳐가면서 강아지마저 살해했다. 이에 분노한 존 윅은 아내에 대한, 그리고 강아지에 대한 복수를 하겠다며 한동안 잊고 지냈던 킬러 본능을 꺼내기에 이르렀다.

고작 강아지 따위에 평정심을 잃고 총을 드는 지질한 킬러라니,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와 같은 설정이 설득력이 있는 것은 ‘자연인’ 키아누 리브스의 사연을 반영하는 까닭이다. 키아누 리브스는 실제로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고 홈리스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 이를 견뎌내는 시간은 여러모에서 민감할 수밖에 없다. 살짝 손만 갖다 대도 폭발할 것 같은 키아누 리브스의 사연을 <존 윅>은 영화에 차용,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에 입체감을 더했다.

이는 키아누 리브스를 잘 아는 감독이었기에 가능했다. <존 윅 2>를 연출한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데이빗 예이치 감독과 공동으로 메가폰을 잡은 <존 윅>이 연출 데뷔작이었다. 그 전까지는 할리우드의 잘 나가는 스턴트맨으로 <매트릭스> 시리즈와 <콘스탄틴>(2005) 등에서 키아누 리브스의 스턴트 대역을 맡았던 경력이 있다. 채드 스타헬스키에게 키아누 리브스는 액션 스타다. 큰 키 하며 긴 팔과 긴 다리는 액션의 역동적인 화면을 잡아내기 안성맞춤이다. 견자단 같은 홍콩 액션 스타와 비교해 키아누 리브스의 몸짓은 뻣뻣해 보여도 서양 배우 가운데 이 정도로 몸을 놀리는 배우는 많지 않다.

키아누 리브스의 필모그래프를 살펴봐도 그가 액션을 펼쳤을 때 영화의 흥행이 좋았던 적이 많았다. 퇴마사로 출연해 세상에 존재하는 악을 지옥으로 돌려보냈던 <콘스탄틴>, 시속 50마일 이하로 떨어지면 폭탄이 터지는 버스의 테러리스트를 응징했던 <스피드>(1994), 서핑을 즐기는  은행 강도를 체포했던 <폭풍 속으로>(1991) 등이 그랬다. 그중 대표작으로 꼽으라면 단연 <매트릭스>(1999)다. <매트릭스>에서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해커로 활동하던 극 중 키아누 리브스를 가상현실에서 진짜 세계로 각성시킨 건 다름 아닌 ‘모피어스’ 로렌스 피쉬번이었다.

로렌스 피쉬번은 <존 윅 2>에서 극 중 존 윅과 인연이 있는 바워리 킹 역할을 맡았다. 짧게 출연했지만, 컨티넨탈에서는 싸움을 벌이면 안된다는 룰을 깨고 제명당한 존 윅과 킬러들 간의 전쟁이 예고된 3편에서 다시 등장할 예정이다. <존 윅 2>의 원제는 ‘John Wick Chapter Two’였지만, 국내에는 <매트릭스 2-리로디드>(2003)를 연상시키는 <존 윅-리로드>로 변경됐다. 그렇다면 존 윅 3의 국내제목은 <매트릭스 3-레볼루션>(2003)처럼 ‘존 윅-레볼루션’이 되려나. 아무튼, <존 윅> 시리즈는 혁명(revolution)과도 같은 액션물이다.

 

KDI 나라경제
2017년 3월호

4 thoughts on “<존 윅-리로드>(John Wick: Chapter 2)”

  1. 관련없는 글에 댓글 남겨서 죄송합니다.
    23 아이덴티티라는 영화를 보다가 도대체 감독이 무슨 얘기를 하려는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어서 영화에 대해 찾아보던 도중 당 영화의 평가를 ‘
    맥어보이의 23찬 코스 연기’ 라고 남기신 걸 봤습니다.
    해당 영화는 23가지, 아니 24가지 인격에 대한 설명은 나오지만 실제 연기를 한 인격은 8~10가지 정도밖에 안되는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어떻게 23가지의 코스 연기 라는 평이 나올 수 있게 해석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1. 안녕하세요 신씨님 ^^ 댓글 남겨줘서 감사합니다. 23찬이라고 표현한 건 그냥 제목을 따른 겁니다. 24라고 하면 극 중 24번째 인격을 미리 스포일러 하는 거라 혹시나 영화 보시기 전 관객 분들의 관람을 방해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서요. 그리고 극 중 맥어보이가 보여주는 말씀처럼 모두 23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8-10찬 코스 연기’라고 하기도 모하고 그 역시 또한 관람을 방해할 수 있는 표현이 아닌가 해서 최종적으로 23찬 코스 연기라고 표현했습니다.

      1.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독이 하고자 하는 말이라고 해야하나요, 그런것도 잘 이해가 안됐고 끝내 결말 역시 설명이 부족했던… 그냥 전반적으로 영화 자체가 좀 이야기 전달이 잘 안되는 듯한 느낌의 영화라 혹시라도 제가 많은 부분을 놓쳐서 나머지 인격에 대해서 파악을 못했나, 아니면 평론가 님께서는 다른 해석이 있는지 궁금해서 댓글 남겼습니다.
        답변 댓글 감사합니다 (_ _)

        1. 예, 흥미로운 이야기와 연출이었지만, 결말부가 좀 아쉬웠죠. 신씨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직접 블로그까지 찾아와서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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