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들의 귀환>(Homecoming)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대한 명분이 거짓임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 전쟁을 정의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이제 부시와 그를 지지하는 공화당원뿐이다. 이들에게 정의는 곧 거짓인 셈. 그래서 우리는 늘 부시와 미국 정부를 향해 진실을 요구하고 재촉해왔다. 영화 역시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을 필두로 이라크 전쟁에 대한 진실 규명에 그 어떤 매체보다 적극적이고 선동적이었다.

조 단테(Joe Dante) 감독의 <병사들의 귀환>은 바로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 영화다. 하지만 그 출발점이 예사롭지 않다. 미국의 케이블 채널 ‘쇼타임’에서 존 카펜터, 토브 후퍼, 다리오 아르젠토, 미이케 다카시 등 호러 영화에 한 획을 그은 감독들을 모아 기획한 TV시리즈 <마스터즈 오브 호러(Masters of Horror)>의 결과물 중 한 에피소드이다.  

대통령 선거일 며칠 전 정치 토론쇼에 출연한 한 어머니가 이라크 전쟁에서 전사한 아들의 죽음에 대해 진실을 요구한다. 이에 공화당원(으로 보이는) 정치고문 데이비드 머치(존 텐니 분)는 “전사자들이 돌아와 그들의 죽음이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그녀를 위로하자 정말 그의 말처럼 병사들의 시체가 무덤을 뚫고 기어 나오기 시작한다. 대통령 재선을 노리는 공화당 측에 좀비 병사들은 악재로 작용한다.

이처럼 <병사들의 귀환>은 좀비영화의 공식을 빌려 와 이라크 전쟁에 대한 더 나아가 앞선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묻는 영화다. 그렇다고 이 영화의 좀비들이 자신들을 전쟁으로 몰고 간 이들을 죽임으로써 공포를 자아내는 것은 아니다. 좀비 영화 특유의 공포를 기대한 이들에게 <병사들의 귀환>은 다소 심심한 것이 사실. 대신 조 단테 감독은 영화 기교 상으로 드러나는 공포대신 현실을 환기시키는데 더욱 집중한다. 이미 명분 없는 이라크 전쟁을 감행하고 있는 부시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지금의 현실 자체가 공포영화보다 더욱 공포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는 공포를 자아내기보다는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쪽에 더욱 무게를 둔다. <병사들의 귀환>의 좀비들이 뜬금없게도 대통령 투표권을 요구하며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바로 이점에 기인한다. 부시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에 대한 후회이자 재선이라도 막는 것이 최선이라는 얘기.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인물에 표를 던지면 좀비들이 편안하게 눈을 감는다는 설정은 그런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이들의 투표권을 인정하면 세상에는 평화가 찾아올 것이고, 현 정부의 재선을 막으면 억울하게 죽은 죄 없는 시체들이 편안하게 눈을 감을지 언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권력을 잡기 위해 언론을 장악하고 여론을 조장하며 투표결과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우리는 이미 목격한 적이 있다. <병사들의 귀환>은 이 역시 놓치지 않고 2000년 대선 당시의 플로리다 개표상황을 끌어와 이를 노골적으로 놀려먹는다. 이처럼 부시 정부와 이를 지탱하는 언론간의 부적절한 관계는 이 영화에서 하나도 빠짐없이 풍자의 대상이 된다. 그럼으로써 조 단테 감독은 이런 공포스런 현실을 유지하고 진실을 가리는데 여념이 없는 부시와 그의 행정부에 전쟁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이 영화의 요구를 들어줄리 만무한 터. 영화의 결말처럼 부시는 재선을 하게 되었고, 이라크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죄 없이 죽어간 무고한 인명들의 진실을 향한 소리 없는 외침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병사들의 귀환>을 재미있게 보면서도 그럴수록 한편으로는 마음이 씁쓸했던 이유.


(2006. 5. 2.<JIFF Web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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