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 비트>(Police Beat)


로빈슨 드버(Robinson Devor) 감독의 <폴리스 비트>는 세네갈의 무슬림 이민자이자 시애틀의 자전거 순찰 경관인 자카라(파프 사이드 냥 분)의 정신적 혼란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단순히 미국에서 차별의 시선으로 인해 적응하지 못하는 이민자의 불안을 묘사하고 있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영화는 그보다 한 차원 아니 두 차원 더 깊은 부분까지 파고든다.

자카라는 이미 미국에서 경찰관이라는 사회적 지위를 통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인물. 그에게 차별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은 없다. 다만 자카라의 혼란은 자신의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캠핑을 떠난 것에서 발생한다. 그녀가 이제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그녀가 나를 떠난 것일까. 그 때문에 자카라는 자신의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건사고를 처리하면서도 마음은 다른 곳에 가있다.

그래서 영화는 그가 여자친구를 상상하는 모습과 자신의 관할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교차하며 보여주고 있다. 내부와 외부, 상상과 현실. 상반되는 가치가 충돌하는 것이다. 때문에 영화는 전자의 상황에서 그가 세네갈어로 독백하는 모습을, 후자에서는 영어로 대화하는 장면을 통해 그 의도를 명확히 한다. 에릭 사티의 피아노 음악이 나오면 그 반대쪽엔 에이펙스 트윈의 일렉트로니카 음악이 나오는 식이다.

이처럼 상반되는 두개의 가치가 연속적으로 맞붙음으로 인해서 영화는 자카라의 불안을 효과적으로 묘사한다. 보는 이조차도 그 혼란스러움에 지루할 정도로. 다시 말해 자카라의 정신적인 혼란은 개인과 사회가 충돌하는 데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 충돌의 실체는 무엇일까. <폴리스 비트>는 몰이해에 따른 소통부재라고 딱 잘라 말하고 있다. 자카라가 목격하는 많은 사고들이 실은 편견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자카라의 동료형사가 창녀와 사귀는 것에 대해 그녀를 사랑한다고 이해하기보다는 처음부터 부도덕한 인간으로 몰아가는 것이 단적인 예. 더군다나 이것이 그저 영화 속 일이라고 무시해버릴 수만은 없는 것이 시애틀에서 실제 발생한 사건을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폴리스 비트>는 시애틀 지역 신문의 범죄를 다룬 동명의 칼럼을 영화화한 것.

하지만 영화는 그 실체만 보여주고 문제만 제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이에 대한 해결책까지 제시하고 있다. 그 해결책이란 ‘보기엔’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라는 것. 자카라는 여자친구에게서 온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근무 중 시간이 날 때마다 자신의 핸드폰 사서함을 붙들고 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메시지 없음. 그럼에도 자카라는 계속해서 그녀와 소통하려 노력한다. 경찰관으로서 많은 사건을 목격하고 그 원인이 소통부재에 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다른 남자와 여행을 떠난 그녀를 이해하기로 결심한다. 어떻게? 그녀와 그 남자 모두 사랑하기로.

그것이 쉬운 일일까.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폴리스 비트>는 사람을 이해하고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것이 그렇게 어렵고 힘든 일임을 자카라의 충격적인(?) 결심을 통해 우회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삶은 그렇게 상대방을 이해하는 평범하지만 전혀 평범하지 않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이 영화는 단순하지만 전혀 단순하지 않은 방식으로 말하고 있다. 그래서 <폴리스 비트>는 지난 2005년 ‘필름 코멘트’가 선정한 최고의 미개봉작 중 한편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2006. 4. 29. <JIFF Web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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