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 <돌로레스 클레이본>

돌로레스 클레이본 150813

(스티븐 킹의 신작 <미스터 메르세데스>의 출간을 기념해 8월 13일 <돌로레스 클레이본>의 GV를 진행했습니다. 그날의 이야기를 황금가지 출판사의 블로블로님께서 정리해 블로그에 올려주셨습니다. 그중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작년에는 <샤이닝> 후속작 출간을 기념해 <샤이닝>을 관람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이번에는 스티븐 킹의 첫 번째 탐정 추리소설 출간을 기념해 추리 성격을 띠고 있는 영화이자 스티븐 킹 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한 케시 베이츠 주연의 <돌로레스 클레이본>을 함께 관람했습니다. 시작된 어떤 사건의 암시로부터 거꾸로 진실을 파헤쳐나가는 추리 형식의 틀을 접점으로 삼아 상영했더랬습니다.

길었던 듯, 짧았던 듯, 흡입력이 대단했던 영화 <돌로레스 클레이본> 상영이 모두 끝나고 허남웅 평론가님과 함께하는 대화 시간이 바로 이어졌습니다. 이날도 영화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전해 주셨는데요, 하나하나, 자리에서 나눴던 내용들을 간략히나마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돌로레스 클레이본>의 각본을 담당한 ‘토니 길로이’는, 최근에는 <본 레거시> 같이 유명한 작품도 만들었지만, 그 자질을 따졌을 때 감독보다는 시나리오 작가로 훨씬 유능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본 시리즈> 같은 경우에도 모든 시나리오 작업을 모두 맡아서 했을 정도라고 하죠.

여튼, 토니 길로이가 <돌로레스 클레이본>의 시나리오를 이미 완성해서 감독인 테일러 핵포드에게 보여줬는데, 테일러 핵포드 왈,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과 다른 지점이 너무 많다고 했다는 겁니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엄마인 ‘돌로레스’와 딸인 ‘셀리나’의 대화를 주요한 흐름으로 이어가는데, 이게 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시점이었던 거죠.

토니 길로이의 경우, 이야기를 쌓아갈 때 그의 지론이 뭔고 하니 “아무리 스티븐 킹과 같은 거장이 쓴 좋은 소설이어도 그것을 그대로 영화로 옮길 때 좋은 작품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야기들을 많이 바꿔나간 건데, 그렇다면 그 지점에서 그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고, 바로 거기서 우리는 여러가지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스티븐 킹의 원작 동명 소설인 『돌로레스 클레이본』을 보면, 돌로레스 클레이본에게는 자식이 세 명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둘째와 셋째 아이가 완전히 사라지고 ‘셀리나’라는 딸만 남게 되죠. 스티븐 킹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그리고 그 어머니 세대에게 헌정하는 의미로 『돌로레스 클레이본』이라는 작품을 썼다고 하는데, 영화는 사실 어머니에 대한 헌정이라기 보다는 ‘모녀의 이야기’라는 인상이 굉장히 강하다고 하셨습니다. 그것도 갈등을 내재하고 있는 모녀의 이야기로서요.

영화가 시작될 때, 돌로레스가 대저택의 주인인 베라 부인을 죽일지도 모르는 분위기가 흐르는데 자세히 보면 저택의 부엌 바닥이 흑백의 타일로 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고 합니다. 또 딸과 만났을 때나, 과거 회상씬에서 남편에게 줬던 와인 이름이 ‘블랙앤화이트’라는 것을 강조하는 등 이런 대비의 색감이 굉장히 중요하게 드러나고 있다고요.  이런 것들은 모두 이 영화를 관통하는 ‘일식’이라는 중요한 이미지에서 가져온 것이기에, 영화는 흑과 백이라는 대립되는 양면성을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로서 부각시키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여기 주요하게 등장하는 주인공들, 즉 돌로레스와 셀리나, 베라 부인까지, 이 인물들은 남자들 때문에 굉장히 힘든 생활을 하고 있었음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영화에서는 시기적 배경으로 1975년과 1995년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데, 특히 돌로레스 같은 경우는 남자들에게 무시당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는 것이 적확하게 드러나지요.

심지어 남편으로부터도 일상적인 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당하며 살았는데 이처럼 당시 사회의 분위기를 가져오면서 여자들이 어떻게 더 나은 삶을 위해 살아왔는가를 굉장히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하셨습니다. 베라 부인이 남편을 죽였음이 은연 중에 드러나고, 돌로레스 역시 남편을 계획적으로 죽이는 등 일부러 살인을 한 것이 후대에는 우리 딸들이 더 나은 삶을 이루게 해주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요.

돌로레스의 딸로 등장하는 셀리나는 영화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법원 출입증이 있는 등 법정에 자주 출입하는 기자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그런데 인터뷰를 찾아 보니 테일러 핵포드 감독은 셀리나의 직장이  《에스콰이어지》라고 얘기를 했었다고 하네요.

《에스콰이어지》라고 하면 누구나 다 아는 저명한 패션지인데, 이런 설정은 어머니 세대 이후에 딸들이 사는 세대는 그보다 더 나아졌음을 은연 중에 암시하는 부분 중 하나일 것이라고 추측하신다고 말씀을 전해주셨더랬습니다. 패션지라는 게 발달을 했다는 건, 그만큼 여성의 사회 진출이라든지 여성의 목소리가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고, 아마 그런 의도였을 것이라고요.

허남웅 평론가님께서는, 사실 영화에서 ‘일식’의 이미지를 가져온 것도 굉장히 흥미롭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겨울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시점은 차갑고 흑백 이미지 같은 느낌이 이어지는데 과거의 시점으로 돌아가면 굉장히 밝은 이미지로 바뀐다고요. (저도 이 지점이 재밌었습니다.)

사실 영화의 순서만 따라가다 보면, 돌로레스가 왜 남편을 죽였는지에 대한 사연은 잘 알지 못하는 상태인데, 남편을 죽이게 된 그 사연 자체가 일식이 해를 가린 어둠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표현하셨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밝은 해가 나기 직전에 가장 어두운 그 순간, 즉 일식이 벌어지기 전까지 영화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들은 모두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고 짚어주셨습니다.

돌로레스은 남편을 죽이고, 셀리나는 어렸을 때 아버지에 대한 충격으로 부분 기억상실증을 앓게 되고, 베라 부인도 죽음을 맞이하는 등, 가장 밝아지기 직전까지 아주 어두웠던 이야기들을 펼쳐내는데, 그렇기 때문에 일식에서 살짝살짝 드러나는 밝은 이미지들이 굉장히 중요했던 거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런 흑백의 대비, 일식의 이미지에서 파생되는 것 중에 또 하나가 있는데 영화에는 유난히 ‘리처드 닉슨’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등장하는 것이라고 짚어 주셨습니다. 1975년을 중요한 배경으로 가지고 있는 영화가 소설과는 다른 지점을 고수하는 것 중 하나인데, 당시는 닉슨이 워터게이트가 터지자 탄핵을 당하기 전에 사퇴를 하고 포드가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워터게이트 같은 경우도, 부정 선거를 가리기 위한, 말하자면 뭔가를 가려내고 밝히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라는 거죠.

또 영화의 초반에 영화의 초반에 베라의 저택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 부분에서 평론가님께서는 하얀 저택이 멋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미국의 백악관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씀하셨어요. 성조기도 굉장히 많이 걸려 있고요.

미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1975년 이후 여성들의 삶과 사회 진출과 목소리가 얼마나 더 나아졌을까를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셨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아마 이런 점들이, 토니 길로이가 각본을 쓸 때 스티븐 킹의 원작과는 많이 달라졌던 부분 중 하나일 텐데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영화의 결말을 봤을 때는 그럼에도 하나의 의문이 들더라고 하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해피엔딩이 된 것 같아서 마지막에는 밝은 색감을 보여주지 않을까 했는데 계속 차가운 느낌을 줬다고요. 돌로레스 클레이본이 노력해서 이만큼 삶을 바꿨지만 셀리나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고, 또 그녀가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점을 남기고 마지막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무릎 탁!!)

영화 <돌로레스 클레이본>에서 엄마로서 주연을 맡았던 케시 베이츠의 경우, 이 작품에 출연하기 전에 <미저리>라는 영화를 통해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을 한 바 있죠. 그때 스티븐 킹은 케시 베이츠의 미저리 연기가 인상 깊어서 <돌로레스 클레이본>을 쓸 때에도 주인공 역으로 이미 케시 베이츠를 염두에 두면서 이야기를 써나갔다고 하는 일화가 있다고 합니다.

이런 것들을 반영을 해서 주인공으로 그녀를 캐스팅하게 된 것이라고 하는데, 영화에서는 남편이 돌로레스를 두고 계속 못생겼다고 하는데 평론가님은 그런 느낌은 들지 않더라고 하셨습니다. 워낙에 연기를 잘하기도 하고, 딸을 위한 희생적인 부분이 많아서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고요.

허남웅 평론가님께서는 스티븐 킹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 중 이 영화도 굉장히 잘 만들어진 영화 중 하나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이 작품이 1994년에 만들어지고 국내에서는 아마 그 다음 해에 개봉을 잠깐 했던 걸로 아는데, 그때 비디오를 빌려서 봤던 기억이 날 정도로 스티븐 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작품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요. 그 전에 국내 개봉했던 영화 <쇼생크 탈출>이 국내에서 워낙 관객들을 많이 모았기 때문에 거기에 <돌로레스 클레이본>이 묻힌 감이 없지 않아 있다고 아쉬움을 담아 말씀해 주셨는데, 이날 큰 화면으로 보니까 작은 디테일들이 드러나더라고 상영 소감도 함께 전해 주셨습니다.

어렸을 때 돌로레스는 똑똑했음에도 학교를 가지 못하고 가정부 생활을 했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셀리나에게는 공부를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을 많이 준 모습이 드러나는데 돌로레스와 셀리나가 숨바꼭질을 하듯 구성된 집 안 계단 장면에 책들이 많이 쌓여 있는 것을 이날 발견하고 말씀을 보태 주신 부분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쌓여 있는 책들의 면면을 보니 도리스 레싱 책도 있고, 커트 보네거트 책도 있었다고요.

마지막으로, 돌로레스 클레이본이 살고 있는 지역이 ‘섬’이라는 것이 중요한 설정이라고 짚어주셨습니다. 공간적인 특징 자체도 그렇지만, 딸이 엄마에게 이해 받지 못하고 섬처럼 떨어져 있다는 점도 그렇고, 섬을 통해 딸이 들어오고 나가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은 어떤 ‘다리’로서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여기에서 파생되는 의미가 ‘대물림’인데, 뭔가를 대물려 준다는 것, 즉 베라 부인이 돌로레스에게 유산을 많이 남겨준 것과 어떻게 하면 남편을 없앨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준 것, 그렇게 편안하게 살으라는 대물림, 또 엄마 돌로레스 같은 경우는 딸에게 자신처럼 살지 말라고 하는 대물림 같은 것이 ‘다리를 놓아준다’는 것과 같이 중요한 이미지로 다가온다고 하셨습니다. 그 때문에 영화의 시작과 끝에 셀리나가 섬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장면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고요.

“스티븐 킹이 자신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도 이 작품을 꼽는다.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을 싫어하는 건 워낙에 유명하니까. (웃음) 그만큼 스티븐 킹의 작품을 영화로 만드는 게 어려웠는데, 이 시기까지가 스티븐 킹의 원작으로 영화를 만드는 게 가장 좋은 작품들이 많이 등장했던 시기 같다.

존 쿠삭이 나오는 <더 셀> 같은 영화도 내년에 개봉을 한다고 하지만 스티븐 킹의 장편소설은 <11/22/63>도 그렇고 <미스터 메르세데스>도 그렇고 점점 TV드라마로 가고 있고 스티븐 킹의 중단편 소설들이 오히려 영화로 제작되고 있는 추세다. 감독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일정 부분 낼 수 있는 작품이 중단편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이처럼 <돌로레스 클레이본>은 스티븐 킹의 장편을 영화로 만드는 데 어떤 길잡이가 된 것 같은 작품이다. <샤이닝>과 함께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가장 뛰어난 영화로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이 아닌가. 작년에도 여기서 <샤이닝>을 같이 봤는데, 이렇게 작은 규모로 스티븐 킹의 작품을 보는 것도 굉장히 의미가 있더라.”

스티븐 킹의 신작이자 첫 탐정 추리소설인 『미스터 메르세데스』 출간을 기념해 영화 <돌로레스 클레이본>을 보게 됐는데, 개봉 20주년 기념 상영회 느낌도 있고, 지금 봐도 그렇게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을 받지는 않는다는 소감도 함께 전해 주시며 멋진 말씀 마무리해주셨습니다. ^^

 

<미스터 메르세데스> 출간기념
<돌로레스 클레이본> 상영회
(201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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