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바르셀로나, 클럽 그 이상의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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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바르셀로나를 여행한 이유는 딱 하나였다.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환상적인 건축물을 보고 싶어서? 아니. 바르셀로나 출신의 후안 미로와 파블로 피카소와 살바도르 달리의 세기의 명작을 감상하고 싶어서? 아니. 그럼 바르셀로나에 뭣 하러 갔냐고? 축구 보러 갔다, 고 하면 코웃음 치시려나. FC바르셀로나는 내가 열렬히 응원하는 두 팀 가운데 하나다. (나머지 하나는 FC대한민국, 바로 국가대표 팀이다. -_-;)

리오넬 메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티에리 앙리 등 세계 최고의 선수로 구성된 FC바르셀로나는 기술 축구를 가장 아름답게 구사하는 팀으로 유명하다. 전 세계에 수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얼마 전 타계한 사마란치 전 IOC 위원장도 FC바르셀로나의 회원이다.) 내가 응원하는 이유는 조금 다르다.

프랑코 군부 독재 시절 억압받는 바르셀로나 시민들에게 유일한 저항의 수단은 FC바르셀로나였다. 프랑코가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은 마드리드의 축구팀 레알 마드리드는, 그러니까 목숨 걸고 이겨내야 할 프랑코의 군부 독재와 동일시되는 존재였다.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엘 클래시코’(El Clasco) 더비는 이런 역사적 배경에서 출발한다.) 바르셀로나 시민들에게 FC바르셀로나는 그래서 특별하다.

프랑코의 독재에 저항하는 수단이었고 홈구장인 누 캄프(Nou Camp)는 마드리드의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후의 방어선이었으며 빨간 줄과 파란 줄 유니폼은 카탈루냐(바르셀로나가 속한 지역의 지명) 깃발을 대신하는 또 하나의 국기였다. 그런 이유로 FC바르셀로나의 모토는 ‘클럽, 그 이상의 클럽’(mas que un Club)이다. 누 캄프 구장은 바르셀로나의 시내 중앙에 성전처럼 모셔져 있으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니폼에 광고를 넣지 않는 전 세계 유일의 클럽이었다. (지금은 유니세프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광고 수익 전액을 유니세프에 기부하고 있다.)

비록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난 카탈루냐인은 아니었지만 FC바르셀로나의 경기를 관람하는 동안만큼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버리고 그들에게 빙의하고픈 심정이었더랬다. 그랬건만, ‘우째’ 이럴 수가! 1월부터 영국의 런던을 시작으로 독일, 이탈리아 등을 거쳐 시계 방향으로 진행된 유럽 여행이 약간 지연되면서 6개월 만에 스페인에 도착하니. (유럽의 축구 일정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끝으로 5월 말에 마무리된다.) 아 글쎄, FC바르셀로나의 경기 일정이 이미 끝난 상태였던 것이었다. 축구의 신도 참 무심하시지,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경기장의 풀이라도 뽑아갈 생각에 미리 준비해온 FC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누 캄프 투어를 신청했다.

1956년 9월 24일 개장한 누 캄프는 최대 12만 명까지 입장 가능한 대규모 구장으로, FIFA가 선정한 세계 10대 축구장으로 꼽힌단다. (호텔로 치자면 별 다섯!) 그럼 뭐해,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는 허허벌판의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자니, 떠나간 옛 애인의 사진만 바라보며 바늘로 허벅지를 찌르는 기분이랄까. FC바르셀로나 박물관을 관람하지 않았더라면 ‘나 마드리드로 돌아갈래~’ 레알 마드리드로 응원 팀을 갈아탔을지 모를 일이다.

첫 전시물부터 마드리드를 향한 바르셀로나 시민의 분개가 어느 정도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1974년 2월 17일자 흑백 사진 속 마드리드에서 열렸던 엘 클래시코 더비의 전광판에 ‘REAL MADRID 0:5 BARCELONA’ 스코어가 선명하게 찍혀있었던 것. 바르셀로나에 방문하기 전 들렸던 마드리드의 레알 마드리드 박물관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각종 우승컵을 전면에 배치하고 데이비드 베컴, 지네딘 지단, 라울 곤잘레스 등 스타 선수들의 사진과 유니폼으로 도배한 레알 마드리드 박물관과 달리 FC바르셀로나 박물관에서는 말 그대로의 ’역사‘가 느껴졌다.

여기에 FC바르셀로나 창단 75주년을 기념해 제작했다는 후안 미로의 그림과 유니폼을 걸치고 공차는 자세를 취한 살바도르 달리의 사진까지 더해지면, 과연 ‘클럽, 그 이상의 클럽’이라는 모토가 산 넘고 물 건너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이상한 동양인의 가슴팍에도 팍팍! 하고 와서 박히는 것이다. 허나 그것이 선수들의 땀과 열정을 지근거리에서 관람하는 것에 비하리. 누가 나 좀 바르셀로나에 다시 보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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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사보
(20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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