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morrow_Open 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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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미술관에서 2010년 12월 2일부터 2011년 3월 13일까지 열리는 ‘Tomorrow_Open Archive’(내일_오픈 아카이브)에 초대합니다. 영화는 아니고요. 미술 전시회입니다. 제 블로그에 일러스트와 사진을 무상(?)으로 제공해주고 있는 동생 허남준 작가가 이곳에서 그림을 전시합니다. 젊은 화가 29인의 공동 전시회인데요. 그중 한 명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전시회 측의 소개에 의하면, ‘이번 전시는 현대 미술에 있어서 비범한 지적 능력이 요구되는 ’작가‘라는 존재에 초점을 맞추어, 작가들의 생각과 다양한 표현 방법에 주목해 보고자 합니다. 창작에 있어 얼마나 뜻 깊은 ’개념‘이 내재해 있는가, 그 개념이 얼마나 독창적이며 진정성이 있고 비판적인가 하는 것들이 중요해지면서 작품 자체보다는 그것을 창조해내는 작가의 생각에 더 비중을 두게 되었습니다. (중략) 작가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 독특한 발상과 상상의 세계, 삶과 창작에의 넘치는 열정을 드로잉을 통해 담아내고 있습니다.“라고 이번 전시를 소개합니다.

동생은 이번 전시회에 모두 39점의 그림을 전시합니다. 주제는 ‘얼룩’이고요. 동생의 설명을 빌리자면, ‘내 얼굴이 그렇다. 그림은 여러 개의 점, 선, 면들이 모여 하나의 형체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요소들은 환영을 표현해내기 가장 좋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림 속 얼굴들은 기호로 첨예하게 고정되어 있지만 보는 이의 시각의 움직임에 따라 다양한 얼굴로 전이되어 나타난다. 그 얼굴들 속에서 여러 가지의 허상을 본다. 일종의 다중적인 자아의 득세인 것이다. 그리기라는 행위의 반복을 통해서 축적된 40개의 침전물들… 이것은 고착된 이미지가 아니라 자발적인 생명력을 지닌 유기체의 덩어리들이다. 그림과 마주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안에서는 유기적인 생명체들이 부단히 증식하며 익명의 얼굴을 찾고자 한다.’라고 하네요. 동생은 전시회를 할 때면 이미 그린 작품이 아니라 직접 전시관 안에서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전시하곤 했는데요. 이번에는 퍼포먼스 대신 그림만을 전시합니다. 모두 30cm*30cm 크기의 종이 위에 펜으로 그린 그림인데요. 개인적으로는 뭐랄까요, 기호가 주가 되는 작품이지만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것이 맘에 듭니다. 동생 그림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들의 전시도 공동으로 진행되니까요, 재미있게 감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전시 감상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 번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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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orrow_Open Archive
(2010.12.2~2011.3.13)

시나리오 잘 고르는, 못 고르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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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은 남자배우 중 (송강호를 제외하고) 가장 뛰어난 시나리오 감식안의 소유자로 꼽힌다. 흥행의 편차는 있을지언정 작품 완성도 면에서 직선이라 해도 좋을 만큼 고르다. 특히 감독의 이름값 대신 시나리오의 만족도를 우선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한 편 이상 함께한 감독이 (아직도!) 없고 대신 매 작품 캐릭터의 변화를 장수 비결로 삼는다. <달콤한 인생>의 냉혈한에서 <너는 내 운명>의 순애보 농촌총각까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현실 도피자에서 <그림자 살인>의 조선 명탐정까지, 캐릭터가 살아 숨 쉬는 시나리오는 그에겐 일종의 신용장인 셈이다. 이번에 개봉하는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에서는 좀체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광역수사대 반장을 연기했다. 역시나 감독이 아니라 캐릭터가 영화로 이끌었다고 밝히는 그다.

반면 전도연은 감독을 더 신용하는 쪽이다. 임상수 감독으로부터 <하녀>의 시나리오를 건네받은 그녀는 극중 은이의 심리가 이해되지 않자 굳이 따져 묻지 않았다. 오히려 임상수 감독의 연출력을 믿고 따르는 쪽을 택했다. 그녀에게 이는 도박이 아니었다. 십년 넘은 배우 생활동안 터득한 자신만의 노하우였다. 전도연은 감독을 철저히 신용하며 스타덤에 오른 경우다. 그 유명한 <해피엔드>의 베드신 공개 후 많은 이들이 과감한 연기가 두렵지 않았냐고 묻고 또 물었다.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정지우 감독님을 믿었을 뿐이에요.” <피도 눈물도 없이>의 액션 연기나 <밀양>의 아이 잃은 엄마처럼 전도연의 필모그래프에서 유독 여자배우로서 감당하기 힘든, 그래서 관객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역할이 많은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사실 시나리오를 잘 고르는 배우 분야에서 가장 먼저 명성을 얻었던 이는 한석규이었다. 스크린 데뷔작 <닥터 봉>에서 <쉬리>에 이르기까지 속칭 ‘되는 영화’만 고르던 그는 <이중간첩> 이후로 과거의 영광이 무색할 만치 시나리오를 못 고르는 배우로 전락했다. 한석규에게는 작품 선택의 확고한 원칙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신인감독의 작품에 집착증에 가까운 선호도를 보인다. 바로 여기에 한석규의 성공과 실패의 이유가 담겨있다. 사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장윤현(<접속>), 이창동(<초록물고기>), 송능한(<넘버3>), 강제규(<쉬리>) 등 새로운 감성의 신인감독들이 충무로를 이끌던 시기였다.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한석규는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대형 제작사의 등장과 기획영화의 범람 속에서 한석규는 몰락을 재촉했다. 신인감독들이 기능공의 역할을 맡으며 제 개성을 발휘하지 못함에도 자신만의 원칙을 고수하며 시대의 변화를 제때 감지 못한 까닭이다.

<이층의 악당>에 관심이 쏠리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감독 손재곤은 <달콤, 살벌한 연인>으로 이미 흥행력을 검증받았으며 무엇보다 신인의 때를 벗은 지 오래다. 더군다나 한석규가 연기한 소설가 사칭의 정체불명 사나이는 그의 필모그래프에서 절대수를 차지하던 형사 계열의 캐릭터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까 <이층의 악당>은 배우 인생 최초의 새로운 도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기회를 잘 살린다면 한석규는 다시 한 번 시나리오 잘 고르는 배우의 명성을 획득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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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2010년 11월호

메가폰 대신 트위터로 떠드는 영화감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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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는 감독도 지저귀게(twitter)한다. 내로라하는 국내외 영화감독들이 현재 작업 중인 작품의 진행 상황을, 자신의 사생활을 알리기 위해 키보드를, 스마트폰을 두드리고 있다.

<아이언맨>의 존 파브로(@Jon_Favreau)는 대니얼 크레이그, 해리슨 포드가 출연하는 차기작 <Cowboys&Aliens>의 포스터 촬영 소식을 전하면서 80만 명이 넘는 팔로워들에게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신작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면 지금 한창 <스크림4>를 만들고 있는 웨스 크레이븐(@wescraven)은 불만이 가득하다. “40도에 육박하는 기온, 74%의 습도, 그리고 모기떼들의 습격에 촬영 희생자(filming victim)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섬뜩한(?) 소식을 알려왔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뜨거운 녀석들>의 에드가 라이트(@edgarwright)는 신작 <Scott Pilgrim vs. the World> 홍보 와중 개봉일이 겹친 <익스펜더블>의 실베스터 스탤론의 제안에 잔뜩 흥분한 모양새다. 각자의 신작 오프닝 행사에 서로를 초청하자고 의기투합한 것.

작업이 없어 반백수(?) 상태인 감독들은 ‘트윗질’로 무료한 시간을 달랜다.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데이빗 린치(@DAVID_LYNCH)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소개하는데 여념이 없다. 음산한 영화세계와 달리 벤 스틸러, 애시튼 커쳐와 같은 코믹 배우와 폴 매카트니, 트렌트 레즈너 같은 뮤지션을 팔로잉 목록에 올려놓은 린치는 요즘 ‘리시‘(Lissie)라는 여자 뮤지션에 꽂혔다. “나는 리시와 사랑에 빠졌다.”고 수줍게 고백한 린치 영감은 그녀가 커버한 레이디 가가의 <배드 로맨스> 유튜브 영상을 링크해놓기도 했다. 최근 가정폭력 혐의로 곤혹을 겪고 있는 멜 깁슨(@Real_MelGibson)은 트위터로 옛 여자 친구에게 화풀이 중이다. 직접적인 비난 대신 ‘멜 아저씨의 인생 강좌'(Uncle Mel‘s Life Lesson)를 연재하며 “인생이 레몬을 준다면 보드카에 넣어 들이킨 후 입 닥칠지어다.”, “친척과 레슬링 경기를 하는 것은 혐오감 없이 상대방을 파악하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둥 에둘러 타는 속을 달래고 계신다. 현재 일본에서 <베스트 키드> 홍보 활동 중인 성룡(@EyeOFJackieChan)은 자신의 자선단체에 거액을 기부한 일본 팬들에게 감사를, <토이 스토리3>를 관람한 마이클 무어(@MMFlint)는 “올해 본 최고의 영화”라고 극찬을 표하며 트위터 재미에 한창이다. 

한국 감독들의 트위터 열기는 할리우드의 이름값에 비할 바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다. 현재 섹스코미디 <페스티벌> 후반 작업 중인 이해영(@batdance)처럼 신작 진척 상황을 알리는 감독도 있지만 대부분 신변잡기를 공개하며 팬들의 관심을 모은다. 최근 <요술>로 감독 데뷔한 구혜선(@koohs)은 고양이 두 마리를 집에 들였다는 소식을 전했고 <그림자 살인>의 박대민(@postblues)은 <아저씨>의 원빈 액션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중이며 영화평론가이자 <카페 느와르>로 감독 데뷔한 정성일(@cafe_noir)은 곧 출간될 자신의 책 두 권에 대한 소식을 간접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그중 압권은 <은하해방전선>의 윤성호(@ysimock) 감독. “방금 지하철에서 어떤 사람이 툭 나를 건드리고는 자기 아이폰을 보여준다. ‘저, 똥파리 잘 봤습니다.’ 메모장에 써있는 글씨. 그리곤 조용히 물러난다. (이하 생략)“ 지금 영화감독들의 트위터에서는 영화보다 더 흥미 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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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e claire
2010년 9월호

좋은 기사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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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악마를 보았다>의 기자시사회장에서는 흔치 않은 풍경이 벌어졌다. 무대 인사를 위해 객석 앞으로 나온 김지운 감독이 “앞으로는 ‘푸른 하늘 은하수’, ‘금동이 은동이’와 같은 제목의 영화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히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폭소가 터졌다. 잔혹한 장면으로 두 차례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받은 김지운 감독이 그간 겪은 마음고생을 전래동화풍의 제목에 빗대어 재치 있게 말한 것. 

영화 상영 전부터 이렇게 유쾌하게 기자시사회가 시작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가 감독은 “최선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좋은 기사 부탁드립니다.”를, 배우는 “정말 열심히 연기했습니다. 예쁘게 봐주세요.”와 같은 의례적인 인사를 반복하는 통에 기자들은 매번 시큰둥해 한다. 오죽했으면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무대 인사에서 사회를 맡은 아무개 씨는 판에 박힌 말은 빼고 소감을 밝혀달라는 ‘특별한’ 요구까지 했을까. 하지만 무대에 오른 네 명의 주연배우 중 영화 경력이 짧은 두 명은 역시나! 무대 인사의 클리셰를 구사하는 바람에 기자들의 하품을 자아냈다.

개인적으로 기자시사회에 들락날락한 지 10년이 됐지만 무대 인사의 경직성은 지금도 여전하다. 혹자는 굳이 무대 인사를 할 필요가 무어냐며 무용론을 제기하지만 영화를 만든 이들에게도 나름 말 못할 고충이 있다. 요즘에 워낙 인터넷 기사 하나하나에 영화의 흥행이 좌우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감독이나 배우 모두 기자들 앞에서 입조심 하는 분위기가 대세다. 그러다보니 기자들에게 좋은 기사를 부탁하고, 예쁘게 보이려는 감독과 배우의 접대성의 무대 인사가 관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간혹 삐딱한(?) 감독들은 이런 분위기에 일침을 놓기도 한다. 때는 2004년 가을, 장소는 서울극장, <빈집>의 기자시사회를 위해 무대에 오른 주연배우 재희와 이승연은 약속이라도 한 듯 좋은 기사 부탁한다며 소감을 대신했다. 그러자 마이크를 잡은 김기덕 감독은 “기자는 영화를 본대로 기사를 작성하면 됩니다. 양심대로 해야지 맘에도 없는 글을 쓰면 한국 영화 발전에 도움이 안 됩니다.”라는 요지의 말을 해 옆에 있던 두 배우를 ‘뻘쭘’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관객석에서 속으로 뜨끔했던 기자들, 많았을 거다.   

물론 김기덕 감독 정도 되니까 가능한 상황이지 신인 급의 감독이나 배우가 기자들을 상대로 도발을 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매번 똑같은 무대 인사를 접할 때면 미친 척 앞뒤 재지 않고 자기 할 말 다하는 이가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그 옛날 류승완 감독이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기자시사회 무대 인사에서 했던 소감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좋게 봐주시면 고맙고요, 나쁘게 봐주시면 뭐 할 수 없는 거죠.” 영화가 좋다면야 누가 뭐랄 사람 없다. 그래도 너무 무리한 부탁이려나……. (사진은 2008년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 공식 기자회견 장면으로 본 기사와 살짝 연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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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2010년 9월호

오! 나의 주님, <서유기>로 강림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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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가 개봉한다. 그냥 <서유기>가 아니다. ‘뽀예뿌르미 뽀예뿌르미’ 주문을 외워봐~ 바로 그 주(성치)님의 <서유기>다. 국내 개봉 15년 만에, 그것도 <서유기1:월광보합><서유기2:선리기연>(이하 ‘<서유기> 시리즈‘)이 쌍으로다가 재개봉한다. 세트명하야, ‘서유쌍기’ 멀티플렉스 이수의 월례기획전 상영작으로 6월 1일 개봉을 기다리는 <서유기> 시리즈는 주성치 특유의 슬랩스틱 코미디와 ‘눈물 찔끔, 콧물 쏙’ 빼는 페이소스가 정수인 작품.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주성치 성지 순례의 출발점으로 불린다. 이수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주성치 영화 몇 편을 묶어 특별전을 기획했으나 파(派)가 양분된 국내 주성치 팬들 사이에서 작품 선정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서유기> 시리즈만을 선보이게 됐다고 한다. 15년 전 개봉 당시 일주일도 되지 않아 극장 간판을 내렸던 굴욕을 뒤로 하고 블루레이의 화질을 능가하는 NEW프린트를 들여와 완벽하게 번역, 수정된 한글 자막으로 <서유기> 시리즈의 새로운 신화를 창조하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특히 6월 22일 주성치의 생일을 맞아 그가 직접 한국을 방문, 하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 바빠서)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아직 이름을 밝히지 않은 연예인들과 팬들이 모여 모종의 행사를 기획중이라고 하니, 주성치 팬들이여, 우리는 구원받았다, <서유기> 시리즈로 오랜만에 하나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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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EEN
2010년 6월호

한국영화, 몰개성의 어둠 속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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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화전문지 기자들을 만나면 한결같은 목소리로 푸념을 해댄다. 도통 기사화할만한 한국영화가 없다는 것이다. 아니 여전히 극장가에는 일주일이 멀다하고 신작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 않나. 문제의 핵은 질이다. 지난여름 <해운대>와 <국가대표>가 각각 1천1백만, 8백4십만 관객을 기록한 이후로 한국영화는 급격히 개성이 사라졌다. 근래 불어 닥친 경제 한파와 맞물려 투자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모험적인 기획보다 흥행이 검증된 작품을 기준 삼아 관객의 평균적인 감성과 취향에 호소하는 몰개성의 영화가 많아진 것.

이는 오스카 시즌을 전후해 다양한 장르와 개성의 영화를 대방출한 할리우드와 비교하면 더욱 뚜렷하다. 첨단의 기술력과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이야기로 전 세계를 호령한 블록버스터 <아바타>의 한편에서 이라크전쟁을 비판하는 <허트 로커>가, 고독한 현대인의 삶을 따뜻하게 성찰한 <인 디 에어>가, 신에 대한 강박적 믿음을 차가운 유머로 승화한 <시리어스 맨> 등의 작가주의 영화가 포진한 할리우드와 달리 코믹물(<반가운 살인자><육혈포 강도단>)과 어설픈 할리우드 모방 영화(<베스트셀러><무법자>) 일색인 한국 극장가는 도무지 선택의 폭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형국이다.

둘의 차이는 분명하다. 영화를 산업으로 인식하되 할리우드가 문화적인 안목으로 감독의 예술성을 존중한다면 한국영화계는 단순히 돈의 논리에만 입각해 감독을 기능인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살인의 추억> <장화, 홍련> <바람난 가족> <올드보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등 대중성과 예술성을 절묘하게 결합한 작품이 대거 쏟아졌던 것이 2003년. 불과 7년이 지난 지금의 한국 극장가에는 감독의 이름만 지우면 과연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무색무취한 영화들로 넘쳐난다. 

한국처럼 시장의 파이가 작은 국가에서 산업을 구성하는 개별 요소들은 서로 긴밀한 연관을 갖는다. 하여 영화 산업 안에서 잡지의 존재는 정보의 전달과 비평의 역할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산업의 건강도를 드러내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영화기자들의 기삿거리 부족의 한탄은 영화잡지의 시련을 넘어 영화산업의 고전을 의미한다. 도대체가 오늘의 한국영화에 대해 할 말이 없다는 그들의 불만은 새로운 감수성과 독창성으로 무장한 감독들의 출현을 바라는 간절한 호소이기도 하다. 지금 한국영화계에는 관객의 취향에 영합하는 영화 대신 관객의 감성을 선도할 영화가 필요한 것이다.  일러스트 허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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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EEN
2010년 5월호

인터뷰 기사 관련 몇 가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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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사진은 함장님을 위한 특별한 선물. ^^;

1. 제 블로그에 올리는 인터뷰는 딴지일보에 연재하는 ‘허기자의 이너뷰’입니다. 딴지로부터 연재 제안을 받고 무엇을 쓸까 고민을 하다가 인터뷰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뭐랄까, 중구난방식의 연재보다는 일관성을 갖고 싶었는데 ‘사람’을 써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연재하게 됐습니다. 6월에 <마더> 봉준호 감독부터 시작했는데 벌써 6개월이나 지났습니다. (아, 원고료는 제 때 제 때 입금이 됩니다. ^^;)
 
2. 핑크영화제 주희 프로그래머는 ‘허기자의 이너뷰’를 연재하면서 처음 만나는 여자 인터뷰 대상이었습니다. 심지어는 <호랑이 선생님>에 출연했던 탤런트 출신이기도 했죠. 그 얘기를 듣자마자 딴지 편집부에서는 사진을 많이 찍어오라는 명령을 하달하시더군요. -_-; 

3. 인터뷰에 올라가는 사진 관련해서 간혹 가다 주위 분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받는데 그에 대해 몇 가지 답변을 하자면, 사진은 제 동생(http://blog.naver.com/paintboxs)이 찍고 있고요, 카메라 기종은 ‘로모’입니다. 과거에 소련의 KGB가 썼다던. 게다가 살짝 맛이 간 카메라이기도 합니다. 근데 개인적으로는 필름의 색감이 너무 맘에 들어요. 칼라이면서 흑백 느낌도 들고, 흑백이면서 칼라 느낌도 들고. <사랑의 10가지 조건>의 제프 대니엘스 감독은 인터뷰에 오른 자기 사진 보고 60,70년대 할리우드 클래식 느낌이 난다며 기사에 오르지 않은 다른 사진 몇 장만 꼭 보내달라고 메일까지 보냈답니다.  
 
4. 처음 ‘허기자의 이너뷰’를 연재하면서 사진에도 특징을 부여하고 싶었는데요. 동생 왈, 이너뷰라는 게 즉흥성이 중요한 요소이지 않나. 아무리 질문을 많이 준비해가도 어떤 답변이 나올지 알 수 없으니 그 자리에서 질문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필름카메라를 이용하면 즉흥성이 더 돋보일 것 같다고, 그래서 그러자며 결정했습니다. 인터뷰 할 때마다 한 롤의 필름을 쓰고 있는데요. 나중에 어느 정도 분량이 되면 사진만 가지고 전시회를 해도 될 것 같아요.  

5. 기사에는 미처 싣지 못한 주희 프로그래머의 답변 중 하나를 공개합니다.


“제가 이번에 일본에 가서 배우들을 인터뷰했는데 핑크영화 배우로써 노력하는 부분이 있느냐, 예를 들어 알몸이 돼야 하는데 영화를 위해 몸을 관리하느냐 했더니 그분 말씀이 운동을 하면 너무 근육이 빨리 붙는 스타일이라서 운동을 안 하신대요. 운동을 하면 몸도 좋아질 텐데 왜 안 하시냐고 다시 물었더니 역할 대부분이 집에서 뒹구는 백수인데다가 나약한 역할이 많은데 그런 애 몸에 근육이 붙으면 리얼리티가 안 산다고 일부러 운동도 안 하시고 몸 관리를 안 하신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일상에 있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다루기 때문에 전 그런 태도가 굉장히 좋았어요.”


왜 기사에 안 넣었냐고요? 글쎄요, 저도 그걸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어서 어떻게 다시 넣을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후기를 핑계로 공개하게 된 겁니다. ^^;

취향만 있고 시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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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기세다. 오랫동안의 침체를 벗고 <그림자 살인> <7급 공무원> <박쥐> 등이 박스오피스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관객의 취향을 잘 간파한 결과다. <그림자 살인>은 최근 불어 닥친 추리소설의 인기를 등에 업고, <7급 공무원>은 우울한 정국을 잊게 해줄 코미디를 통해, <박쥐>는 전 세계적인 뱀파이어 붐을 타고 관객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세 작품은 모두 시대와 무관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방식으로 애국심에 호소하든가(<그림자 살인>), 만화적인 상상력으로 현실을 무력화하고(<7급 공무원>), 심지어 시공간의 정체를 파악하기조차 힘들다(<박쥐>). 안 그래도 최근 발표된 한국영화들은 <똥파리> 정도를 제외하면 하나 같이 시대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징후처럼 느껴진다.

그동안 시대를 반영한 영화의 제작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컨대, 광주 민주화 항쟁 피해자들이 전직 대통령 암살 계획을 세운다는 <29년>은 캐스팅을 마친 상태에서 투자가 되지 않아 제작이 중단됐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여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 까닭에 투자자들이 꺼린 탓이다. 현 정부의 심기를 건드릴만한 소재를 다룬 작품은 이미 시나리오 선별 단계에서 걸러지는 것이 작금의 충무로 현실이다. 한국영화는 시대를 비판할 촉수를 잃은 것이다.

그 과정에서 문화의 전위를 자처하던 한국영화가 노골적으로 관객의 취향에 영합하기 시작했다. 자극적인 유행은 난무하지만 시대를 선도할 외침은 사라졌다. 현실에 치인 관객은 짧은 위안을 가져다주는 즐거운 별세계 영화에만 반응할 뿐이다. 흥행이 들불처럼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덩그러니 취향만 남았다.  일러스트 허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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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2009년 6월호

제대로 번역이 됐나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의 제목을 두고 말들이 많다. 우디 앨런의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Vicky Cristina Barcelona>가 국내 수입되는 과정에서 엉뚱한 영화로 둔갑한 것. 칠순 넘은 노예술가의 삶의 성찰이 돋보이는 영화를 두고 <아내의 유혹> 냄새가 짙게 풍기는 막장드라마류(類)의 제목을 달았다는 점에서 불만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외화의 엉뚱한 제목 짓기는 멀게는 <여인의 음모 Brazile>(1985)부터 가깝게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까지, 역사가 꽤 깊다. 개중에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Music and Lyrics>처럼 호응을 얻은 경우도 있었지만 극중 내용과는 무관한 제목으로 빈축을 산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인의 음모>는 에로비디오의 유행을 타고 에로물로 둔갑했고, <미스 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은 미인이 각광받는 시대 미스코리아를 연상케 하는 제목으로 단어의 순서를 바꿨으며, 삶의 부조리를 설파하는 <킬러들의 도시 In Bruges>는 장진의 <킬러들의 수다>를 빌려와 코믹한 제목으로 호객행위를 한 경우다.

물론 그 속내를 모르는 것 아니다. 적당한 마케팅 포인트가 없는 상황에서 자극적인 제목이야 말로 관객에게 어필하는 주요한 수단임은 말할 것도 없다. 다만 그 이면에는 시대의 유행에 편승해 한몫 잡으려는 얄팍한 상술이 자리 잡고 있어 씁쓸함을 금할 길 없다. 창작자와 관객의 권리야 어찌됐든 돈만 벌면 된다는 천박한 자본논리가 우선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엉뚱한 제목 짓기의 역사는 곧 영화를 이용한 돈벌이 수단의 역사인 셈이다. 한국 영화문화의 현주소다.  일러스트 허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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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2009년 6월호

김명민은 ‘리더’일 때 거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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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MBC스페셜 <김명민은 거기 없었다>를 보고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어 <프리미어> 35호(통권 163호)에 기고했던 글을 재구성했다.

김명민은 2007년 <하얀거탑> <리턴> 두 편의 의학물에 출연했다. <하얀거탑>의 인기에 힘입어 그 이미지를 다시 한 번 활용하기위해 <리턴>에 출연한 인상이 짙지만 실은 <리턴>의 출연이 <하얀거탑>보다 먼저 이뤄졌다. 이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그에게 목숨을 담보할 만큼 믿음을 요하는 직업이 어울린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사례니까.

아닌 게 아니라, 김명민이 대중에게 크게 각인된 역할은 주로 리더를 연기한 경우였다. <불멸의 이순신>이 그랬고, <하얀거탑>과 <리턴>이 그랬으며 국내 최고 엘리트 형사로 구성된 광역수사대의 베테랑 형사 역으로 출연한 <무방비도시>가 그랬다. 그리고 2008년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가 있었다. 이는 김명민이라는 배우가 관객에게 어필하는 욕망이 구체화된 결과다. 목표를 놓치지 않는 날카로운 시선과 허튼소리는 용납하지 않는 똑 부러진 말투, 이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흐트러지지 않는 옷차림까지. 

거짓과 술수가 판치는 이 시대에 김명민의 태도야말로 관객에게, 시청자에게 가장 어필하는 요소다. 그것이야 말로 김명민을 ‘거기’에 있게 한 성공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