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14] <더 디너>(I Nostri Ragaz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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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디너>는 제목 자체로는 평범하지만, 내용은 관객들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이탈리아 영화다. 주인공은 변호사인 형과 의사인 동생이다. 한 달에 한 번 레스토랑에서 만날 정도로 우애가 깊지만, 직업적으로는 지금 대치 형국이다. 한 아이가 어른이 쏜 총에 맞아 동생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인데 공교롭게도 형이 피의자의 변호를 맡은 것이다.

동생은 그런 형을 강하게 비난하지만 이런 형제에게 의외의 사건이 터진다. 동생에게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형에게는 딸이 있다. 그런데 이들이 함께 파티에 참석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노파를 심하게 구타해 혼수상태에 빠뜨린 것이다. 이 광경이 고스란히 CCTV에 찍혔고 이를 본 형제는 자식의 장래를 두고 어찌해야 될지 모를 딜레마에 빠진다.  
가슴이 찢어지는 자식의 진실을 마주한 당신이라면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 아마도 영화를 보는 제삼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좀 더 정의롭고 도덕적인 쪽으로 이 사안을 바라 볼 공산이 클 것이다. 아이를 치료하는 동생이 피의자 편에 서 있는 형을 비난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당신의 자식이 가해자로 연루된다면 영화를 보는 제삼자의 입장으로 이 사안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

<더 디너>를 연출한 이바노 데 마테오 감독은 같은 사안이라도 처한 입장에 따라 답변이 바뀌어 질 수 있는 미묘한 질문을 관객에게 제기한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지만, 사실 <더 디너>는 한국 관객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보편성의 영화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봉준호 감독의 <마더>(2009)에서 자식이라는 원죄를 품은 엄마의 비극을 목격한 적이 있다.

다만 철저히 엄마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마더>와 다르게 <더 디너>는 남편과 부인의 입장은 물론 변호사 형과 의사 동생의 대립 속에서 나은 해결, 아니 어떻게 하면 자식의 미래에 해가 되지 않는 선택을 내려야 옳은 지에 대한 설왕설래가 난무한다. 입장은 두 가지다. 제 새끼의 죄악을 눈감아주는 부모의 이기심과 아무리 자식일지라도 지은 죗값은 치러야 한다는 사회적, 윤리적 판단의 대립이다.

이바노 데 마테오 감독은 두 가지 입장의 대립 중 어떤 것이 더 옳다는 판단을 내리는 대신 이 질문 자체가 야기하는 혼란을 더욱 혼돈에 빠뜨리는 방향으로 결말을 가져간다. 우리는 이 영화가 두 형제와는 전혀 관련 없는 아이의 사고를 통해 형과 동생이 각각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 형제가 자신들의 자식 문제에 관해서는 전혀 다른 결정을 내리는 마지막 장면으로 관객의 뒤통수를 친다.

하지만 누구도 비난할 수가 없는 건 자식 문제에 관한한 그 어떤 사회적 판단도, 윤리적, 도덕적인 기준도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식이라는 원죄 앞에서 자유로울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더 디너>는 문제작으로 꼽을 만하다.

부산일보
(201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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