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13] <찰리의 진실> 엠마누엘 쉬리니안 감독

몸에 딱 붙는 회색 수트를 입고 인터뷰 룸으로 들어서는 품세가 꼭 배우 같았다. <찰리의 진실>을 연출한 캐나다 출신의 엠마누엘 쉬리니안 감독은 그렇게 인상적인 모습으로 들어와 진지와 유머를 오가는 말의 ‘밀당’ 속에 자신의 영화를 소개했다. <찰리의 진실>이 꼭 그렇다. 영화가 시작되면 주인공 애브너(마이클 코헨)는 자살을 시도하지만 어설픈 행동으로 민망한 상황을 연출한다. 같은 엄마 배속에서 나온 동생 톰(아론 에이브람스)과는 생김새가 얼마나 천차만별인지. 연출은 물론 시나리오까지 직접 쓴 <찰리의 진실>의 엠마누엘 쉬리니안 감독은 상반된 인물과 상황을 통해 희극과 비극 사이를 오가며 우리 인생이 가진 아이러니를 파고든다.    
 

<찰리의 진실>의 원제는 ‘It was you Charlie’다. 애브너가 실의에 빠져 자살을 시도하지만 우스꽝스러운 상황 때문에 죽지 못하는 에피소드를 보면서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찰리 채플린 영화의 정서가 느껴졌다. 제목의 찰리는 혹시 찰리 채플린에 대한 오마주인가?
사실 그런 뜻으로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웃음) <찰리의 진실>의 초반만 해도 대사가 거의 등장하지 않아 무성영화 같은 느낌이 든다. 게다가 애브너가 시도하는 자살은 어떻게 보면 시늉일 뿐 인물의 의도는 본래 그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이 처한 상황이 애매하기는 하다. 그 때문에 찰리 채플린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찰리라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엘리아 카잔의 <워터프론트>(1954)에 나오는 대사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워터프론트>에는 말론 브랜도가 연기한 테리와 로드 스타이거가 연기한 형 찰리가 등장한다. 테리와 찰리는 우애가 깊은 형제다. 하지만 노조 문제 때문에 갈등하게 된다. 그 때문에 서로 부딪히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테리가 찰리를 향해 ‘It was you Charlie’라고 격앙된 어조로 말한다. <찰리의 진실>에도 형 애브너와 동생 톰이 서로 갈등하다가 화해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워터프론트>에서 영감을 얻은 부분이 있었기에 ‘It was you Charlie’를 제목으로 가져오게 됐다.
 
애브너가 자신의 생일 때면 혼자 극장에 가 외롭게 영화를 보는 장면이 있다. 스크린에 영사되는 작품이 무엇인지 보여주지 않지만 얘기를 들어보니 그 영화는 <워터프론트>일 것 같다.
그렇다. <워터프론트>를 보고 있는 거였다. 사실 애브너는 지난 15년 동안 자신의 생일에 톰과 함께 극장에서 <워터프론트>를 보는 것이 연례 행사였다. 그런데 차 사고가 발생한
날 동생이 나타나지 않았던 거다.
 
<찰리의 진실>을 장편 데뷔작으로 완성했다.
사적인 경험을 음악이나 그림 같이 예술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영화 쪽에 재능이 있어 <찰리의 진실>을 만들게 됐다. 개인적으로 차 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극 중에도 애브너가 차 사고 때문에 굉장히 괴로워하고 고민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가령, 차 사고가 났을 때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한 죄의식을 갖게 된다. 그럴 때, 가해자는 그 죄의식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게 되는지를 탐구하고 싶었다. 그 때문에 <찰리의 진실>을 사이코 스릴러와 같은 형태로 접근해 존재의 이유에 대해 질문하고 싶었다. 그와 동시에 두 명의 형제가 한 명의 여자를 함께 사랑함으로써 생기는 갈등을 가족 간의 사랑으로 해결하는, 마틴 스콜세지의 <분노의 주먹>(1980)과 같은 고전적인 이야기로 풀어보려고도 했다.
 
<찰리의 진실>의 형제는 상반된 모습을 하고 있다. 형 애브너는 키가 작고 볼품이 없는 반면 동생 톰은 키도 훤칠하고 훨씬 잘 생겼다. <분노의 주먹>의 라 모타 형제, 즉 동생 제이크(로버트 드 니로)와 형 조이(조 페시)의 관계도 그렇다. 그 때문에 <찰리의 진실>의 애브너 역에 조 페시를 연상시키는 마이클 코헨을 캐스팅했나?
마이클 코헨에게 조 페시를 닮았다고 얘기하면 굉장히 좋아할 것 같다. (웃음) 마이클 코헨과는 단편영화 시절부터 함께 작업해왔다. <찰리의 진실>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그를 염두에 두고 애브너 캐릭터를 창조했다. 마이클 코헨은 작고 평범한 외양을 가졌지만 스크린에 등장하면 관객을 압도하는 신스틸러의 면모를 가진 배우다. 그처럼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으로 나약함도 표현할 줄 아는 배우이기 때문에 애브너에 적역이었다. 이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는데 애브너가 미술 교사였던 과거만 해도 굉장히 강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차 사고를 겪고 여자 문제 때문에 동생과 갈등하면서 심리적으로 굉장히 약해진다. 누가 보더라도 전형적인 캐스팅을 하는 것보다 마이클 코헨처럼 양면을 살릴 줄 아는 배우를 통해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고자 했다.
 
애브너 캐릭터를 발전시키기 위해 마이클 코헨과는 어떤 식으로 소통을 했나?
제작 여건 상 배우들과 리허설을 많이 가져가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마이클 코헨의 경우, 다른 캐스팅이 확정되기 전부터 이 영화의 스크립트를 보내주고 역할에 대해 굉장히 많은 논의를 했다. 나는 연기에 대해 직접적으로 지시하는 게 아니라 대화를 통해 배우와 함께 캐릭터의 살을 붙여나가는 편이다. 스크립트는 청사진 같은 거라 배우는 이를 보고 자신만의 해석을 붙여 나간다. 애브너는 감정을 극단적으로 오가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마이클 코헨은 다양한 감정을 소화하기 위해 그 자신을 정말 극한으로 몰아붙였다. 어두운 장소를 찾아 스스로 오랫동안 고립을 자초하는 등, 그래서 내가 보기에 마이클 코헨은 메소드 연기의 대가다. 그 때문에 마이클 코헨이 내가 이 영화에서 원하는 애브너의 모습에 완벽하게 적응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다.
 
연출적으로는 영화적 장치들을 많이 활용하는 쪽으로 가져갔다. 시나리오 작가의 입장에서는 어땠나? 애브너의 차 사고를 계속적으로 등장시키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후반부까지 숨기면서 반전의 효과를 주는 것이 가장 중요했을 것 같다.
반전 장면에서 크게 놀랐다면 나로서는 굉장히 기쁜 일이다. 연출을 하는 것도 좋지만 시나리오를 쓰는 것도 좋아한다. <찰리의 진실>은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을 가지고 플래시백을 통해 3년의 시간을 넘나드는 구조로 되어있다. 플래시백을 사용할 때면 사진이나 음악 같은 영화적 장치들을 다르게 활용함으로써 관객들이 이 영화를 좀 더 풍부하게 받아들이기를 원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설명적이지 않으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어야 했다. 바로 그 때문에 시나리오를 쓴 다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특히 차 사고와 관련해 극 중에서 이에 대해 계속 얘기를 하지만 함축되어야 했기 때문에 그 내용에 대해서는 영화 중간에 관객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세심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 중요했다.  
 
애브너라는 이름도 독특하다. 이름 역시 캐릭터를 설명하는 영화적 장치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어떻게 짓게 된 건가?
처음부터 애브너라고 붙이니까 캐릭터와 딱 맞아떨어졌다. 시나리오를 많이 쓰는 편이라 이름을 만들기가 귀찮아서 짧게 짓는 걸 선호한다. 형제라는 설정은 워낙 많은 영화에서 등장했던 터라 뻔한 캐릭터의 조합일 수 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특징을 주려고 했다. 애브너라고 말하면 특이하고 괴짜 같은 느낌이 들었고 톰은 워낙 평범한 이름이니 동생 역할에 어울릴 것 같다.
 
그처럼 <찰리의 진실>은 애브너와 톰의 형제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은 여자 문제로 오랫동안 갈등하지만 결국 화해에 이른다. 이에 대해 영화는 차 사고라는 또 하나의 은유적인 사건을 통해 ‘너 자신을 구하라 save yourself’라고 말한다. 근데 그것은 글자 그대로의 의미가 아니라 타인을 용서할 수 있을 때야 비로소 자신도 구원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암시다.  
애브너가 자살을 시도한다고 해서 정말로 죽으려고 하는 게 아니다. 그런 극단적인 행동을 통해 자신이 무언가를 깨닫기를 바라는 거다. 그러니까 이 영화 속 찰리의 자살은 비극적인 설정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게 하는 장치다. 산다는 것은 타인과 맺는 관계 속에서 의미를 갖는다. 화해와 용서, 사랑이라고 하면 진부하지만 형제애를 깨닫기 위해 애브너가 겪어야 했던 그 숱한 감정의 여정은 고난과 다르지 않다. 그만큼 애브너의 여정이 맞닥뜨리는 메시지의 최종 지점이 희망적으로 관객의 마음속에 울리기를 바랐다.
 
<찰리의 진실>은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월드프리미어로 상영된다. 너무 빠른 질문이지만 차기작에 대한 계획이 세워져있나?
2014년에 촬영에 들어간다. 제목은 <마이 풀리쉬 허트 My Foolish Heart>로, 재즈에 대한 러브레터다. 고전기 할리우드에 대한 개인적인 사랑 고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찰리의 진실>처럼 독립영화의 방식으로 만들 계획이다. 독립영화의 방식으로 만들면 더욱 창조적인 영화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저예산의 영화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찰리의 진실>은 캐릭터가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영화다. 개인적으로 이런 종류의 영화를 좋아하지만 무엇을 만들든지 간에 기본적으로 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 앞으로도 계속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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