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13] <네 몸에서 흐르는 눈물의 이상한 색깔> 브루노 포르자니 감독

제목이 <네 몸에서 흐르는 눈물의 이상한 색깔>(이하 ‘<이상한 색깔>’)이다. 한 눈에 이해 안 되는 제목만큼이나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다. 사라진 아내를 찾아 나선 남자의 여정을 그리는 <이상한 색깔>은 사건이 아닌 의식의 흐름에 집중하며 실험적인 이미지와 파괴적인 스토리텔링을 선보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상한 색깔>에 푹 빠져드는 이유는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들이 이탈리아의 지알로부터 영국의 해머까지, 할리우드영화에서 대만영화까지 종잡을 수 없게 뿌려져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달라, 인터뷰 룸에 들어온 브루노 포르자니 감독은 ‘루팡 3세’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혼자 부산을 방문했다. 엘렌 카테 감독과 공동으로 연출한 영화이지 않나?
엘렌 카테가 임신을 했다. 결혼을 한 건 아니지만 우리는 만난 지 벌써 14년이나 된 커플이다. (웃음) 아시아 국가에 방문한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이번 기회에 함께 오고 싶었지만 여자 친구가 만삭이어서 혼자만 오게 됐다.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굉장히 많아 보인다. 지금 입고 있는 티셔츠만 해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재패니메이션 <루팡 3세>의 주인공 얼굴이 새겨져있다. (웃음)
한국과 일본의 영화를 광적으로 좋아한다. 특히 봉준호, 나홍진, 김지운 감독의 영화를 즐겨보고 이들과 스타일은 다르지만 홍상수 감독의 영화 또한 좋아한다. 엘렌 카테 감독도 함께 하는 생각인데 한국 영화는 감독의 개성이 잘 드러나면서 대중적인 요소도 두드러져 전 세계에서도 레벨이 굉장히 높다. 특히 영화의 정석이라고 할 만한 <살인의 추억>(2003)을 만든 봉준호 감독은 명장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영화 중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물론이고 곤 사토시 감독을 좋아한다. <천년 여우>(2001)의 경우, 등장인물에 대한 묘사가 깊고 풍성하게 표현되어 있어 <이상한 색깔>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많이 참조했다.  
 
하지만 <이상한 색깔>의 경우, 공포영화의 팬들이 좋아하는 다리오 아르젠토, 마리오 바바의 지알로 공포영화, 그리고 영국의 해머 프로덕션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 같다.
<아메르>(2009)가 우리의 장편 데뷔작인데 원래는 <이상한 색깔>을 먼저 만들 계획이었다. 데뷔작으로 하기에 제작비가 많이 들 것 같아 <아메르> 뒤로 미루게 됐다. 원래 아이디어는 ‘후던잇'(Who done It?)에서 비롯됐다. 이 장르는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살인이 벌어지고 이후 살인자를 찾는 일련의 과정에 집중한다. 나와 엘렌은 이를 뒤집고 싶었다. 영화가 시작하면 빌딩이 등장한다. 이 빌딩은 극 중 등장인물의 마음을 비유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주인공의 내면을 빌딩으로 형상화시켜서 ‘나는 누구인가?(Who am I?)’를 탐구하는 쪽으로 나아가려고 했다.
 
극 중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주인공처럼 <이상한 색깔>은 선배 공포영화들의 요소를 의도적으로 차용함으로써 장르의 정체성을 다시 정의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익숙한 영화들이 떠오른다면 그렇게 의도하려 했다기보다는 언급한 작품들이 무의식 속에 잔상으로 남아 있다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경우다. 엘렌과 나는 굉장히 영화를 많이 보는 시네필이다. <이상한 색깔>은 우리 둘이 사랑하는 모든 영화의 결정체인 동시에 엘렌과 나의 각기 다른 취향과 정체성이 밸런스를 맞춰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이상한 색깔>을 보고 데이빗 린치의 영향력을 말하기도 한다. 나도 인정하는 바인데 어쩌다보니까 데이빗 린치의 영화적 언어를 빌려오게 됐다. 공포영화이지만 탐정이 등장하는 영화이다보니 섹스나 폭력을 필수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강렬한 색채로 표현이 되니 지알로와도 비슷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면 시나리오를 쓰면서 크게 세 사람의 감독에게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곤 사토시와 데이빗 린치는 이미 말한 그대로이고 또 한 명은 대만의 차이밍량 감독이다. <하류>(1997)를 보면 근친상간이 등장하지만 스토리상에서 이를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긴장감이 넘치는 가운데 극이 진행된다. 이걸 보고 엘렌과 나는 영화적 충격을 받았다. 이를 활용해 <이상한 색깔>이 탐정물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이면의 것을 더 보여주고 싶었다. 궁극적으로 하고자 했던 이 영화의 주제는 누군가의 무의식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사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아내가 사라지자 이를 찾아 나선 남자의 이야기가 전부다. 다만 여러 가지 이미지의 실험을 통해 주인공의 혼란한 내면을 드러낸다. 이럴 경우, 시나리오로는 극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표현하기 힘들 것 같다.
엘렌 카테와는 따로 작업을 분담하지 않고 함께 하는 편인데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2002년부터 쓰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12년 동안 작업한 끝에 영화를 최종적으로 만든 거다. 그 중간 중간 단편들을 찍기도 했다. 거기서 얻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상한 색깔>에 반영해 여러 번 시나리오를 고쳐나가면서 지금의 형태로 완성했다. 사실 시나리오라기보다는 ‘테크닉 북’이라고 부르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신별로 숏의 크기나 카메라의 위치, 사운드까지 기술적인 부분을 디테일하게 모두 적어놓았다. 그래서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생긴 아이디어를 가지고 찍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무언가가 더해지면 곤란한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테크닉 북에 맞춰 기계처럼 영화를 찍었다. 제작 기간을 늘리기에도 빠듯한 예산이어서 하루에 40~50컷을 찍다보니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거나 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웃음)
 
실험적인 이미지만큼이나 영화의 제목도 인상적이다. 설명적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시적이라는 인상이 강한데 혹시 어디서 인용을 한 것인가?
내가 직접 지은 제목이다. 이 영화는 앞에 언급한대로 지알로의 요소가 들어와서 발전한 부분들이 있다. 다리오 아르젠토의 <수정 깃털의 새 The Bird with the Crystal Plumage>(1969)처럼 지알로 영화들의 제목을 보면 대부분 길다. (웃음) 그처럼 제목을 길게 가져가는 것이 <이상한 색깔>을 설명하는데 적합할 거라고 봤다. 초현실적인 느낌도 가지고 있는데 내가 벨기에 출신이라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에 익숙하다는 점도 지금의 제목이 나오게 된 배경 중 하나다.
 
다양하고 실험적인 이미지로 다가가기 때문에 배우들과는 어떻게 캐릭터에 대해 소통을 했는지 궁금해진다.
메인 캐릭터는 한 명이었지만 그에게만 시나리오 전체를 보여줬고 나머지 배우들에게는 그들이 연기하는 시퀀스에 대해서만 설명했다. 영화 속에서 다루는 감정이 공포와 섹스와 같은 일차적인 욕망이었기 때문에 배우들이 본능적으로 이 영화와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접근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촬영을 할 때 첫 번째 테이크와 두 번째 테이크가 다르게, 매 테이크 상이한 분위기가 나도록 의도했다. 각기 다른 서너 가지의 분위기가 있는 테이크를 얻게 되는 셈인데 편집과정에서 이리 저리 섞어 보면서 이야기도 만들고 캐릭터도 잡아갔다. 그럼으로써 극 중 인물의 내면세계에 더 가까이 다가가 깊이 있게 볼 수 있고 우리가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감정의 이미지들을 편집을 통해서 창조할 수 있었다.
 
12년의 제작 기간 중 편집 과정이 이 영화에서는 제일 힘들지 않았나?
촬영 전에 정확한 콘티를 만들고 무얼 찍을지 아는 상황에서 촬영된 필름을 그대로 편집실에 가져와 영화를 구성했다. 그렇기 때문에 힘든 건 없었다. 다만 편집은 촬영과 다르게 영화나 캐릭터를 재설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리듬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했다.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기에 현장에서 동시녹음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현장 사운드 하나 없는 필름에 모든 사운드를 새로 입혀야 했기 때문에 그 과정이 좀 고생스러웠다. 이미지는 있지만 사운드는 아직 입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애니메이션과 다를 바가 없는 편집이었다.  
 
<이상한 색깔>은 장르로 치자면 공포영화이다. 현재 앨렌 카테 감독이 임신 중인데 곧 아이가 생기지 않나. 혹시 그런 가족 내의 변화가 앞으로 수위 높은 영화를 만드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공포는 원래 좋아하는 장르여서 무얼, 어떻게 만들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이 영화를 만들면서 관객들이 신체적인 충격을 직접적으로 받았으면 해서 베이스 음을 깔고 수위를 높게 잡아 연출한 장면이 있다. 임신 중이었던 엘렌 카테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서만큼은 보지 않았다.
 
촬영 당시에 엘렌 카테 감독이 임신 중이었다면 <이상한 색깔>은 두 명이 아니라 세 명이 만든 영화가 아닌가?
그런 셈이다. (웃음)
 
그럼 <이상한 색깔> 이후 세 명의 감독이 공동으로 연출하게 될 차기작은 무엇인가? (웃음)   
살로 만든 아이가 곧 생기겠지만 아직까지 셀룰로이드 버전의 아이를 가질 계획은 없다. (웃음) 11년이나 걸려서 <이상한 색깔>을 만들었기 아직까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친 상태다. 우선 힘을 회복한 후에 차기작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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