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에 대해서는 대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으로 알고 있지만 실은 이탈리아의 동화작가 카를로 콜로디가 쓴 <피노키오의 모험>이 원작이다. 이탈리아인들이 조각에 있어서만큼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한 것을 감안하면 제페토 할아버지가 깎아 만든 목각인형이 사람이 된다는 ‘피노키오’의 설정은 확실히 이탈리아적이라고 할 만하다.
지금 소개하는 <피노키오>는 이탈리아의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엔조 달로가 만든 작품이다. 이탈리아어로 대사를 치는 피노키오의 첫 등장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지만 전체적으로는 우리가 아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말썽이 심한 피노키오는 학교를 간다고 길을 나섰다가 온갖 모험에 휩쓸린다. 서커스단을 만나 돈을 잃는가 하면 그 돈을 찾겠다며 바다 위의 장난감 섬에 갔다가 당나귀로 변하고 바다괴물에게 잡아먹히는 등 수모를 겪는다. 하지만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 피노키오를 찾아 나선 제페토 할아버지와 극적으로 재회한다.
이탈리아 버전의 <피노키오>는 디즈니 버전과 비교해 행동이나 생활에 지침이 될 만한 가르침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감성이 감지된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커져 벌을 받는다는 교훈극 대신 기이한 곳을 찾아나서는 모험에 초점을 맞추는 까닭이다. 아닌 게 아니라, 매 장면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이리 저리 움직이는 피노키오의 행동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놀이동산의 청룡열차를 탄 듯한 재미가 느껴지는 것이다. (이 작품은 300명 넘는 제작진이 참여해 4년의 기간 동안 만들어졌다고 한다.)
여기에는 디즈니의 것으로 알려진 <피노키오>를 원작 그대로 재현해 이탈리아의 품으로 되돌려 놓으려는 엔조 달로 감독의 야심이 담겨 있다. 그래서 <피노키오>는 원작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삽화와 음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메이드 인 이탈리아’로 이뤄져 있다. 세계적인 삽화가로 유명한 로렌조 마토티가 참여하고 있고 영화음악은 작곡가이자 가수이기도 한 루치오 달라가 맡았다. 엔조 달로 감독은 이것만으로 성에 차지 않았는지 원작소설의 대사를 상당 부분 그대로 가져와 영화 속에 살려냈다.
엔조 달로는 전작 <오포포모즈>(2003)에서 나폴리를 배경으로 한 크리스마스 전통 이야기를 다뤘을 만큼 이탈리아의 유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독이다. 원화(原畵)만 하더라도 디즈니의 것이 기계적으로 잘 공정된 느낌을 준다면 엔조 달로의 <피노키오>는 거친 느낌의 스케치마저 극에 포함시킬 정도로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수놓은 인상이 짙다. 사실 <피노키오>의 이야기는 전 세계에 통용될 만큼 보편성을 획득한 지 오래다. 다만 디즈니와 일본 애니메이션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이탈리아에서 온 <피노키오>는 색다른 볼거리의 세계를 선사한다. 이번 부산영화제 기간 동안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오픈 시네마’ 섹션에서 상영된다.
부산일보 (201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