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자유를 찾는 영원한 여행자들 : 세르게이 파라자노프와 미카일 바르타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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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로 대표되는 구(舊)소련 영화의 특징이라면 진정한 영혼의 해방과 같은 주제를 통해 개인을 억압하고 예술을 규제하는 국가의 독단주의에 맞선다는 점일 테다. 이번 부산영화제가 세르게이 파라자노프와 그의 오랜 예술적 동지였던 미카일 바르타노프의 작품을 모은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마련하면서 ‘자유를 찾는 영원한 여행자들’이라고 제목붙인 건 그런 구소련의 영화적 전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실 이 특별전의 방점은 세르게이 파라자노프에 맞춰져 있다. 파라자노프 영화의 특징이라면 이야기가 비교적 단순하되 강렬한 이미지 구성으로 예술적 충격을 전달한다는 데 있다. 파라자노프의 예술세계가 본격적으로 빛을 발한 <잊혀진 선조들의 그림자>(1965)의 경우, 사랑에 실패한 한 남자의 비극적인 삶의 여정이라는 한줄 이야기로 귀결된다. 다만 다양한 원색의 사용으로 혼란한 심리를 은유하고 현란한 카메라 워크로 실의에 빠진 주인공의 상황을 관객에게 이식하며 이미지 구성에 관한한 그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증명한다. 이와 같은 특징은 <석류의 빛깔>(1968)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18세기 알메이다의 음유시인 사야트 노바의 일생을 영화화하면서 제목처럼 석류의 빛깔을 그대로 보여주는 식의 실험적 영상을 펼치는 것이다.

사실 <석류의 빛깔>은 예술가의 고행을 다룬 영화로써 파라자노프 자신의 신세를 투영한 것이기도 하다. <잊혀진 선조들의 그림자>의 공개 이후 당국으로 부터 사회주의 리얼리즘에서 벗어난 퇴폐영화의 주범이라며 낙인찍힌 까닭이다. 결국 그는 <석류의 빛깔> 이후 억울한 누명을 쓰고 투옥되어 이후 <수람요새의 전설>(1984)을 찍기까지 오랜 시간을 고통 속에 보내야만 했다. 그루지아의 전사의 전설을 기초로 한 <수람요새의 전설>에서도 파라자노프는 화려한 전통 의상과 민속 벽화와 같은 시각적 황홀경을 최대한 활용하며 예술적 저항을 놓지 않았다.

미카일 바르타노프가 연출한 <파라자노프: 마지막 봄>(1992)은 그런 파라자노프의 예술적 여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파라자노프의 마지막 나날(미완성으로 남겨놓은 유작 <고백>의 일부 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에 집중하는 이 영화는 시대를 잘못 타고나 예술적 기회를 박탈당하면서도 영화적인 탐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노(老)감독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 체제에 저항한 예술가의 내면이 생전의 파라자노프가 추구했던 특유의 이미지 속에서 재현되며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작품 외에 세르게이 파라자노프의 <우크라이나 랩소디>(1961) <피로스마나의 주선율 위를 흐르는 아라베스크>(1985) <아쉬크 케립>(1988) 등도 이번 특별전에 포함되었다.

marie claire
부산국제영화제 특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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